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the Second Son of a Mage Family RAW novel - Chapter (617)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617화(617/619)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617)
나는 생각했다.
우리가 찾던 주, 만군의 여호와가 이르노라. 보라, 내가 내 사자를 보내리니 그가 내 앞에서 길을 예비할 것이요 또 너희가 구하는 주가 홀연히 그 전에 임하리니 곧 너희가 사모하는 언약의 사자가 임할 것이라….
“이따 만나지.”
힐데가르트 비텔스바흐가 내 곁을 떠났다. 나는 그가 떠나고도 미소를 짓고 있다가 워프했다.
어깨가 서늘해졌다. 우리가 찾던 주, 세례 요한…. 그 말은 그냥 들어간 것이 아니라, 의도되어 들어간 것이다. 마리 노아유는 엑스트라 챕터 바깥을 알고 있다. 말라기 3장 1절의 ‘내 사자’는 신약에서 예수에게 세례를 준 요한이라는 사람이 맡는다. 마리 노아유는 자신을 주를 맞이할 세례 요한으로 칭하고 있다. 마리 노아유가 세계 바깥을 꿰뚫어 보고 알게 된 것이 아니면, 언약의 사자께서 오신다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가 플레로마만의 예언이 아니었을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제례에서 들었던 말을 생각하면 전자의 가능성이 훨씬 크지 않을까. 제례―그들은 엑스트라 챕터의 비밀을 간파했다. 내가 나가면 이곳 시간이 멈춘다는 것을 안다.
시간이 멈추는 현상은 정말 내가 나가서 일어나는 일이다. 내 의식이 완전히 꺼지기 전 신체가 먼저 셧다운되어 생기는 일이 초의 차이는 지금까지의 여러 단서를 종합해서 알건대 ‘내가 없는데도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내 영혼이 완전히 나가지 않았거나 내 신체가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것’이다. 내가 쓰러졌을 때 어깨를 흔들어 주는 시민들이 있었던 것은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이 병원에 이송되어 있지 않던 것은, 그렇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율처럼 보이는 시간은 찰나라서 말이다…. 그 시간마저 실은 내가 나의 것일 공산이 큰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워프하던 나는 한 곳에서 멈춰서서 입김을 내뱉었다. 찬 바람에 하얀 연기가 흘러간다. 사크레쾨르 바실리카도, 파리 코뮌의 피 웅덩이도 아직 없는 몽마르트르에서 거미줄 같은 건물 즐비한 파리를 내려다본다. 이 시대의 사람 아닌 내가 여기에 있다. 나는 하얀 해를 향해 어깨를 늘어뜨리고 고개를 뒤로 떨궜다.
일이 초의 간극을 느끼지 못할 때가 올까? 신체의 구속이 사라질 때 나는 모든 시간이 온전히 내 것 되었음을 느낄 것이다. 신체가 더는 구속하지 않아 만 군데를 내려다 보는 의식으로 멈춘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이던 사람이 멈추는 것을, 내 선택에 따라 사람이 가고 사람이 정하는 것을 볼 것이다.
공기가 나를 압도하는 것을 느낀다. 느적거리니 힐데가르트 비텔스바흐와 다시 한번 만났다. 그는 워프하는 것이 이제 지루한지 내 어깨를 잡고 다른 곳으로 함께 이동했다. 그는 여유롭게 카페 테이블에 앉아 말했다.
“좀 쉬지.”
그는 종업원이 다가오자 손가락을 간단히 펼쳐 미소 지었다.
“커피 두 잔 주시오.”
“노아유 가문 놈이 올 겁니다.”
“목에 있던 그림도 파괴했는데 무엇이 두렵나. 능력이 그림에 크게 기대고 있었다면 찾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릴 것이고, 아직 찾지 못한 것을 보면 원거리에서 쓰거나 변동 잦은 상황에는 한계가 있는 능력일 가능성이 크니 10분쯤은 안심하지. 듣자하니 그대가 적을 적으로 치는 작전을 벌여 노아유 측에서 새로 움직이기 어려워졌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는 나를 모르네.”
