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60)
60화. 제자 쟁탈전 (5)
부지불식간에 쌍둥이를 빼앗긴 노인은 놀라 눈만 껌뻑였고.
로이스는 쌍둥이를 자신 쪽으로 잡아끌며 화를 냈다.
“야, 쌍둥이! 너희 내가 뭐랬어! 누가 먹을 거 준다고 해도 아무나 따라가지 말랬지!”
로이스의 성난 목소리에 쌍둥이의 눈꼬리가 축 가라앉았다.
지은 죄를 아는지 쌍둥이가 시무룩하게 답했다.
“웅…….”
“그랬어…….”
조심성이 없는 쌍둥이는 이미 로이스에게 누누이 교육을 받아 왔었다.
그때마다 로이스는 강조했다.
[세상에는 어린 드래곤 가죽 벗겨 먹으려는 몰염치한 것들이 많으니까 누가 먹을 거 준다고 해도 함부로 따라가지 마!]한 번도 아니고 몇 번이나 했던 교육이 하등 쓸모없어지자 로이스가 복장이 터진다는 듯 가슴을 팡팡 두들겼다.
“아오, 내가 진짜 너희 때문에 못산다, 못 살아! 그렇게 아무나 막 따라갔다가 잘못되면…….”
분노한 너희 아빠 때문에 대륙이 반으로 쪼개질지도 모른다고!
…라고 내뱉으려던 로이스가 황급히 뒷말을 삼켰다.
그는 당황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을 보고는 쌍둥이의 손에 들린 육포를 뺏어 들었다.
육포를 빼앗기고 세상 다 잃은 표정을 짓는 쌍둥이.
다른 이가 봤다면 당장이라도 새로운 육포를 꺼내 줬을 측은한 표정이었지만, 로이스는 단호했다.
“한 번만 더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앞으로 너희랑 안 놀 거야.”
“미안해…….”
“잘못했어요오오…….”
쌍둥이가 고개를 푹 수그리자 로이스의 시선이 휙 돌아갔다.
어리고 귀엽게 생긴 아이가 자신을 쌀쌀맞게 노려보자 노인이 흠칫 어깨를 떨었다.
로이스는 노인의 손에 육포를 쥐여 주었다.
노인이 쌍둥이의 침으로 번들거리는 육포를 멍하니 내려다볼 때, 로이스의 냉랭한 목소리가 그의 귀로 흘러들었다.
“영감님도 그러는 거 아니에요. 어디 순진한 애들을 이런 육포로 꼬드겨서 데려가려고 해요?!”
“아, 아니, 나는…….”
“진짜 큰일 날 노인네일세!”
“그… 아가야… 나는…….”
“됐고. 앞으로는 그렇게 살지 마세요!”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쌀쌀맞게 뒤돌아선 로이스를 노인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로이스가 여전히 미련 남은 눈길로 육포를 바라보는 쌍둥이를 향해 소리쳤다.
“가자, 얘들아!”
“히잉…….”
“로이이이… 저거 먹고 가면 안 돼?”
“빨리 안 와?!”
“저거 맛있었는데…….”
“이것들이!”
머뭇거리는 쌍둥이를 한 대씩 쥐어박고 끌고 가는 로이스.
난데없는 상황에 벙해 있던 노인은 그 모습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자, 잠깐!”
그렇게 외친 노인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무법을 수련하는 이가 봤다면 감탄했을 법한 고속 이동이었다.
다급함에 전력을 다해 몸을 날려 로이스와 쌍둥이의 앞을 막아선 노인.
로이스는 갑자기 나타난 노인의 모습에도 별반 놀라지 않았다.
되레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뭐예요? 먹을 거로 어찌 못 하니까 이제 무력으로 해보자는 거예요?”
“아, 아니… 아가야, 나는…….”
“좋아요. 어디 해봐요! 우리도 쉽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테니까!”
노인은 어떻게든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어 보려 했지만, 이미 유괴범으로 낙인찍혔기에 그것마저 쉽지 않았다.
“끄응…….”
노인의 입에서 절로 앓는 소리가 났다.
봐라.
저 경계심으로 가득한 자줏빛 눈동자를.
꼬여도 단단히 꼬인 이 상황을 어찌 푼단 말인가.
자신을 경계하는 와중에도 쌍둥이를 어찌나 챙기는지 저보다 큰 녀석들을 제 뒤로 바짝 끌어당겼다.
