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8)
8화. 눈 깜짝할 사이 (2)
로이스의 고행, 그 첫째는 식사 거부였다.
“로이, 밥 먹자!”
“싫어요! 입맛 없어요.”
“뭐……?!”
물론 입맛 없는 게 아니었다.
배가 부르면 졸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로이, 씻어야지!”
“오늘은 싫어요.”
“…….”
두 번째는 목욕 거부였다.
그 이유 역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졸리기 때문이었다.
그 외에도 몸을 자주 움직이면 졸리니 행동을 최소화, 침대 근처에 가면 눕고 싶어지니 침대 반경 5m 이내 접근 금지 등등.
로이스는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며 잠을 거부했다.
그 같은 상황이 3일간 계속되니 로이스의 얼굴이 퀭하게 변했다.
제네로커의 얼굴에 근심이 서린 것은 당연했다.
더는 안 되겠다 여긴 제네로커가 식사를 거부하며 도망치던 로이스 붙잡아 왔다.
그러고는 로이스의 입으로 이유식을 들이밀었다.
“자, 우리 아들 착하지. 맘마!”
코앞까지 다가온 이유식에 로이스의 동공이 일순간 흔들렸다.
하지만 그는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여 고개를 틀었다.
“으으!”
“로이스 맘마! 맘마 먹어야지.”
“우우우!”
로이스는 입을 꼭 다물고 입술 앞으로 다가온 이유식을 계속해서 거부했다.
그 같은 상황이 반복되니 늘 웃을 것만 같았던 제네로커의 얼굴에 분노가 나타났다.
“로이! 정말 이럴 거니!”
“…….”
“대체 뭐 때문에 이러는 건데?”
“…….”
자신의 물음에도 그저 꾹 입을 다문 아들을 보며 제네로커의 속은 타들어갔다.
4개의 속성을 타고나 다른 아이들보다 몇 배나 많은 영양을 섭취해야 할 로이스였다.
식사 거부는 로이스의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리라.
반면 로이스는 로이스대로 고역이었다.
‘나도 배고파 죽겠다고요!’
배에서 밥을 달라 연신 아우성을 치니 이대로 있다가는 무의식적으로 밥을 먹을 것만 같았다.
결국, 로이스는 도망을 선택했다.
“나중에 먹을게요!”
나중이라고는 했지만, 먹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끝끝내 식사를 거부하고 방으로 도망치는 로이스를 보며 제네로커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대체 뭐 때문인지.”
제네로커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로이스는 빠르게 날개를 놀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힘없이 벽에 기대어 버린 로이스.
“아… 당 떨어져.”
단식을 강행한 지 벌써 사흘째였다.
눈앞이 노래질 정도로 허기가 밀려들었고 당장이라도 침대로 날아가 눕고 싶었다.
오죽했으면 침대 위의 토끼 인형이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환영까지 보이겠는가.
“안 돼!”
짝-.
로이스는 양 볼을 내리치며 약해지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다.
아릿한 통증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나 고통은 잠시뿐이었다.
꾸벅꾸벅-.
스르륵-.
지난 며칠간의 피로가 몰려들며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앉았다.
화들짝 놀라며 번쩍 고개를 치켜든 로이스.
“가, 갈 뻔했다.”
잠과 함께 죽을 뻔했다는 위기감에 다시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바, 방법을……!”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로이스는 이전보다 몇 배나 불어난 책 더미로 날아갔다.
제네로커의 서재에서 야금야금 빼 온 책이 이제는 로이스 키의 몇 배에 달할 만큼 쌓인 것이다.
“잠을 안 잘 수 있는 방법… 아니면 최소 피로를 푸는 방법만이라도! 그래, 있을 거야……. 누가 뭐래도 여기는 판타지 세상이잖아.”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세계가 바로 판타지 세계 아니겠는가.
로이스는 바로 그 가능성에 기대었다.
그가 읽고 있는 책은 전부 잠과 관련된 전설, 설화. 혹은 성법과 기물에 관련된 자료였다.
아직은 이해 못 할 내용도 많았지만,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하여 로이스는 자료를 분석해 갔다.
