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294)
294화. 철수88 (2)
“찾으셨다고요?”
“어?!”
통화를 끊고 준비를 하던 박동식과 곽양철은 난데없이 문을 열고 들어온 로이스를 보고 당황했다.
“그, 금방 오셨네요?”
“이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지나가던 중이라…….”
“그, 그러시군요.”
동식흥신소가 위치한 상가의 층수는 4층.
엘리베이터도 없었기에 걸어서 올라와야 했다.
그런데 통화를 끊고 걸린 시간은 길어야 1분 남짓.
‘아무리 근처를 지나가는 중이었다고 해도… 4층을 올라오는 데 1분이 안 걸렸다고?’
무언가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어차피 그게 중요한 거는 아니었다.
박동식이 간사한 미소를 지으며 로이스를 맞아 줬다.
“아이고,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디죠?”
“함께 이동하시죠. 저희가 이미 사전 답사까지 끝내 놓았습니다.”
“빠르시네요.”
그 말에 곽양철 불쑥 끼어들었다.
“저희 형님이 다른 거는 몰라도 사람 찾는 거는 대한민국 넘버원입니다. 만약 다른 곳에 안 들르고 바로 저희한테 오셨으면 초저녁에 찾아서 연락드렸을 겁니다!”
부하 직원의 추켜세움에 박동식의 어깨가 으쓱거리며 살짝 올라갔다.
“커흠, 거 새끼, 넘버원은 무슨… 사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원래 제 위로 남바원투가 있었는데 다 뒈져 뿔고 제가 남바원이 됐다 아닙니까!”
“…….”
“…재미없으셨습니까?”
“네.”
“죄송합니다. 가, 가시지요, 밖에 차 있습니다. 양철이, 문단속하고 나와라!”
“네!”
민망함에 박동식이 후다닥 밖으로 나섰다.
잠시 뒤.
곽양철이 운전하는 차 안.
박동식은 수첩을 들여다보며 자신들이 알아 온 정보를 읊었다.
“이름 왕철수, 88년생. 올해로 34세. 학력은 고등학교 중퇴. 현재 거주하는 곳은 경기도 가평으로 파악됐습니다.”
“왕철수라…….”
로이스는 피식거렸다.
본명이 철수에 88년생이었다니.
설마가 역시나였다.
“그리고요?”
“고등학교 재학 시절 심한 따돌림을 당했고, 그로 인해 정신 상담도 받은 기록이 있습니다. 이후 히키코모리로 몇 년을 살다가 양친 모두 교통사고로 여읜 후로 외부 활동을 일절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다른 친인척은요?”
“어머니는 고아였고, 아버지 쪽에 고모가 둘 있는데 두 사람 모두 왕철수와는 인연을 끊은 듯 보입니다.”
“…….”
“이후 드러난 외부 흔적은 말씀하신 개인 블로그가 전부이지만, 그것도 2년 전쯤 폐쇄해서 남은 흔적은 없었습니다. 저희도 그거 때문에 찾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그런 것치고는 상당히 빨리 찾으셨네요.”
“하하, 저희 흥신소가 불륜 조사보다는 사람 찾는 데 특화되어 있어서… 이번에 제대로 실력 발휘 좀 했습니다. 저 그런데…….”
우물쭈물하는 박동식.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눈치챈 로이스가 말했다.
“만약 그 사람이 제가 찾는 사람이 맞다면, 의뢰비는 확실하게 지급할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하, 물론 고객님을 믿지요! 다만 저희가 이번 일을 처리하느라 이곳저곳 약을 좀 쳐서… 선수금을 다 까먹어서…….”
그 말에 로이스는 주머니에서 금괴 두 개를 꺼내 박동식에게 건넸다.
“야근수당에 추가 특별수당입니다.”
“아이고! 뭘 이런 걸 다! 감사합니다!”
박동식은 뒷좌석을 향해 연신 고개를 굽신거렸다.
막 그렇게 금괴가 넘어가려는 찰나, 로이스가 이를 잡고 놓아 주지 않았다.
의아한 눈빛의 박동식을 보며 로이스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다만, 좀 빨리 가죠. 제가 이래저래 급해서…….”
“양철아, 뭐 하냐! 밟아라!”
“넵, 형님!”
부아아앙-.
거친 엔진음과 함께 빠른 속도로 도로를 질주하는 SUV 차량.
그와 함께 마침내 금괴가 박동식의 손으로 넘어갔다.
* * *
서울에서 가평까지.
한 시간 반 거리를 불과 50분 남짓으로 주파해 버린 곽양철.
그들은 오래된 단독주택 앞에 도착해 있었다.
“여깁니다.”
“…여기라고요?”
