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316
외전 5. 일하고 싶은 회사(1)
[반가워요. 오늘 안내를 맡은 세라(細羅)라고 해요.] [루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금발 포니테일을 높이 올려 묶은 세라가 정장 차림 사내와 악수를 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고생은요. 무리한 부탁이었을 텐데, 받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검은 머리에 콧수염 난 사내의 정체는 경쟁사의 임원.
기억 체험 등, 불가살이 만들어 둔 비즈니스 모델을 교묘하게 베껴 나름대로 성공한 기업의 주축 멤버였다.
[솔직히 진짜 오실 줄 몰랐어요.] [하하…… 벤치마킹이라니, 저도 진짜 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벤치마킹.
특정 분야의 뛰어난 대상을 보고 배우는 것.
[회장이 듣도 보도 못한 잡놈으로 바뀌었는데 왜 실적이 급등한 것이냐!] [그, 그것이, 저희도 잘…….] [알아내! 쥐새끼를 집어넣어 뒤지든 한 놈 잡아 와 캐내든 하란 말이다!]사실상 벤치마킹의 탈을 쓴 염탐이었다.
어떻게 신입사원 나부랭이가 회장 자리에 앉았는데, 몇백 년간 주춤하던 실적이 날아오를 수 있는 건지 알아 오라는.
[여기, 약속드린 선물입니다.] [어머, 감사해요. 회계팀에서 좋아하겠네요.]그걸 위해 어마어마한 금은보화를 준비했다.
전쟁 후, 투자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했으니 이를 거절하지 못할 거란 심산이었다.
비록 오늘 이 1시간을 위해 회사 가용 자금의 절반을 털어야 했지만…….
‘크흡! 반드시 알아내고 만다!’
루카는 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세라 님, 여기 이쪽은 작지만 귀한 것들입니다.] [보석이네요? 이건 리스트에서 못 봤는데?] [아아, 목록 작성 후에 따로 추가한 것들입니다. 안타깝게도 타이밍을 놓쳐 공식적으로 기록은 못 했습니다.]루카가 눈썹을 씰룩 올렸다 내렸다.
공식적으로 기록되지 않은 선물.
그건 즉, 세라만 입 싹 닫고 챙기면 아무도 모를 뇌물을 뜻했으나.
[디바인 사파이어 하나, 카리스마 링 하나, 골드우드 조각 둘…….] [세, 세라 님? 뭐 하십니까?] [리스트 추가하게요. 요즘 나이가 들었는지, 돌아서면 까먹어서.] [?!]물론 세라는 그의 제스처를 본체도 않고서 곧장 공식 기록에 추가해 버렸다.
완곡하되 확실한 거절.
‘담당자가 뇌물을 안 받는다고?’
루카는 당혹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회사와 계약된 관계라곤 하나, 그들은 개인.
직원이란 이름의 경쟁자들 틈바구니에서 목숨 걸고 싸우고 있을 터인데.
‘왜?!’
그러나 청렴한 담당자는 의문을 해소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먼저 복지국 건물부터 둘러볼게요.] [복지국이요? 그런 조직이 있었습니까?] [이번에 신설된 부서예요. 꽤 반응이 좋답니다.]한바탕 전쟁을 치른 땅이라곤 절대 보이지 않는 번듯한 거리.
지나는 이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고, 길가를 따라 녹림이 우거져 공원처럼도 보이는 길을 지나.
고대의 신전처럼 보이는 탁 트인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회장님께서 직접 기획하고 설립하신 조직이랍니다.] [그렇군요. 근데…….]들어서자마자 보인 로비에 위치한 건 갤러리.
넓은 공간의 하얀 내벽에 일정 간격을 두고 흑백 사진들이 걸려 있는 스타일리시한 공간이었다.
[여긴 뭡니까?] [갤러리요.] [그건 보입니다. 근데 왜 전시 제목이…….] [말 그대로예요. 회장님 얼굴이 복지거든요.] [……예?] [안쪽으로 들어가 볼까요?]……뭔가 이상하다?
끼이익-
수많은 의문을 남기고 안쪽으로 들어온 루카였으나, 그곳에도 의문은 남았다.