‘시간이 없다!’
얼마나 더 수면기를 버틸 수 있을지 몰랐다.
한시라도 빨리 방법을 찾아야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로이스의 옆에 쌓여가는 책은 양은 점차 늘어갔다.
그러나 로이스의 시선은 책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또다시 한참이 흐르고.
꾸벅 꾸벅-.
로이스의 작은 머리가 앞뒤,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 * *
턱-.
“뺙!”
로이스는 자신의 어깨를 잡는 손길에 깜짝 놀라 소리쳤다.
주변을 두리번거린 로이스는 바로 앞에서 환히 웃고 있는 제네로커를 발견하고 버럭 소리쳤다.
“놀랐잖아요!”
로이스의 항변에 제네로커는 그저 잔잔히 미소 지을 뿐이었다.
그런 그의 얼굴은 어찌해서인지 조금 수척해 보였다.
제네로커가 로이스를 향해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잘 잤니?”
“아, 안 잤어요! 사, 살짝 존 거뿐이에요!”
자신은 자지 않았다며 강하게 고개를 내젓는 로이스.
그런 그의 앞으로 제네로커가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알록달록 예쁘게 포장된 상자였다.
“……?”
코앞으로 다가온 상자에 로이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이게 뭐예요.”
“하하.”
제네로커는 환히 웃으며 로이스에게 상자를 안겨주었다.
곧 로이스를 경악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제네로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우리 아들, 100번째 생일을 축하해.”
“…네?”
“그리고 첫 번째 수면기를 무사히 보낸 것도!”
“…엥?”
생일 겸 첫 번째 수면기를 기념하는 선물 상자를 받아 든 로이스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 * *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이스는 첫 번째 수면기를 보낸 게 맞았다.
그것도 무려 100년이나 말이다.
‘잠깐 졸았다 눈을 뜨니 수업이 끝나 있었던 적은 있었는데.’
이번에는 졸다가 수업을 날려 버린 수준이 아니었다.
잠깐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이건만, 무려 100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그런데… 나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잠들기 전, 쉼 없이 죽음의 위기에 놓였었기에 100년 동안 무사히 잠들었다가 깨어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자는 동안은 죽이지 않겠다는 건가?”
그리 생각하니 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언제는 시도 때도 없이 죽이려 들고, 이번에는 또 그냥 내버려 두고.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네.’
하지만 과정이 어찌 되었든 간에 살아남았다.
그 사실이 중요했다.
다만 한 가지 로이스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으니.
“아버지… 왜 이렇게 수척해지셨지?”
자신에게는 찰나였지만, 어찌 되었든 100년이 흘렀고 그사이 제네로커의 얼굴이 엄청나게 수척해져 있었다.
아직은 아버지란 존재가 낯설었지만, 그는 분명 자신의 가족이었다.
늘 제네로커에게 툴툴거려도 받는 사랑이 있기에 로이스도 마음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때문에 제네로커의 좋지 못한 안색에 걱정이 들었다.
“…건강이 안 좋아지셨나?”
혹은 자신이 속을 썩여 수척해진 게 아닐까?
그리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아렸다.
‘이제부터라도 말 잘 듣자.’
잠들기 전 자신이 한 행동이 마음에 걸린 로이스는 앞으로 말을 잘 듣겠다 다짐하며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제네로커가 좋아하는 호칭을 100년 만에 큰 목소리로 외쳤다.
다소 낯이 간지러웠지만, 지금 로이스가 제네로커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
“아빠아아! 배고파요오!”
“조금만 기다려라! 준비 다 됐다!”
곧바로 들려온 화답에 살짝 웃어 보인 로이스가 빠르게 자신의 방을 빠져나갔다.
* * *
늦은 시각.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제네로커는 책장에서 두꺼운 책을 꺼내 들었다.
고급스러운 가죽과 장식, 그리고 금박으로 수놓인 제목이 책의 정체를 알려주었다.
「로이스 육아 일기장」
막 육아 일기장을 펼친 제네로커의 얼굴에 난감함이 서렸다.
“이런, 벌써 다 쓴 건가?”
