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74)
74화. 인정 (3)
며칠 전.
로이스에 의해 소환된 더글라스와 파브로.
그들은 로이스가 내민 도면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걸 저희보고 만들라굽쇼?”
“대체 이게 뭐에 쓰는 물건입니까?”
더글라스와 파브로에게 로이스가 보여 준 도면은 하나가 아니었다.
각 도면에 그려진 부품을 조합해 하나의 완전체를 만든다는 것은 알겠지만, 제각각인 부품만 보니 도무지 이게 뭐에 쓰는 물건인지 그들로서는 알 도리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로이스가 만든 도면은 전생, 즉 현대의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이스에게 일일이 설명을 해 줄 시간은 없었다.
“자세한 거는 만들면서 해 줄게. 일단은 작업 시작하자.”
“끄응… 알겠습니다.”
앓는 소리를 냈지만, 그들은 작업을 거부하지 못했다.
어느 분의 명령이라고 감히 거부하겠는가.
그렇게 더글라스와 파브로는 탑의 한쪽에 자리한 대장간 겸 공방으로 옮겨 갔다.
그날부터 그들의 망치질이 시작됐다.
하지만 거기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어라… 이게 아니네?”
“네? 저희는 분명 도면대로 만들었습니다만?”
“끙… 그래… 그건 맞는데.”
이번에는 로이스가 앓는 소리를 냈다.
분명 파브로와 더글라스는 자신이 준 도면대로 제대로 만들기는 했다.
다만, 문제는 로이스에게 있었다.
그가 만든 도면은 얕은 현대 지식을 바탕으로 성법 지식이 섞인 그만의 기물이었다.
물론 중간 시험작이 없었기에 도면대로 만든다고 해도 그것이 실제로 작동하리란 법은 없었다.
때문에 제작을 하면서 중간중간 여러 가지 시험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그걸 일일이 내가 다 가르쳐 주면서 진행해야 한다는 거지…….’
자신이 만든 도면을 파브로와 더글라스가 만들고.
그게 정상으로 작동하는지 자신이 다시 확인하고.
발생한 오류를 반영해서 다시 도면을 제작하고…….
로이스는 그러한 과정이 너무도 답답했다.
‘일의 효율성이 너무 떨어지잖아?’
결국,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낸 로이스가 소리쳤다.
“아오! 됐어! 차라리 내가 만들고 만다!”
만약 자신이 직접 만들면 피드백을 반영하는 중간 과정 몇 가지를 생략할 수 있었다.
때문에 로이스는 자신이 직접 제작을 하리라 결심했다.
한편, 로이스의 그런 외침을 들은 파브로와 더글라스.
“네? 허허허.”
“…허허.”
로이스의 말에 두 드워프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 모습에 로이스가 뚱하게 물었다.
“왜 웃냐?”
“허허, 야장 기술이란 게… 그리 만만한 게 아닙니다.”
“맞습니다. 하루 이틀 배운다고 해서 될 게 아니죠.”
철이 들기도 전부터 망치를 잡아 온 이들.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백여 년.
그들이 망치를 잡아 온 세월이었다.
그랬기에 야장 기술을 만만히 보는 로이스가 어리석어 보일 뿐이었다.
아무리 그가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래? 그래도 일단 알려 줘 봐.”
로이스는 자기 뜻을 굽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에 파브로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러시죠.”
자신이 도전하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안다면 알아서 못하겠다고 하겠지.
그것이 파브로와 더글라스가 공통으로 가진 생각이었다.
“일단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 보시죠.”
파브로와 더글라스는 망치를 쥐는 법부터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땅- 땅-.
“…….”
용광로 앞에서 망치질하는 로이스를 보며 둘의 넋이 쏙 빠져 버렸다.
“다 했다!”
막 자신이 만든 검을 보며 로이스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검을 내보이며 로이스가 물었다.
“어때? 괜찮지?”
괜찮은 수준이 아니었다.
어지간한 일류 대장장이가 만든 검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드워프의 눈이 이를 정확히 파악해 냈다.
놀라서 턱을 늘어뜨린 더글라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음… 자, 잘 만드셨네요.”
“그렇지?”
“…네.”
으쓱거리는 로이스를 보며 파브로와 더글라스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나는 대체… 그동안 뭘 한 거냐…….’
‘허허… 삶이 허망하구나.’
망치를 잡은 지 몇 시간 만에 검을 뚝딱 만들어 내는 로이스의 재능은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에이, 야장 기술 별거 아니네!”
“…….”
망치를 휘휘 휘두르는 로이스를 보며 파브로와 더글라스는 똑같은 것을 생각했다.
‘재수 없는 드래곤!’