[강화 와인 좋지. 저번에 커플세트도 반응 좋았잖아아아아아악! 너무 아파요!]“좀 참어!”
[으갸갹!]중앙의 거대한 원형 홀.
그를 중심으로 둥글게 위치하고 있는 세 개의 작은 방.
그 모든 공간에 똑같은 옷을 입고 얼굴이 뚫린 침대에 엎드려 있는 사람들과, 그들을 고문하는 이들이 보인다.
[저분들은 뭘 하시는 겁니까?]뭔가 의식이라도 하는 건가 싶어 조심스럽게 묻자, 돌아오는 대답.
[도수치료 회의 중이네요.] [옛?] [도수치료 회의실, 예약하기 되게 힘든데. 잘 잡았네요.] [도수치료 회의실이라니…….]그제야 눈에 들어오는 세 개의 방 앞의 팻말.
뭔가…… 많이 이상하다?
* * *
루카는 심히 의심스러웠다.
실적 급등의 원인을 찾겠다고 큰돈을 들여 여기까지 왔는데, 달라진 거라곤 괴상망측한 복지시설 뿐이라니.
말이 안 되지 않은가.
‘혹시 일부러 숨기는 거 아냐?’
아무리 금은보화를 트럭으로 갖다 바쳤다지만 기밀은 기밀.
일부러 진짜 비결은 안 보여 주고 엉뚱한 것들만 소개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럴 순 없지!’
그 생각에 조바심이 난 루카는 체통도 잊고선 고개를 쭉 빼고 주변을 샅샅이 살폈다.
[세라 님! 여긴 뭐 하는 곳입니까?!] [식당이에요. 거기 돼지국밥 최고.] [여기는요?!] [아, 거긴…….]그러다가 발견한 건, 마치 궁전으로 들어가는 듯 화려하고 거대한 아치형 문.
[들어가 보실래요?] [예!]그렇게 아치 아래를 걸어 들어가자 보인 건 어마어마한 풍경이었다.
[여긴……!]드넓은 잔디밭과 형형색색의 조경!
각종 놀이기구며 먹을 거리가 가득한 레저파크!
들리는 거라곤 꺄르륵거리는 웃음소리뿐인 이곳은!
‘고급 리조트군!’
업무지구 한가운데를 관광지로 개발해, 체험 상품처럼 판매하는 거다.
아직 외부에 알려진 건 없으니, 아마 VIP 들에게만 특별히 열어 주고 있는 게 분명했다.
‘게다가 저 건물은!’
루카의 입이 떡 벌어졌다.
리조트 자체도 엄청났지만,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엄청난 건축물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아 버린 것.
[정말 엄청납니다!]코끼리가 몇십 마리는 뛰어놀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운동장!
넓은 수영장과, 건물보다도 높은 워터 슬라이드!
심지어 과자로 만든 듯한 집까지!
그 중앙에 자리 잡은 1층짜리 넓은 건물은 고급 호텔이 분명했다.
[호텔, 레저파크…… 이 정도 시설이면 아주 돈을 긁어모으겠군요!]루카의 벌어진 입은 닫힐 줄 몰랐다.
그러나 세라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거, 레저파크가 아니라 키즈 카페예요.] [예? 그게 뭡니까?] [어린 친구들이 노는 대형 놀이터라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어린이들을 위한 대형 놀이터라니!
[신상품이군요! 어린 고객들을 타깃팅하다니, 새롭습니다! 그래서, 입장료는 얼맙니까?]드디어 찾았다.
이 회사가 이토록 급격히 성장한 동력이자, 새로운 먹거리.
……라고 생각했는데.
[입장료 없는데요?] [아, 그럼 체험료랑 식음료 비용을 높게 받아 소비를 유도하는군요!] [체험료 없고, 식음료 비용은 받긴 하는데 얼마 안 돼요. 그냥 딱 원가 수준?] [에?]루카는 귀를 의심했다.
말도 안 된다.
이 정도 시설을 지어 놓고, 왜 돈도 안 되는 복지 시설 따위로 버려 둔단 말인가?!
임직원 자녀건 고객이건 간에 돈을 왕창 받고 팔아야지!
