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308)
308화. 선공 (1)
예상치 못한 혼천검의 뒤통수 사건 이후.
로이스는 곧장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이틀.
가장 먼저 로이스는 왕철수를 대방벽으로 데리고 왔다.
원래 그의 감시는 쌍둥이가 맡고 있었지만, 이제 전쟁이 시작되면 쌍둥이도 그럴 시간이 없었다.
때문에 왕철수의 감시를 불꽃 남매에게 맡긴 로이스.
이후 그가 할 일은 타니아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평생 검을 휘둘러 본 적이 없는 타니아.
비록 검을 들고 흉내를 내는 것만으로도 여느 검사 못지않은 실력이었지만, 앞으로 벌어질 싸움을 생각하면 고작 그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단시간 내에 그녀의 실력을 로이스가 원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때문에 그가 타니아에게 강조한 것은 딱 하나였다.
‘넌 그냥 평소처럼 주먹으로 싸워! 다만… 마무리만 검으로 하면 되는 거야!’
이른바 ‘검은 장식일 뿐!’ 전법.
어차피 로이스가 원하는 것은 드래곤의 영혼을 베어 내는 혼천검의 능력뿐이었다.
주먹으로 패든, 검으로 후드려 패든.
결국, 나중에 카이더스의 영혼만 베어 내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네! 맡겨 주세요!’
‘아니, 그 검을 그렇게 쓸 거면 차라리 나를 달라고!’
몽둥이 휘두르듯 씩씩하게 검을 휘두르는 타니아를 보며 켄드릭이 절규한 것은 그저 지나가는 해프닝에 불과했다.
* * *
어쩌면 세상의 운명을 결정지을 전쟁이 준비되고 있었으나 정작 이를 아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진실을 알고 있는 소수의 존재를 제외한 전 세계 대다수 사람은 여느 때와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상에도 변화의 징조가 찾아 들었다.
쿠릉-.
“응?”
어느 한적한 산골 마을.
어디선가 들려온 괴상한 소리에 마을 어귀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한 청년이 시선을 멀리 던졌다.
“저긴……?”
소리가 난 곳으로 짐작되는 곳은 폭포가 자리한 곳.
마을에 인접한 계곡이자 주변 사람들에게는 식수를 제공해 주는 없어서는 안 되는 장소였다.
또한, 과거 드래곤이 살았다는 전설 때문에 노인네들에게 신성시되는 곳이기도 했다.
쿠드르륵-.
조금 전보다 더욱더 길게 들려온 소리에 산골 청년의 낯빛이 굳어졌다.
‘뭔 일 벌어진 건 아니겠지?’
재작년,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우로 인해 계곡 입구의 지반이 무너져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고생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런 게 아닐까 싶어 청년의 얼굴에 수심이 드리웠다.
‘이건 촌장님께 알려야겠네.’
그리 결심한 청년이 막 자리를 뜨려는 순간.
쿠드드드드드등-.
몸이 떨릴 정도의 진동이 청년을 강타했다.
“뭐, 뭐야?!”
푸드드-.
숲이 떨리고 놀란 새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놀란 청년이 휘청이는 몸을 바로잡은 순간이었다.
쿠워어어어!
강렬한 울부짖음이 귓가에 쩌렁쩌렁 울렸다.
다급히 귀를 틀어막은 청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모, 몬스터?!’
그것도 이 정도의 울음소리라면 대형 몬스터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이 근방에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는데?!’
자신이 마을에서 태어난 이래.
아니, 수백 년 전부터 이 근방은 몬스터가 없는 축복받은 땅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 들려온 소리는 명백히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무, 무슨 일이야!”
“지진이다!”
지진과 괴물의 울음소리에 마을 전체가 놀라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이 놀랄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푸드드득-.
이전보다 더욱 숲이 요동치며 더 많은 새들이 날아올랐다.
동시에 그 사이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떠올랐다.
“…뭐, 뭐지?!”
압도적인 크기를 지닌 생명체의 등장에 청년은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하늘로 치솟은 거대한 생명체는 이내 마을 성공을 가볍게 한 바퀴 돌고 이내 더욱 높이 떠올라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도망갈 생각도, 싸울 생각도 못 하고 그저 멍하니 거대 생명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청년.
그는 이제는 작은 점이 된 그 존재를 보며 홀린 듯 중얼거렸다.
“드… 래곤?”
하늘로 사라진 거대한 생명체.
이는 전설 속에 등장한 드래곤과 똑 닮아 있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현상은 봄, 여름, 가을, 겨울, 4개 대륙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 * *
순식간에 흘러간 이틀.
시간은 대방벽에도 공평하게 적용됐다.
