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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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화. 회귀자 사용법 (3)
로이스를 바라보는 엘비스의 눈동자는 지진이라도 난 듯 크게 흔들렸다.
추락한 영웅이자 실패를 바로잡기 위해 시간을 거스른 존재.
그것은 그 누구도 모르는 자신만의 비밀이었다.
자신이 평생을 안고 갈, 혹은 동료들에게만 알릴 생각이었던 비밀.
한데, 난생처음 보는 이의 입에서 자신의 비밀이 흘러나왔으니 엘비스로서는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운 일이었다.
그때 로이스의 붉은 입술이 움직였다.
“내가 누구냐라……. 글쎄? 누구일 거 같아?”
장난스러운 되물음에 엘비스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를 마주한 로이스는 미소를 머금었다.
“너무 그렇게 긴장할 거 없어. 딱히 널 어찌할 생각은 없으니까.”
“…….”
“난 그저 기회를 주려는 거니까.”
묵묵히 로이스를 응시하던 엘비스가 반응을 보였다.
“…기회?”
“아, 그 전에 물어보자. 너 혹시… 봤냐?”
“뭘 말이지.”
“광룡, 검은 드래곤.”
“……?!”
“봤구나?”
엘비스는 답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침묵이 긍정의 의미라는 것을 로이스는 알 수 있었다.
엘비스의 마지막 행적이 발견됐던 곳은 봄 대륙, 켄드릭의 고향이었다.
그 뒤로 그의 행적은 다시 사라졌었다.
‘저놈… 분명 그 여객선에 타고 있었어.’
광룡이 여객선을 침몰시키고, 생존자들로부터 드래곤의 소문이 떠돌기 시작한 시기.
그리고 엘비스가 제도에 나타난 시기를 계산해 보면 어느 정도 정황이 그려졌다.
바로 엘비스가 침몰한 여객선에 타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의 추측에 확신을 가진 로이스가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봤다면 이야기가 더 쉽겠네. 난 너에게 기회를 주려고 한다.”
“아까부터 대체 무슨 기회를 말하는 거지?”
“봤다며? 광룡을.”
“…그런데?”
“그놈에게 복수하고 싶은 거 아냐?”
“……?!”
“멸망한 세상, 무너진 조국, 살해당한 가족… 그리고 희생한 동료까지.”
“…….”
“다시는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기에 되돌아온 거 아닌가?”
이야기가 흐를수록 엘비스의 안색은 더욱 굳어졌다.
로이스를 향한 엘비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저자… 모든 걸 알고 있다.’
자신이 회귀 전에 무슨 일을 했고.
무슨 목적으로 회귀를 했는지.
저 백발의 사내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어때? 대화를 나눌 생각이 좀 들어?”
“후우…….”
엘비스는 숨을 골랐다.
깊게 들이마시는 들숨과 날숨에 두근거리던 심장이 차츰 정상으로 돌아갔다.
짧은 시간 머리를 식힌 그가 물었다.
“그 전에 한 가지만 답해라.”
“뭘?”
“당신… 진짜 정체가 뭐지?”
“아직도 그게 궁금한 건가? 말했잖아. 너에게 기회를 주려는 이라고.”
“그걸 묻는 게 아니다. 어떻게… 넌 그 모든 걸 알고 있는 거지?”
“흠…….”
“말해. 대체 네놈… 정체가 뭐냐.”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엘비스의 눈빛.
알려 주지 않는다면 더는 입을 열지 않겠다는 듯한 의지가 느껴졌기에 로이스는 볼을 긁적였다.
‘적당히 부려 먹으려고 했는데…….’
역시나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었다.
‘뭐, 서비스 차원에서 살짝 알려 줄까?’
또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필요한 일이리라.
그리 생각한 로이스가 웃으며 말했다.
“내 정체라……. 별거 없어. 그저 너와 비슷한 목적이 있는 존재라고나 할까?”
“정말 그것뿐인가?”
“그 외에는… 너와 비슷한 존재지.”
“나와 비슷하다?”
“미래를 알고 있는 자.”
로이스의 이야기에 엘비스의 눈이 번뜩였다.
“설마……?”
회귀한 이래 엘비스가 늘 품어 왔던 의문.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어떻게 된 거기에 세상이 이리도 변했을까?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그건 지금까지 줄곧 엘비스가 품어 온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그 수수께끼를 풀 실마리를 얻었다.
‘설마… 설마?!’
자신 말고도 미래를 알고 있는 존재.
만약 그런 존재가 수십, 수백 년 전부터 존재해 왔다면?
또한, 미래를 알고 세상사에 간섭을 해 왔다면?
그렇게 가정하자 어긋났던 퍼즐이 자연스럽게 짜 맞춰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엘비스는 확신했다.
“너…….”
자신의 계획.
모두의 희생으로 겨우 얻어 낸 기회를 날려 버린 존재가…….
