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6)
6화. 해결책 (3)
귓속으로 파고드는 ‘할아부지’란 단어.
그것은 세상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격이었다.
아들인 제네로커를 처음 안았을 때도 이 정도의 감격은 아니었다.
‘세, 세상에 이다지도 귀여운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단 말이냐!’
하얗고 작은 머리를 연신 갸웃거리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파무스의 날개가 파르르 떨렸다.
-그, 그래. 내가 네 할애비다. 오구오구, 뉘 집 손자인지 고놈 아주 잘생겼구나! 크헐헐.
좋아 죽겠다는 듯 한껏 눈웃음을 짓는 그를 보며 다른 고룡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첫 손자라고 아주 좋아 죽는구나.
-그동안 손주, 손주 노래를 불렀으니 얼마나 좋겠냐. 냅둬라.
로이스와 처음 대면한 파무스가 겨우 흥분을 가라앉힐 즘, 한 은색 고룡이 입을 열었다.
-로이스의 속성을 알고 싶다고? 좀 이르지 않느냐?
“예, 저도 그리 생각했지만, 로이스가 배움을 청하더군요.”
-크헐헐! 뉘 집 손자인지 벌써부터 배움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구나!
-파무스 닥치게!
-크헤헤!
다소 경박스러운 파무스의 웃음소리에 포기했다는 듯 한숨을 쉰 은색 고룡.
그는 공터의 중앙을 가리켰다.
-내려놓고 가거라.
“예.”
은색 고룡의 말에 로이스를 공동 중앙에 내려놓은 제네로커.
홀로 남겨진 로이스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부지?”
“별거 없단다. 그냥 넌 여기서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단다.”
그리 말하며 로이스의 머리를 토닥여 준 제네로커가 뒤로 물러섰다.
잠시 뒤 13마리의 고룡에게 둘러싸인 로이스.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믿고 침착하게 자리에 섰다.
애써 긴장을 누그러뜨려 보았지만, 완전히 가라앉힐 수는 없었다.
꿀꺽-.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키는 로이스의 앞으로 13개의 손이 뻗어졌다.
-호오?
은색의 고룡은 제네로커의 헤츨링을 보며 감탄했다.
보통의 헤츨링들은 열셋이나 되는 고룡에게 둘러싸이면 겁에 질리고 만다.
고룡이 은연중에 뿌리는 기운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앞의 아이는 긴장을 했을지언정 두려움에 떨고 있지는 않았다.
‘영특하구나.’
살짝 미소 지은 은색 고룡은 다른 이들을 향해 눈짓했다.
-시작합세.
그것을 신호로 13개의 거대한 손에서 각양각색의 기운이 피어올랐다.
마나를 구성하는 13가지의 속성.
그것이 유형화되어 고룡들의 손에 집결된 것이다.
“아……!”
로이스는 유형화된 속성력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용족의 13원로.
그들은 각각의 속성을 반신의 경지인 ‘제로’까지 단련한 존재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만들어낸 13개 속성의 집결체는 마치 보석과도 같이 아름다웠다.
“굉장하다…….”
자신을 둘러싼 아름다운 속성력의 결집체에 로이스의 눈이 나른하게 풀렸다.
그 순간 그의 귀로 한 고룡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야 눈을 감거라. 그리고 불러보거라. 평생을 함께할 너의 친구를. 그러하면 이들 중 너와 친구가 되고 싶은 아이가 네게로 다가갈 것이다.
잔잔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로이스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음에도 13개의 빛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게 보였다.
로이스는 따사로운 느낌을 즐기며 그들을 불러보았다.
‘이리 와.’
우웅-.
로이스의 마음속에 생긴 작은 울림.
동시에 헤츨링의 작은 심장이 주인의 의지에 따라 박동했다.
두근 두근-.
기분 좋은 울림은 잔잔하게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잠시 뒤 첫 변화가 발생했다.
스르르-.
어느 한 고룡의 손에 올려져 있던 백색의 속성력이 천천히 로이스를 향해 나아간 것이다.
이를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제네로커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비자연 속성, 시간!’
