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5)
5화. 해결책 (2)
로이스가 생각한 가까운 곳에 있는 해결법.
그는 자신이 떠올린 최고의 답을 우렁차게 불렀다.
“아빠아아!”
로이스의 부름에 즉각적인 답이 돌아왔다.
“아아아드으을!”
아빠라는 말이 들리기 무섭게 방문을 벌컥 열고 들이닥친 제네로커.
그는 황급히 로이스를 안아 들었다.
“왜, 왜? 우리 아들, 무슨 일 있어?”
근래 시무룩하던 아들이 갑자기 활력이 넘치니 제네로커의 얼굴도 덩달아 화색이 돌았다.
생글거리는 제네로커의 얼굴을 로이스가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그래, 굳이 나 혼자 고민할 필요 있어? 최고의 조력자가 옆에 있는데?’
슬며시 미소 지은 로이스가 물었다.
“아빠, 집에 사용자를 보호해 주는 기물 없어요?”
“기물?”
기물(奇物).
원작 속에서 특별한 능력을 지닌 물건을 칭하는 단어였다.
난데없는 아들의 물음에 제네로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그건 왜?”
“제가 쓰려고요.”
“있기는 있지만…….”
아들의 재촉하는 눈망울에 제네로커가 망설이다가 답했다.
“아직, 네가 쓰기에는 이르단다.”
“왜요?”
“기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속성력이 필요한데……. 힘을 다루는 법을 배우기에는 아직 이르니까. 그런 건 나중에… 조금 더 커서 배워도 늦지 않아.”
제네로커가 점잖게 타일렀지만, 로이스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만히 있다가는 이대로 죽을 판인데, 이것저것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로이스는 제네로커에게 매달렸다.
“그럼 저 힘을 다루는 법 가르쳐 주세요!”
“뭐?”
난데없는 아들의 요청.
제네로커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힘을 다루는 방법. 성법이든 무법이든! 어떤 거든 좋아요!”
“갑자기 그건 왜……?”
“배우고 싶어서요!”
“아직 네 나이가 어려서 좀…….”
“안 돼요? 나이가 어리면 배울 수 없는 건가요?”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이제 생후 1달이 겨우 지난 자식의 요구에 제네로커는 갈등했다.
제네로커가 보기에도 아들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해 보였기 때문이다.
‘원래 다른 애들도 이러나?’
초보 아빠인 제네로커가 전해 들은 육아 지식으로는 보통의 아이들은 어릴 때 놀기 바쁘다고 했다.
‘아이들이 그나마 배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건 2차 수면기가 지나서라고 했는데…….’
사전 지식에 없는 예상치 못한 아들의 요구는 초보 아빠를 허둥거리게 했다.
“어… 그… 네가 아직 어려서… 음… 아니, 되려나?”
제네로커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았다.
‘난 그저 아버지 창고에서 보물찾기 하며 놀기 바빴던 거 같은데……?’
곰곰이 떠올려 본 자신의 유년 시절은 딱히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제네로커의 고민이 길어졌다.
‘으음… 어쩌지?’
인간들에게는 경외를 받는 드래곤일지라도 자기 자식을 키움에 있어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제네로커가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좀 이르기는 하지만 네가 원한다니 어쩔 수 없구나.”
“알려주시는 거예요?”
“그래, 하지만 그 전에 아빠와 함께 다녀와야 할 곳이 있단다.”
“어딜요?”
로이스의 동글동글 큼지막한 머리가 귀엽게 갸우뚱거렸다.
“성법이든 무법이든 배우려면 네가 타고난 속성을 확인해 봐야지.”
“아!”
제네로커의 설명에 로이스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원작자가 만들어낸 웹툰 속 차원은 에반(Evan)이란 이름으로 불렸다.
그런 에반의 근간이 되는 에너지는 여느 판타지와 마찬가지로 마나였다.
보편적인 형식이었지만, 여기서 다른 점은 원작자가 마나를 13개의 속성으로 분류했다는 것이었다.
화(火), 수(水), 목(木), 금(金), 토(土), 뇌(雷), 암(暗), 광(光), 풍(風)의 9가지 자연 속성과.
시간(時間), 공간(空間), 힘(力), 정신(精神)의 4가지 비자연 속성.
에반의 모든 생명체는 바로 이 13가지 속성 중 한 가지 이상을 타고나며, 그중 드래곤은 속성의 궁극에 도달할 자격을 갖춘 존재였다.
이를 떠올린 로이스는 잔뜩 흥분하여 물었다.
