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298)
298화. 그가 없는 사이 (3)
나비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났다.
하악-.
그런 나비의 반응이 있고 난 뒤,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엄청난 눈이 쏟아지며 강풍이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이건…?!”
“……?!”
놀란 켄드릭과 타니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난 6년간 지겹게 보았기에 이와 같은 현상이 무얼 의미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들려오는 북소리.
두웅- 두웅-.
두어 번 길게 울리던 북소리가 갑자기 빨라졌다.
둥둥둥둥-.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각.
다시금 울리는 경고의 북소리에 방벽 안이 분주해졌다.
“뭐, 뭐야?! 또?!”
“비상!”
“중상자를 제외한 병사들은 모두 전투태세를 갖춰라!”
“빨리빨리 움직여!”
여기저기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황하기는 타니아와 켄드릭도 마찬가지였다.
“어째서… 벌써?”
하루에 2번의 습격이 있던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보통은 한 번의 습격이 있고 난 뒤, 짧아야 하루 이틀 후 습격이 이어졌으니 말이다.
‘무언가 변화가 생겼다!’
물론 그 변화가 자신들에게 좋지 않은 현상임은 불 보듯 뻔했다.
크르릉-.
타니아의 품에 안겨 있던 나비가 폴짝 뛰어내려 털을 곤두세웠다.
“나비?”
경지로 따지면 켄드릭과 타니아가 더 높지만, 나비에게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본능이 있었다.
적을 감지하는 능력만큼은 불꽃 남매도 나비를 따라가지 못했다.
더군다나 어지간한 마물로는 위협을 느끼지 않는 나비였기에 두 사람도 덩달아 긴장했다.
둘은 나비가 노려보는 방향을 응시했다.
휘오옥-.
서서히 멎는 눈발.
그 사이로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그리고.
“……?!”
사라졌다.
동시에 타니아와 켄드릭의 본능이 경종을 울렸다.
당장 도망치라고.
어서 그 자리에서 벗어나라고.
이에 불꽃 남매가 몸을 던졌다.
그리고 그 판단이 둘의 목숨을 살렸다.
콰아앙-.
그들이 있던 자리에 폭탄이 떨어진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강한 충격에 흙과 눈이 비산하고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났다.
찌릿찌릿-.
불꽃 남매는 피부로 느껴지는 기세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그들은 볼 수 있었다.
자신들이 있던 자리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마물을.
‘…왈도?’
그건 분명 언뜻 보기에 왈도의 형체를 가진 괴물이었지만, 다른 놈이기도 했다.
일반적인 왈도보다 2배는 큰 6m의 신장.
3쌍이 아닌 4쌍의 팔.
더욱이 마치 왕관처럼 머리를 빙- 둘러 자라난 뿔까지.
놈을 보는 순간 불꽃 남매는 직감했다.
어쩌면 놈과의 싸움에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그리 생각한 순간 거대 왈도가 움직였다.
펑-.
북 터지는 소리에 이어 놈의 형체가 사라졌다.
육안으로 따라잡기 힘든 속도.
그때 놈을 따라잡은 은빛 섬광이 있었으니.
크허헝-.
어느새 본체로 돌아간 나비가 거대 왈도를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지난 세월 무수히 많은 마물을 때려잡은 공격이었다.
하지만 거대 왈도는 달랐다.
콰득-.
놈을 나비의 앞발을 그대로 낚아채더니 그대로 몸을 비틀어 던져 버렸다.
수훙- 쾅!
어마무시한 속도로 날아간 나비가 성벽에 부딪혔다.
이를 본 불꽃 남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빨라!’
‘지능적인 놈이다!’
일반적인 왈도보다 빠르고 힘도 강했다.
더욱이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이는 놈이 체계적인 체술을 알고 있다는 소리.
-크륵!
나비를 날려 버린 거대 왈도는 목표를 바꿨다.
이번에 정해진 놈의 목표는 타니아.
츠팟!
순식간에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거대 왈도의 손을 보고 타니아는 빠르게 주먹을 날렸다.
투곽-.
두 개의 하얀 주먹과 8개의 검은 주먹이 허공에서 빠르게 맞부딪혔다.
묵직한 충격파가 주변으로 뻗어 나갔다.
투다다다-.
놈과 공수를 교환하던 타니아.
8개를 주먹을 쳐 내느라 진땀을 빼고 있던 그녀의 옆구리로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큭!”
돌발 상황에 팔을 빼기에는 정면에서 날아드는 8개의 주먹이 너무도 위협적이었다.
타니아 황급히 마나를 돌려 측면을 보호했다.
쾅!
“크헉!”
옆구리를 가격당한 타니아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그런 그녀를 보며 거대 왈도가 날카로운 이를 씨익 드러내며 웃었다.
마치 다 잡은 먹이를 바라보는 눈빛.
