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78)
78화. 남자의 로망 (3)
다음 날.
“응?”
자신의 공방 문을 연 덱스터는 두 눈을 끔벅였다.
실내를 물끄러미 보다가 다시 조용히 문을 닫은 덱스터.
문을 앞에 두고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지금 자신이 본 게 맞는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주변을 살피고 이곳이 자신의 공방이 맞음을 깨달은 그가 문을 벌컥 열며 소리쳤다.
“이, 이놈들!”
쩌렁쩌렁 울리는 덱스터의 목소리.
이에 공방 안에 모인 이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탑주님?”
“오셨습니까?”
“오셨수?”
“오랜만이에요.”
자신의 공방에 자리한 제자들.
있어서는 안 될 이들을 훑은 덱스터가 누군가를 찾았다.
녀석이다.
녀석이 아니면 이런 일을 할 놈이 또 있겠는가.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덱스터가 버럭 소리쳤다.
“로이스으으!”
“할배 왔어요?”
덱스터의 외침에 로이스가 한쪽에서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쓱 내밀었다.
“이, 이게 어찌 된 거냐?!”
“아, 그게요.”
얼굴이 붉어진 덱스터를 보며 로이스가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제가 불러 모았어요.”
너무도 당당한 로이스의 목소리.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던 덱스터는 로이스의 답변에 분노했다.
“뭐가 어쩌고 어째? 저 녀석들을 왜 불러!”
“왜긴요. 같이 일하려고 모았죠.”
“이놈의 자식이!”
어깨를 푸들푸들 떠는 덱스터.
그에게 로이스의 담담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할배, 시간 없다면서요.”
“…….”
“대체 언제까지 우리 둘이서 만들고 있을 건데요?”
“너…….”
“할배가 원하는 게 세상 사람들에게 염원의 탑이 인정받는 거라면 저 넷도 충분히 여기 있을 자격이 있어요. 누가 뭐라고 해도 저들 역시 염원의 탑의 제자니까요.”
“…….”
로이스의 바른 소리에 덱스터도 더는 화도 내지 못하고 분을 가라앉혔다.
실제로 로이스와 둘이서 연구와 작업을 병행하는 데 시간의 촉박함을 느끼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로이스의 말에 모든 것을 납득한 것은 아니었다.
“이놈아, 그래도 최소한 언질이라도 해 줄 수 있지 않으냐!”
“말씀드렸으면 허락하셨겠어요?”
“…….”
“탑주 할배 성격상 말했으면 다시는 말도 꺼내지 말라고 으름장 놓았을 거 아니에요.”
“…….”
이것도 할 말이 없었다.
덱스터도 자신의 성격이 어떤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로이스와 덱스터가 대화를 나눌 때 에리카가 끼어들었다.
“탑주님, 실망이에요.”
“……뭐?”
“이렇게 재밌는 걸 혼자서 만들고 있었다고요? 우리한테도 알려 줄 수 있었잖아요!”
“내가 불렀으면 너희가 잘도 찾아왔겠다.”
“아, 아무튼요! 막내님의…….”
“막내님?”
“아, 아니…… 막내의 말마따나 저희도 염원의 탑 일원이잖아요?”
그런 에리카의 이야기에 빅터의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맞습니다. 대충 사정은 들었습니다. 이 연구…… 저희도 돕게 해 주세요. 이로 인해 염원의 탑이 인정받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시간을 내겠습니다.”
“저도요.”
“물론 나도!”
빅터, 플로리아. 더글라스까지.
모두 나서서 한목소리로 말하자 덱스터도 더는 로이스에게 뭐라 하지 못했다.
덱스터가 체념한 얼굴로 로이스를 돌아보았다.
“……그래서. 어찌할 셈이냐?”
“간단하죠. 역할을 분담하는 거예요.”
“역할 분담?”
로이스가 더글라스를 가리켰다.
“더글라스는 팔 담당.”
이번에는 빅터.
“빅터는 다리 담당.”
다음으로는 플로리아.
“플로리아는 신경계 담당. 그리고…….”
로이스의 시선이 에리카에게 향했다.
“에리카는 탑주님 보조.”
“아니… 저는 왜 보조인데요?”
“그럼 지금부터 저거에 달 날개라도 만들어 오든가.”
