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41)
41화. 개고생 (3)
제이콥이 감탄하거나 말거나, 로이스는 긴장 어린 눈으로 다가오고 있는 드레이크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의 얼굴에 드리운 당혹감은 쉽사리 걷히지 않았다.
‘여기서 왜 드레이크가 나와?!’
드레이크는 인간들에게 알려진 것과는 달리 단순히 몬스터라 칭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마(魔)에 집어 삼켜진 최악의 용.
마룡이자 악룡으로 불리는 로트베리어가 자신의 피와 마물을 배양하여 만들어낸 키메라가 바로 드레이크였다.
로이스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드레이크를 살폈다.
‘제발 지나가라!’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드래곤의 피를 전해 받은 녀석에게는 드래곤 피어조차 먹히지 않았다.
또한, 놈을 잡기 위해서는 최소 1티어급 강자 서넛은 있어야 했다.
다시 말해, 만약 이대로 놈과 붙게 된다면 로이스 일행은 전멸이란 소리였다.
쿵-
바닥을 울리는 진동에 천방지축 쌍둥이도 숨을 죽였고, 뇌호도 바짝 웅크려 몸을 사렸다.
쿵-
로이스 일행과 드레이크의 거리는 대략 10여 미터.
킁킁-
마치 무언가를 찾는 듯 드레이크가 코를 킁킁거렸다.
더불어 샛노란 파충류의 눈이 사방을 훑었다.
‘저 녀석 설마……?’
산에서 내려온 드레이크가 찾을 만한 무언가.
로이스의 시선이 저절로 뇌호 새끼에게 향했다.
‘이 녀석을 쫓아온 건가?’
그게 아니라면 산 아래까지 드레이크가 내려올 이유가 없었다.
킁킁-
한참을 주변을 살피던 드레이크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검붉은 혀를 날름거리고는 뒤돌아섰다.
산으로 돌아가려는 모양새였다.
‘휴우…….’
위기일발의 상황이 끝날 조짐이 보이자 로이스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이른 감이 있었다.
우르르릉-
하늘에 모여들고 있는 검은 먹구름.
귓가에 울리는 천둥소리에 로이스의 시선이 절로 하늘을 향했다.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저거… 설마?!’
그간 이런 일을 숱하게 겪은 로이스가 지금 일어나려는 현상을 모를 리 없었다.
‘막아야 해!’
그러나 로이스가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져 내렸다.
그것도 두 줄기나 말이다.
쾅!
두 줄기 중 한 줄기는 드레이크에게.
쾅!
또 다른 한줄기는 로이스 일행에게 나뉘어 떨어진 벼락.
지직 지직-.
보호막을 때린 낙뢰는 로이스의 뇌속성석 팔찌로 흘러 들어갔다.
낙뢰로 인해 누구도 다치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아…….”
벼락으로 인해 돌아서던 드레이크의 발길이 우뚝 멈췄고, 유지되고 있던 로이스의 투명화가 그대로 깨져 나가고 말았다.
그리고…….
크르르르-
드레이크의 고개가 돌아가며 샛노란 파충류의 눈동자가 로이스의 시선과 마주쳤다.
로이스의 입에서 허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망했네…….”
드레이크가 천천히 몸을 돌리는 것을 본 로이스가 다급하게 외쳤다.
“도망쳐!”
로이스가 외치기는 했지만,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모를 리 없었다.
모두가 죽기 살기로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쿵- 쿵-
지축을 울리는 거대한 발소리와 뒤에서 느껴지는 살벌한 기세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으아아아!”
“사, 살려줘!”
“흐엥! 로, 로이! 저거 뭐야?!”
“입 다물고 뛰어!”
-크헝!
두 명의 사람과 세 마리의 아기 드래곤.
거기에 덩치 큰 호랑이 한 마리까지.
그들은 사력을 다해 달렸다.
‘젠장! 도망칠 수 있을까?’
한번 뒤를 흘끗거린 로이스.
서서히 가까워지는 드레이크를 보니 곧 따라잡힐 것처럼 보였다.
입술을 깨문 로이스는 머릿속으로 전력을 비교했다.
1티어급의 로이스와 2티어급의 쌍둥이.
거기에 3티어급 파브로와 서포터 격인 제이콥까지.
아무리 생각해도 1티어급 강자 셋을 상대한다는 드레이크를 상대로 현재의 전력은 너무 열세였다.
도망이 최선이었지만,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따, 따라 잡힌다!”
“빨리 뛰게!”
“하, 하지만!”
“투덜거릴 시간에 뛰란 말일세! 뒈지기 싫으면!”
