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307)
307화. 혼천검 (6)
홀린 듯 검을 바라보고 있는 로이스의 옆으로 거프가 다가왔다.
“어이, 애송이.”
걸걸한 음성에 로이스의 시선이 돌아갔다.
거프의 얼굴은 상당히 피로해 보였다.
불과 한 달 사이에 십수 년은 더 나이를 먹어 보이는 모습.
하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어느 때보다도 형형히 빛났다.
“내 할 일은 끝났다. 약속은 지켜라.”
혼천검을 벼려 낸다면.
그로 인해 카이더스를 쓰러뜨릴 수 있다면 드워프들의 피에 얽힌 굴레를 벗겨내 주겠다던 약속.
이를 상기한 로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쇼, 아저씨. 반드시 약속을 지킬 테니까. 신뢰의 드래곤 몰라?”
“이미 나와 드래곤들 사이에 신뢰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한 번 더 속는다고 해서 더 나빠질 게 없기에 네놈을 돕는 것뿐이지.”
“예이, 예이. 그러시겠죠.”
자신의 날 선 응대를 대충 흘려듣는 로이스를 보며 거프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영혼은 어찌 되었느냐?”
“아, 그거? 안 그래도 지금 열심히 뽑고 있지.”
“뽑는다? 영혼을?”
“있어, 그런 게.”
이를 설명하자면 왕철수의 존재부터 랜덤 뽑기 상자까지 전부 이야기해야 했다.
때문에 대충 얼버무린 로이스.
거프도 더는 자세히 캐묻지 않았다.
이미 자신의 역할은 끝났기 때문이다.
“알아서 해라. 나는 검을 만들어 줬으니, 그걸로 카이더스의 멱을 따든 네놈 무덤을 파든 네가 알아서 할 일이겠지. 다만 명심해라.”
“……?”
“혼천검은 일반적인 검이 아니다. 주인을 가리는 검이지. 콧대가 높은 아이이다 보니 어지간한 주인으로는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게야.”
“…….”
“또 하나, 드래곤은 녀석의 주인이 될 수 없다.”
“그건 왜?”
“드래곤의 영혼을 담는다면 용을 살해하기 위한 무기가 완성되지. 그 순간부터 혼천검이 드래곤을 거부할 거다.”
“극과 극이란 소린가? 용살 무기이기 때문에 드래곤을 거부한다?”
“그리 생각하면 될 거다.”
“명심할게.”
“잘 찾아봐라, 아마 주인이 나타나면 혼천검이 반응할 테니. 다만… 그 녀석의 기준에 부합하는 주인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 클클.”
고생 좀 해 보라는 듯한 거프의 눈빛에 로이스는 피식거렸다.
“그건 걱정 말라고. 이미 주인이 정해져 있으니까.”
원작 속 혼천검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켄드릭을 주인으로 선택했다.
사실 혼천검의 주인은 켄드릭으로 내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녀석만큼 이걸 잘 다룰 녀석도 없으니까.’
현재 켄드릭의 나이는 겨우 서른다섯.
그럼에도 인간계에서 그를 넘어설 검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비록 제로의 벽은 넘지 못했지만, 언제든지 계기만 주어지면 그 벽을 넘어 제로에 도달할 존재.
그런 녀석이 아니면 누가 혼천검의 주인이 된단 말인가.
자신만만해하는 로이스를 보며 거프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자기는 이제 쉴 거라고 툴툴거리며 지하를 빠져나가는 거프.
그가 떠나고 제네로커가 로이스의 곁으로 다가왔다.
“로이, 알려 줄 게 있다.”
사뭇 진지해 보이는 그를 보며 로이스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뭔데요?”
“마해를 둘러싼 얼음벽의 두께가 얇아지고 있어.”
“……?!”
그의 이야기에 로이스의 얼굴도 굳어졌다.
“그리고 일전에 네가 알려 준 정보를 원로회에 전했고… 결정이 내려졌다.”
“…어떤 결정요?”
“이대로 얼음벽이 완전히 깨져 버린다면 그 순간이야말로 카이더스가 가장 바라는 순간일 터.”
“…….”
“때문에 마해를 둘러싼 얼음벽이 조금 더 얇아지기 전에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드래곤들이 소집될 거다.”
“총공세인가요?”
“그래, 어차피 싸워야 한다면… 그 시기를 우리가 정하자는 게 원로들의 생각이다.”
“아…….”
로이스는 작게 탄식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해의 얼음벽이 얇아지고 있다는 건…….’