로이스의 눈에 미심쩍은 기운이 감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 앞에 있는 단독주택은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달이 밝은 밤.
회색의 담벼락과 듬성듬성 페인트칠이 벗겨진 철문.
꽤 오랜 시간 관리가 없었던 것이 역력하게 드러남은 물론이요, 무언가 스산한 분위기까지 느껴졌다.
그런 로이스의 반응을 예상했기라도 하듯 박동식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일단 겉보기는 좀 그렇지만… 사람이 살긴 하나 봅니다. 인근에 작은 마트가 하나 있는데 그 주인 말로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나와서 담배랑 이것저것을 사 간다고 합니다.”
“흠…….”
박동식의 말에 로이스는 기감을 펼쳤다.
그러자 그의 말처럼 집 안에서 사람의 기운이 느껴졌다.
로이스는 철문 앞으로 걸어갔다.
안쪽에서 잠금장치가 걸린 문.
이를 본 곽양철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추가 요금만 주신다면 조용히 들어가실 수 있게 문을 열어 드리죠. 형님이 사람 찾는 데 전문가라면 제가 이쪽으로 전국 넘버원이죠! 물론 무단침입에 대한 거는 고객님께서 알아서 잘…….”
곽양철이 뭐라 뭐라 떠드는 사이 로이스가 철문을 밀었다.
그리고.
빠각-.
작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철문이 열렸다.
“……?!”
곽양철은 열린 철문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문 안쪽에서 녹슨 걸쇠가 덜렁거렸다.
이를 본 곽양철이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
“거, 걸쇠가 녹슬었었나 봅니다. 한 번에 열리다니.”
하지만 그 말을 들어 줘야 할 로이스는 이미 철문을 지나친 뒤였다.
거침없이 마당으로 들어선 로이스는 주변을 살폈다.
오랫동안 관리가 안 된 듯 무성하게 자라난 잡초.
그리고 그 가운데 쓰레기를 태운 듯한 흔적.
이를 무시하고 지나친 로이스는 주택 출입문 앞에 섰다.
이제는 진짜 자신이 나서야겠다고 여긴 곽양철이 품에서 몇몇 도구를 꺼내며 작게 속삭였다.
“이건 쉽네요. 도어락도 아니고 그냥 열쇠 방식이라 맡겨만 주신다면 5분 안에…….”
이번에도 곽양철의 말이 끝나기 전에 로이스가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빠각-.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손잡이가 덩그러니 뽑혀 나왔다.
동시에 슬며시 열리는 문.
“어……?”
곽양철이 놀라 굳어 버린 사이 로이스는 또다시 그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자 그를 가장 처음 반겨 준 건 코를 찌르는 악취였다.
흔히 말하는 홀아비 냄새.
썩은 하수구 냄새.
그리고 땀내와 쉰내까지.
도무지 정상적인 사람이 살아가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을 공간이었다.
다만 그래도 사람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싱크대에는 음식물 찌꺼기가 덕지덕지 묻은 그릇이 잔뜩 쌓여 있었다.
이를 힐끗거린 로이스는 천천히 걸어갔다.
불조차 켜지 않아 어두운 실내.
로이스의 걸음걸이는 거침없었다.
그는 어느덧 어느 방 앞에 서 있었다.
‘여기네.’
사람의 기운이 느껴지는 장소는 이곳뿐이었다.
로이스는 거침없이 방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들어온 광경.
달칵달칵-.
유일하게 빛이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움직이는 마른 사내.
덥수룩한 수염과 기름으로 엉겨 붙은 머리.
모니터 앞 재떨이에 쌓인 담배가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 생활에 찌들어 있었는지 알게 해 줬다.
벌컥-.
“어……?!”
폐인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로이스가 불을 켜자 다급히 눈을 가렸다.
“뭐, 뭐야?!”
“왕철수.”
나직한 목소리가 방 안에 울리고, 사내가 팔을 내렸다.
살짝 인상을 찡그린 그가 버럭 소리쳤다.
“너, 뭐야?!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귀에 익은 목소리에 로이스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누군데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와! 경찰 부르기 전에 당장 안 꺼져!”
그는 책상 옆에 놓인 커터 칼을 잡아 로이스를 향해 겨눴다.
“죽여 버리기 전에 꺼지라고!”
“철수88.”
발광하던 사내가 나직한 로이스의 목소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제야 무언가 이상함을 알아차린 왕철수가 로이스를 빤히 바라보았다.
잠시간의 정적이 감돌고.
“……?!”
놈이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너, 너?! 네, 네가 어떻게?! 마, 말도 안 돼! 이런 게 어떻게… 그럴 리가…….”