가장 후미에 뒤처진 제이콥이 사색이 되어 소리쳤고, 파브로가 타박했다.
숨을 할딱거리던 제이콥이 선두에서 달리는 로이스와 쌍둥이를 불가사의하게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애들이?!’
짧디짧은 다리로 달리는 속도가 오랜 시간 용병으로 떠돈 자신보다 빨랐다.
‘역시 평범한 애들이 아니었어!’
크르릉-
잠시 딴생각에 빠져 있던 제이콥이 바로 지척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 이런!”
드레이크가 아까보다 더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마나를 이용해 달리는데도 놈에게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여긴 제이콥이 휘파람을 불었다.
휘익-
날카롭게 울리는 휘파람 소리에 상공에서 그림자가 내려왔다.
-끼오오!
주인의 부름의 받은 육익혈조가 드레이크의 얼굴을 노렸다.
그로 인해 드레이크의 움직임이 멈췄다.
약간의 시간을 번 제이콥이 그사이 다시 거리를 벌렸다.
이를 본 로이스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됐다! 이 정도면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겠어!’
희망이 생긴 로이스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산 쪽을 향해서 지그재그로 뛰어!”
드레이크는 관절 구조상 좌우 움직임이 둔했다.
거기에 나무가 무성하게 자란 산이라면 놈의 움직임을 더욱 느리게 하리라.
로이스의 외침대로 일행이 산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끼오오!
-크아아아!
등 뒤에서 육익혈조와 드레이크의 울부짖음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크르르
육익혈조의 발톱과 부리가 날카로웠지만, 드레이크의 두꺼운 가죽을 뚫기에는 무리였다.
자신의 얼굴 앞에 알짱거리는 육익혈조에게 화가 단단히 난 드레이크가 입을 쩍 벌렸다.
-크허허헝!
거대한 울음소리가 공기를 쩌렁쩌렁 울리고, 음파가 일렁이며 육익혈조를 강타했다.
하늘을 날던 육익혈조가 비틀거리며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이런!”
육익혈조의 위기에 제이콥의 다리가 우뚝 멈춰 섰다.
새끼일 때부터 키워온 육익혈조.
친자식처럼 정을 준 녀석이 드레이크의 발에 뭉개질 처지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 몰랐다.
“안 돼!”
새파랗게 질린 제이콥이 다시 드레이크를 향해 뛰어가자 로이스의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저 멍청이가!”
육익혈조조차 어쩌지 못한 드레이크를 향해 맨몸으로 뛰어드는 제이콥의 모습은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형상이었다.
‘젠장!’
만일 이대로 산으로 뛰어간다면 살 가능성이 높아지리라.
그러나 어째서인지 로이스의 발길은 뛰어가는 제이콥을 뒤쫓고 있었다.
“젠장, 젠장!”
드래곤으로 환생하여 사고가 완전히 새로운 정체성에 적응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전생에서 쌓아온 인간성이 아직 남아 있었다.
‘이번에 살아나면 넌 내가 진짜 고자로 만들어준다!’
로이스가 제이콥을 뒤쫓자 파브로와 쌍둥이도 어쩔 수 없이 그를 쫓았다.
웃긴 것은 눈치를 보던 새끼 뇌호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는 사실이었다.
휘익-
달려가는 제이콥이 휘파람을 부르고, 이에 누워서 꿈틀거리던 육익혈조가 몸을 뒤척이며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그사이 드레이크가 육일혈조의 날갯죽지를 물었다.
-끼에에에에!
고통에 찬 비명이 쩌렁쩌렁 울렸다.
“야, 이 도마뱀 새끼야!”
고통스럽게 퍼덕거리는 육익혈조를 보며 제이콥이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마나 덩어리가 뭉치며 드레이크의 몸을 때렸다.
퍽-
꽤나 둔탁한 소리가 났지만 그뿐이었다.
제이콥의 마나 덩어리는 드레이크에게 흠집조차 남기지 못했다.
오히려 드레이크의 화만 돋울 뿐이었다.
-크르를
드레이크가 거칠게 고개를 도리질 쳤다.
그럴 때마다 육익혈조의 비명이 난무하고 깃털과 피가 사방으로 어지럽게 날렸다.
“으아악!”
육익혈조의 고통에 눈이 뒤집힌 제이콥이 그대로 주먹을 휘두르며 드레이크에게 달려들려는 찰나.
“숙여, 등신아!”
제이콥의 뒷덜미를 잡아당기는 손길이 있었다.
뒤로 나자빠진 그 위로 작은 그림자가 휙 하고 지나갔다.