그리고 그들은 깨달을 수 있었다.
드래곤이 드워프들을 부려 먹는 것은 자신들이 못해서가 아니란 것을.
단지… 귀찮아서임을 말이다.
* * *
그렇게 더글라스와 파브로가 회상에 잠긴 사이.
땅- 땅-.
덱스터는 열심히 망치를 휘두르는 로이스의 모습을 한동안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속내는 무척 복잡했다.
‘이러다 정말… 저 녀석이 기물을 만들어 온다면?’
이제 고작 10살짜리 꼬맹이가 내뱉은 말.
독학으로 기물을 만들어 오겠다는, 누구도 믿지 않았을 그 말을 지킨다면…….
과연 그땐 자신은 녀석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것참…….’
과연 로이스가 무엇을 만들고, 자신에게 어떤 것을 보여 주며 놀라게 할지 살짝 기대감이 생겨났다.
‘어디서 저런 녀석이…….’
덱스터는 이런저런 복잡한 심경이 담긴 눈으로 로이스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순간 로이스의 망치질이 멈췄다.
“다 했다!”
로이스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망치를 두들기고도 땀 하나 흘리지 않는 게 기이했지만, 넋이 나간 덱스터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로이스는 자신이 만든 물건을 보며 스리슬쩍 웃었다.
‘이거 은근히 재밌네?’
처음에는 이런 걸 왜 하나 싶었지만, 만들다 보니 은근히 스트레스도 날아가고 묘한 성취감도 있었다.
내 손으로 만든, 완성된 결과물을 보는 재미.
로이스는 그 재미를 알아 버리고 말았다.
‘프라모델 만드는 사람들이 이런 기분인가?’
무언가 비유가 다르기는 했지만, 그의 심정은 딱 그러한 기분이었다.
“응?”
신나있던 로이스가 구경꾼들을 발견했다.
“거기서 뭐 해요?”
“어… 그게.”
그제야 정신을 차린 덱스터가 화들짝 놀랐다.
그거 겸연쩍게 중얼거렸다.
“그, 그냥 잘하고 있는지 보러 왔다.”
“흠…….”
로이스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뭐야, 염탐하러 온 거예요, 할배?”
“여, 염탐이라니!”
덱스터가 펄쩍 날뛰었다.
그러고는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난 그저 하도 시끄럽게 굴어서 온 것뿐이다.”
“예에, 예에 그러시겠죠.”
“앞으로 조용히 두들겨라!”
“망치질을 어떻게 조용히 두들겨요?”
“하라면 해!”
어이없어 하는 로이스를 뒤로하고 덱스터는 발길을 돌렸다.
그렇게 떠나가는 덱스터를 보며 로이스가 중얼거렸다.
“하여간 성격 안 좋은 노인네.”
그리 중얼거리는 로이스가 다시금 망치를 휘둘렀다.
* * *
그날 이후 덱스터는 로이스의 공방을 찾지 않았다.
또한, 로이스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았다.
그저 지켜볼 뿐.
대신 로이스가 덱스터의 공방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할배 있어요?”
문을 빼꼼히 열고 고개를 들이민 로이스.
그의 등장에 도면을 그리고 있던 덱스터가 버럭 소리쳤다.
“인석아, 왜 또!”
“그냥요.”
“그냥은 무슨. 또 뭘 훔쳐 가려고 기웃거려!”
“훔쳐 가다뇨. 그냥 빌려 가는 것뿐입니다만?”
“네놈이 빌려 간 걸 언제 다시 가져온 적 있느냐!”
“에이, 제 작업 끝나면 돌려드릴게요.”
“당장 가져와! 나도 써야 하니까!”
“넵.”
그간 덱스터의 공방에서 여러 공구를 스리슬쩍 훔쳐 간… 아니, 빌려 간 로이스.
그가 눈을 굴리며 덱스터의 공구들을 살폈다.
‘음… 이건 뭐에 쓰는 공구지?’
오늘도 어김없이 덱스터의 공구함을 둘러보다가 사용법도 모르는 연장을 슬쩍 집어 들었다.
‘일단 챙기자. 가져다 두면 쓸 일이 있겠지.’
연장을 챙겨 고양이 걸음으로 스리슬쩍 빠져나가려던 로이스는 도면에 심취하고 있는 덱스터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그의 뒤편에 천으로 뒤덮인 거대한 물건이 시야에 들어왔다.
‘대체 저건 뭘까?’
덱스터의 공방에 들어올 때마다 항상 궁금했었다.
대체 어떤 물건이기에 덱스터가 저토록 꽁꽁 숨겨 놓는 걸지.
천으로 뒤덮인 물건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로이스에게 덱스터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왜, 그것도 훔쳐 가려고 그러느냐?”
