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76)
76화. 남자의 로망 (1)
로이스를 끌고 자신의 공방으로 돌아온 덱스터.
쾅!
거칠게 문을 닫고 나서야 그는 로이스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풀려 난 로이스가 살짝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할배… 많이 화났어요?”
“아니, 화 안 났다.”
“에이, 얼굴이 화난 얼굴인데. 음… 아까 그 동력구 때문에 그런 거라면 죄송해요. 폐기하고 다시는 안 만들게요.”
그 순간 덱스터가 버럭 소리쳤다.
“폐기? 지금 폐기라고 했느냐?!”
“왜 그래요, 또?”
“그걸 왜 폐기해! 네놈이 미친 게냐!?”
“…아니, 대체 어떤 장단에 맞춰야 할지를 모르겠네.”
화가 난 것 같다가도, 아닌 거 같다가도 하는 덱스터를 보며 로이스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까지는 화가 나지 않았다는 덱스터의 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
“네놈이 만든 그 동력 장치가 어떤 물건인 줄 알고 폐기를 한다고 해!”
“……?”
“그건 역사의 한 획을 그을 물건이란 말이다! 그걸 연구하고 발전시켜도 모자랄 판에 폐기하고 안 만들겠다고?”
“에이, 그 정도는 아니죠.”
“아니긴! 흐어…….”
거칠게 씩씩거리는 덱스터.
그는 자신이 극도로 흥분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잠시 심호흡을 했다.
그러고는 돌연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공방의 중앙으로 나아갔다.
그가 하는 행동을 의아한 눈으로 지켜보는 로이스.
잠시 뒤.
화악-.
흰 천이 걷어지면서 덱스터가 그간 꽁꽁 감춰 온 베일에 싸인 물건이 세상에 드러났다.
그와 함께 로이스의 입이 떡 벌어졌다.
“헉?! 저, 저건?!”
어지간하면 놀랄 일이 없는 로이스.
그는 진심으로 경악하고 있었다.
흰 천 아래서 등장한 은색의 거체.
그것은 강철 갑옷을 입은 기사가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었다.
다만, 그렇게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기사의 키가 무려 2m에 달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저 은빛의 기사가 몸을 일으킨다면 그 크기는 3~4m에 달하리라.
과연 3~4m의 갑옷을 입을 수 있는 기사가 존재할까?
로이스가 놀란 눈으로 은빛 기사를 바라볼 때 덱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엇처럼 보이느냐?”
“그, 글쎄요… 뭐, 뭘까요?”
알 것만 같았다.
하지만 듣고 싶었다.
저것의 진정한 정체를.
제작자의 입을 통해서!
그런 로이스의 기대에 부응하듯 덱스터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세상 사람들은 말한다. 기물은 그저 도구일 뿐이며 그 한계가 명확하다고.”
“…….”
“하지만 나는 이 녀석을 통해 그런 사람의 인식을 바꿔 줄 거다. 그들이 말하는 기물의 한계를 넘어선 기물! 나는 이 녀석을…….”
꿀꺽-.
덱스터의 다음 말을 기다리며 로이스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런 로이스의 기대 어린 시선 속에 덱스터가 비장하게 답했다.
“초월기라 부른다.”
덱스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로이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진짜야! 진짜라고!’
처음 염원의 탑의 존재를 알고 로이스는 진하게 풍기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세계관을 훌쩍 뛰어넘는 오버 테크놀로지의 냄새를 말이다.
그리고 지금.
‘저게 나오다니!’
로이스가 빙의한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던.
그러나 다른 판타지 세계관에서 종종 등장하는 타이탄, 마장기의 명칭으로 불리는 물건이 로이스의 눈앞에 떡하니 등장했다.
덱스터가 초월기라 부른 기물.
로이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흥분할 만한 물건이었다.
‘로봇! 로봇이라고!’
남자의 로망이라고 하면 당연히 2족 보행 로봇이다.
거대한 기갑 로봇, 마장기에 타고 적과 싸우는 장면을 상상만 해도 전율이 치솟았다.
적어도 로이스의 입장에서는 그랬다.
그런데 바로 지금 그런 로봇이 눈앞에 떡하니 모습을 드러냈으니 로이스가 흥분을 안 하고 배기겠는가.
그사이 덱스터가 자신의 도면을 가져와 로이스에게 보이며 말했다.
