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265)
265화. 여름 (2)
켄드릭과 타니아가 아직 어렸던 시절.
로이스는 그들에게 영웅왕 무법의 전반부만 전했었다.
언제, 어떻게 상황이 변할지 몰라 의도적으로 그들의 성장을 제한한 것이다.
‘하지만 그 전반부만 가지고도 녀석들은 1티어에 올랐지.’
이는 원작 속 켄드릭이 경지를 이룬 시기보다 빨랐다.
가르침을 받은 건 비록 무법의 전반부뿐이었지만 로이스라는 좋은 스승, 그리고 서로에게 자극이 될 수 있는 경쟁자의 존재.
두 가지의 조건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나온 결과였다.
그런 상황에서 둘에게 영웅왕 무법의 후반부가 전해진다?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다는 격이지.’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불꽃 남매는 영웅왕 무법의 후반부를 익히기 무섭게 진보하기 시작했다.
영웅왕 무법의 후반부를 익히기 시작한 지 일주일.
켄드릭과 타니아는 기존의 경지에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켄드릭은 1티어 중급, 타니아 역시 1티어 상급에 도달했다.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성장 속도.
지난 일주일간 이어진 로이스의 맞춤식 교육과 그가 준 하급 화속성의 영약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다.
완숙에 다다른 영성검을 펼쳐 보이면서 켄드릭이 다소 허망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우리 이렇게 빨리 강해져도 되는 건가?”
그도 인지하고 있었다.
자신의 성장 속도가 비정상적이란 것을 말이다.
그런 켄드릭의 중얼거림에 로이스가 피식거렸다.
“거만 떨지 말아. 광룡 앞에서 오줌 지리고 싶지 않거든 입 놀릴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수련해.”
“네…….”
평소였다면 투덜거렸을 켄드릭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날 그도 목격하지 않았던가.
광룡의 무시무시함을.
당시에 그는 그저 광룡의 기세에 눌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때문에 광룡을 만나면 오줌 지릴 거라는 로이스의 농담이 농담같이 들리지 않았다.
‘뭐라도 하겠다고 큰소리 떵떵 쳐놨는데 오줌이나 지리면 그게 무슨 개망신이냐… 이왕 하겠다고 한 거, 미친 드래곤한테 칼침 한 방이라도 먹여야지!’
죽을 땐 죽더라도 생채기 하나는 남겨야 자존심이 살 거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련이 필수였다.
그리고 그의 수련 의지에 기름을 끼얹는 것은…….
“…독한 년.”
마당 한쪽에서 신중한 얼굴로 주먹을 휘두르는 타니아였다.
엘릭서를 얻어 로이스의 옆에 오래오래 남겠다는 목표를 세운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수련에 열중이었다.
잠조차 줄여 가며, 매일매일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는 타니아.
그로 인해 켄드릭은 타니아와 자신의 경지에 점차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사실이 켄드릭을 자극했다.
‘오빠의 자존심이 있지! 언제까지 쥐어 터지고 살 수는 없잖아?!’
만약 여기서 타니아와 경지가 더 벌어진다?
안 그래도 얻어터지는 신세인데 더 강해진 타니아를 마주하라고?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지!’
고개를 세차게 흔든 켄드릭은 다시 수련에 들어갔다.
로이스는 수련에 열중인 제자들을 지켜보았다.
‘확실히 성장이 빨라.’
아무리 영웅왕 무법의 후반부가 전해졌다고 해도 불꽃 남매의 성장 속도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 할 정도였다.
하지만…….
‘모자라.’
그래 봤자 이제 겨우 1티어였다.
인간의 기준에서 보면 분명 대단한 것이 맞았지만, 그들이 상대할 것은 제로의 경지에 도달한 드래곤이다.
1티어로는 어림도 없었다.
‘최소 탑티어는 되어야지 비벼 볼 만하지.’
물론 그것만으로도 모자랐다.