타니아의 몸이 잠시 비틀거린 틈을 타 다시금 빠르게 공격을 날리려는 찰나.
샥-.
수십 발의 푸른 화살이 거대 왈도를 향해 쏟아졌다.
인상을 찡그린 녀석이 화살을 쳐 내는 사이 타니아는 놈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그렇게 놈과 거리를 벌린 타니아.
“스읍…….”
거친 호흡을 정리하는 그녀는 난데없이 날아든 공격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살랑- 살랑-.
‘꼬리…….’
그건 다름 아닌 꼬리였다.
일반적인 왈도에게는 없는 꼬리.
또한 놈이 처음 나타났을 때는 허리에 감겨 있었기 때문에 미처 꼬리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
‘…방심했어.’
이를 악문 타니아의 옆으로 켄드릭이 빠르게 다가왔다.
“괜찮아?”
“…갈비뼈가 나갔어.”
그나마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었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마나를 돌리지 않았다면 갈비뼈가 아니라 상체가 날아갔으리라.
그사이 성벽에서 제롬이 날리는 화살을 쳐 내던 거대 왈도는 와락 인상을 쓰며 괴성을 내질렀다.
-크워어어어어어!
쩌렁쩌랑한 울림에 섞인 마기가 성벽을 강타했다.
이에 노출된 다수의 병사가 풀썩풀썩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불꽃 남매의 얼굴이 굳어졌다.
“왈도는 왈도인데… 왕인 건가?”
“왈도킹이라고 부르면 되겠네.”
불꽃 남매는 자세를 잡고 왈도킹이라 이름 붙인 괴물을 노려보았다.
놈도 불꽃 남매를 보며 씨익 미소 지었다.
그 순간.
두두두두둥-.
난타하는 듯한 북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왈도킹의 등 뒤로 드러난 검은 물결.
불꽃 남매의 낯빛이 굳어졌다.
‘설마……?!’
‘저게 전부?!’
거대 왈도의 뒤, 마해로 쏟아지는 검은 물결은 역시나 마물들이었다.
문제는 그 수에 있었다.
몇 시간 전 있었던 1, 2차 습격에 동원된 마물을 전부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수.
족히 그 두 배는 되어 보였다.
더군다나 마물의 선두에는 다섯 마리의 왈도가 서 있었다.
한 마리의 왈도에 의해 쓰러진 초월기만 수십 기.
“이 새끼들 작정했네.”
“갑자기 뭔가 이상하다 했더니… 저놈 짓인가 보네.”
불꽃 남매는 1, 2차의 습격, 그리고 시간을 두고 이뤄진 3차 습격이 바로 왈도킹의 계획임을 직감했다.
쿵-쿵-.
그렇게 불꽃 남매가 왈도킹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경계를 하는 사이 성문이 열리며 초월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곧장 진열을 갖춘 초월기들.
하지만 그 수는 일전과 비교하면 많이 차이가 났다.
1, 2차 습격으로 인해 입은 피해 때문이었다.
이는 병사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죽거나 중상으로 빠진 병사가 상당했고, 그나마 대열에 합류한 병사들도 작은 부상 한두 개씩은 달고 있었다.
그리고 더욱 큰 문제는 바로 피로도였다.
성벽 위에 자리한 병사들의 얼굴에 절망감이 드리웠다.
그사이 소식을 듣고 망루 위로 올라온 로칸 7세.
“저, 전하!”
그는 새까맣게 깔린 마물들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전신의 교단과 제국… 아니, 겨울 대륙 모든 곳에 지원을 요청해라.”
지금껏 대방벽에서 외부에 지원을 요청한 일은 없었다.
때문에 겨울 대륙의 사람들은 대방벽이 절대 뚫리지 않는 최강의 방패라 여겼다.
실제로 대방벽은 그 이명에 걸맞은 활약을 해 왔다.
한데, 대방벽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이 지원을 요청했다는 것은 상황을 최악으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었다.
국왕의 명령에 장군 중 한 명이 곧장 지원 요청을 위해 움직였고, 로칸 7세는 검을 움켜쥐었다.
“지원이 올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버틴다. 절대… 절대 뚫리면 안 된다.”
백치 산맥이 마해와의 경계에 세워진 담장 역할을 해 준다면 대방벽은 대문과도 같았다.
만약 이대로 대방벽이 뚫린다면 수많은 불청객이 그대로 열린 문을 통해 겨울 대륙으로 뻗어 나가리라.
더욱이 대방벽의 바로 옆에는 칸부르크 왕국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가족.
누군가에게는 친구.
그리고 로칸 7세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할 백성들.
따라서 무슨 일이 있어도,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곳을 사수해야 했다.
“성광포는?”
로칸 7세의 물음에 어느새 옆으로 온 엘비스가 답했다.