그 모습이 하얀 새끼 고양이가 앙칼지게 위협하는 거 같아 노인은 피식 웃고 말았다.
그것은 노인의 실수였다.
“…웃어요?”
더욱더 게슴츠레하게 변해 버린 로이스의 눈빛.
이에 노인이 아차- 싶었다.
그는 오해를 풀기도 전에 다시 말도 못 꺼내 볼까 싶어 다급히 소리쳤다.
“자, 잠깐! 나도 할 말이 있단다! 내 말 좀 들어 보거라!”
“…해 보세요.”
로이스가 팔짱을 끼고 노인을 올려다보았다.
“고, 고맙구나.”
겨우 말할 기회를 얻은 노인.
겨우 대화의 물꼬를 튼 그가 안도하며 입을 열려는 찰나.
“네 이놈!”
“너는 또 뭐 하는 놈팽이냐!”
“당장 내 제자한테 떨어져라!”
“내 제자한테 떨어져!”
노인의 뒤쪽에서 고성이 들려왔다.
제자 어쩌고 하는 목소리에 로이스의 인상이 팍 찡그려졌다.
“아, 며칠 잠잠하다 했더니.”
목소리만 들어도 그들이 누군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로이스의 짐작대로, 곧 로건과 에이든이 모습을 드러냈다.
날듯이 뛰어온 그들이 노인의 뒤에 도착하고.
“너는 어디서 굴러먹던… 어라?”
“우리가 어떻게 구슬리고 있는… 어?”
두 사람은 로이스의 앞에 선 노인에서 성질을 내려다가 곧 그의 얼굴을 보고 멈칫했다.
로건과 에이든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자네… 검은 물소의 단장 아닌가?”
“그렉? 자네가 여긴 어떻게?”
둘을 발견한 그렉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아, 로건, 에이든?”
가을 대륙에 연고를 둔 여명과 백야 성탑의 부탑주, 로건과 에이든.
마찬가지로 가을 대륙 대형 용병단 중 하나인 검은 물소 용병단의 단장, 그렉.
가을 대륙에서 나름 방귀 좀 뀐다는 집단에 속한 그들은 이미 면식이 있는 사이였다.
같은 배에 타고 있을 줄 몰랐던 그들은 서로를 보고 놀라워했다.
한편, 로건과 에이든은 그렉을 보자마자 살짝 안도했다.
“아, 자네였는가? 후… 난 또 내가 한눈판 사이 별 시답지 않은 놈이 우리 로이스한테 들러붙은 줄 알았지.”
“껄껄, 자네라면 안심이… 아니라……. 자, 자네도 설마?!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겐가?”
“눈독?”
“우리 로이스를 제자로 들인다는… 그런 돼먹지 못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로건과 에이든이 보내는 미심쩍은 눈빛에 그렉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눈치챌 수 있었다.
두 사람이 하얀 머리 아이를 계속해서 힐끔거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흠… 저 아이의 이름이 로이스인가?’
그와 동시에 그렉은 배 안에 떠돌던 소문을 기억해 냈다.
[뭐였더라… 무슨 유명한 성탑의 부탑주씩이나 되는 작자들이 한 꼬맹이를 제자로 삼으려고 매일같이 치고받는다지?]‘그들이 이들이었던가?’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라고 치부했었다.
유명한 성탑의 부탑주라면 얼마든지 재능 있는 아이를 제자로 들일 수 있는 이들이었다.
제자로 받아달라고 자식을 보내올 이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그런 부탑주들이 아이 하나를 놓고 싸운다?
쉽게 믿어지지 않을 이야기였다.
하지만 자신을 노려보는 둘을 보니 아무래도 소문이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두 사람의 매서운 시선에 그렉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둘렀다.
“하하, 걱정 말게. 나도 제자를 들이고 싶긴 하지만, 저 아이는 아니니.”
“응? 그게 무슨 소린가?”
“내가 제자로 받고 싶은 애들은 저 두 아이일세.”
그렉이 손으로 쌍둥이를 가리켰다.
이렇게 말이 나온 김에 잘됐다고 여긴 그렉이 오해를 풀고자 로이스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쌍둥이를 제자로 받으려면 저 하얀 머리 아이의 허락을 받아야 할 듯싶었다.
“그… 이름이… 로이스라고 했느냐?”
“그런데요?”