제자들이 탑티어에 도달하고 거기에 로이스가 준비한 몇 가지가 추가된다면 광룡을 상대하는 데 좋은 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그렇고… 슬슬 여름 대륙으로 떠나야겠네.’
광룡을 상대하는 데 필요한 패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더욱이 그것이 해황의 유산이라면 더할 나위 없었다.
해신궁(海神弓) 아테로이제.
천궁 제롬의 무기이자 광룡 제네로커의 날개를 꺾은 신기(神機).
이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세이렌의 눈물이 지닌 비밀을 풀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 여름 대륙 어딘가에 존재할 성모를 찾는 것이 필수였다.
또한, 해신궁을 누구보다 잘 다룰 존재가 성모의 곁에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로이스의 다음 행보가 여름 대륙으로 잠정 결정됐다.
이쯤 되니 로이스의 머릿속에 누군가가 떠올랐다.
“…슬슬 그놈을 불러야겠네.”
그 ‘누군가’가 누리고 있을 평화가 깨어지는 순간이 임박했다.
* * *
겨울 대륙 동부.
로이스가 있던 약 1년의 세월 동안 겨울 대륙 동부는 연이어 일어나는 변화에 몸살을 앓아야 했다.
겨울 대륙 동부의 세력 구도가 로이스라는 한 존재 덕분에 완전히 재편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리고 로이스가 떠난 이후, 겨울 대륙 동부에 급부상한 세력이 있었으니.
바로 전신의 교단이었다.
물론 기존에도 교단은 소수의 단일 집단치고는 꽤 강하다는 평을 받던 세력이었다.
하지만 로이스가 떠난 시간 동안 전신의 교단은 새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바뀌어 있었다.
로이스가 시행한 포교 활동으로 인해 나날이 교도가 증가한 전신의 교단.
그 결과 현재는 무려 10만 명이란 엄청난 인원을 보유한 집단으로 성장해 있었다.
그렇게 인원이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레 교단의 본거지 또한 확장이 불가피했다.
과거 마을 규모였던 주거지는 이제는 어지간한 왕국의 수도 규모를 넘어설 정도.
안 그래도 단일 집단으로 최강이라 불리던 교단이 무서운 속도로 확장하니 많은 왕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더불어 겨울 대륙 동부의 패자라는 도미넌트 제국이 교단에게 어떤 태도로 나올지에 대해 이목이 쏠렸다.
‘제국이 교단을 그냥 지켜보겠어?’
‘한번 뒤집어엎지 않을까?’
비록 잦은 내전으로 인해 그 세가 많이 꺾이기는 했지만, 도미넌트 제국은 여전히 동부의 패자였다.
과거 수많은 왕국을 견제하던 도미넌트 제국이 교단의 확장세를 탐탁지 않게 여기리란 것이 전반적인 의견이었다.
하지만 그런 세간의 평을 비웃기라도 하듯 도미넌트 제국은 교단을 향해 그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물론 가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한 것이었지만, 제대로 된 속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그런 도미넌트 제국의 태도에 의아할 뿐이었다.
‘제국이 무슨 일이지.’
‘저것들이 저럴 놈들이 아닌데?’
많은 사람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사이 교단은 인접한 칸부르크 왕국과 친교를 더욱 단단히 하며 입지를 다져 나갔다.
이에 호사가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머지않아 전신을 따르는 신성 왕국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겨울 대륙 동부의 뜨거운 감자가 된 전신의 교단.
그 거대한 단일 종교 집단을 이끄는 이는 다름 아닌 교단의 대전사라 불리는 파브로였다.
이제는 공인된 교주, 로이스.
그가 장시간 자리를 비운 탓에 교단의 전반적인 업무를 대전사가 보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초창기에는 과도한 업무로 인해 1티어에 오른 파브로가 코피를 쏟을 정도였다.
하지만 로이스가 칸부르크 왕국에서 사람들을 데려오고 그들이 파브로를 보조해 주면서 조금씩 할 일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3년 여가 흘러.
이제 교단의 모든 것이 안정화되고 나니 파브로는 이제야 여유를 부릴 수가 있었다.
