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70)
70화. 진실의 방 (1)
다음 날.
로이스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파브로가 모는 마차를 타고 염원의 탑을 향했다.
신나서 마차 난간에 매달린 쌍둥이와 무덤덤한 얼굴의 파브로.
거기까지는 똑같았다.
한 가지 다른 점은 마차에 새로운 얼굴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뿐.
“으으…….”
바로 도살장에 끌려가는 표정을 짓고 있는 더글라스가 그 주인공이었다.
로이스 덕분에 강제로 염원의 탑 출근 도장을 찍게 된 더글라스의 표정은 울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더글라스를 바라보며 로이스가 입을 열었다.
“더글라스.”
“넵!”
“나랑 같이 다니기 싫어?”
“그, 그럴 리가요! 저, 저, 절대 싫지 않습니다!”
누가 봐도 싫은 게 팍팍 드러나는 얼굴이었다.
물론 로이스는 이를 자연스럽게 무시했다.
“그렇지?”
“아, 아무럼요!”
더글라스의 답변에 로이스가 싱긋 웃어 보였다.
잠시 뒤.
염원의 탑에 도착한 로이스 일행을 반겨 준 것은 배낭을 메고 있는 덱스터였다.
어딘가를 나갈 준비를 하는 덱스터를 보고 로이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 가세요?”
“헤이턴스 시에 좀 다녀오마.”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더글라스가 중얼거렸다.
“벌써? 이번에는 좀 빠르십니다. 지난달에 다녀온 거 같은데.”
“이번엔 막내도 들어왔고, 이것저것 준비할 게 좀 있어서 말이지. 그런데… 더글라스 네가 여긴 웬일이냐?”
“그… 타, 탑주님이 막내를 잘 도와주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그래서 왔습니다.”
“그러냐?”
덱스터가 별일 다 있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잘됐다. 내가 없는 틈에 네가 막내한테 이것저것 가르쳐 주거라.”
이에 고개를 끄덕이려던 더글라스.
그가 무언가를 떠올리고 슬쩍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 그런데 말입니다.”
“응?”
“혹시 짐꾼 안 필요하십니까?”
“짐꾼?”
“그… 들고 오실 짐이 많을지도 모르니 제가 따라가는 게…….”
더글라스가 제발 자신을 데려가 달라는 듯 애절한 표정을 지었다.
생전 한 번도 안 한 짓을 하는 더글라스를 보고 덱스터의 표정이 기괴하게 변했다.
“뒈질 때가 된 게야?”
“예?”
“왜 갑자기 않던 짓을 하는 거냐?”
“그, 그야 탑주님도 나이가 있고… 그러다가 허리라도 다치시면…….”
“나이야 네가 더 많지 않으냐?”
“저, 저야 아직 드워프 나이로 치면 팔팔합니다!”
있는 힘껏 가슴을 텅텅 두드리며 자신을 건재함을 보이는 더글라스.
그러면서도 그는 로이스의 눈치를 슬금슬금 봤다.
이에 로이스가 씨익 웃으며 불쑥 끼어들었다.
“헤이턴스 시라고 하셨죠? 거긴 왜 가는데요?”
“이 촌동네에서 기물 제작에 들어가는 재료 수급이 쉽겠느냐. 그걸 구하려면 큰 도시로 나가야 하는 거지.”
“아항! 거기 멀어요? 오래 걸리세요?”
“거리상으로는 그리 멀지는 않지만, 재료 좀 사고 이것저것 볼일을 보다 보면 대충 나흘 정도 걸릴 거다.”
“오홍.”
덱스터의 설명을 듣는 순간 로이스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로이스가 파브로를 향해 눈짓했다.
‘뭐 해? 출동해, 파브로!’
‘네!’
이제 척 하면 척.
로이스가 무엇을 원하는지 눈치챌 수 있게 된 파브로가 앞으로 나섰다.
“그럼 나와 함께 갑시다.”
“읭? 자네랑?”
“마차도 있으니 그거 타고 가면 될 겁니다.”
“오, 마차라.”
덱스터가 파브로의 말에 혹하는 듯 싶자, 로이스가 다시금 끼어들었다.
“그렇게 하세요. 더글라스 아저씨는 저한테 이것저것 가, 르, 쳐 줄 게 많으니까 여기 남겨 두시고. 힘 좋은 파브로 아저씨랑 갔다 오세요.”
“저, 저도 힘 좋은…….”
어떻게든 자신이 덱스터를 따라가려고 마지막 항변을 하는 더글라스.
덱스터의 뒤로 빠르게 이동한 로이스가 더글라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거기서 한마디만 더 해 봐.]로이스가 엄지로 자신의 목을 슥 그었다.