머지않아 카이더스가 다시 등장할 수도 있다는 소리.
만약 얼음벽이 완전히 깨져 나간다면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를 가뒀던 카이더스의 목적이 이뤄졌다는 뜻일지도 몰랐다.
때문에 이를 기다리기보다는 직접 맞부딪혀 카이더스를 방해하자는 게 원로들의 생각.
이는 당연한 결정이었다.
로이스가 굳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제네로커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또한, 이번 공격에서 너의 역할이 중요하다.”
“제가 선봉장입니까?”
“비록 얇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결계를 뚫기는 힘들다. 약해진 결계를 뚫을 수 있는 건… 어쩌면 너뿐이겠지.”
제네로커가 에둘러 말하고는 있지만, 로이스가 선봉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에 불과했다.
물론 로이스가 이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안 그래도 타이밍을 재고 있었는데… 원로들이 판을 깔아 주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 전 드래곤의 소집.
이들보다 강한 원군을 또 어디서 구하겠는가.
어쩌면 이번이 카이더스를 죽일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되리라.
‘질긴 악연도… 이제는 청산할 때가 됐지.’
다만 아쉬운 것은 혼천검을 완벽하게 완성하지 못했다는 것.
‘뭐,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
어쩌면 며칠 사이에 왕철수가 영혼을 뽑아 혼천검이 완성될 수도 있지 않은가.
낙담하기는 일렀다.
그리 생각을 정리한 로이스가 제네로커를 바라보았다.
“계획은 언제쯤 시작되죠?”
“이틀 뒤다.”
“…생각보다 촉박하네요.”
“그것도 우리가 준비할 게 있어서 이틀이나 걸린다는 거지, 성질 급한 네 할아버지는 당장 오늘 쳐들어가자고 난리더라.”
“하긴, 할아버지라면 그럴 만도 하죠. 아무튼, 이틀 뒤란 말이죠? 그럼 저도 준비할 게 좀 있어서…….”
그리 말하고 막 자리를 뜨려던 로이스가 멈칫하며 제네로커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아부지.”
“응?”
“아부지는 이번에 참여하시나요?”
“당연하지. 원로인 내가 어찌 빠질까.”
“하지만… 아리아나는요?”
“하이린이 맡아 주기로 했단다. 네 엄마가 깨어나기 전까지는 책임지고 맡아 준다고 하더구나.”
“쌍둥이네 아주머니가요?”
로이스가 살짝 놀란 눈을 해 보였다.
드래곤이 자식을 남에게 맡기는 일도, 남의 자식을 맡아 주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상황이 안 좋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만…….’
어두워진 로이스를 보며 제네로커가 미소 지었다.
“아들이 목숨 걸고 싸우는데 아비 된 도리로서 어떻게 구경만 하겠냐.”
“…무리하지 마세요. 아리아나도 있잖아요.”
“걱정 마라. 이 아빠, 아직 팔팔하다. 실력 안 죽었어!”
두 부자가 서로를 향해 미소 지었고, 로이스의 시선이 이번에는 쌍둥이에게 돌아갔다.
“니들도 적당히 날뛰고.”
“우리가 애냐?”
“날뛸 때 안 날뛸 때는 우리도 분간할 줄 알거든?”
발끈하여 소리치는 녀석들의 모습에 로이스는 고개를 내저었다.
‘저것들은 평생 철 안 든다에 내 전 재산 건다.’
그것만큼은 100% 확신할 수 있는 로이스였다.
그가 손을 휘휘 내저었다.
“저, 잠시 다녀올게요.”
“또 어디 가? 요즘 너무 바쁜 거 아냐?”
“어디 가긴…….”
카니의 뾰투퉁한 음성에 로이스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검 주인 찾으러 가지.”
그 말과 함께 말릴 새도 없이 로이스의 신형이 사라졌다.
* * *
대방벽으로 돌아온 로이스는 자신의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염원의 탑 일행과 파브로는 자신이 직접 데려오기까지 했다.
그렇게 로이스의 호출을 받고 모여든 이들로 거대한 막사가 가득 찼다.
염원의 탑의 그랜드 마이스터 3인방.
전신의 교단과 프렌체 제국의 대표 파브로.
대방벽의 수호자 로칸 7세.
겨울 대륙의 여러 나라를 대표하는 도미넌트 제국 황태자.
그리고 켄드릭을 중심으로 뭉친 원작의 드래곤 슬레이어 파티.
