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288)
288화. 게이트 (3)
가슴, 어깨, 배, 팔, 다리.
꼬리와 날개까지.
마치 자석이라도 붙은 듯 지정된 자리에 자연스럽게 안착한 30개의 파츠.
그리고 마지막.
철컥-.
얼굴 위로 투구와 같은 파츠가 덧씌워졌다.
로이스의 전신이 은빛 갑주로 뒤덮인 순간 자줏빛 안광이 번뜩였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되었다.
우우우웅-.
로이스의 드래곤 하트가 속성력을 끌어올리자 들려온 묵직한 진동음.
그와 함께 각각의 파츠에 심겨 있던 소형 마나 동력 장치 30개가 일제히 연결됐다.
그러자 은색의 갑주가 백색으로 물들었다.
츠츠츠-.
이후 백색의 철갑에서 기형학적 무늬가 형성되더니 로이스의 날개가 무지갯빛 광채를 흘렸고, 동시에…….
쾅-.
소닉붐과 함께 로이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로이스가 초월기와의 합체를 마친 순간에 실비오는 성령화에 들어가는 중이었다.
“되살아난다면… 영원히 죽을 때까지 몇 번이고 쓸어 버려 주마.”
그 이후 상황은 산드라의 예지와 똑같았다.
실비오의 인근에 기척도 없이 나타난 카이더스.
“남의 물건에 몹쓸 짓을 하려고 하는구나.”
그의 꼬리가 막 실비오의 가슴팍을 꿰뚫으려는 찰나.
츠칵-.
백색 섬광이 실비오와 카이더스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한순간에 나타난 백색 섬광은 그대로 카이더스의 꼬리를 쳐냈고, 그것도 모자라 카이더스의 육신과 한데 뭉쳐 튕겨 나갔다.
“뭐, 뭐야?!”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실비오가 놀라 소리칠 때.
콰가가가-.
굉음과 함께 백과 흑의 궤적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그렇게 일직선으로 쭉 나아가던 두 궤적이 한곳에서 양 갈래로 나뉘었다.
순식간에 100m의 간격을 두고 떨어져 서로를 노려보는 로이스와 카이더스.
“흐음… 신기한 몰골이로구나.”
로이스를 바라보는 카이더스의 동공이 세로로 가늘어졌다.
그때였다.
삐이이-.
귓가에 이는 이명과 함께 로이스의 뇌리로 또 다른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머리 위, 발밑, 전방, 등 뒤, 좌우까지.
사방팔방에서 발생한 검은 구체에 자신의 육체가 딸려 들어가는 모습.
산드라의 예지를 한 차례 감상한 로이스는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몸을 움직였다.
우웅-.
드래곤 하트에 연결된 소형 동력 장치들이 빛을 발했다.
동시에 그가 있던 자리에 검은 구체가 나타났다.
하지만 로이스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로이스가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한 지식과 기술의 집합체.
작지만 그 출력은 2급 초월기의 100배에 달하는 괴물급 동력원.
그런 소형 동력 장치가 무려 30개다.
로이스는 소형 동력 장치의 직렬과 병렬연결을 자유자재로 변형해 가며 출력을 조절했다.
그로 인해 만들어진 움직임은 다른 드래곤들조차 경악하게 만들 정도였다.
“……?!”
기괴한 철갑을 두른 날개가 무지갯빛 광채를 번뜩일 때마다 로이스의 육체는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했다.
“맙소사!”
“허…….”
성령화를 마친 실비오도.
공간 뚫기를 진행하고 있던 바로터스도.
그들 모두 제 할 일을 잊고 물리적 한계를 벗어난 로이스의 움직임에 턱을 늘어뜨렸다.
한편, 로이스의 움직임을 읽고 있던 산드라.
그녀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저 녀석… 카이더스의 움직임에 한발 먼저 반응하고 있다.’
이를 인지한 산드라가 다급하게 다중 메시지 회선에 외쳤다.
[로이스, 너 설마… 내 예지를 보고 있는 게냐?]그 물음에 빠른 회신이 돌아왔다.
[그런 거 같습니다.] [대체 어떻게…….] [자세한 거는 나중에 알아보시고… 일단은 집중하시죠!]그리 소리친 로이스의 입가로 마나 입자가 모여들었다.