“너… 너였냐! 이 새끼야!”
바로 저 자식임을!
확신이 서자 겨우 진정시켰던 심장이 거세게 날뛰고, 머리가 뜨거워졌다.
엘비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개자식아!”
살기 어린 눈으로 로이스를 향해 달려드는 엘비스.
퍽-.
“켁!”
그는 얼마 못 가 어디선가 날아든 무형의 기운에 얼굴을 정면으로 얻어맞고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팔다리를 파들거리다가 이내 축 늘어져 버린 엘비스.
“…….”
로이스는 쌍코피를 줄줄 흘리며 기절한 엘비스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이 자식……?”
엘비스에 관한 소식을 듣는 순간 로이스는 생각했다.
흔히들 말하지 않는가.
적의 적은 친구라고.
때문에 광룡이란 공통의 적을 둔 엘비스를 괜히 배척하기보다는 그를 이용하는 게 좋겠다고 말이다.
‘지금 상황에서 성모에 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엘비스니까.’
그를 이용해 성모를 찾고, 해신궁도 손에 넣고.
그러면서 자신은 볼일을 보고.
‘이른바 자동 사냥이라고나 할까?’
이 얼마나 완벽하고 아름다운 계획이란 말인가.
그렇게 엘비스를 잡아다가 대충 적당하게 부려 먹을 생각이었는데…….
“왜 갑자기 눈깔이 돌아가서 달려들어?”
자신으로 인해 미래가 바뀌고 엘비스의 인생이 크게 변했지만, 그렇다고 로이스가 그 일에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가 행한 모든 일은 자신의 생존을 위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때문에 그는 눈깔이 뒤집혀 달려든 엘비스의 태도가 어이없을 뿐이었다.
기절한 엘비스를 뚱하게 바라보던 로이스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손 좀 봐야겠네.’
거사를 치르기에 앞서, 약간의 교육이 필요할 거 같다고.
* * *
짙은 안개로 뒤덮인 마해 외곽.
철수88은 오늘도 어김없이 그 안을 헤매고 다녔다.
정확히는 그가 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광룡이 말이다.
“씨발!”
우유처럼 희뿌연 안개 속에서 철수88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안개 속을 헤매고 다닌 시간이 얼마나 된 건지 도무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자신이 만든 설정이었기에 금방이라도 히든 피스를 발견할 것이라고 여겼지만, 상황은 그의 예상을 빗나가도 한참을 빗나갔다.
“대체 어딨는 거야! 설정대로라면 이 근방 어딘가에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글자로 끄적여 낸 설정이 실제 세상에 반영되면서 생긴 차이가 철수88을 애먹이고 있던 것이다.
“아, 짜증 나네.”
기본적으로 그는 인내심이 그리 깊은 사람이 아니었다.
슬슬 철수88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때려치울까?’
하지만 포기하기에는 로트베리어의 심장이 너무도 유혹적이었다.
‘그것만 있다면 그 개자식한테 한 방 먹일 수 있는데.’
그가 포기하려는 찰나, 로이스의 새하얀 얼굴이 뇌리를 스쳤다.
자신의 작품을 망친 원흉.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암적인 존재.
그를 떠올리며 철수88은 무너지려는 의지를 다잡았다.
‘내가 반드시 그 새끼를 제거한다.’
이를 까득 깨문 철수88이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살폈다.
“어딨는 거야?”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온통 바다뿐이었다.
“분명 소용돌이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지…….”
로트베리어의 심장이 있는 장소로 들어가는 입구.
그것은 마해에 발생한 소용돌이였다.
하지만 그 눈을 씻고 찾아봐도 소용돌이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철수88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으니.
‘가만… 그림자?’
멍청하게 서서 눈을 끔벅이던 철수88이 버럭 소리쳤다.
“시발, 맞다!”
그것은 기쁨의 감탄사였다.
또한, 자신을 향한 질책이기도 했다.
‘시발, 시발!’
로트베리어의 심장이 있는 비밀 장소.
그곳을 나타낸 설정을 짤 때 그는 이리 표현했었다.
[세계가 평화의 빛으로 물들 때, 그 이면에 발생한 그림자 속에 세상을 잠식할 어둠의 소용돌이가 생겨날 것이다.]최대한 있어 보이게 만들어 낸 그만의 설정.
‘아, 젠장!’
수시로 드래곤들이 드나드는 마해에 일반적인 소용돌이가 떡하니 있다면 그걸 드래곤들이 놓치겠는가.
그래서 숨겨진 입구라고 설정을 짜 뒀었는데…….
“…까먹고 있었다.”
자주 쓰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까먹고 만 것이다.
‘생각해 보니 이것도 제네로커를 위한 설정이었지.’
입구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암 속성의 드래곤뿐.