“내가 이 초월기를 처음 구상하고 만들어 오기 시작한 것은 올해로 25년째다. 그중 동력구를 만들기 위해 투자한 시간만 무려 10년이란 말이다!”
“아, 아니… 왜 화를 내세요?”
“화내는 거 아니다! 기뻐서 그런다.”
흥분한 덱스터의 목소리는 진짜 화가 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잔뜩 성이 나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누가 뭐라 해도 이 초월기의 핵심은 1톤이 넘어가는 저 거구를 움직일 동력 장치였다.
무려 10년을 연구하고도 아직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었건만, 이 로이스란 녀석은 불과 며칠 만에 자신의 동력구를 떡하니 개량하여 나타나지 않았던가.
이에 덱스터는 희망을 발견했다.
자신의 연구가 완성될 수 있는 희망을 말이다.
덱스터가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와 다오.”
“네?”
“얼마 뒤면 가을 대륙에서 성탑 학술제가 열린다. 5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지.”
“그런데요?”
“난 이 초월기를 그 성탑 학술제에서 보이고 싶다. 그들이 가진 기물은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관념을 깨트리고… 인정받을 거다.”
“…….”
“그러기 위해서는 이 동력구를 만들어 온 너의 도움이 필요하구나.”
열정으로 가득 찬 덱스터의 두 눈을 보며 로이스는 턱을 쓸었다.
그러다가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흐허허!”
로이스의 허락에 기쁜 웃음을 터트리는 덱스터.
하지만 기뻐하기에는 일렀다.
“그런데 말이에요.”
“응?”
“이렇게 되면 제 실력을 인정해 주시는 건가요?”
“아무렴!”
못 할 것도 없었다.
말도 안 되는 기적과도 같은 재능을 바로 눈앞에서 생생하게 목격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염원의 탑 선조들이 쌍욕을 하며 무덤에서 일어나리라.
덱스터의 이야기에 로이스의 미소가 짙어졌다.
“그럼 염원의 탑주 자리는…….”
“두말해서 뭐 하겠느냐. 당연히 너의 것이지!”
“헤헤헤.”
“단!”
“……?”
“이 녀석이 완성되고, 학술제에 성공적으로 선보일 수 있다면… 내 그때 정식으로 너에게 탑주직을 물려주마. 물론 탑의 보물인 녹슨 검도 같이!”
“좋아요!”
로이스도 딱히 거부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녹슨 검인 참룡검이 목표였지만, 이제는 달랐다.
‘이걸 보고 그냥 넘어가라고?’
남자의 로망, 자신의 로망이 눈앞에 있는데 이를 보고 그냥 넘어가면 향후 수백 년은 땅을 치고 후회하리라.
그는 초월기의 완성을 지켜보고 싶었다.
그리고 되도록 많은 초월기의 비밀을 알아내고 싶었다.
덱스터와 같이 연구를 하면 그 비밀을 알 수 있으리라.
초롱초롱 빛나는 로이스의 시선과 열정으로 가득한 덱스터의 시선이 마주했다.
먼저 로이스가 손을 내밀고.
“잘 부탁드립니다!”
“오냐! 나야말로 잘 부탁한다!”
덱스터가 로이스의 손을 마주 잡았다.
매일같이 티격태격하던 두 사제 간의 의견이 처음으로 일치하는 순간이었다.
* * *
성탑.
그것이 언제 처음 생겨났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었다.
다만 사람들이 추측하길 성탑의 역사는 성법의 역사와 같다고 여기고 있었다.
-성탑은 같은 성법을 익히는 이들이 교류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것이 현시대에 내려진 성탑 형성에 관한 결론이었다.
속성력을 다루는 기예 중 하나인 성법은 갖가지 속성력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뉜다.
거기에 같은 속성이라 할지라도 다루는 방식에 따라 또다시 파벌이 갈라졌다.
때문에 각 대륙마다, 지역마다, 그리고 각 속성과 파벌에 따라 성탑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렇게 생겨난 성탑은 자연스럽게 경쟁을 붙게 됐고, 그들의 경쟁을 지켜보는 호사가들은 성탑 간에 순위를 매겼다.
오랫동안 이어지던 순위는 시간이 흘러 공식적으로 순위를 집계하는 기관마저 만들어 낼 정도로 체계적으로 변했다.
그런 이들이 부여한 가을 대륙 최고의 성탑은 ‘광휘의 탑’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광휘의 탑.