그와 함께 산드라는 다시금 예지를 돌렸다.
이를 공유받은 로이스의 입에서 하얀 브레스가 발사됐다.
로이스의 브레스에 맞서 카이더스도 브레스를 뿜어냈다.
츠카가가가-.
허공에서 맞붙은 흑백의 브레스.
이에 로이스의 눈이 번뜩였다.
‘역시!’
산드라의 예지는 이번에도 정확히 적중했다.
카이더스는 자신의 브레스를 피하지 않고 바로 맞받아친 것.
‘기다리고 있었다!’
로이스의 드래곤 하트가 가열차게 기운을 뿜어냈고, 그 뜻에 동조하듯 30개의 동력구가 힘을 보탰다.
어마어마하게 밀려드는 마나의 기운에 로이스가 눈에 힘을 주고 외쳤다.
‘부스터 온!’
카이더스의 브레스보다 조금 얇았던 로이스의 브레스가 그 크기를 불려 나갔다.
쿠아아아악!
고작 지름 3m 정도의 굵기였던 브레스가 어느새 10m를 넘어섰다.
“……?!”
자신의 브레스를 상쇄시키며 밀려드는 로이스의 브레스에 카이더스의 눈에 처음으로 당혹감이 깃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쾅!
순식간에 밀려든 로이스의 브레스가 카이더스의 육신을 집어삼켰다.
“저, 저?!”
“…저 녀석, 대체 뭘 만든 거야?”
설마 로이스가 혼자서 브레스 싸움에서 이길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이들은 놀라 굳어 버렸다.
치직- 치직-.
과열된 동력장치가 냉각장치에 의해 급속도로 식어 가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하악- 하악-.”
로이스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브레스가 꿰뚫고 간 공간을 노려보았다.
‘없다.’
놈이 자신의 브레스에 의해 소멸한 것일까?
하지만 로이스의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놈이 고작 이 정도에 당했을 리 없다고.
삐이이이-.
그사이 또다시 전해진 산드라의 예지가 하나의 장면을 보여 주었다.
산드라의 뒤쪽에서 갈라지는 검은 공간.
그 속에서 튀어나온 카이더스.
그와 함께 목덜미가 물어뜯기는 산드라.
뇌리를 스친 예지에 로이스는 곧장 움직였다.
우웅- 팡!
빠르게 공간을 가른 로이스가 산드라의 지척에 나타났다.
예지한 장본인인 산드라도 다급히 몸을 회피했다.
그 과정은 모두 0.5초 사이에 벌어진 일.
다음 0.5초에 산드라의 예지대로 검은 공간이 갈라지며 카이더스가 튀어나와 산드라가 있었던 공간을 물어뜯었다.
까득-.
이빨과 이빨이 부딪히는 섬뜩한 소리가 울리고.
쾅-.
로이스가 하얀 포탄이 되어 카이더스를 후려치더니 그를 멀리 날려 보냈다.
단 1초에 의해 갈린 운명이었다.
[괜찮으세요?] [걱정 마라.]로이스의 물음에 산드라는 웃으며 메시지를 보냈다.
[…뭘 어떻게 한 거냐?] [뭐가 어떻게 된 거죠?]실비오와 바로터스가 현재 상황에 의문을 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둘의 관점에서는 로이스와 카이더스가 마치 미리 합을 맞추고 공방을 나누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드래곤조차 쉽사리 반응하기 힘든 찰나의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기에 실비오와 바로터스도 쉬이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둘의 의문에 로이스는 되레 질문으로 답했다.
[바로터스 원로님, 노닥거릴 시간 있으세요? 공간 얼마나 뚫으셨어요?] [이놈의 자식이 어디서 훈계질을… 조금만 기다려라. 곧 작은 구멍 하나는 낼 수 있을 테니. 한 놈 정도는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을 거다!]로이스의 발칙한 물음에 살짝 울컥한 바로터스였지만, 지금껏 로이스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았기에 고분고분 답했다.
‘만약 나와 실비오였다면… 반응하기도 전에 당했을 것이다.’
그 실례로 실비오가 당하기 직전 로이스가 그녀를 구하지 않았던가.