그게 무슨 뜻인지 단번에 알아들은 더글라스는 얼굴이 창백해져 연신 딸꾹질을 해 댔다.
그때 덱스터가 뒤로 돌아서니, 악귀 같았던 로이스의 얼굴이 다시금 화사하게 변했다.
말똥말똥, 무언가 기분이 좋아 보이는 막내를 보며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린 덱스터.
그는 이상한 기분을 털어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마.”
“잘 생각하셨어요!”
“나 없는 사이 이상한 짓 하지 말거라!”
“에이, 제가 무슨 앤가요?”
“끙… 하여간 이 입만 산 꼬맹이 같으니라고.”
“저 꼬맹이 아니에요.”
“아무튼, 엉뚱한 짓 하지 말거라. 그리고!”
마지막 말에 힘을 준 덱스터.
그가 한쪽에 멀뚱히 서 있는 쌍둥이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네 친구들 사고 안 치게 잘 감시해라.”
“네!”
불과 며칠 사이 쌍둥이의 극성맞음을 몸소 체험한 덱스터.
집을 비우면서 그가 걱정한 것은 바로 저 천방지축 쌍둥이가 또 무슨 사고를 칠지였다.
“진짜, 진짜! 잘 감시해야 한다!”
“네네!”
“끄응…….”
두 번이나 ‘진짜’를 강조한 덱스터는 로이스의 야무진 답변에 앓는 소리를 냈다.
대답은 야무진데 영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은 왜일까?
덱스터가 찝찝함을 털어내고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그럼 다녀오마.”
“다녀오세요!”
로이스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가는 덱스터를 보며 더글라스는 우울하게 어깨를 늘어트렸다.
그런 더글라스의 등을 파브로가 토닥여 주었다.
“고생하십쇼. 제가 얼른 돌아올 테니.”
“얼른… 얼른 다녀오게나.”
“금방 오겠습니다.”
“믿겠네.”
이 드래곤이 가득한 집에서 더글라스가 의존할 수 있는 이는 파브로뿐이었다.
두 드워프가 나이를 초월한 우정어린 악수를 진하게 나누었다.
굳건히 맞잡은 손이 떨어지고, 파브로가 문밖으로 나섰다.
“파브로 올 때 맛있는거어어!”
“안 사 오면 혼나!”
마지막으로 쌍둥이의 배웅을 받으며 파브로가 모는 마차가 염원의 탑으로부터 멀어져 갔다.
그리고.
“갔지?”
작은 점이 되어 버린 마차를 보고는 로이스의 입꼬리가 씨익 말려 올라갔다.
그가 자신의 앞에 모인 셋을 돌아보았다.
“쌍둥이, 더글라스.”
“응!”
“엉!”
“…네.”
활기차게 만세를 부르는 쌍둥이와 시무룩하게 대답하는 더글라스.
그들의 귓속으로 영문 모를 뜻이 담긴 목소리가 흘러 들었다.
“시작해 보자, 후후.”
“……?!”
로이스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떠오르는 순간.
‘저, 저?!’
더글라스는 알 수 없는 오한에 몸을 떨어야만 했다.
* * *
모두가 잠든 야심한 밤.
쿵쿵-.
더글라스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문을 두드렸다.
물론 상대는 한 번에 나타나는 법이 없었다.
쾅쾅-.
기어코 문이 부서질 정도로 두들겨진 다음에서야 집주인이 나타났다.
“대체 이 시간에 누굽니까?!”
짜증 섞인 얼굴로 나온 이는 다름 아닌 빅터.
그는 더글라스는 내려다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뭡니까, 더글라스?”
웅얼웅얼.
그런 빅터를 향해 더글라스가 무어라 중얼거렸지만, 목소리가 너무 작아 들리지 않았다.
“뭐라고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빅터를 향해 더글라스가 손짓했다.
이에 빅터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상체를 숙였다.
그렇게 가까워진 둘의 얼굴.
그제야 빅터는 더글라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수 있었다.
“…진실의 방으로.”
“그게 무슨 헛소리…….”
퍽-.
헛소리를 늘어놓는 더글라스를 향해 버럭 소리치려던 빅터는 난데없이 휘둘러진 주먹질에 명치를 얻어맞고 말았다.
“커흑… 더, 더글…….”
갑작스러운 공격에 숨조차 제대로 못 쉬는 그의 머리 위로 두건이 씌워졌다.
그리고 들려온 담담한 목소리.
“미안하네, 빅터. 나도 어쩔수가 없었어.”
의미를 알 수 없는 사죄와 함께 더글라스의 손날이 빅터의 후두부를 강타했다.