나중에 제네로커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억지로 짜 맞춘 설정이었지만, 파워 밸런스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써먹지 않았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가 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가짜 광룡은 제네로커를 베이스로 삼아 만든 암 속성 드래곤.
“후후후.”
철수88이 웃음소리를 흘렸다.
“전부 다 내 계획대로군.”
만약 로이스가 그 모습을 봤다면 ‘중2병 새끼, 양심은 어디다 팔아먹었냐. 조금 전에 까먹었다고 소리친 새끼가!’라고 욕을 했을 것이다.
로이스가 없는 것이 참으로 다행인 일이었다.
‘보자… 암 속성에 반응한다는 거지.’
정확히는 소용돌이는 암 속성으로 만든 어둠에서만 모습을 드러낸다는 설정이었다.
철수88은 곧장 주변으로 어둠을 퍼뜨렸다.
‘이 짓거리를 또 반복해야 하는구나.’
속으로 투덜거린 후, 주변으로 어둠을 뿌리며 날아다니는 철수88.
그렇게 얼마나 주변을 돌아다녔을까.
“어?”
철수88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신이 해수면으로 퍼뜨린 어둠.
어느 한 지점에서 그것이 이상 반응을 보였다.
마치 바다가 일렁이듯 어둠이 일렁인 것.
그리고.
슈스스스-.
어둠이 회전을 하며 소용돌이를 만들어 냈다.
이를 본 철수88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찾았다!”
일반적인 소용돌이와는 다른 현상.
눈을 빛낸 철수88은 망설임 없이 소용돌이 속으로 몸을 날렸다.
쿠그그그-.
“으어어어!”
어둠 속에서 철수88은 비명을 내질렀다.
마치 세탁기 속에 들어온 듯 육체가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으악!”
빠르게 돌아가는 소용돌이의 급류에 몸을 맡긴 철수88.
잠시 뒤.
“쿠에엑!”
회전이 멈추고, 헛구역질을 하던 그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폈다.
시야에 들어온 주변의 풍경에 그는 어깨를 움찔 떨었다.
‘분위기 한번 살벌하네.’
어둠의 소용돌이를 지나 도착한 곳은 음산함이 느껴지는 장소였다.
물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너른 실내.
또한, 곳곳에 괴상한 생김새의 괴물 석상이 자리해 있었다.
비유하자면 던전과도 같은 느낌?
‘내가 이런 것도 설정했던가?’
아무러면 어떤가.
드디어 이곳에 도착했다는 것이 중요하지.
철수88은 거대한 동체를 일으켜 통로를 기어갔다.
통로가 어찌나 크던지 드래곤의 육신으로도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앞으로 나간 끝에 철수88은 거대한 문을 마주했다.
높이만 족히 수백 미터는 되어 보이는 어마어마한 크기.
그리고 그 석문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산 위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는 붉은 눈의 블랙 드래곤.
그런 드래곤이 깔고 앉은 산 아래로 인간을 비롯한 수많은 종족의 시신이 나뒹굴었다.
이를 자세히 살피던 철수88은 그제야 산의 정체가 시신으로 쌓아 올린 산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와…….”
시체의 산으로부터 흘러나온 피가 강물이 되어 세상으로 펴져 나가는 섬뜩한 그림.
‘시산혈해…….’
그림이 어찌나 생생하던지 철수88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
꿀꺽-.
그가 마른침을 삼키며 문을 밀었다.
스르륵-.
거대한 석문은 너무도 부드럽게 뒤로 밀려났다.
그와 함께 문 안쪽이 철수88의 시야에 들어왔다.
별다른 것 없이 너른 실내.
그 가운데 떡하니 솟은 단상.
철수88의 눈동자는 그 단상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정확히는 단상 위에 놓인 검붉은 심장에서 말이다.
“…찾았다.”
저것을 찾기 위해 작품 시간으로 수 개월에 걸쳐 마해를 헤매고 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이곳에 도달한 것이다.
철수88은 홀린 듯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흥미로운 눈으로 심장을 바라보았다.
두쿵- 두쿵-.
검붉은 기운을 머금은 심장.
이미 주인이 죽었음에도 그 심장은 여전히 맥동하고 있었다.
두쿵- 두쿵-.
심장의 고동 소리가 철수88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철수88에게는 그 소리가 마치 자신을 유혹하는 매력적인 노랫소리로 들렸다.
이에 철수88이 서서히 심장으로 손을 내뻗었고.
둑- 둑- 둑- 둑-.
그의 손이 심장에 가까워질수록 심장의 소리는 더욱 크고 빠르게 들려왔다.
실제로 심장의 박동이 더욱더 빨라졌다.
둑- 둑- 둑- 둑-.
마침내 철수88, 광룡의 손이 심장에 닿은 순간.
쿵!
강렬한 울림이 광룡의 전신을 강타했다.
츠팟!
이후 심장이 광룡에게 흡수되어 사라지면서 그의 육체에서 검붉은 기운이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