이로써 확실해졌다.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을 알아본 놈의 태도.
거기다 횡설수설 당황해하는 모습까지.
그 모든 게 저 스스로 철수88임을 증명하는 꼴이었다.
그를 향해 로이스가 환한 미소를 보냈다.
“시발아… 정말 눈물 나게 반갑다.”
“그, 그럴 리 없어… 어떻게?”
우둑- 우둑-.
로이스는 손을 꺾으며 왕철수를 향해 걸어갔다.
“오, 오지 마!”
커터 칼을 휘두르며 뒤로 물러나는 놈을 보며 로이스의 미소가 더욱더 짙어졌다.
너무나도 예쁜 살인 미소였다.
“내가 말이지, 정말 너랑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 그런데 그전에…….”
“오, 오, 오, 오지 말라고!”
“…일단 좀 맞자.”
우둑-.
로이스의 주먹이 옹골차게 말렸다.
* * *
로이스가 들어간 안으로 들어간 후.
덩그러니 뽑힌 문고리에 박동식과 곽양철은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것도 녹슬었나?”
“아무리 녹슬었다고 문고리가 이리 쉽게 빠집니까?”
“빠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랬다면 저 같은 기술자는 굶어 죽겠죠. 그건 그렇고… 저대로 두실 겁니까?”
곽양철이 로이스가 들어간 문 안을 흘낏거렸다.
“신경 꺼라. 우리야 사람 찾아 주고 돈만 받으면 되는 거니까. 이 이상 끼어들…….”
박동식이 곽양철에게 훈계를 하고 있을 때.
끄아아아악-.
귀곡성 같은 비명이 울렸다.
안 그래도 스산해 보이는 집에 끔찍한 소리까지 더해지니 등 뒤로 오스스 소름이 돋아 올랐다.
뀌에에엑-.
그리고 연이어진 돼지 멱따는 소리.
두 사람은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이후 둘의 시선이 마주쳤고.
“차, 차로 갈까요?”
“그, 그러는 게 좋겠다.”
두 사람은 살그머니 문에서 멀어졌다.
그렇게 살금살금 뒤돌아 나가려는 찰나.
“거기 두 분.”
난데없이 들려온 목소리에 둘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서서히 고개를 돌린 둘은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푸른 달빛 아래, 어두운 통로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흰머리 사내.
피 묻은 주먹을 닦으며 걸어오는 그의 보랏빛 눈동자는 너무도 기괴하고 요사스러웠다.
절로 오금이 저리고 등골이 서늘해질 지경.
그래도 그나마 살아온 세월이 있다고, 박동식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하, 하. 보, 볼일은 다 끝나신 겁니까?”
“아뇨, 아직요.”
“그, 그럼 저희는 차에 가 있을 테니…….”
“잠깐만.”
“네?”
그 말이 끝나며 로이스의 주머니에서 금괴가 연이어 튀어나왔다.
이를 건네며 로이스가 미소 지었다.
“제가 찾는 사람이 맞더군요. 의뢰비와 특별수당입니다.”
“가, 감사합니다!”
박동식은 금괴를 후다닥 받아 들었다.
이 정도 양의 금괴가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의아해할 만도 했지만, 그들에게는 그럴 정신이 없었다.
“저… 저희는 차에 가 있겠습니다.”
“아뇨,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아직 여기에 볼일이 남았으니 두 분은 그만 서울로 가세요. 전 알아서 갈 테니까.”
“그,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러세요.”
가도 된다는 말에 두 사람이 화색을 지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 그럼 저희는 이만!”
“가, 감사합니다!”
둘은 로이스가 다시 붙잡을세라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차로 뛰어갔다.
그들이 사라지자 로이스도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아직 다 끝내지 않은 타작질을 이어 가기 위함이었다.
한편, 차 안에 들어온 두 사람.
그들은 식은땀을 훔쳤다.
“뭔, 눈깔에 살기가…….”
“형님… 보셨습니까? 그 금괴… 주머니에서 나온 거? 그게 어떻게 주머니에서 나옵니까?!”
“어? 그러고 보니?!”
“…사람일까요?”
“…….”
“아, 아니면 귀신? 도깨비?”
곽양철의 물음에 박동식도 쉬이 답하지 못했다.
그때였다.
끄아아악-.
어둠 속에 미미하게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
이에 몸을 부르르 떤 박동식이 외쳤다.
“뭐, 뭐 하냐 인마! 당장 출발 안 하고!”
“가, 갑니다!”
겁에 질린 곽양철이 다급히 엑셀을 밟았다.
부아앙-.
꾸에에엑-.
달빛조차 피로 물든 밤.
끔찍한 비명은 밤새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