털썩-.
그렇게 기절해 버린 빅터.
“갑세. 진실의 방으로…….”
음울하게 읊조린 더글라스가 그를 들쳐 업었다.
그리고 그런 일은 비단 빅터에게만 일어난 게 아니었다.
쾅쾅-.
에리카는 시끄럽게 울리는 문소리에 벌컥 문을 열어젖혔다.
“이 시간에 도대체 누구야! 잠도 없냐?!”
그러자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작은 머리통.
은발과 청록색 눈동자가 빛나는 귀여운 아이가 문 앞에 서 있었다.
“너는……?”
에리카는 아이를 알아보았다.
이번에 탑에 들어온 막내와 같이 다니는 쌍둥이 중 여아 쪽이었다.
“하아… 진짜 이래서 애들은…….”
에리카는 함부로 방문을 두드리는 게 아니라고 훈계를 하기 위해 살짝 상체를 숙였다.
그때였다.
“응?”
그녀는 자신의 앞으로 불쑥 내밀어진 하얀 손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
“잡으라고?”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는 카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별일이 있을까 싶었던 에리카는 하얀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별일이 일어났다.
파츠츠측-.
카니의 몸에서 피어난 새하얀 전류.
곧이어 에리카의 전신이 전깃불로 인해 번쩍였다.
“꺄아아아!”
난데없는 감전에 에리카가 비명을 지르고.
털썩-.
그녀는 그대로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이에 에리카의 손을 맞잡은 카니가 방긋 웃으며 소리쳤다.
“진실의 방으로!”
그러고는 에리카의 손을 잡고 그대로 질질 끌고 가는 카니.
한참이나 어디론가 향하던 카니가 잠시 멈추고 번쩍 손을 들었다.
“칸!”
“카니!”
맞은편에서 오고 있던 칸도 손을 들어 누나를 반겼다.
그런 칸의 반대편 손에는 기절한 플로리아의 다리가 쥐여 있었다.
머리카락에서 옅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것을 보니 전기로 구워진 지 얼마 안 된 모양이었다.
달조차 뜨지 않은 야심한 밤, 음침한 골목에서 만난 쌍둥이.
녀석들이 서로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키득거렸다.
“진실의 방으로!”
“진실의 방으로!”
녀석들은 로이스가 가르쳐 준 구호를 신나게 따라 하며 기절한 이들을 끌고 사라졌다.
* * *
“으음…….”
정신을 차린 빅터가 천천히 눈을 떴다.
어두운 공간, 희미한 불빛 아래 서서히 주변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여긴……?’
처음에 든 생각은 장소에 대한 의문이었고, 두 번째는 쇠사슬에 꽁꽁 묶여 있는 자신의 처지였다.
그다음으로 자신을 공격한 더글라스가 떠오른 빅터.
그제야 그는 자신이 잡혀 온 곳의 정체를 깨달았다.
‘여긴 더글라스의 공방이잖아?!’
그와 함께 빅터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곳에는 공방의 주인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빅터가 분개하여 고함을 내질렀다.
“더글라스!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그러나 그 물음에 들려오는 답은 없었다.
더글라스는 그저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을 뿐.
그때였다.
“로이이이! 칸 왔어!”
“로오오이! 카니도 왔어!”
작은 콧노래 소리와 함께 누군가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저, 저?!”
쌍둥이의 손에 끌려오는 에리카와 플로리아를 본 순간 빅터는 놀라 굳어 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쌍둥이는 빅터의 옆에 준비된 의자에 에리카와 플로리아를 앉히고 쇠사슬로 꽁꽁 싸맸다.
그 모습에 더글라스가 바동거렸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더글라스?!”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
더글라스의 침묵으로 의문은 더욱더 깊어져 갔다.
그 순간.
터벅터벅-.
드디어 모든 사건의 배후가 등장했다.
“오셨습니까?”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계단을 내려온 로이스에게 더글라스가 폴짝 일어나 쪼르르 달려갔다.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더글라스를 보고 빅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치 간신배와 다름없는 비굴한 미소를 띤 더글라스가 잽싸게 의자를 대령했다.
그것은 요 며칠간 더글라스가 로이스를 위해 만든, 왕이 앉을 법한 화려한 의자였다.
물론 아동용 사이즈였지만.
그렇게 의자에 사뿐히 엉덩이를 걸친 로이스.
그의 뒤로 쌍둥이가 팔짱을 끼고 서자, 로이스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좋은 밤이지? 사건 사고가 일어나기에 아주 좋은.”
그 물음에 빅터는 오스스 소름이 돋아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