“당신께서 더 이동하고 싶지 않다는 거군요.”
허탈하게 웃으며 대답하자 힐데가르트 비텔스바흐가 빙긋 웃었다.
“그렇네. 그리고 노아유 사람이 와 준다면 감사히 여기도록 하게. 쥐새끼처럼 내뺄 가능성을 더 걱정해야 할 때가 아니겠는가?”
맞는 말이지. 나는 같이 웃으며 대답했다.
“저하의 말씀이 옳습니다.”
“자, 세례 요한을 자처하는 대단하신 인간이 지금 무얼 하고 있을지가 궁금해. 정황상 그대가 바로 우리가 찾는 주이실 것인데, 주님께서 답변해 주셔야지 않겠나?”
“제가 무슨 말을 하든 통하겠습니까?”
“밑져야 본전이지.”
나는 힐데가르트 비텔스바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그리고 지금 생각난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블랑샤르 경을 데려오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힐데가르트 비텔스바흐가 손을 펼치고 자신이 먼저 일어났다. 다른 곳으로 워프한 그는 5분도 되지 않아 로잘리를 붙들고 카페로 왔다. 나는 어리둥절한 로잘리에게 다짜고짜 말했다.
“로잘리. 세례 요한과 관련된 장소를 말해 봐.”
“뭐? 나도 모르는데. 그보다 여기 있으면 어떡해?! 너 100m 밖에서도 향 나는 거 몰라? 너 그냥 인간 향로야.”
“1m 앞으로 워프한 주제에 잘도 안다. 하여튼 너 파리 살잖아.”
“살아도 몰라! 내 집 앞이나 알지.”
그것도 그렇다. 보통 서울 사람이 서울 지리에 제일 신통한 줄 알지만 사실 타지에서 서울로 온 사람이 서울을 더 잘 아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것처럼 로잘리도 다르지 않다. 정쟁에 필요한 지리와 정보쯤은 잘 알고 있었겠지만 그가 관심이 없었다면 종교적인 건축물까지 알기 힘들지도 모른다. 나는 이 도움 안 되는 인간을 뒤로하고 눈을 감았다. 파리 공부는 내가 더 했을 것 같은데, 적이나 다름없는 옆 나라 수도 지리쯤은 정보국에서 꿰뚫고 있어야 편리한 것은 두 말 할 필요 없다. 수십 년이 흘러 내가 아는 좌표계와 좌표값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도시 계획도 그새 새로 짜여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중요한 건축물 따위는 계속 그 자리에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 같은 것 말이다. 로잘리는 다시 한번 인상을 구기며 중얼거렸다.
“세례 요한을 기리는 특별한 성당은 없는데.”
“왜 없어? 나라면 생 장 바티스트 드 벨빌 성당을 염두에 두고 있을 거야.”
나는 적당한 곳을 찾고 눈을 떴다. 그러자 로잘리가 둥그래진 눈으로 사방을 보더니 속삭였다.
“벨빌에 요한 성당이 있다고?”
“그래.”
힐데가르트 비텔스바흐도 한 마디 했다.
“그런 말은 듣지 못했다만.”
이 분까지 이러냐. 독일인인데 어떻게 알아. 벌써부터 파리 공부를 해 둔 건가, 힐데가르트 비텔스바흐답다, 그렇게 생각하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뭐라 말하려 했다가, 그때 깨달았다. 내가 파리 요충지를 학습하며 알게 된 생 장 바티스트 드 벨빌 성당은….
이 시대에 없다. 나중에 만들어진 것이다. 나는 눈을 부릅뜨고 테이블을 보다 씩 웃었다.
“그러면 더더욱 거기로 가야지. 벨빌의 좌표로 가자. 그 성당 자리를 내가 알아. 그러니까 벨빌 아무데나 알려줘. 빨리.”
“아, 진짜.”
로잘리는 황급히 주머니에서 좌표책을 꺼내 책장을 넘겼다. 나는 그런 그를 가만 지켜보며 말했다.
“그리고, 로잘리. 로한 쪽 사람들이 질 거야.”
“뭐?”