“충전 중입니다. 하지만 6시간 뒤에야 사용이 가능할 듯싶습니다.”
“운용 가능한 초월기는 예비라도 좋으니 모두 투입하게.”
“이미 그리 조치했습니다.”
“그런데도 저것밖에 안 된다는 건가?”
“이미 상당수가 전투가 끝난 뒤 수리에 들어간 상태였습니다. 지금 급히 수리를 마무리 짓고는 있지만… 당장 쓸 수 있는 초월기는 절반 정도입니다.”
“…….”
“아무래도 마물들이 일부러 이 시간을 노린 듯싶습니다.”
로칸 7세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큰일이구나.’
상황이 너무 좋지 못했다.
사용 불가능한 성광포.
절반 정도밖에 운용할 수 없는 초월기.
거기에 지친 병사까지.
‘지금 믿을 수 있는 건… 저들뿐인가.’
로칸 7세의 시선이 초월기의 선두에서 거대한 왈도와 대치 중인 불꽃 남매를 향했다.
그리고 대치 상태가 지루했음일까?
왈도킹의 신형이 사라지며 전투가 재개됐다.
쾅!
한 괴물과 두 사람이 충돌하며 폭음과 함께 화염이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한쪽 성벽에서는 하얀 활을 든 제롬이 계속해서 화살을 날려 불꽃 남매에게 틈을 만들어 주었다.
또한 엘비스는 지휘부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르며 자신이 알고 있는 최고의 방진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불꽃 남매는 쉽사리 왈도킹을 제압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밀리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크아아악!
키에에엑!
마물 군단이 들이닥쳤다.
그들의 선두에 있는 것은 다섯 마리의 왈도.
크허헝-.
그 순간 한쪽 성벽에서 빛과 뇌전이 치솟으며 라비나를 태운 광뇌호가 왈도들의 앞을 막아섰다.
라비나의 서포트를 받은 광뇌호는 일순간이나마 광룡과 맞붙을 수 있는 존재.
한데, 그런 사실을 알기라도 하듯 왈도들은 나비를 지나쳤다.
그리고는 뿔뿔이 흩어져 초월기를 쓰러뜨렸다.
덕분에 초월기의 방진이 뚫리며 마물들이 성벽으로 접근했다.
크허헝!
화가 난 나비가 왈도의 뒤를 쫓았지만, 놈들은 영악하게 정면 싸움을 피하며 오로지 초월기의 파괴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모두가 분투를 하고 있음에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마물들이 방벽 위로 올라가지 못했다는 것.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병사들 덕분이었다.
그렇게 처절한 전투가 이어지던 중.
콰아아아아아아-.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으며 왈도킹과 불꽃 남매가 또 한 번 떨어졌다.
“큭!”
“허억.”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불꽃 남매의 몰골은 처참했다.
산발한 머리, 찢긴 피부의 상처.
입가로 흘러내리는 피.
그들이 입은 갑옷은 이미 제구실을 하지 못하게 된 지 오래였다.
도무지 단시간 벌인 전투로 입은 피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
반면, 왈도킹은 다소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불꽃 남매에 비하면 매우 양호했다.
물론 그렇다고 왈도킹이 유리한 상황이란 것은 아니었다.
-크륵!
왈도킹도 이전과는 달리 쉽사리 불꽃 남매에게 달려들지 못하고 틈을 노렸다.
대치 중인 그들의 주변으로 형성된 거대한 원형 공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과는 달리 그들의 주변은 너무도 한적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싸움은 일반적인 존재가 끼어들 만한 것이 아니었다.
“후우…….”
켄드릭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목숨을 걸어야겠다.”
“…동감.”
타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왈도킹의 발을 묶었다고는 하지만, 여기서 싸움이 길어지면 전투에서는 승리해도 전쟁에서는 패배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겨울 대륙은 혼란으로 물들 것이다.
지금은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최대한 빨리 왈도킹과의 전투를 끝내고 전쟁에 합류해야 할 때였다.
그그그긍-.
그런 결심을 하기 무섭게 불꽃 남매의 전신에서 무시무시한 기세가 솟구쳤다.
-크르르르…….
왈도킹 역시 긴장된 눈으로 자세를 낮췄고, 놈의 발끝에서부터 검은 마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구르르릉-.
그들이 뿜어내는 기세가 맞부딪히며 굉음을 만들어 냈다.
쿠그그-.
점점 더해지는 기세.
그들이 자리한 원형 공간은 가득 찬 두 종류의 기운으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되었다.
이에 성벽으로 달려들던 마물들이 전진을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크어어엉!
-캉!
왈도킹의 뒤쪽으로 물러난 마물들의 앞 열에는 가슴을 두드리는 왈도들이 있었다.
-카루루!
-카로!
마치 왕의 싸움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듯한 모습.