아니, 여유 수준을 넘어 이제는 어지간한 일에서 손을 뗄 수가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세월의 힘이라 할 수 있었다.
“후후훙!”
뒷짐을 지고 산책을 하는 파브로.
그에게서 흥겨운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이게 얼마 만이냐.’
로이스가 떠난 이후부터 불과 일주일 전까지.
3년의 시간 동안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드디어 밑의 아이들이 업무에 능숙해져서 자기 일을 떠맡기고 나서야 파브로는 원래 평온했던 자신의 일상을 되찾은 것이다.
‘행복이 별거 있는가. 이런 게 행복인 거지!’
전날 내린 눈이 햇살에 반짝이는 풍경을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는 파브로.
매번 보는 눈이 뭐가 특별할 게 있나 싶기도 하겠지만, 여유를 찾은 파브로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특별한 일상이었다.
파브로가 찾은 소소한 행복이랄까?
그는 앞으로의 나날이 오늘과 같기만을 기도했다.
교단을 빠져나온 파브로는 뒷짐을 지고 어그적어그적- 마을로 걸어 들어섰다.
이제는 마을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규모.
전체를 다 둘러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주거지를 둘러보는 것이 요즘 파브로가 가진 유일한 취미였다.
그리고.
“아! 대전사님! 안녕하세요!”
“허허, 오늘도 별일 없는가?”
“아무렴요! 이게 다 전신의 은혜 덕분입니다! 세상 요즘과 같기만 한다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허허, 그건 나도 그렇네.”
그렇게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는 파브로.
간혹 길을 걷다가 아낙네가 건네주는 먹을 것을 얻어먹기도 하고 아이들의 장난도 허허롭게 받아들이는.
도저히 지위 높은 대전사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소탈한 모습이었다.
그런 파브로의 행동 덕분에 많은 교단의 사람들이 진심으로 그를 존경하고 아꼈다.
저벅저벅-.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며 걸어간 파브로는 어느덧 도시의 중앙에 자리했다.
과거에는 약속의 나무, 이제는 신목(神木)이라 불리는 거대한 나무.
주거지의 중앙에 자리한 나무는 전신께 기도를 올리는 교도들로 북적이는 장소였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대전사님, 오셨습니까?”
신목을 향해 기도하고 있던 교도들이 속속들이 일어나 파브로를 향해 인사를 올렸다.
“아아, 난 괜찮으니 하던 거 마저 하시게나.”
작게 손을 내저은 파브로는 신목을 향해 걸어갔다.
혹여 신목이 훼손될까 싶어 그 인근에 경계를 치고 지키는 전사들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파브로를 막지 않았다.
교주가 없는 교단에서 가장 지위 높은 파브로를 누가 막겠는가.
덕분에 여유롭게 걸어간 파브로.
이제는 그의 전용 공간이 된 신목의 옆자리에 흔들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파브로는 자연스럽게 의자에 몸을 맡겼다.
“흐어어, 좋구나.”
다른 교도들은 꿈에도 못 꿀, 싱그러운 기운을 뿜어내는 신목의 근처에서 이렇게 여유롭게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은 파브로가 대전사의 지위를 이용해 얻은 작은 특권이었다.
그리고 그런 파브로의 행동이 근래 계속되자 이제는 그 풍경에 익숙해진 사람들도 그에게서 신경을 껐다.
흔들흔들-.
파브로가 손수 만든 맞춤형 의자.
그리고 따스하게 내리쬐는 오후의 햇살.
마음에 찾아든 평온까지.
삼박자가 고루 맞물려 파브로의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를 그려 냈다.
‘좋구나… 좋아.’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파브로의 얼굴에는 흐뭇한 행복이 가득했다.
가만히 이렇게 햇살을 만끽하고 있으니 졸음이 살살 몰려드는 것은 당연지사.
‘식사 후에는 산책도 좋지만 역시 낮잠만 한 게 없지.’
