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33)
33화. 300 (1)
너른 공터.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에 우렁찬 고함이 뒤따랐다.
빡-.
“어허! 다리에 힘이 너무 들어갔잖습니까!”
빠악-.
“아니, 훈련병의 눈깔은 장식입니까? 왜 보이는 걸 피하지 못합니까!”
“너, 너무 빨… 라. 끄르륵.”
로이스의 강제 업종 변경 프로젝트가 시작한 지 일주일.
모든 단원이 참여하는 훈련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지난 1주일 내내 기절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아… 나도 기절하고 싶다.’
‘기절해서 쉴 수만 있다면…….’
이제는 기절하는 이들을 부러워하는 지경까지 온 단원들.
부단히 얻어맞으면서도 그들은 목검을 들고 로이스와 쌍둥이들이 가르쳐 주는 것을 습득해 나갔다.
안 그러면 더 맞기 때문이었다.
“자, 10분 휴식!”
그리고 잠시 이어진 휴식 시간.
단원들은 제자리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주, 죽을 거 같아.”
“무우우울…….”
여기저기서 퍼지는 곡소리.
숨을 할딱거리며 모인 이들이 속삭였다.
“도, 도망칠까?”
“아서라… 옆방 놈이 도망치다 걸려서 이틀간 야간 자율 훈련 받은 거 몰라? 말이 자율 훈련이지 고문이나 다름없다고.”
“알아… 아는데 말야……. 대체 우리가 왜 이런 훈련을 받아야 하는 건데!”
“와… 너 아직 살 만하구나?”
“뭐가……?”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난 그런 생각 자체를 포기했어……. 머리를 비우고 얻어맞다 보면 어떻게든 하루가 지나 있더라고. 너도 해봐.”
“크흑… 아니, 이렇게 얻어맞는데 왜 다음 날이면 멀쩡해지는 거냐고!”
지난 일주일간 정말 매일매일 두들겨 맞아왔다.
잠들기 전에 제발 내일 못 일어나기를 기원했지만 어째서인지 다음 날이면 몸이 개운해져서 자동으로 눈이 떠졌다.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로이스는 쉬고 있는 300명의 단원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무럭무럭 잘 크고 있군!”
그가 단원들에게 들인 공이 만만치 않았다.
혹여 도망가는 단원들이 있을까 싶어 주거지 근처에 공간 속성 성법도 펼쳐놓았고.
매 훈련 때마다 나태해지지 말라고 정신 속성의 성법을 걸어주었다.
거기에 다음 날 힘들지 말라고 단원들이 잠든 사이 골고루 포션을 뿌려주기도 했다.
‘포션 챙겨두길 잘했네!’
일반인들은 구경도 못 할 최상급 포션.
심지어 그것을 제조한 존재가 무려 드래곤인 제네로커였다.
한 방울만 물에 희석해 써도 인간 연금술사가 만든 고급 포션에 뒤지지 않으리라.
또한, 단원들이 앞으로 익혀야 할 게 무엇이던가.
무려 제네로커의 레어에서 주워 온 무법이었다.
로이스가 공부하기 위해 서재에서 대충 몇 개 골라 아공간에 쑤셔 박아 뒀던 기초 무법.
드래곤 레어에 아무렇게 굴러다니는 기초 무법일지라도 그것이 평범할 리 없었다.
‘이거 알려주기는 좀 그렇긴 한데 알고 있는 기초 무법이 이거뿐이니…….’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쌍둥이에게 무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고, 별다른 무법 이론 없이도 속성력이 쌓이는 게 드래곤이란 족속이었다.
그렇기에 현재 로이스가 알고 있는 기초 무법이라고는 그게 전부였다.
로이스가 바닥을 뒹굴고 있는 단원들을 보며 혀를 찼다.
‘쯧. 너희 진짜 운 좋은 줄 알아.’
만약 그로우 푸르트를 수호할 이들이 필요하지 않았다면.
나아가 로이스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면, 대충 인간들 사이에서 쓸 만하다 싶은 기초 무법을 구해다가 알려줬을 수도 있었다.
어찌 보면 로이스와 만난 것이 단원들에게 기연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매일매일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당사자들 입장은 달랐지만.
‘이 좋은 걸 그냥 알려줄 수는 없지!’
혹여라도 자신이 떠난 뒤 남아 있던 이들이 변심하면 그것만큼 큰일이 없었다.
그러니 조치가 필요했고, 이미 로이스에 의해 착실하게 시행되고 있었다.
“휴식 끝! 집합!”