그 정도로 로이스와 카이더스의 공방은 그들의 인지를 벗어난 것이었다.
한편, 로이스에게 당해 멀찍이 튕겨 나간 카이더스.
투득- 투득-.
로이스의 브레스가 완전히 빗나간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카이더스의 육신 곳곳에서 비늘이 떨어져 내렸고 그 자리에서 검붉은 피가 흘렀다.
꽤 중한 상처를 입었음에도 카이더스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게 된 거군.”
카이더스의 시선이 산드라를 향했다.
“어쩐지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내가 어찌 반응할지 알고 움직이는 듯싶더니.”
“…….”
“네년이었구나.”
몇 번의 공방으로 카이더스는 자신을 막아 내고 있는 로이스의 비밀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깨닫지 못했지만, 대략적인 상황은 알아차린 것이다.
“예전부터 그랬지. 시간 속성을 타고난 놈들이 무엇보다 성가셨어.”
카이더스의 눈에 살기가 번들거렸다.
“아무래도 네년을 처리해야지 수월하겠어.”
그 말과 함께 카이더스의 육체에서 검붉은 기운이 솟구쳤다.
마치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흉포한 기운에 로이스는 이를 악물었다.
‘남은 동력은 70%’
과한 움직임으로 그 짧은 시간 마나가 많이 소비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차오르겠지만, 그보다 소비되는 마나가 더 많으리라.
‘최대한 버티면서 여길 빠져나가는 게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로터스의 역할이 중요했다.
[바로터스 원로님!] [하고 있다! 재촉하지 마라!]살짝 떨려 오는 바로터스의 목소리에서 그도 이번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산드라 원로님, 시간 역행 같은 거는 못 하십니까? 예전에 누가 그랬는데, 시간 속성이 제로급이면 시간 역행도 하고 그런다고……. 가능하시면 여기 갇히기 전으로 되돌려 주시면 안 됩니까?] [대체 누가 그런 헛소문을 퍼뜨린 거냐?] [할아버지가요.] [망할 영감탱이 같으니. 헛소리도 정도껏 헛소리를 지껄였어야지. 그런 게 가능했으면 진즉에 했다!]어이없다는 산드라의 이야기에 로이스가 살짝 한숨을 담아 말했다.
[그럼 예지라도 멈추지 말아 주세요.] [노력해 보마.]산드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미래를 엿보는 일.
역천의 행위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벌써 하트가 삐걱거리고 있었지만, 지금은 해야 할 때였다.
그때 들려온 카이더스의 목소리.
“제로의 경지란 무릇 신의 영역에 살짝 발을 걸치는 일이다.”
난데없는 이야기에 로이스는 무슨 꿍꿍이냐는 눈빛으로 그를 노려봤다.
“한 가지의 속성이 제로급에 올랐을 때, 세계의 법칙에 간섭할 수 있게 되지.”
그 말과 함께 카이더스의 육체를 중심으로 왼쪽에 어둠이 일렁였고, 오른쪽에 빛이 존재했다.
빛과 어둠.
서로 공존할 수 없는 존재.
하지만 간섭력이 부여된 빛과 어둠은 한 공간에 머물렀다.
“그런데 말이다.”
카이더스의 주변의 빛과 어둠이 꿀렁이기 시작했다.
“만일 두 가지의 속성이 제로급에 도달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느냐?”
그 물음에 답을 할 존재는 없었다.
수천 년을 살아온 원로들도.
4속성을 지니고 태어났다 하는 로이스도.
아직은 1속성의 제로급이었으니 말이다.
자신을 향한 3쌍의 의문 어린 시선에 카이더스가 웃으며 말했다.
“바로 세계의 법칙을 조작할 수 있게 되지.”
마치 교육을 하는 듯 상냥한 말투였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카이더스를 중심으로 나뉘었던 빛과 어둠이 서서히 섞여들기 시작했다.
“……?!”
빛과 어둠.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두 가지 성질이 공존을 넘어 한데 섞이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그 순간.
삐이이-.
다시금 들려온 이명.
그와 함께 하나의 장면이 로이스의 뇌리를 스쳤다.