“에이, 이걸 어떻게 훔쳐요. 대충 봐도 2m는 넘어 보이는구먼.”
물론 크다고 못 훔칠 것도 없었지만.
다시 도면으로 시선을 돌린 덱스터를 흘끗거릴 로이스가 은근슬쩍 물었다.
“근데 이거 진짜 뭐예요? 뭔데 이렇게 꽁꽁 숨겨 두신 거예요?”
로이스의 물음에 도면 위를 노닐던 덱스터의 손이 우뚝 멈췄다.
잠시 이어진 침묵 속에 덱스터의 입이 열렸다.
“세상 사람들은 속성력을 다루는 초인들을 선망하지. 화려한 성법을 사용하는 법사와 인간의 육체 한계를 초월한 무사까지. 그런데 말이다…….”
“……?”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기물이란 걸 무시하더구나. 속성력을 다루는 이들은 물론이고 일반 사람들까지. 그들에게 기물을 조금 특이한 물건일 뿐일 테니까.”
“그런데요?”
“난 인정받고 싶었다. 기물을 만들고 제작하는 것도 엄연한 성법의 한 갈래이며, 훌륭한 기물은 뛰어난 성법과 무법에 비견된다는 걸 말이다. 지금 네가 보고 있는 그건…….”
덱스터의 시선이 천으로 뒤덮인 물건에 닿았다.
“내 일생의 목표다. 뛰어난 인공 기물 역시 사람들이 만들어 낸 성법과 무법에 비견된다는 걸 증명해 줄…….”
덱스터의 담담한 목소리에 로이스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늙고 노쇠한 덱스터였지만, 눈 속에 담긴 열정은 젊은 날의 그가 품었던 꿈이 뜨겁게 열기를 발하고 있었다.
한편 로이스는 그것이 걱정스러웠다.
‘마치 생의 마지막 불꽃을 불사르는 거 같네.’
로이스의 뇌리로 얼마 전 피를 토하며 쓰러졌던 덱스터의 몸 상태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날부터 덱스터의 얼굴은 하루가 다르게 수척해져 가고 있었다.
그렇게 로이스가 덱스터를 물끄러미 바라볼 때였다.
“쿨럭 쿨럭-.”
덱스터가 기침을 토해 냈다.
“이런… 약을 먹을 때군.”
그가 시계를 한번 흘낏거리고는 주방으로 사라졌다.
이를 본 로이스도 공방을 빠져나가려다가 덱스터가 보고 있던 도면이 시선에 잡혔다.
“응?”
도면 주변을 기웃거리는 로이스.
그는 곧 도면에 빠져들었다.
“이건……?”
도면에는 각종 복잡한 술식 회로가 엉켜 있었다.
하지만 로이스는 이내 그것이 어떤 용도의 물건을 만들어 내기 위한 도면인지 파악했다.
“오? 이것 봐라?”
무언가를 깨달은 듯 로이스의 두 눈이 반짝였다.
그러다가 약간 실망한 듯 중얼거렸다.
“…아직 미완성인가?”
로이스가 공방을 찾을 때마다 덱스터는 항상 이 도면을 부여잡고 끙끙거리고 있었다.
무언가 잘 안 풀리는지 온종일 도면만 보고 끼니를 거르는 날도 잦았다.
사실상 깨어 있는 시간 내내 도면만을 보고 있다고 말하는 게 옳았다.
그렇게 로이스가 도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 덱스터가 되돌아왔다.
“아직도 있었냐? 이제 그만 가라. 나도 일해야 하니.”
“네에.”
“그리고 쓴 연장을 바로바로 가져오고!”
“네에 네에!”
덱스터의 잔소리에 설렁설렁 답하는 로이스.
그 순간 덱스터는 볼 수 있었다.
로이스의 입에 걸린 작은 미소를.
‘이 녀석이 왜 웃는 거지?’
뭔가 묘한 미소에 덱스터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로이스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 그대로 공방을 떠나갔다.
“원, 도대체 속내를 알 수 없는 녀석이구먼.”
덱스터는 로이스의 묘한 미소를 뇌리에서 지우고 다시 연구에 들어갔다.
한편, 문 너머에 선 로이스.
그의 입에 걸린 작은 미소가 크게 번져 나갔다.
“후후후.”
아마 덱스터는 꿈에도 상상치 못했을 것이다.
자신이 일평생을 구상해 온 ‘그것’의 도면이 한 어린 드래곤의 머릿속에 그대로 저장되었으며.
“이거 쓸 만하겠는데?”
또한 ‘그것’이 어린 드래곤의 머릿속에서 새롭게 재탄생되고 있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