몰려드는 노곤함에 파브로의 얼굴이 사르르 풀렸고 곧 그의 눈이 자연스럽게 감겼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츠츠츠-.
“어? 어어?! 대, 대전사님!”
“대전사님 몸에서!”
갑작스럽게 파브로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일렁였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이들이 놀라 소리쳤지만 정작 긴장을 풀고 단잠에 빠진 파브로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사이 파브로를 감싼 빛은 점점 더 새하얗게 변해 갔다.
“허…….”
“맙소사…….”
성스러운 빛에 휩싸여 편안한 얼굴을 한 파브로의 모습은 주변의 사람들로 하여금 무언가 알 수 없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후 30초가 흘렀을까.
“어어?!”
파브로의 육신이 빛으로 변해 하늘로 쑥 올라가는 듯한 환상이 보였다.
그리고.
츠팟!
강한 빛이 번쩍인 순간,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눈을 감고 말았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눈을 뜬 사람들의 얼굴에 놀람이 깃들었다.
파브로가 앉아 있던 의자에 남아 있는 것은 작은 빛 입자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곧 겨울의 햇살에 녹아 사라져 버렸다.
이에 사람들은 탄복했다.
“아아, 대전사님께서…….”
“이리… 이리 가셨구나…….”
“대전사님께서 승천하셨다!”
“어흑… 대전사님.”
“대전사님께서 전신의 곁으로 가셨구나…….”
“다들 너무 슬퍼들 하지 마시게, 대전사님은 신의 부름을 받으신 거일 터니.”
“…부디 전신의 곁에서 평안을 누리시길.”
파브로가 앉아 있던, 그가 빛에 휩싸여 사라진 곳으로 몰려든 사람들.
모자를 쓴 이는 모자를 벗고 전신의 곁으로 간 파브로를 향해 조의를 표했다.
몇몇 사람은 그가 앉아 있던 의자 앞에 조화를 가져다 놓기도 했다.
그렇게 파브로가 빛에 휩싸여 사라진 그 날.
이를 목격한 사람들에 의해 당시의 상황이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곧 교단의 사람들은 파브로가 누웠던 의자와 그 자리를 대전사가 신의 부름을 받고 승천한 곳이라 칭하며 파브로의 안녕을 기도했다.
물론 그 기도의 대상은 전신이었지만 말이다.
* * *
한편 전신의 부름을 받고 빛과 함께 사라졌던 파브로.
웅성웅성-.
그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인상을 찡그렸다.
‘살짝 잠이 들었던가?’
아마도 기분 좋은 낮잠이었던 것 같았다.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거기다… 왜 이리 덥지?’
눈을 감고 있음에도 갑자기 강렬해진 태양 빛이 느껴져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파브로는 상황을 살피기 위해 살며시 눈을 떴다.
“으음…….”
살짝 열린 눈꺼풀 사이로 내리쬐는 강한 햇빛에 파브로가 다급히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이후 서서히 시간이 흘러 눈에 초점이 잡히고.
“…어?”
초점 말고 잡히지 말아야 할 형상도 같이 잡혔다.
꿈에서도 볼까 두려운 외형.
백발의 중성적인 외모를 지닌 이.
그가 파브로를 향해 미소를 보냈다.
“어서 와.”
“…….”
짤랑짤랑 손을 흔드는 로이스를 보며 파브로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러다가 그는 다시 슬그머니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꿈이구나… 뭔 이런 개꿈을…….”
꿈과 현실의 경계 속에서 헤매던 파브로는 이게 제발 꿈이길 기도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그를 현실로 끄집어내는 목소리가 있었으니.
“이게 뒈질라고? 당장 안 일어나냐?”
빡-.
“컥!”
목소리뿐만 아니라 대뜸 그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발길질이 있었기에 더욱더 빠르게 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만 말이다.
엉덩이를 걷어차이고 데굴데굴 굴러간 파브로.
“아…….”
그대로 대자로 누운 파브로는 겨울 대륙의 햇살과는 다른 강렬한 햇살을 보며 울상을 지었다.
“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