“아까는 무슨 오해가 있던 거다. 난 저 아이들을 어디로 데려가려 한 게 아니고 그저 같이 갑판을 돌아다닐 생각이었단다. 애초에 이 망망대해에서 내가 저 아이들을 어디에 데려가겠니.”
그 같은 변명에도 로이스의 게슴츠레한 눈빛은 풀리지 않았다.
그의 입에서 뚱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거야 모르죠. 우리 애들 데려가서 아무도 모르는 빈 객실에 가둘 수도 있고, 아니면 그대로 바다에 던져 버릴 수도 있고.”
“그, 그럴 리가! 애초에 제자로 삼고 싶어서 잘 보이고 싶을 뿐인데 내가 왜 그런 짓을 벌이겠느냐!”
“세상이 워낙 흉흉해서?”
앙큼한 얼굴로 무서운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로이스.
도무지 어린아이답지 않은 조목조목한 반박에 그렉은 크게 당황했다.
그런 모습에 로건과 에이든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허허, 역시 우리 로이스.”
“말도 어쩜 이렇게 이쁘게 잘할꼬?”
이게?
어딜 봐서?
잘하는 건 맞았지만, 이쁘다는 거에는 도무지 동감할 수 없는 그렉이었다.
당황한 그렉을 보고 로이스가 입을 열었다.
“아무튼, 영감님이 하고 싶은 말이 결국은 우리 애들을 제자로 받고 싶단 말이죠?”
“그, 그렇지!”
드디어 대화가 통할 것 같다고 생각한 그렉이 화색을 지었다.
그러나 그건 로이스를 몰라도 너무 몰라서 하는 소리였다.
로이스가 쌍둥이를 돌아보았다.
“칸, 카니, 잘 들어.”
“응?”
“옹?”
“앞으로 저 할아버지처럼 제자니 뭐니 하며 접근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로이스의 물음에 쌍둥이가 당차게 답했다.
“로이가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안 된다고 했어요!”
“로이가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나쁜 짓 당한다고 했어요!”
“옳지, 잘했어요!”
칭찬을 받은 쌍둥이가 헤실거렸다.
한편, 그 모습을 보고 웃을 수 없는 이가 있었으니.
“…허.”
철벽도 이런 철벽이 없었다.
도무지 풀리지 않는 로이스의 경계에 그렉은 그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렉의 넋을 빼놓은 로이스가 쌍둥이 손을 잡았다.
“자, 가자. 까까 줄게.”
“응!”
“까까!”
앞장서 걸어가는 로이스를 쫄래쫄래 쫓아가는 쌍둥이.
빠져 버린 넋이 아직 돌아오지 못한 그렉은 녀석들의 뒷모습을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도카니 서있는 그렉의 양어깨에 각각 손이 하나씩 올라왔다.
에이든과 로건은 그렉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처음에는 다 그런 거라네.”
“허허, 우리 로이스가 보통 영특한 아이가 아니라서.”
그렉의 어깨를 두드려 준 두 사람은 나타났던 것과는 달리 뒷짐을 지고 허허롭게 사라졌다.
그렇게 홀로 남은 그렉.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그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한참 뒤, 그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허허, 당돌한 녀석 같으니라고.”
쌍둥이의 보호자는 어리지만 절대 만만치 않은 존재였다.
조금 전에 겪은 철통 같은 경계가 이를 증명했다.
쌍둥이를 제자로 들이고 싶지만, 로이스 때문에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듯싶었다.
하지만 그렉은 포기할 수 없었다.
‘쌍둥이의 자질은 내가 본 그 어떤 아이들보다 훌륭했다.’
백 년에 한 번, 아니, 천 년에 한 번 날까 말까 한 인재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것도 두 녀석이나 말이다.
그러니 어찌 쉽게 포기가 되겠는가.
그렉은 의지를 불태웠다.
“허허, 아무래도 두 녀석을 제자로 삼으려면 그 녀석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렉이 턱을 쓸며 고민하던 결론을 내렸다.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꼬셔 봐야겠구나.”
그리 중얼거린 그렉이 자리를 벗어났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렉은 몰랐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이미 로건과 에이든이 한 번 시도를 했던 일이며, 로이스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 뒤로도 그렉은 쌍둥이를 찾았지만, 로이스의 방해에 번번이 고배를 마시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제자를 얻고자 하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신경전이 2주 정도 이어졌을 무렵.
“유, 유, 유욱지이이다아아!”
감격에 찬 파브로의 괴성이 로이스 일행의 가을 대륙 입성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