그리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경계 임무를 맡은 대방벽의 병사들.
“흐아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한 어느 병사가 눈을 끔뻑이며 주변을 살폈다.
어슴푸레 새벽의 여명이 밝아 오는 시각.
경계 임무의 교대 시간이 돌아왔다.
“다음 조 언제 오냐? 아직 시간 안 됐어?”
“금방 올… 아! 왔습니다.”
피곤함에 절은 병사는 뒤쪽에서 다가오는 다른 경계조의 병사를 보고 화색을 지었다.
반대로 이제부터 근무를 서야 할 병사들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지만.
“…이상은?”
“없었지!”
“고생했다.”
“그래, 수고하라고.”
두 조의 조장들이 능숙하게 인수인계를 마쳤다.
그렇게 희희낙락 가벼운 발걸음으로 되돌아가려던 이전 근무조.
한데, 그들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정확히는 앞장서던 조장이 멈춰 서니 뒤따르던 조원들도 멈추어 선 것이다.
“왜 그러십니까?”
“저거… 뭐냐?”
조장이 바라보고 있는 곳은 마해가 아닌 내륙 방향이었다.
이상이 생겨도 마해 방향에서 생기지 내륙 쪽에서 이상이 발생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때문에 조장의 반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시선을 옮긴 조원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어?”
“…새?”
떠오르는 해의 맞은편에서 새로 짐작되는 무리가 나타났다.
조원들의 중얼거림에 조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게 새라고?’
물론 새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저렇게 큰 새가 있어?’
더군다나 대방벽을 향해 다가오는 속도가 엄청났다.
이에 따라 시시각각 커져 가는 미지의 생명체.
이상함을 알아차린 것은 조장뿐이 아니었다.
“저, 저?!”
“맙소사, 뭐야!”
조원들의 경악성에 이어 조장이 다급히 소리쳤다.
“뭐 해! 경보 울려!”
그의 명령에 따라 한 조원이 다급히 뛰어가 종을 울렸다.
그렇게 시작된 종소리는 경보 체계에 따라 대방벽 곳곳으로 연이어 퍼져 나갔다.
땡땡땡-.
하루가 시작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각.
경보음으로 인해 대방벽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사이 저 멀리 보이던 거대한 새의 무리가 마침내 대방벽의 상공에 도착했다.
이를 처음 발견했던 조장은 나직이 욕설을 내뱉었다.
“미친…….”
그는 자신의 볼을 꼬집었다.
“내…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거냐?”
“그럼… 저희도 같은 꿈을 꾸고 있겠습니까?”
조장의 중얼거림을 들은 조원이 그의 말을 부정했다.
그러는 순간에도 그들의 시선은 하늘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야, 내 눈이 잘못된 거 아니라면… 저거… 드래곤… 이지?”
“어… 음… 저, 저도 그렇게 보이는뎁쇼?”
조장과 조원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각양각색의 드래곤이었다.
수많은 전설과 이야기 속에서나 등장하는 최강의 존재.
수십 미터는 되어 보이는 듯한 거대한 드래곤이 수십… 아니, 족히 100마리는 넘게 무리 지어 하늘을 날고 있었다.
“이,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
“그, 그걸 저희한테 물어보시면 어떡합니까? 조장님이 알아서 하셔야죠!”
“…내가 받은 훈련 중에 드래곤이랑 싸우는 훈련은 없었는데?”
“…그건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땡땡땡-.
대방벽을 시끄럽게 울리는 경고에 마침내 모든 이들이 잠에서 깨어났다.
사람들은 머리 위에 드리운 거대한 그림자를 발견하고 하나같이 넋이 빠져 버렸다.
이는 로칸 7세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었다.
“저, 전하! 드, 드래곤이! 드래곤이 나타났습니다!”
“…나도 눈이 있네.”
급히 달려온 호위 무사가 호들갑을 떨자 로칸 7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 마리만 나타나도 세상이 발칵 뒤집힐 존재가, 이렇게 무리를 지어 나타났으니 사람들이 공황 상태에 빠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이변이란 말인가.’
며칠 전, 전신교의 교주가 말했었다.
마해에 자리한 존재가 다름 아닌 용왕이라 불린 드래곤이라고.
그 존재로 인해 마물이 들끓고 있는 것이라고.
그 이야기를 해 준 이가 로이스가 아니었다면 헛소리로 치부하고 넘어갔으리라.
그럼에도 약간은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지만…….
‘허… 교주의 말처럼 드래곤은 실존하였구나.’
길게 탄식하던 순간 로칸 7세의 뇌리로 스치는 대화 내용이 있었다.