로이스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단원들이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지친 단원들을 모아놓고 로이스가 물었다.
“힘드냐?”
“아닙니다!”
악에 받친 외침.
로이스가 천사처럼 웃어 보였다.
그러나 단원들에게 그 미소는 방금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의 미소와 다름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로이스의 고개가 삐딱해졌다.
“정말? 조금 더 쉬게 해주려고 했는데? 정말 안 힘들어?”
“히, 힘듭니다!”
“그래그래, 힘들지. 나도 다 안다. 그리고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지.”
로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한 명 한 명, 모두가 힘들 거야. 그런데 이렇게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너희 옆에 동료가 있기 때문이지. 그렇지 않나?”
“그렇습니다!”
“지치고 힘이 들 때, 너희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옆의 동료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깨동무 실시!”
“실시!”
“내려가면서 동료는.”
“동료는!
“올라오면서 하나다.”
“하나다!”
“자동!”
“동료는! 하나다!”
300명이 만들어낸 어깨동무 파도타기를 보며 로이스는 근엄한 얼굴을 했다.
비적단원들에게 시행되고 있는 첫 번째 조치.
그건 바로 정신 무장이었다.
‘이들 사이에 동질감을 부여해야 해. 그리고 전우애만큼 큰 동질감을 느끼는 것도 없지. 후후.’
끈끈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확실한 동기만 부여해 줄 수 있다면, 이들을 이 땅에 정착시킬 수 있으리라.
이미 로이스는 이들에게 심어줄 동기까지 생각해 둔 터였다.
화려한 피날레를 말이다.
‘뭐, 그것도 일단은 최소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 않을 실력은 갖춰준 후의 일이지만.’
자신의 기준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조금 더 이들을 굴릴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무언가를 계획 중인 로이스의 뒤로 파브로가 다가왔다.
그가 로이스에게 우물쭈물 말을 걸었다.
“저… 로이스님?”
“어, 왔어? 내가 시킨 거는?”
“그게… 말씀하신 것처럼 만들기는 했는데…….”
드워프의 피를 타고난 파브로는 뛰어난 야장이었다.
로이스는 그에게 한 가지 물건을 만들게 시켰다.
자신이 원하던 물건이 완성됐다는 소리에 로이스가 반색했다.
“오! 그래? 고생했다! 후후후.”
로이스는 일단 웃었다.
하얗고 말랑말랑해 보이는 볼살이 양옆으로 쭈욱 늘어졌다.
로이스가 뒷짐을 지고 열심히 어깨동무 파도타기를 하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에헴. 사자는 새끼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절벽 밑으로 떨어뜨린다지?”
“예?”
파브로의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도무지 로이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물론 로이스도 귀찮게 설명해 줄 마음은 없었다.
어차피 곧 알게 될 거니까.
로이스가 손을 휘휘 내저었다.
“있어. 그런 게.”
“그, 그렇습니까?”
“응. 그런데 그거 어딨어?”
“말씀하신 장소 인근에 준비해 뒀습니다.”
“잘했어! 먼저 가서 준비하고 있어. 내가 애들 데리고 갈게.”
“…알겠습니다.”
마지못해 답은 했지만, 파브로의 머릿속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로이스가 시키는 대로 만들기는 했지만, 정작 그도 로이스가 ‘그 물건’을 만들라고 한 저의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대체… 그걸 어디에 쓰시려는 거지?”
풀리지 않는 의문을 안고 파브로가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는 몰랐다.
자신이 만든 ‘그 물건’.
그로 인해 자신의 미래에 끔찍한 일이 펼쳐지리란 것을.
만약 알았다면, 로이스가 ‘그 물건’을 만들라고 해도 만들지 않았으리라.
* * *
잠시 뒤.
열심히 흙바닥을 뒹굴다가 갑작스럽게 로이스에게 끌려온 300명의 단원.
절벽 위에 오와 열을 맞춰 서 있는 그들은 하나같이 등 뒤에 큼직한 배낭을 메고 있었다.
300의 단원은 서로서로를 보며 작게 수군거렸다.
“여긴 왜 모인 거야?”
“이 요상한 가방은 또 뭐고?”
도무지 괴물 꼬맹이 교관의 저의를 알 수가 없었다.
어리둥절해하는 그들을 반긴 것은 파브로의 외침이었다.
“비켜라!”
모인 단원을 헤치고 파브로가 나타났다.
드드드-.
있는 힘껏 무언가를 밀면서 말이다.
그렇게 단원들을 지나쳐 절벽 끝에 놓인 물건.