로이스의 뚱한 목소리에 에리카가 시무룩하게 어깨를 늘어트렸다.
알아서 척척.
다른 제자들의 역할까지 분담해 버리는 로이스를 보고 덱스터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허, 그래! 이 아이들… 이 녀석들이 있었어!’
지난 세월 각자의 염원을 위해 한 가지 분야에서 밤낮으로 연구해 온 제자들.
빅터는 다리를.
더글라스는 팔을.
에리카는 날개를.
플로리아는 시각을.
자신이 초월기에 집중한 사이 제자들은 한 분야의 장인 소리를 들을 만큼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다.
어찌 보면 녀석들이 연구한 분야에서만큼은 자신을 능가하리라.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한 분야의 대가들이 돕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작업이 수월할 것은 분명했다.
“후우…….”
덱스터는 나직이 한숨을 토해냈다.
그의 한숨 속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내 고집이었던가…….’
염원의 탑의 비원.
자신이 원한 꿈을 위해 혼자만 혹사해 왔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자신의 연구는 자신이 완성해야 한다는 고집 때문이었다.
때문에 로이스가 다른 제자들을 끌어들였을 때 화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틀렸던 것은 자신이었다.
‘내가 어리석었구나.’
로이스가 옳았다.
지금은 고집을 부릴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시간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으니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받아야 했다.
‘어차피 로이스와 같이하고 있는데, 다른 녀석이 끼어든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
덱스터의 시선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염원의 탑 제자들을 향했다.
‘내가 바라는 것을 제자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면 되는 거겠지.’
그리 결심을 내린 덱스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같이해 보자꾸나.”
그런 덱스터의 반응에 다른 제자들도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그 와중에 덱스터는 로이스를 기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녀석…….’
이 모든 게 로이스 덕분이었다.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것인지 늘 공방에 틀어박힌 제자들을 불러 모으질 않나, 평소였다면 절대 꺾지 않을 자신을 꺾게 만들지 않나.
로이스 녀석이 염원의 탑에 합류하고 나서부터 모든 게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변화가…….
‘썩 나쁘지는 않군.’
덱스터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그렇게 그날, 염원의 탑 식구들이 덱스터의 꿈을 위해 모여들었다.
* * *
잠시 정체되었던 덱스터의 연구가 급물살을 탔다.
그간 로이스와 덱스터를 괴롭히고 있던 문제는 다른 이들의 합류로 수월하게 풀렸다.
아니, 더 좋아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렇게 하는 것보다, 이게 나을 거 같습니다.”
염원의 탑 일동이 모여 하는 일은 초월기의 가장 중심이 되는 동력 장치에 맞게 본체를 뜯어고치는 일.
그 과정에서 빅터, 더글라스, 플로리아가 연구해 온 지식이 첨가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초월기는 덱스터의 계획보다 나날이 진보하고 있었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이를 악문 이가 있었으니.
“두고 봐요. 내가 나중에 이 녀석한테 꼭 날개를 달아 줄 테니까!”
혼자만 덱스터의 보조로 전락한 에리카가 뾰로통하게 의지를 다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차츰차츰 완성에 가까워져 가는 초월기.
문제가 발생한 것은 성탑 학술제가 열리기 5일 전이었다.
“생각보다 자율 행동이 어렵겠다. 이런저런 변수가 너무 많아.”
덱스터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이에 한자리에 모인 이들의 얼굴도 덩달아 어두워졌다.
적막 속에 빅터가 물었다.
“지금의 수준으로는 안 되는 겁니까?”
“애초에 초월기가 행할 수 있는 동작은 그리 많지 않다. 시간이 없어 몇 가지 동작의 술식밖에 짜내지 못했지. 그런 와중에 팔과 다리 등도 개조를 이루면서 술식 호환에 충돌이 일어났다. 현재 호환되는 동작 술식이라고는 그저 팔을 휘두르고 앉았다 일어나는 수준이다.”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초월기는 프로토 타입이었다.
많은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많은 것이 바뀌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만약 이대로 완성된다고 해도 이를 학술제에 가져가면 그저 팔다리 휘두르며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거대한 강철 인형에 지나지 않으리라.
덱스터는 자신의 일생이 담긴 연구를 그런 꼴로 남들 앞에 선보이고 싶지 않았다.
“끙, 지금부터 술식을 짠다고 해도 제시간 안에 입력하고 이를 시험할 수 있을런지…….”