가을 대륙에서 지난 300여 년간 1위 자리를 지켜 온 명실상부 최강의 성탑.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광휘의 탑에 환상을 품었고, 가을 대륙에서 법사를 꿈꾸는 많은 지망생은 광휘의 탑을 수없이 들락거렸다.
그런 지망생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
수준 높은 성법을 배워 나가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스승이 필요한 법이었다.
더욱이 광휘의 탑에는 가을 대륙 유일무이한 1티어급 법사가 탑주를 맡고 있었기에 많은 이들이 기대를 품고 광휘의 탑을 찾았다.
‘혹시… 내 재능이라면 광휘 탑주님의 눈에 들 수 있을지도 몰라!’
그것은 광휘의 탑에 갓 들어온 신입부터 제법 연차가 쌓인 법사까지.
모두가 품은 기대였다.
그러나 그런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광휘의 탑의 주인은 수십 년째 제자를 들이고 있지 않았다.
세간에 알려지길 그는 제자에게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의 경지를 높이는 데에만 관심이 있어서라 하였다.
하지만 그런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다.
“흠…….”
광휘의 탑 최상층.
백색의 로브에 새하얀 수염.
누가 봐도 ‘나 법사요’ 하는 느낌을 물씬 풍기는 노인이 서류철을 들춰 보고 있었다.
그런 노인의 앞에는 몇몇 중년인이 살짝 기대 섞인 눈으로 노인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잠시 뒤, 서류철의 마지막 장이 드러나고.
중년인 중 가장 나이 들어 보이는 이가 기대를 담고 물었다.
“어떠십니까?”
“글쎄다……. 영 끌리는 아이가 없구나.”
새하얀 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노인.
광휘의 탑주이자 1티어의 성법사 론 그레미온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이에 무언가 기대를 품었던 이들의 얼굴이 실망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포기를 못 했는지 그들이 애원조로 물었다.
“코즈모 백작가의 장남은 어떠십니까? 세 살 때부터 속성력을 느낀 신동이라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아니면 드웨덴 공작가의 공녀님은…….”
“아, 드웨덴의 공녀? 그 아이는 나도 본 적이 있지. 제법 괜찮은 아이였다.”
론의 긍정적인 반응에 중년인들의 얼굴이 화색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한데, 크게 될 재목은 아니더구나.”
“아…….”
다시금 우울하게 변한 중년인들.
이에 노인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들 말거라. 다 때가 되면 언젠가는 만나게 되겠지.”
“…그 말씀을 십 년 전에도 하셨습니다. 탑주님, 대체 언제쯤 제자를 들이실 생각이십니까?”
“허허, 제자란 것이 그리 단순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으냐?”
인자한 노인의 미소에 중년인들, ‘광휘의 탑’의 간부인 고위 법사들이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탑주님… 그렇게도 성에 차는 아이가 없으십니까?”
“허허.”
“제발요, 탑주님. 그러지 마시고 눈을 좀 낮춰 보시는 게 어떠십니까?”
“떽! 어림없는 소리. 제자란 무릇 스승의 진전을 온전히 이어받아야 하는 법! 내 진전을 이을 제자를 받아들이는 거야말로 이 광휘의 영광을 대대손손 물려주는 일이다! 그런 일을 어찌 대충대충 할 수 있겠느냐!”
“…….”
“큼… 그리고 제자 좀 못 얻는 게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따지고 보면 너희도 내 제자나 다름없으니.”
“그렇게 말씀하실 거면 제대로 가르쳐 주시고서나 그리 말씀하시지요……. 내 진전은 내 제자의 것이다! 하고 입에 달고 사셨으면서.”
“흠흠.”
고위 법사들의 타박에 론이 멋쩍은 듯 헛기침을 흘렸다.
그 순간 한쪽에 있던 다른 고위 법사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이상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이상한 소문?”
“백야의 탑 로건과 여명의 탑 에이든이 어떤 아이를 찾아다닌다고 하더군요.”
“그게 무슨 소리냐?”
론의 물음에 고위 법사가 기억을 더듬으며 답했다.
“그 두 사람이 점찍은 제자가 같은 아이라고 합니다. 그들이 하는 말로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하던데……. 어찌, 저희도 그 아이를 한번 찾아볼까요?”
먼저 말을 꺼낸 고위 법사가 일말의 기대를 품고 론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