자신이 모은 일행을 훑던 로이스의 시선이 제롬에게서 잠시 멈췄다.
타니아에게 맡겼던 해신궁을 다시 어깨에 메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벨과의 문제는 잘 해결된 모양이었다.
이에 속으로 피식거린 로이스가 입을 열었다.
“해 줄 이야기가 있어서 소집했습니다.”
나직이 화두를 연 로이스는 마해와 카이더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이들은 알아야 한다.’
한 명 한 명이 주요 전력
이들이 알아야지 혹시 모를 전쟁의 장기화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긴 이야기가 끝나고,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허… 드래곤이라니, 그 생명체가 실존하는 거였다니.”
“그냥 드래곤이 아닌 그 전설에나 등장하던 용왕이라지 않소.”
로이스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마해에 웅크리고 있는 적이 드래곤이란 사실에 놀랐고.
“헛흠…….”
“흠…….”
로이스가 드래곤임을 알고 있는 이들은 침묵했다.
그때 로칸 7세가 물었다.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 거요, 교주. 무슨 생각이 있으니 우리를 모은 거겠지요?”
“기다려요.”
“기다리라?”
“곧 전쟁이 벌어질 겁니다.”
“그런?! 하면 더욱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니요?!”
“제 말이 무슨 뜻인지는 며칠 있으면 알게 될 거예요.”
그 말에 몇몇 사람들이 전혀 의중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눈치 빠른 이들, 특히 로이스가 드래곤임을 알고 있는 이들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얼굴을 굳혔다.
그 뒤로도 약간의 소란이 있었지만, 그날의 회의는 잘 마무리됐다.
그렇게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플로리아, 더글라스, 에리카, 파브로, 켄드릭, 타니아.”
로이스가 몇몇을 호명했다.
“너희는 나 좀 보자.”
지명받은 이들은 하나같이 로이스가 드래곤임을 아는 이들.
모두가 나가고 자리에 남은 이들을 보며 로이스가 입을 열었다.
“이틀 뒤, 모든 드래곤들이 소집될 거다. 카이더스와의 전쟁을 위해.”
“…….”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던 듯 남은 이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다만 타니아가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그 전쟁에… 선생님도 참여하시나요?”
“당연하지. 나 같은 유능한 드래곤이 빠질 수는 없지.”
“그럼… 저도 데려가 주세요.”
“…….”
“애초에 선생님과 함께 광룡과 싸우기 위해 따라나선 거였어요. 카이더스인가 뭔가가 광룡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선생님의 싸움이라면… 저도 참전할 거예요.”
“저, 저도입니다!”
타니아의 굳은 결의에 켄드릭도 손을 번쩍 들고 끼어들었다.
“선생님이 말리신다고 해도… 이번에는 꼭 함께할 거예요.”
“저도!”
로이스를 잃고 살았던 7년의 세월이 한이 되었던 듯, 타니아는 물러설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로이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안 말려.”
“그, 그럼?!”
“안 그래도 너희들의 조력이 필요했거든.”
그리 말하며 로이스는 가져온 혼천검을 꺼내 들었다.
투명한 검신을 지닌 괴검의 등장에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다만 검의 가치를 알아본 드워프 더글라스만이 탄식을 뜨트렸다.
“허… 대체 이런 걸 누가…….”
검의 균형과 예기.
모든 게 일반적인 상식을 넘어선 물건이었다.
완벽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또한, 검수인 만큼 좋은 검을 보는 눈이 탁월한 켄드릭은 눈을 반짝였다.
‘내 건가?’
로이스가 검을 꺼냈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주기 위함.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현재 남은 이들 중에 검을 쓰는 이는 자신뿐이었다.
‘내, 내 거겠지? 그렇지?’
마치 검이 자신의 것임을 알기라도 하듯, 엉덩이를 달싹이는 켄드릭을 보며 로이스가 피식거렸다.
‘안달 났네.’
이대로 좀 놀릴까 싶었던 로이스는 시간 낭비 할 것 없이 바로 혼천검을 넘겼다.
이에 눈을 동그랗게 뜬 켄드릭이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제, 제 겁니까?”
“그래, 네 거다.”
“정말이죠?”
“그럼, 여기서 칼 쓰는 놈이 너 말고 누구 있냐? 왜, 받기 싫어?”
“아, 아뇨! 감사합니다!”
혹여 다시 뺏길세라 켄드릭은 혼천검을 냉큼 받아 들었다.
“와우…….”
검을 받자마자 켄드릭은 탄성을 내뱉었다.