덱스터가 골머리를 싸맸다.
그때 로이스가 턱을 쓸었다.
“음…….”
로이스가 초월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골렘 같은 건데…….’
처음부터 초월기는 덱스터가 정해놓은 술식에 따라 움직이는 기물이었다.
이는 어찌 보면 반복 작업하는 산업용 로봇 같은 물건이었고, 사용 여부에 따라 획기적인 물건이 될 것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로이스에게는 그게 불만이었다.
‘밋밋해……. 밋밋해도 너무 밋밋해!’
로이스는 현재 자신이 만들고 있는 초월기가 고작 그런 물건으로 끝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원작 세계관에 등장하지 않는 오버 테크놀로지의 첫 등장인데, 고작 그 정도면 되겠는가.
잠시 고민하던 로이스의 두 눈이 번뜩였다.
그가 염원의 탑 일동을 보며 물었다.
“직접 조종하는 거는 어때요?”
“직접?”
로이스에게 좌중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네. 직접 조종하는 거죠!”
“무리다. 원격으로 저걸 조종하는 술식은 연구하지 않았어. 앞으로 수십 년을 매달린다고 해도 나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연구가 바로 그 원격 조종 연구다. 애초에 술식체와 술식을 무선으로 연결한다는 게…….”
덱스터도 생각을 안 해 본 거는 아닌지 초월기의 원격 조종에 대해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 냈다.
하지만 그 말을 로이스가 끊어 냈다.
“아뇨. 제 말은 원격 조종이 아니라 직접 초월기 안에 들어가서 조종하는 걸 말하는 거예요.”
로이스의 이야기에 멈칫한 덱스터.
그가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금 고개를 내저었다.
“원격이 아닌, 네 말처럼 직접 내부에서 조종하는 술식이라면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덱스터의 말을 더글라스가 이어받았다.
“내부 공간이겠죠.”
“그래.”
초월기의 내부는 각종 부속으로 꽉 찬 상태.
도무지 조종하는 이가 들어갈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더글라스가 초월기를 유심히 보며 물었다.
“그래도 원래 있던 자율 체계 부속을 뜯어내고 내부를 정리하면 어느 정도 공간이 나지 않겠습니까? 거기에 직접 조종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내부를 차지할 부속도 그리 많지 않고.”
“그래 봤자 1.3m 정도다. 성인이 타기에는 턱없이 좁은 공간이지.”
대략적인 크기가 5m에 육박하는 초월기.
내부 공간을 최대한 확보한다고 해도 성인이 들어가기에는 너무도 좁았다.
“여기서 성인을 태운다고 가정하면 최소 초월기의 크기는 두 배에서 세배는 커져야 할 게다.”
“그럼 드워프라도 태워 보시죠. 저는 한 팔이 없어서 조종하기 어렵지만 다른 드워프라면 가능할 수도 있으니.”
“지금 저걸 만들고 있기도 바쁜데 어디서 드워프를 구해 온단 말이냐?”
“…정 안되면 마을 꼬맹이라도.”
“저기에 탈 어린애면 일곱, 여덟 살 먹은 꼬맹이인데, 세상 어떤 꼬맹이가 단시간에 조종법을 익히겠냐! 생각을 좀 하고 살아라!”
“음……?”
“응?”
티격태격하던 더글라스와 덱스터.
그들은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다른 염원의 탑 제자들도 덩달아 고개를 돌렸다.
모두의 시선이 닿은 곳.
그곳에 있었다.
키 110cm에 단시간에 조종법 따위는 순식간에 익혀 낼 명석한 두뇌는 가진 꼬맹이가.
그 꼬맹이가 실없이 웃었다.
“헤헤.”
“…….”
모두가 말없이 로이스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덱스터가 무릎을 치며 벌떡 일어섰다.
“그, 그래! 네가 있었구나!”
모든 조건에 적합한 로이스.
심지어 초월기의 제작자 중 한 명이니 기물에 대해 따로 설명해 줄 필요도 없었다.
자신을 향한 시선 속에 로이스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외쳤다.
“그럼 정해졌네요. 당장 시작하죠!”
꿈에 그리던 로봇, 혹은 마장기의 조종사가 될 수 있단 생각에 로이스의 양 볼이 발그랗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