덕분에 전쟁은 일시적인 휴전 상태에 들어갔고, 한숨 돌리게 된 병사들은 긴장된 눈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꿀꺽-.
지켜보는 이들 모두 직감했다.
저 전투의 결과에 따라 이번 전쟁의 승패가, 나아가 겨울 대륙의 운명이 결정되리란 것을.
-크루루루!
-크헝헝!
마물들이 왈도킹의 뒤에서 괴성을 내지르며 응원했고, 병사들은 제발 검성과 권성이 승리해 주길 간절히 빌었다.
그사이 정점에 달한 왈도킹과 불꽃 남매의 기세.
그들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적의 목을 단번에 날릴 기회를 노렸다.
‘이번 일격에… 모든 게 결정된다!’
‘여기서 놈을 죽인다.’
스으으-.
스산하게 부는 겨울의 칼바람 속.
모두가 숨죽이고 이를 지켜볼 때.
“끄아앙악… 딸꾹! 끼에에엑… 딸꾹! 딸꾹… 꾸에에에!”
어디서 괴상한 비명이 들려왔다.
거기에 짜증이 가득 담긴 말소리까지.
“비명을 지르든 딸꾹질을 하든 둘 중 하나만 해, 새꺄!”
잠시 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적막이 감돌았기에 그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리고.
탁-.
하늘에서 두 개의 인영이 떨어져 내렸다.
멀쩡히 두 다리로 선 백발 사내와 그에게 뒷덜미가 잡혀 축 늘어진 흑발 사내.
뒷덜미가 잡힌 흑발 사내는 입에서 질질 게거품을 흘리며 기절한 상태였다.
“저, 저!”
“이런!”
병사들은 질겁했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이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그들이 떨어진 자리가 하필 왈도킹과 불꽃 남매의 사이라는 것이었다.
지켜보는 이들 모두가 놀란 순간.
“아…….”
“어……?”
타니아와 켄드릭은 묘하게 낯익은 사내의 뒷모습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 탓에 한껏 피워 올린 기세가 누그러졌다.
그리고 이로 인해 빈틈이 만들어졌고.
-크륵?!
왈도킹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정면으로 질주했다.
바로 앞에 괴상한 놈이 끼어들기는 했지만, 왈도킹은 개의치 않았다.
저깟 인간 정도는 그저 가볍게 치워 버리면 그만.
음속을 돌파한 왈도킹이 백발 인간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화강암조차 쿠키처럼 으스러뜨리는 주먹이었다.
눈앞의 연약한 인간은 순식간에 곤죽이 되리라.
하지만 놈은 몰랐다.
자신이 연약한 인간이라 여긴 이가 결코 연약한 존재가 아니란 것을.
또한 인간이 아니란 것을.
왈도킹과 백발 사내의 거리가 1m 남짓으로 줄어들었을 무렵.
-크륵?
음속으로 이동하던 왈도킹은 모든 게 느려지는 기괴한 경험을 했다.
심지어 육체는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게 아닌가.
-크르륵?!
왈도킹은 몸을 움직여 보려 했지만, 느려진 시간 속에 묶인 육신은 자신의 의지를 벗어나 있었다.
고개조차 틀 수 없었기에 정면으로 마주한 자주색의 눈동자.
이를 본 순간 왈도킹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와? 이건 뭔데 이렇게 못생겼냐?”
그러고는 한 발짝 다가온 백발의 인간.
히죽거리던 그의 입꼬리가 단 한걸음 사이에 싸늘하게 변했다.
“근데… 그 더러운 면상을 지금 누구한테 들이대는 거냐?”
모든 게 느려진 시간 속.
오로지 눈앞의 존재만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혼나 볼래?”
그러고는 그가 주먹을 뻗었다.
-크륵?!
얼굴 앞으로 다가오는 주먹을 보며 왈도킹은 생각했다.
자신의 판단은 잘못됐다고.
눈앞의 존재는… 자신이 어쩌지 못할 괴물이라고.
하지만 이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 버린 뒤였다.
동시에 느려진 시간이 정상으로 되돌아갔고.
푸쾅- 콰즉!
왈도킹의 머리, 상체, 하체가 순차적으로 터져 나갔다.
그리고.
푸화아아악-.
어마무시한 마나의 기운이 부채꼴로 퍼지며 왈도킹의 뒤편에 자리했던 마물 군단을 쓸어버렸다.
“켁?!”
“컥!”
“……?!”
“…맙소사.”
달그락-.
대방벽 위에서 이를 지켜보던 병사들 중 일부는 너무 놀라 창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한편, 경악스러운 신위를 보인 존재.
그가 서서히 대방벽을 향해 몸을 돌렸다.
타니아와 켄드릭을 마주한 백발의 사내.
“흐음…….”
로이스가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입을 열었다.
“니들… 왜 그렇게 삭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