20㎝ 두께에 달하는 일기장에 더는 무언가를 써넣을 공간이 없었던 것.
“시간 참 빠르구나…….”
빈틈없이 빽빽한 육아 일기장을 본 제네로커의 눈에 잔잔함이 깃들었다.
100여 년이란 시간은 제네로커에게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로이스를 지켜보는 시간이었기에 그 무엇보다 소중했다.
잠시 육아 일기장의 겉면을 쓸어내린 그가 책장을 돌려 첫 페이지를 펴 보였다.
「차원력 3090년 1월 1일」
나와 발렌티나의 아이가 태어났다.
2.6㎏의 건장한 사내아이였다.
발렌티나를 닮은 건지 하얀 비늘을 타고난 아이는 자주빛의 영롱한 눈망울이 무척이나 예뻤다.
발렌티나와 같이 정한 이름은 로이스.
로이스, 우리의 아들.
무럭무럭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차원력 3090년 1월 5일」
로이스에게 기본적인 언어 지식과 상식들을 넘겨주었다.
삐악삐악 하는 울음소리를 더 듣지 못해서 아쉽기는 했지만, 얼른 아빠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런 로이스의 입에서 나온 생애 첫마디는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누구세요?’라는 말에 울컥 눈물이 날 뻔했다.
「차원력 3090년 1월 10일」
로이스가 이제는 말도 잘하고 기어 다니기도 잘 기어 다녔다.
여느 또래 헤츨링 같은 모습이지만, 종종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그것만 빼면 밥도 잘 먹고 놀기도 잘 노니 안심이 된다.
특히 책을 좋아해서 매일매일 옆에 끼고 살아갈 정도다.
아마도 똑똑한 거는 날 닮은 모양이다!
「차원력 3090년 1월 17일」
오늘 처음으로 로이스가 내 이름을 물어보았다.
그게 너무도 기뻐 바로 알려줬다.
그런데 로이스가 무언가 충격을 받은 얼굴을 했다.
덩달아 나도 충격을 받았다.
…내 이름이 그렇게 이상한가?
「차원력 3090년 2월 3일」
외출했다가 벼락에 맞은 후, 한동안 의기소침하던 로이스가 기운을 차렸다.
그러고는 갑자기 배움을 청해왔다.
책을 유달리 좋아하던 아이인지라 똑똑할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이토록 빨리 무언가를 알려달라고 할 줄은 몰랐다.
그게 기쁘기도 하고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크는 거 같아 섭섭하기도 했다.
그래도 투정 한 번 부린 적 없는 착한 아들이 무언가를 처음으로 부탁한 일이었다.
도무지 아들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일 로이스의 속성을 알아보기로 했다.
로이스에게 무엇을 가르칠지는 속성을 알아본 다음에 정해야겠다.
그런데 우리 아들은 무슨 속성일까?
아무리 속성이 임의로 타고난다지만 아버지인 나로서는 암속성을 타고났으면 좋겠다.
아니면 발렌티나를 닮은 광속성이라도.
내일이 기대된다.
「차원력 3090년 2월 4일」
우리 아들이 천재였다!
자그마치 4중 속성이란다!
나를 닮은 게 확실하다!
「차원력 3090년 2월 13일」
슬슬 로이스에게 1차 수면기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로이스보다 한 달 먼저 태어난 카를로스의 쌍둥이들이 지난 달 수면기에 들어갔으니 얼추 시기가 비슷하게 떨어진다.
장시간 수면에 들어갈 로이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양인데… 아들 녀석이 밥을 잘 먹지 않는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밥도 안 먹고 놀지도 않고 온종일 방에서 책만 읽는다.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르고, 달래고, 화도 내보았지만, 누굴 닮은 건지 고집불통이다.
아들 녀석은 고집은 분명 발렌티나를 닮은 게 확실한 거 같다.
사락 사락-.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덩달아 로이스가 성장하는 모습을 되새기는 제네로커의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떠올랐다.
사락 사락-.
제네로커의 손이 계속해서 일기장을 넘겼다.
일기장은 점점 더 뒤로, 로이스가 잠들어 있던 시간을 기록한 페이지를 향해 넘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