로잘리가 얼뜬 얼굴로 나를 봤지만 본인도 예상하는지 금세 평정을 찾았다. 나는 말을 이었다.
“대신 노아유 사람들이 분산되겠지. 동향을 살펴 줘. 로한이 노아유 일부를 확실히 붙잡아서 핵심만 남을 때까지, 벨빌에 대기할 거야.”
“분산된다고 해도 그 일부를 잡을 수 있기는 하겠어?”
로잘리가 회의적인 얼굴로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성서의 힘에 기대야지. 하느님께 오라고 답장할 거야.”
* * *
천사의 등장으로 열기가 식지 않은 이날 밤 파리 시민들은 집에 있지 않고 밖으로 나와 선행할 거리를 찾고 있었다.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신문사에서 나오는 호외를 받기 위해 어슬렁거리기도 했다.
“내 형제들아.”
한 늙은 신부가 콧수염을 들썩이면서 외쳤다.
지금 파리는 설교자들로 가득했다. 설교자 중 하나인 이 노인은 파리 시내를 돌며 큰 소리로 연설하는데, 다른 설교자의 뒤에 따라붙은 것과 같이 많은 시민들이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옳은 말 하는 사람을 따르면 천사를 만날 수 있을까 해서 그러는 것이었다. 신부는 개인 광고란이 인쇄된 신문의 뒷면을 펼쳐 들고, ‘세례 요한’ 문구 아래 적힌 다른 성서 구절을 읊었다.
“너희가 여러 가지 시험을 당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 이는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는 줄 너희가 알고 있음이라.”
신부는 문구를 다 읊고 고개를 끄덕였다. ‘세례 요한인 당신을 주님이 배반하시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구에 대한 답이 다른 광고로 달렸다. 시험 받기를 꺼리지 말아라! 당당히 시험 받고 그걸 기쁘게 여겨라! 광고는 그렇게 말했다.
신부는 그 윗줄, 다른 개인 광고란에 찍힌 ‘세례 요한인 당신을 주님이 배반하시면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이야기를 손으로 콱 내리찍으며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이 경건은 헛것이다. 그대가, 우리가, 세례 요한이라고 말하는 이 자신이야말로 헛것이다. 하느님은 우리를 결코 배반하지 않으신다. 감히 시험 받는다고 말하지 말아라!”
“옳습니다!”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손을 들고 외쳤다. 신부는 한 손가락을 치켜들고 호통쳤다.
“네가 하느님의 시험을 받을 만한 인재더냐? 네가 욥과 같은 의인이냐? 하느님은 아무나 시험하시지 않는다! 네가 시험이라 믿는 것은 오로지 욕심에서 비롯한 것이다! 신이 너희를 잘못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그 수렁을 팠다! 인간의 온갖 욕심이 다른 인간과 심지어 너 자신을 어떻게 죽이고 괴롭히는지 똑똑히 마주한 적이 없느냐?”
그러자 사람들은 환호했다. 모두 신문 뒷면의 개인 광고란에 난 이상한 문구를 탐탁잖게 여기고 있었다. 천사가 나타났다는데, 여호와가 여기를 보고 계시다는데, 감히 신이 우리를 배반한다는 말을 담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분노했다. 그들은 신부가 뒷걸음으로 가는 길을 따라 행진하면서 양 팔을 하늘로 들었다.
신부는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 눈을 찡그리면서도 말을 이었다.
“우리 인간의 욕심이 너희를 영원한 생에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어찌 하느님이 우리를 배반하실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이냐? 이게 정녕 종교인이더냐? 네가 지금 네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아 불평할 수밖에 없는 것은 네 욕심이 참에 배반되었기 때문이 아니더냐?”
“아, 옳습니다!”
“그렇습니다. 반성하십시오!”
“―그래서 네 욕심을 두고 하느님의 잘못이라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겠느냐? 종교를 떠나, 이런 문구를 써 광고하는 것을 보아 네가 너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 그러지 못하면서 네가 인간임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네가 참된 인간이리라 확신하느냐?”
신부는 입에 손을 모으고 뒤쪽의 빈 거리를 흘끗 보았다가 말했다.