“그건 언제 확인하는데요?”
흥분과 재촉이 가득한 로이스의 물음에 제네로커는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로이스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말했다.
“다른 종족이었다면 그저 술법 몇 개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우리 용족에게는 전통이 있단다.”
“전통?”
“용족의 아이가 처음으로 속성을 알아볼 때 원로들께서 이를 확인해 주신단다. 그것이 우리 용족의 오랜 전통이지.”
“아!”
수백, 혹은 수천 년에 한 번씩 탄생하는 헤츨링의 특성상 그 대접은 귀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된 거 내일 찾아뵙도록 하자꾸나.”
“예! 고맙습니다!”
당차게 대답하는 로이스를 보며 제네로커는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로이스가 무슨 생각으로 힘을 다루는 법을 알려달라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제네로커에게 로이스는 그저 배움의 열정이 남다른 예쁜 아들일 뿐이었다.
‘어쩌면 우리 아들… 천재일지도?’
부모들이 빠지는 흔한 착각을 드래곤이라고 피해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가벼운 걸음으로 방을 나서는 제네로커를 바라보던 로이스는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원작에서 로이스는 무슨 속성의 드래곤이었지?’
이야기가 진행되기도 전에 원작에서 증발해 버린 존재.
과연 원작자는 로이스 자신에게 어떠한 설정을 부여하였을지가 관건이었다.
‘어차피 쓰고 버릴 캐릭터인데… 굳이 설정을 만들어두었을까? 그렇지 않다면 난 무슨 속성이지?’
생각은 많았지만, 내려지는 결론은 없었다.
‘모든 건 내일 알 수 있을 테니까. 괜히 조급해하지 말자.’
그렇게 로이스는 부푼 가슴을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 * *
다음 날 아침.
“아빠아아아! 아빠!”
“하하하.”
평소에는 하지도 않는 ‘아빠’ 소리를 연달아서 하며 제네로커의 다리에 매달린 로이스.
아닌 척하지만, 기대로 가득한 로이스의 눈망울에 제네로커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를 안아 들었다.
“알았다, 알았어. 가자.”
로이스를 품에 안은 제네로커가 성큼성큼 걸어갔다.
레어 밖으로 나온 그는 평지에 로이스를 내려놓았다.
갑자기 이동을 멈춘 제네로커를 로이스는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안 가요?”
“하하, 원로님들이 계신 곳은 아무렇게나 갈 수 없는 곳이란다.”
“그럼?”
“날아가야지.”
싱긋 웃어 보인 제네로커의 전신에서 검은 기운이 뭉클뭉클 피어올랐다.
“아!”
제네로커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깜짝 놀란 로이스가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이건……?”
입은 의문을 내뱉었으나 로이스의 머리는 제네로커에게 벌어지는 현상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현룡화(現龍化)!’
다른 종족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드래곤들이 자신의 본 모습을 내보일 때 나타나는 현상.
태어나 처음으로 현룡화를 보는 로이스의 눈에 긴장감이 깃들었다.
‘……?!’
시간이 흐를수록 제네로커의 전신을 감싼 검은 기운은 점점 커져갔다.
3m, 10m, 15m.
20m를 돌파한 검은 기운은 이윽고 30m에 다다라서야 확장을 멈췄다.
잠시 뒤, 검은 기운이 흩어지며 하나의 형상이 나타났다.
금속을 연상시키는 검은 비늘과 칼날처럼 날카로운 이빨.
길고 늘씬한 두 쌍의 다리와 전신을 뒤엎을 만큼 커다란 날개.
두툼한 몸통과 굵은 기둥을 연상케 하는 긴 목과 꼬리.
‘와…….’
단순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위압이 들게 하는 괴수가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이게… 진짜 드래곤?’
자신의 짜리몽땅한 몸뚱이와는 차원이 다른 제네로커의 모습에 로이스는 그저 감탄을 반복할 뿐이었다.
빛나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들의 모습에 제네로커는 기분이 좋아져 말했다.
-자, 이리와. 아들.
로이스는 자신의 앞에 내밀어진 제네로커의 거대한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아등바등 그 위에 올라탔다.
엉덩이와 짧은 뒷발을 쉼 없이 바동거린 끝에 겨우 제네로커의 손바닥에 자리 잡은 로이스.
-꽉 잡거라.
손바닥 위의 아들을 꼬옥 감싸 쥔 제네로커가 날갯짓을 시작했다.
후웅 후웅-.
먼지를 동반한 돌풍을 일으킨 제네로커의 날갯짓.