로이스를 향해 다가가는 속성력의 정체는 4개의 비자연 속성 중 시간에 해당하는 속성이었다.
여타 다른 종족은 물론 드래곤 중에서도 비자연 속성을 타고난 존재는 그리 많지 않았다.
더불어 비자연 속성을 타고난 존재는 자연 속성을 타고난 존재보다 최소 1.5배 이상 강하다는 것이 차원 전반에 알려진 기본 상식이었다.
로이스가 바로 그 비자연 속성을 타고난 것이다.
‘하하하!’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어찌 기쁘지 않으랴.
그러나 제네로커의 기쁨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스르르-.
시간 속성의 기운이 로이스의 곁에 다다른 순간 파무스의 손 위에 머물던 푸른색의 기운 역시 로이스에게 다가갔다.
이를 본 제네로커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2중 속성!’
종종 타고나는 속성이 한 가지가 아닐 때가 있었다.
매우 드문 확률로 2가지의 속성을 타고난 존재는 남들보다 성취가 빨랐다.
또한, 경지를 이뤘을 때의 강함 역시 1속성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강자 중 대다수가 바로 2중 속성을 타고난 존재였다.
더불어 제네로커를 더욱 놀라게 한 점은.
‘두 번째 역시 비자연 속성이라니!’
자신의 아버지인 파무스가 타고난 속성은 힘(力).
세상을 아우르는 거대한 힘의 총체가 로이스를 선택한 것이다.
제네로커의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그러한 기쁨은 로이스의 할아버지라고 다르지 않았다.
-크하하! 역시 내 손자다! 힘 속성이라니! 거기에 2중 속성이라니!
로이스가 비자연 속성 중 두 가지를 타고났다는 사실에 파무스는 너무도 기뻤다.
드래곤 중에서도 2중 속성을 타고난 이는 손에 꼽을 정도.
손자가 재능 있다는데 기뻐하지 않을 할아버지는 없었다.
다른 고룡들 역시 오랜만에 일족에서 탄생한 2중 속성에 기뻐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들이 기뻐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응?
한 고룡의 눈꺼풀이 꿈틀거렸다.
그는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는 검은 기운에 놀라 슬며시 손아귀에서 풀어냈다.
그러자 검은 기운은 천천히 로이스를 향해 나아갔다.
이 같은 상황에 제네로커가 헛숨을 집어삼키고 말았다.
“헛! 또?!”
-세 번째?
-3중 속성?!
로이스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 세 번째 속성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기나긴 역사를 가진 에반 차원에서도 3중 속성을 타고난 존재는 단둘뿐이었다.
초대 용왕 카이더스.
마(魔)에 집어삼켜진 최악의 용, 로트베리어.
기나긴 역사에서 큰 흔적을 남긴 드래곤들.
그리고 지금 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할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두가 그리 생각했었다.
또 한 마리의 고룡이 놀란 소리를 내지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 아니?!
적색의 고룡이 자신의 손에서 꿈틀거리는 기운에 놀라 힘을 풀었다.
그러자 앞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로이스의 앞으로 붉은색의 기운이 날아갔다.
백, 흑, 청, 적.
각기 4가지의 색을 지닌 기운이 마치 주인을 반기는 강아지처럼 로이스의 주변을 맴돌았다.
로이스는 그 모습이 너무도 귀여워 양팔을 벌렸다.
그러자 그의 품으로 날아드는 4가지의 기운.
“오구구. 착하네?”
로이스는 자신의 품에서 꾸물꾸물거리는 속성들을 토닥여 주었다.
우우웅-.
4개의 속성은 로이스의 손길이 기분이 좋은지 잘게 몸을 떨었다.
그렇게 몇 번이나 속성들을 토닥여 주었을까?
“……?”
숨 막힐 듯한 정적과 따끔따끔한 시선에 로이스가 고개를 들었다.
자신에게서 떨어질 줄 모르는 좌중의 시선에 로이스의 고개가 기우뚱해졌다.
곧 그의 입에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왜 그러세요?”
-…….
지금 자신의 상황이 어떠한지 전혀 모르겠다는 천진난만한 목소리에 좌중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 * *
속성을 확인하고 은화성을 떠나 돌아온 로이스&제네로커 부자.