이를 본 단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투석기?”
“갑자기 투석기는 왜?”
파브로가 낑낑거리며 가져온 물건은 다름 아닌 거대한 투석기였다.
곧이어 그들의 의문을 풀어줄 이가 등장했다.
“흣차!”
투석기 위에서 폴짝 뛰어내린 로이스.
“모두 주목!”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얼굴을 한 로이스가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모두 이곳에 모인 이유가 궁금할 거다. 내가 이래저래 설명을 해줄 수는 있으나… 직접 보는 편이 훨씬 낫겠지. 자, 숙달된 조교 앞으로!”
“앞으로!”
“꺄하하!”
로이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쌍둥이가 제 몸만 한 배낭을 메고 투석기 뒤에서 나타났다.
그러고는 누가 말릴 새도 없이 누나인 카니가 투석기 위에 쏙 들어가 앉는 것이 아닌가.
이를 지켜보고 있는 대중의 얼굴에 혼란이 깃들었다.
“어?”
“뭐, 뭐야?!”
“서, 설마?!”
개중에는 이미 자신들에게 다가올 미래를 예측한 이도 있었다.
‘아, 아니지? 아닐 거야?’
‘에, 에이… 어떤 미친 작자가 그딴 짓을 하겠어?’
눈치가 빠른 이들은 빌었다.
제발 자신이 예상한 그것만은 아니길.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들이 예상한 미래는 한 치도 빗나가지 않고 그대로 현실로 다가왔다.
“발사!”
로이스의 당찬 외침.
그리고…….
팡!
“꺄하하하하!”
뒤로 젖혀져 있던 투석기가 튕겨 오르고 그 위에 앉았던 카니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높이 높이.
매우 높게.
하늘로 날아간 당사자는 즐거워하며 팔다리를 바동거렸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 과정을 지켜본 이들의 입에서는 욕설이 튀어나왔다.
“헛! 떠그럴!”
“미, 미친!”
“으, 으아악!”
칸, 카니, 로이스.
단 셋을 제외하고 모두가 대경실색했다.
심지어 투석기를 가져온 파브로도 말이다.
‘절벽에서 민다는 게 이런 의미였습니까?!’
로이스의 말은 사실이었다.
또한, 매우 직관적이었다.
그는 사자 새끼들을 절벽에서 집어 던질 준비를 하고 있던 것이다.
놀란 이들이 모두 입만 뻥긋거리고.
“…….”
잠시 뒤 저 멀리서 낙하산을 펴고 떨어져 내리는 카니의 모습이 잡혀 들었다.
“좋아, 좋아. 성능 좋고!”
로이스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뒤돌아섰다.
그의 시선이 300인을 향했다.
“자, 봤지? 이렇게 하면 되는 거야.”
“…….”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천 길 낭떠러지에서, 그것도 투석기를 이용해 내던질 거라고 어느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아무도 답하지 않자 로이스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잘 못 봤어? 그럼 한 번 더 시범을 보여줄게. 몸이 고도의 정점에 올랐다고 느꼈을 때 낙하산을 펴면 되는 거다. 자, 숙달된 조교 앞으로!”
“앞으로!”
단원들이 눈만 끔뻑이고 있을 때 이미 준비된 투석기 위로 신이 난 칸이 올라갔다.
그리고.
팡!
“꺄르륵!”
또 한 번 투석기가 발사되고 칸의 작은 몸이 훨훨 날았다.
파앗!
공중에서 낙하산을 펴고 하늘하늘 떨어지는 칸을 보며 로이스가 턱을 쓸어내렸다.
‘애들이 가볍다 보니 생각보다 조금 더 멀리 날아갔네.’
칸과 카니가 떨어진 곳은 그로우 푸르트가 묻힌 인근에서 조금 벗어난 곳이었다.
‘뭐, 이 정도면 그럭저럭 허용 범위니까.’
로이스가 투석기를 이용한 훈련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시간 단축.
바로 빠른 출동 시간을 위해서였다.
‘다 털린 뒤에 뒤늦게 쫓아가면 뭐 해! 잽싸게 출동해야지!’
비적단의 본거지는 절벽 위였다.
위치가 위치인 만큼 그로우 푸르트가 묻힌 장소의 동향을 파악하기에는 좋았지만, 단점은 출동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로이스가 고안해 낸 것이 하늘을 날아가는 방법이었다.
아니, 날려 버리는 방법이었다.
‘완벽해!’
자신의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자화자찬하며 로이스가 활짝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