[제 말이 무슨 뜻인지는 며칠 있으면 알게 될 거예요.]며칠 있으면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던 로이스는 그저 기다리라고 말했다.
저리 말하면서.
‘설마?!’
로칸 7세의 눈이 번뜩였다.
“전하… 어찌하오리까?”
“일단 병사들을 진정시켜라. 딱히 저들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지 않는 듯싶으니.”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호위 무사가 병영으로 부리나케 뛰어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일어났어요?”
여유 있는 쾌활한 목소리와 함께 산책하듯 가벼운 걸음으로 등장한 로이스.
그의 뒤로는 불꽃 남매와 라비나가 함께하고 있었다.
그들을 본 로칸 7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난리가 났는데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건 시체나 다름없지 않겠소이까?”
“하긴 좀 소란스럽기는 하죠?”
로이스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태연해 보이는 그와는 달리 한쪽에서는 정반대의 분위기의 존재가 나타났다.
“켄드릭! 켄드릭!”
우렁찬 고함과 함께 등장한 엘비스.
그 뒤로는 아벨과 제롬이 함께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로칸 7세 주변으로 사람들이 복작복작 모여들었다.
“켄드릭! 드래곤이다, 드래곤이라고!”
“……?”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당장 준비해야 해! 저들 역시 그 광룡의 수하일지도 몰라!”
“…이 자식, 뭐라는 거냐?”
잔뜩 흥분한 엘비스의 모습에 켄드릭과 타니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로이스의 눈치를 봤다.
언제 로이스가 엘비스를 때려눕힐지 살펴보는 거였다.
하지만 정작 로이스는 그저 웃으며 서 있을 뿐.
그때였다.
“로이이이이!”
“야호오오! 로이이이!”
허공에서 들려온 쩌렁쩌렁한 외침.
이에 놀란 제롬이 다급히 활시위를 당겼고, 로칸 7세의 호위 무사들이 왕의 주변을 둘러쌌다.
그사이 로이스의 앞으로 뚝 떨어진 2개의 그림자.
턱-.
“로이, 카니 왔다!”
“나도 왔다!”
높디높은 상공에서 떨어진 것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가볍게 착지한 쌍둥이들이 로이스의 옆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오셨어요?”
“쌍둥이님들 오랜만입니다.”
“칸 오빠! 카니 언니!”
쌍둥이를 보고 불꽃 남매와 라비나가 반갑게 알은척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도 쌍둥이를 만난 게 7년 만이었기 때문이다.
“너희도 오랜만!”
“잘 지냈지?”
오랜만에 만난 이들의 해후에 경계했던 이들이 머쓱하게 무기를 내렸다.
하지만 그들은 로이스의 발밑에서 솟은 검은 그림자를 보고 다시금 무기를 들어 올려야 했다.
스르륵-.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 그림자가 찰흙처럼 빚어지더니 이내 젊은 사내의 형상으로 뒤바뀌었다.
낯선 존재의 등장.
하지만 그를 알아본 이가 있었으니.
“제, 제, 제네로커!”
찢어질 듯 눈을 부릅뜬 엘비스가 비명에 가까운 괴성을 내질렀다.
잠시 제네로커의 시선이 엘비스에게 향했다.
“날 아느냐, 인간?”
싸늘한 목소리였다.
이에 엘비스는 확신할 수 있었다.
어찌 몰라보겠는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의 동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바라보던 시선.
마치 하찮은 벌레를 보는 듯했던 눈빛.
‘화, 확실하다! 제네로커야!’
엘비스가 바짝 긴장하여 마나 스틱을 제네로커에게 겨눴다.
그의 태도에 놀란 제롬도 활시위를 당겼다.
갑작스러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때 불쑥 끼어든 목소리.
“그거 내려놓는 게 좋을걸?”
목소리의 주인공은 로이스였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짓던 그의 얼굴에 싸늘함이 감도는 것은 금방이었다.
“뒈지고 싶지 않으면.”
나직한 경고였다.
하지만 경고를 하는 이가 다름 아닌 로이스였다.
제롬과 다른 무사들이 움찔하며 살짝 무기를 내렸다.
그사이 타니아와 켄드릭, 라비나도 제네로커를 보호하듯 일행을 막아섰다.
‘어, 어째서?!’
엘비스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도대체 어째서 불꽃 남매와 라비나가 자신들을 막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더 이해하지 못할 일은 다음에 벌어졌으니.
“우리…….”
파괴와 죽음의 대명사.
광기로 얼룩진 최악의 광룡.
그가…….
“아드으으을!”
헤벌쭉한 얼굴로 로이스에게 달려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