“그럼 아빠가 맛있는 간식 만들어줄 테니 놀고 있어!”
“…네.”
집으로 돌아온 로이스는 한층 더 격한 애정의 눈빛을 보내오는 제네로커를 보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후흐흥~”
“…….”
신이 나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제네로커의 뒷모습은 매우 경쾌했다.
그가 그토록 기분이 좋은 이유는 하나였다.
‘우리 아이가 천재였어!’
자식의 천재성이 드러났기 때문.
제 자식이 천재라는데 기분 좋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 아들 천재! 우리 아드으을 처어언재!”
아예 노래까지 만들어 흥얼거리며 사라진 제네로커를 바라보던 로이스가 강아지처럼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웠다.
요 며칠간 몸으로 체득한 가장 편한 자세였다.
“음… 4중 속성이라…….”
로이스가 타고난 속성은 4가지였다.
시간, 공간, 힘, 정신.
비자연 속성의 4가지를 전부 타고난 로이스의 잠재력은 고룡들조차 말을 잊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로이스의 얼굴은 그리 밝지 못했다.
“이거 때문인가?”
자신의 재능은 좋은 말로 해서 굉장한 잠재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르게 해석하면 작품 균형의 파괴였다.
다시 말해 원작의 작품 균형을 파괴할 정도의 잠재력이 자신에게 있던 것이다.
덕분에 로이스는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날 그렇게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난 건가?”
로이스의 재능은 작품 내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홀로 해결해 낼 수 있을 정도였다.
만약 그가 살아 있다면, 작품 내에서 발생할 모든 위기가 긴장감 없이 해소되리라.
‘어쩌면 원작이 날 그렇게 죽이려는 이유가 이 때문일지도 몰라.’
물론 모든 것은 추측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추측일지라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했다.
그래야 다양한 대처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후우…….”
로이스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최강자가 될 재능이 있으면 무엇 하겠는가.
성장할 시간도 없이 죽어버릴지도 모르는 것을.
그러나 로이스는 절망만을 반복하지 않았다.
“그래도 희망은 있으니까.”
그의 재능은 위기이기도 했지만, 기회이기도 했다.
모든 고룡들이 감탄한 재능만 잘 갈고닦는다면 생존 확률은 크게 오르리라.
또한, 자신은 원작의 로이스가 아니었다.
비록 별거 아니기는 하지만 전생의 29년 경험이 있고, 위기가 닥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로이스는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최대한 이용할 생각이었다.
“좋아. 그럼 뭐부터 시작할까?”
작은 아기 드래곤의 입술이 씨익 말려 올라가며 앙증맞은 치아 두 개가 드러났다.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은 좋은 것이었다.
그의 앞에 놓인 선택지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성법? 무법?”
속성을 부리는 마법과도 같은 기예, 성법.
속성과 신체를 동시에 다루는 기예, 무법.
법사와 무사.
각각 성법과 무법을 익힌 이를 가리키는 단어였다.
“고민할 필요 없이 둘 다 익혀?”
마나의 축복을 받은 생명체가 바로 드래곤이다.
거기에 자그마치 4가지의 비자연 속성을 동시에 타고난 몸.
약간의 노력만 더한다면 충분히 대성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좋아! 시작해 보자!”
굳게 의지를 다지는 로이스.
그는 제네로커에게 얻어낸 성법과 무법 이론 서적 앞으로 걸어갔다.
그 순간이었다.
“로이스, 간식 먹자!”
제네로커가 커다란 쟁반 가득 먹거리를 챙겨 왔다.
로이스의 시선이 제네로커가 들고 온 쟁반에 홀린 듯 꽂혔다.
쟁반 사이로 흘러나오는 달콤한 냄새에 로이스의 입에 절로 침이 고였다.
조금 전까지 굳게 의지를 다지던 로이스의 동공이 흔들렸다.
“간식만 먹고 시작하는 거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가 든든해야 머리도 잘 굴러가는 법이었다.
로이스는 날개를 파닥이며 뽈뽈뽈- 기어갔다.
매우 빠른 속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