그대로 제이콥을 통과한 로이스가 드래곤 하트를 가동했다.
우우웅-
웅혼한 속성력이 로이스의 전신으로 퍼져 나가며 이적을 만들 준비를 끝마쳤다.
곧 이어진 로이스의 중얼거림.
“공간 결정.”
쩌적-
빈 허공이 딱딱하게 굳어갔고, 투명하게 유형화됐다.
원뿔 나사의 형태로 만들어진 공간 결정.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회전.”
힘의 속성력이 원뿔 나사를 돌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그러나 몇 초 뒤에는 주변 대기가 빨려 들어갈 만큼의 무시무시한 빠르기로 돌변했다.
이에 로이스가 손을 내저었다.
“발사.”
강력하게 회전하는 나사가 드레이크를 향해 날아들었다.
로이스가 노린 것은 드레이크의 목.
그의 성법이 정확히 목표 지점에 꽂혀 들었다.
콰드드드드-
질긴 드레이크의 가죽이 회전하는 나사와 맞물려 소름 끼치는 소리를 냈다.
-크아아아!
갑작스러운 고통에 드레이크가 입을 벌리고 비명을 내질렀다.
육익혈조가 풀려나는 것은 당연했다.
드레이크에게서 육익혈조를 구해내는 데 성공한 로이스였지만, 그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로이스가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뭔 놈의 항마력이…….”
언뜻 보면 자신의 성법이 제대로 들어간 것 같았지만, 치명상은 주지 못하고 있었다.
10㎝의 강철판도 뚫어낼 성법이 고작 드레이크의 가죽에 작은 구멍 하나를 겨우 만들어낸 것이다.
로이스가 이를 악물었다.
‘역시 가장 약한 곳을 노려야 해!’
아무리 가죽이 두껍다고는 하나 놈에게도 약점은 존재할 것이다.
대표적인 게 바로 눈이었다.
“공간 단절!”
쩌정-
로이스의 성법이 드레이크의 얼굴 근처에서 발현됐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드레이크가 고개를 틀어 성법을 피했고, 로이스가 날려 보낸 공간 결정을 입으로 잡아챘다.
와드득-
돌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에 절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뭐……?!”
자신의 성법이 드레이크 이빨 사이에서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고 있었다.
“저게 말이 돼? 성법을 씹었다고?!”
말 그대로 놈은 성법을 씹어서 소멸시켰다.
욕이 나올 정도로 미친 항마력이었다.
-크르르
놈이 고개를 돌리자 로이스가 다른 성법을 사용했다.
“느려져라!”
드레이크 주변의 시간이 차차 느려져 갔다.
거기에 드레이크의 뇌를 노리고 정신 속성의 공격을 펼쳤다.
“넘어져라!”
정신 공격으로 놈의 움직임을 둔화시킬 작정이었지만, 오히려 놈은 더욱 발광했다.
정신 속성의 공격이 먹히지 않은 것이다.
정신 속성 공격이 먹히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성법을 이겨낼 정도의 강한 정신력이 있거나, 혹은 사고방식이 매우 단순하거나.
아마도 드레이크는 후자에 속하리라.
“대체 얼마나 멍청하단 거야!”
놈들에게 심어진 의식은 식욕과 번식욕, 그리고 투쟁심뿐.
오로지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괴물이 바로 드레이크였다.
“큭!”
로이스가 이를 악무는 순간 그의 옆으로 세 개의 그림자가 지나쳤다.
“흐앗!”
“핫!”
파브로와 쌍둥이.
파브로는 쓰러진 육익혈조를 들쳐 메고 뒤로 빠졌다.
그사이 육신에 줄기줄기 뇌전을 두른 쌍둥이가 검을 뽑아 들고 드레이크에게 접근했다.
비호와 같은 날렵한 움직임.
드레이크의 거센 몸짓을 요리조리 피하며 쌍둥이의 검이 놈의 다리 관절을 향해 휘둘러졌다.
캉캉-
쌍둥이의 칼질이 두꺼운 가죽에 부딪혔다.
“으악, 단단해.”
“손 아파…….”
자신들의 공격이 튕겨져 나오자 쌍둥이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손은 아픈데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공격을 해도 통하지 않는 경험은 녀석들에게도 처음이리라.
하지만 쌍둥이의 공격이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지지직-
쌍둥이의 뇌기가 드레이크의 다리를 타고 온몸으로 번져갔다.
그러자 드레이크가 발작하듯 몸을 뒤틀며 괴성을 내질렀다.
-크아아아!
“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강도 높은 드레이크의 비명에 로이스의 두 눈에 이채가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