“우리 성도는 전부 들으시오! 이런 반성 없는 말을 주워 섬겨서는 안 되는 것이오. 만일 여기 신문사에서 일하는 자가 있다면, 알다시피 신문사가 돈에 양심을 잃고 이런 광고를 허용해 주어서도 안 되는 것이오. 다행히 누군가 따끔히 새로운 광고를 내 주었다만 나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소.”
“그렇습니다. 참으로 문제되는 문구지요!”
“문제임을 알아 기쁘오. 하나 더 짚겠소. 우리 파리에 천사가 나타났으니 천사를 만나야 하겠다고 말하지도 마시오.”
신부의 말에 열광적이었던 행렬이 얼어붙었다. 그뿐이랴. 행렬 인근에 있던 다른 시민들도 굳어 신부를 바라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부는 쩌렁쩌렁 소리쳤다.
“그 보초병은 아주 바른 사람이자 아주 바른 기독교인이오. 그가 내면부터 이루어진 사람이기에 축복이 따라 준 것이오. 하느님이 주시하실 때에 선행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지 마시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시오! 천국행을 기도하며 면벌부를 사려거든 차라리 오늘 밤 선행하지 마시오!”
따르던 시민들은 크게 호응하지도 못하고 욕하지도 못하고 애매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 여태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여기에 있었는데, 이제 보니 신부의 지적이 자기 행실마저 찌르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다 옳게 들렸는데 자기 얘기라 하니 모든 것이 잘못되게 들렸다. 내가 천사를 찾으려는 것에는 다 사정이 있는데 그게 잘못되었다고? 그러는 중에 몇몇 시민은 옳소이다 하며 크게 소리쳤고, 몇몇은 기분 나쁜 얼굴로 행렬을 떠났다. 신부는 씁쓸한 얼굴로 떠나는 자들을 보더니 소리쳤다.
“이리하여 천국에 가고 저리하여 지옥에 갈 것을 믿음의 염두에 둘 것이라면 종교인 되기를 관두시오! 만약 그대의 삶에 사랑이 모자라 지옥에 갔을 때 잘못 받아들일 줄 모르고 도리어 하느님을 저주하게 될 자라면 더더욱 관두시오! 그대는 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그대 안전을 믿는 것이외다. 사랑을 우선하지 않고 배 불리기를 우선하는 것이외다. 그리하여 구원을 바라고 선행하지 말라는, 부당해 보이는 나의 솔직한 권고가 도리어 천국으로 갈 열차가 되리라 믿고 이 자리에 있다면, 당장 떠나시오! 그대들은 날이 밝아 천사가 찾아오지 않으면 그대가 구한 약한 이들에게 패악 부리지 않을 자신이 있소? 내일 거지를 때리고 아이를 내쫓고 병자에게 달려가 내 선행을 갚으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소? 아무도 그대의 선행을 몰라주어도 괜찮을 때에, 심지어 그대 자신조차 선한 일을 했음을 모르고 세상에 만족하기보다는 눈물지을 수 있을 때에, 그런 자들만 내 말을 들으시오.”
신부는 눈을 감고 뒤로 한참 걸으며 말했다.
눈을 떴을 때, 인파는 반보다 더 적은 수로 줄어 있었다. 남은 자들의 얼굴도 일부 떨떠름했다. 그러나 분명히 환희에 찬 자들이 있었으니 신부는 뭉클한 눈빛으로 그들을 하나씩 살폈다. 모두 평범한 파리 시민들이었다. 가난해 보이는 자도, 부자 같아 보이는 자도, 여자도, 남자도, 노인도, 아이도, 병자와 거지도 있었다. 신부의 눈에 어딘가 모습이 흐릿하거나 일렁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신부는 그걸 굳이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주변 사람들도 그들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자, 우리는 벨그랑과 벨포를 지났으니, 이대로 몽마르트르로 갈 것이오. 곧 벨빌을 지나쳐 빌레트와 샤펠로 갑시다. 그렇게 언덕에 올라 파리 시민을 위해 기도합시다! 파리 시민이 내일도 모레도 하느님의 인도 아래서 진실로 올바르게 되기를 기도합시다.”