곧 거대한 동체가 중력을 거스르고 하늘로 치솟았다.
“우, 우와아아!”
빠르게 멀어지는 지상의 모습에 로이스는 탄성을 내지르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 이거 어디까지 올라가나요?”
“하하. 아직 멀었다.”
한참을 올라갔지만, 제네로커의 몸은 여전히 하늘로 치솟는 중이었다.
‘이러다 대기권 뚫고 우주까지 가는 거 아냐?’
우스갯소리에 가까운 속마음이었지만, 그것은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다.
“아…….”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던 푸르름이 사라지고 어느새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검은 어둠이었다.
“어디까지 가는 거예요?”
“거의 다 왔단다.”
제네로커의 말에 로이스는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런데 숨이 쉬어지네?’
우주에서 숨이 쉬는 게 가능한 것이 신기한지 로이스는 연신 코를 킁킁거렸다.
그가 그러는 사이 우주를 유유히 날아간 제네로커는 별 무리 사이를 지나치고 있었다.
“아…….”
손에 만질 듯 가까워진 별 가루에 살짝 입을 벌린 로이스.
하나에 놀라면 또다시 놀라운 광경이 튀어나왔다.
도무지 마음을 진정시킬 틈이 없었다.
그리고 잠시 뒤.
“맙소사…….”
로이스의 턱을 쭉 빼놓는 광경이 펼쳐졌다.
입을 쩍 벌린 로이스를 보며 제네로커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놀랐니? 저기가 바로 드래곤의 성지 은화성(銀花城)이란다.”
은을 세공하여 예쁘게 만들어낸 듯한 꽃 모양의 건축물.
신장이 30m에 달하는 제네로커가 새끼손톱만 하게 보일 정도로 은화성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말조차 잊고 눈을 굴리기 바쁜 로이스를 흐뭇하게 내려다보던 제네로커가 은화성으로 진입했다.
은화성의 내부는 외관처럼 모두 은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곳곳에서 보이는 장식들까지 모두 말이다.
어느새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 제네로커가 로이스는 안고 빠르게 어디론가 걸어갔다.
마침내 도착한 커다란 공동.
그곳에는 13마리의 드래곤이 모여 있었다.
‘크, 크다!’
안쪽의 공동은 상상 이상으로 넓었다.
하지만 제네로커의 두 배에 달하는 크기를 가진 드래곤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오히려 비좁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왔느냐?
-오호? 그 아이가 네 아이인고?
-망나니 같던 파무스의 아들이 자식을 보았다니……. 시간이 참 빠르구나.
고룡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을 하자 공동이 웅웅- 울려댔다.
제네로커는 그들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파무스의 아들 제네로커가 원로분들께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오.”
피부로 느껴지는 위압감에 제네로커를 따라 눈치껏 인사를 해 보이는 로이스.
작고 하얀 아기 용을 향한 13쌍의 시선이 흐뭇하게 물들었다.
아이답지 않은 로이스의 행동이 기특했던 모양이었다.
-고 녀석 아주 똘똘하게 생겼구나.
-크헐헐. 그럼 누구 손자인데!
-파무스의 손자답지 않게 아주 점잖아 보이기도 하고.
-이 자식이!
그중에서도 푸른색의 비늘을 가진 고룡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크게 웃고 있었다.
제네로커가 그를 향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보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버지.”
-오냐. 623년 만이로구나. 발렌티나를 소개시켜 주러 왔을 때였지. 그나저나 손주가 태어났으면 후딱후딱 이 아비한테 보이러 왔어야지! 내가 다른 늙다리들과 있는 자리에서 손자를 처음 봐야겠냐?
“로이스 태어난 지 이제 고작 한 달 됐습니다. 지금도 무리해서 은화성으로 온 겁니다만?”
-에잉, 쯧!
마음에 안 든다고 혀를 찼지만, 파무스 역시 제네로커의 말에 공감하는 눈치였다.
파무스는 아쉬운 표정을 지우고 자신의 손자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정수리에 닿는 시선을 느낀 로이스가 목을 뒤로 젖혀 파무스를 올려다보았다.
잠시 잠깐 둘의 시선이 마주치고.
-…….
“…….”
로이스가 고개를 살짝 좌로 꺾으며 말했다.
“할아… 부지?”
“……?!”
손자의 자줏빛 눈을 마주한 순간 파무스는 자신의 오래된 드래곤 하트가 쿵- 하고 떨어지는 듯한 기묘한 충격을 받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