검을 쥔 순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얼마나 뛰어난 검인지를 말이다.
‘엄청난 검이다.’
좋은 검을 싫어하는 검사가 어디 있겠는가.
켄드릭의 얼굴에 화색이 돋았다.
그때였다.
“켄드릭.”
낮은 로이스의 목소리에 좌중의 이목이 쏠렸다.
“네 역할이 중요해.”
“제 역할 말입니까?”
눈을 끔뻑이는 켄드릭을 보며 로이스는 혼천검의 유례와 용도를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영혼을 품은 혼천검이 완성된다면… 넌 내가 준비한 비수(匕首)가 되어야 한다. 카이더스의 심장에 꽂힐! 그게 네 역할이다.”
“…드래곤의 영혼을 베는 검이라니.”
“할 수 있겠지?”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검의 내력에 켄드릭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런 어둠은 이내 걷혔다.
켄드릭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이에 미소 짓던 로이스의 고개가 살짝 갸우뚱해졌다.
“그런데 말야… 너, 무슨 느낌 안 오냐?”
“무슨 느낌 말입니까?”
“막 검의 목소리가 들린다든지, 아니면 진동이 생긴다든지. 대충 뭐 그런 거?”
“…전혀요.”
“흠, 그래? 이상하다. 원래 이런 건가?”
아니면 조금 늦게 신호가 오는 건가?
‘거프 말로는 분명 주인을 찾으면 검이 반응한다고 했는데?’
무언가 잘못된 게 아닌가 싶어 로이스가 팔짱을 끼고 고민에 들어갔다.
그사이 더글라스가 슬쩍 눈치를 보며 물었다.
“헛흠, 켄드릭 군?”
“왜 그러십니까?”
“그 검 좀… 보여 줄 수 있겠나?”
“검을요?”
“장인(匠人) 된 이로서 그냥 지나치기에는 그 검… 참으로 대단허이. 내게 잠시 살펴볼 기회를 주지 않겠는가?”
그 물음에 켄드릭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뭐가 어렵겠습니까?”
그러면서 검을 건네려는 찰나.
켄드릭과 더글라스의 사이에 앉아있던 타니아가 제 앞을 넘어 오가는 검날에 인상을 찡그렸다.
검집조차 없었기에 혼천검의 예기가 그대로 느껴진 것이다.
“아, 진짜 위험하게 뭐 하는 거야! 줘 봐!”
그러면서 자신이 넘겨주기 위해 검을 빼앗아 들었고 켄드릭도 별생각 없이 검을 넘겼다.
그리고.
츠츠츠츠-.
검에서 붉은 화염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엉?”
“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붉은 기운으로 인해 타니아의 머리카락이 휘날렸고, 투명한 검신 안에서 화르륵- 화염이 타올랐다.
그 난데없는 상황에 양옆에 있던 켄드릭과 더글라스가 화들짝 놀라 몸을 날렸다.
놀라기 로이스도 마찬가지.
‘어라?!’
검을 들고 어리둥절해하는 타니아를 본 순간 로이스의 머리 위로 깨달음의 번개가 내리쳤다.
‘이런 미친?! 이걸 왜 생각 못 했지?!’
원작에서 혼천검은 분명 켄드릭을 주인으로 선택한다.
그건 인간계 최강의 재능 소유자가 바로 켄드릭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근소한 차이이기는 하지만… 켄드릭보다 타니아가 더 뛰어나다!’
그건 직접 둘을 키워 본 로이스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원래는 죽었어야 할 타니아가 살아남으며 인간계 최강의 재능을 지닌 존재가 바뀌고 만 것.
다만 문제는…….
‘이런, 망할! 타니아는 권사라고!’
저 빌어먹을 혼천검이 칼이라고는 후드려 패는 용도로만 써 본 애를 주인으로 골랐다는 거다.
츠츠츠츠-.
그렇게 한동안 이어진 혼천검의 주인 간택 시간이 끝나고.
스르륵-.
치솟았던 머리카락이 내려앉은 타니아.
투명한 검신 안에 타오르는 화염에서 시선을 뗀 그녀는 로이스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뭐 잘못했나요?”
이에 로이스가 크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하아… 켄드릭.”
“네?”
“…타니아한테 검 넘겨라. 네 거 아닌가 보다.”
그 말에 여전히 타니아는 눈을 끔뻑였고.
“예?! 그, 그런?!”
눈앞에서 뺏긴 선물에 켄드릭의 얼굴에서 영혼이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