[뚫었다! 연결하마!]마침내 구멍을 뚫어 냈다며 기뻐하는 바로터스.
그의 발밑에서 열린 외부로 나가는 통로.
이어서 바로터스의 머리 위에 떠 오른 검은 태양과.
-크아아악!
이글거리는 검은빛에 노출되자마자 타오르는 바로터스.
그리고 그가 만든 비상 통로까지 집어삼켜지는 모습까지.
다시금 몰아친 예지에 로이스는 곧장 행동했다.
안 그래도 혹사당한 초월기의 동력장치가 다시금 빛을 뿜어냈다.
[뚫었다! 연결하마!]다중 메시지 회선을 타고 울리는 바로터스의 목소리.
그와 함께 그의 발밑에 연결 통로가 뚫렸다.
동시에 바로터스의 머리 위에 도착한 로이스가 모든 것을 동원해 마나의 벽을 쳤다.
그리고 쏟아지는 검은 태양의 빛.
츠즈즈즉-.
검은빛을 막아 내는 로이스는 피가 나도록 이를 악물었다.
‘젠장, 뭐 이딴 게 다 있어?!’
어둠의 성질은 무엇이든 잠식하는 것.
반면 빛의 성질은 모든 것을 비춘다.
세상을 비추는 빛은 때때로 강한 파괴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반사되는 성질을 이용해 막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검은 태양은 달랐다.
누가 봐도 빛의 속성이 지닌 파괴의 성질이 마치 어둠처럼 잠식해 들었다.
치이익-.
로이스가 이를 악물고 만들어 낸 마나의 방벽이 검은빛이 만든 열기에 비명을 내질렀다.
이대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여긴 로이스가 외쳤다.
[바로터스 원로님! 빠져나가요!] [무, 무슨 소리냐! 나갈 거면 네가 나가야…….] [시간 없어요! 당장 여길 빠져나가서 은화성에 전해요!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하, 하지만!] [나가요!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요!]로이스의 말처럼 간신히 뚫은 연결 통로는 다시금 줄어들고 있었다.
최악의 상황.
그리고 바로터스의 판단이 빨랐다.
[살아 있거라… 반드시 되돌아오마!]그 말을 남기고 바로터스가 곧장 외부 통로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0.1초의 차이로 통로가 닫혔다.
‘다행이다.’
그 모습에 안도했던 것도 잠시.
치이익-.
잠시 버티던 마나의 벽이 빠르게 증발했다.
‘이런?!’
금방이라도 검은빛에 의해 집어삼켜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그때였다.
[아이야… 너는 할 일이 많단다.]로이스는 자신의 주변으로 산뜻한 바람이 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바람이 되어 끼어든 실비오가 로이스의 몸을 밀어냈다.
퍽-.
수십 미터까지 튕겨 나간 로이스를 대신해 그를 밀쳐 내고 검은빛을 떠맡은 실비오.
“원로님!”
“실비오!”
그녀는 아주 잠시 잠깐, 검은빛에 대항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꼭 살아남거라.]짧은 메시지를 남긴 실비오의 육신이 검은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스스스스-.
검은빛이 사라진 곳에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
“…….”
산드라와 로이스는 망연자실한 얼굴을 했다.
“아쉽겠구나. 네놈이 도망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텐데.”
웃음기 담긴 목소리.
또한, 놈의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마치 다 잡은 사냥감을 보는 듯한 시선에 로이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 새끼가!’
삑- 삑-.
초월기의 동력이 떨어졌다는 비상음이 계속해서 울렸다.
암담한 상황이었다.
초월기의 동력은 떨어졌고, 전력이었던 실비오는 죽었다.
남은 것이라고는 자신과 산드라뿐.
더군다나 조금 전 일격으로 인해 로이스는 깨달았다.
자신의 능력으로 카이더스에 대적하기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어쩌지…….’
로이스가 다시금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들려온 목소리.
[로이스.]짧은 부름이 끝나기 무섭게 느려지는 세상.
‘……?!’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서서히 커지는 로이스의 동공.
그의 시야에 결연한 표정으로 미소 짓고 있는 산드라의 모습이 담겼다.
[…도박을 한번 해 보자꾸나.]그와 함께 산드라의 근원이 로이스에게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