남은 인파가 좋습니다 외치며 벨빌 거리를 걸었다. 그때 늙은 사제는 고개를 들었다. 벨빌의 중심부를 지나칠 때에, 지나온 길을 따라 빛이 나고 있었다. 길을 지나는 파리 시민들이 놀라 소리쳤다.
“어―”
신부는 황급히 주위를 살폈다. 주변에는 작은 저택과 공터만이 있었다. 빛을 흘리는 건물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빛이 땅에서부터 시작해 하늘로 치솟더니 그들을 따뜻하게 에워쌌다. 거리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물론 신부를 따르던 사람들도 얼어 경악했다. 그들은 신부가 몸 지킬 장막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림자에 숨으려 하며 물었다.
“신부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나, 나도 잘….”
“천사께서 여기 오신 것인가요? 하지만 왜 여기에….”
신부는 정오처럼 밝아진 벨빌 거리를 허둥지둥 뛰다가, 빛이 자신을 따라옴을 알고 하얗게 질렸다. 시민들이 신부를 가리키며 외쳤다.
“이 신부님을 찾아서 오신 것입니다! 이 신부님이 참된 사람이라 천사가….”
그 말을 듣자 신부의 얼굴에 공포심이 드러났다. 반대로 온갖 곳에서 몰려든 시민들은 열광적인 얼굴로 신부 주위에 달려들었다. 신부는 자기 목과 심장께를 잡더니, 입을 벌리고 석상처럼 굳었다. 몇몇 사람들이 놀라 신부를 흔들자, 그는 눈을 크게 뜬 채로 자리에 쓰러졌다. 그러나 여전히 신부와 가장 가까운 인파를 제외하면, 거리는 축제처럼 들떠 있었다.
“여기, 여기 사람이 쓰러졌습니다! 누가 의사를 좀 불러주세요!”
몇몇 사람들이 고래고래 소리쳤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사람들이 신부를 일으켰지만 신부는 땅에 고개를 숙이고 의식 없이 흔들릴 뿐이었다.
―…보라.
그러나 어디선가 소리가 울렸다. 무언가로 땅 내리치는 소리가 소음 속에 함께 들렸다. 신부를 잡고 있던 시민들이 땅에 쓰러진다. 빛으로 이루어졌던 벨빌 거리는 온통 검게 변했다. 땅과 하늘의 경계가 사라진 순간, 늘어져 있던 신부의 몸에 힘이 돌아오더니 그가 강하게 땅을 박찼다.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나니….
키가 작고 늙었던 신부는 어느새 청년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는 동심원을 그리며 쓰러지는 인파를 헤치고 스태프를 휘둘렀다.
―이전 것은 기억되지 아니할 것이요, 마음에 생각나지 아니할 것이라!
신부는 어둠으로 물들어 가는 세상에서 한 사람의 목을 붙잡아 땅에 처박았다. 그러고는 짓눌렀다. 쓰러진 사람이 힘겹게 웃는다. 눈이 형형하다. 쓰러진 사람의 몸에서 번개처럼 튀는 신력은 신부의 신력을 이기기에 한참 부족했다. 신부의 관자놀이에서 땀이 흐른다. 짓눌린 사람의 숨은 마력에 질식해 꺼져간다. 제비꽃 냄새, 신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사람의 눈이 풀리는 것을 지켜봤다.
* * *
몰약 냄새는 몇 번을 맡아도 무겁다. 머리에서 묵직한 통증이 느껴지고 있었다.
시간을 죽이고 있으니 어느 순간 물 튀는 소리가 난다. 힐데가르트 비텔스바흐가 발끝으로 땅을 두어 번 두드렸다. 어차피 알고 있다.
“일어났군.”
나는 사람이 욕조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지팡이 끝으로 사람의 명치를 누르면서 물었다. 몰약 기름이 사람의 몸을 늪처럼 집어삼켰다.
멀끔하게 생긴 사람이, 마리 노아유가 나를 표정 없이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
“어디, 이렇게 하니 그리스도께서 오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