[세라 님, 혹시 거짓을 말하시는 거면…….] [가족들이 평안해야 일도 잘된다는 게 저희 회장님 지론이시거든요.] [?!]세라의 얼굴에는 한 치의 거짓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급하게 물은 마지막 물음.
[그, 그럼 저 건물은! 저건 호텔이겠죠?]루카의 손끝이 가리킨 곳은, 리조트 옆에 붙어 있는 호텔.
[아, 저기는…….]……인 줄 알았으나.
“빨리 줘. 들어 준다니까?”
“괜챠나! 안 무거어!”
순간, 여덟 살은 됐을까 싶은 꼬마 둘이 갑자기 나타났다.
[뭐, 뭐야?! 갑자기 어디서!]노란색 원피스 수영복에 노란 수영 모자를 쓰고, 제 몸보다 큰 튜브를 낑낑거리며 들고 가는 여자애.
그리고 바로 옆에서 파란색 수영복에 수모를 눌러쓴 채, 튜브를 달라며 실랑이를 하는 꼬마들.
“무겁잖아. 뒤뚱거리는 거 오리 같단 말이야.”
“오리 죠치! 오리는 꽉꽉~ 오리는 꽉꽉~ 염소 음매~ 염소 음메~”
이윽고 정체 모를 노래를 흥얼거리던 꼬마가 세라를 향해 와다다 달려왔다.
“세라 언니!”
[우리 율이, 키즈 카페 가는 거야?]“아뉘!”
그러더니 갑자기 저 혼자 팔짱을 턱 끼더니 하는 말.
“키즈 카페는 아가들 노는 데야! 율이는 학교 가!”
엥?
수영복은 뭔데!
“율이, 이제 초등학생 언니야!”
누가 봐도 놀러 가는 복장이잖아!
[착하네. 공부 열심히 하구!]“웅!”
루카가 무언의 외침을 속으로 외쳐 댔으나, 꼬마들은 씩씩하게 멀어졌다.
[하, 학교요?] [이번에 지었어요. 애들도 공부 가르쳐야죠.] [애들 공부나 가르칠 한가한 직원이 있단 말입니까? 부지는? 시설 지을 돈은요?]루카가 어처구니없는 목소리로 와다다 쏘아붙였으나, 세라는 침착하게 턱짓을 했다.
[설마 저 고급스러운 호텔이…….]구름까지 닿을 듯한 워터 슬라이드.
정글짐 대신 정글을 옮겨 놓은 운동장.
초콜릿 분수 딸린 과자집 사이에 있는 건물을.
[학교예요.] [헉!]* * *
레저파크 급 키즈 카페에 워터파크가 딸린 학교.
그보다 놀랄 게 남았나 했는데.
[내가 고로나라니! 내가 고로나라니이!]“괜찮아요. 치유로 바이러스 빼 드릴게요.”
남았다.
[저희 병원, 시설 좋죠?] [병원이라니…….]우뚝 솟은 탑이 하나 있길래, 당연히 연구소인 줄 알았다.
아니, 연구소가 맞긴 했다.
임직원들을 위한 병원 겸 연구소.
[설마 이것도 무룝니까?] [진료비를 받긴 해요. 하지만 지불할 능력이 없는 분들에 한해서, 연구소에 검체를 기증한다는 조건으로 무료로 해 드리죠.]루카는 숨이 턱 막혔다.
어린애들이야 그렇다 쳐도, 이건 다르니까.
[말도 안 됩니다. 본인이 약해서 다친 것 아닙니까. 자체적으로 포인트를 쓰든 약을 쓰든 해야죠!] [업무상 다친 거면 치료를 받아야죠.] [그런, 말도 안 되는!]회사는 자원봉사 단체가 아니다.
제 목숨은 스스로 책임져야지, 회사에서 이렇게까지 비용을 들여 챙겨줄 필요가 없단 말이다.
[저도 예전엔 그게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구요.]그러나 세라는 담담하게 말했다.
[우린 회사를 위해 갈려 나가는 톱니바퀴가 아니라, 회사를 이끄는 귀한 직원들이니까.] [!!]오랜 세월 살아오며 듣도 보도 못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하지만…….]루카는 반박할 말을 고르고 골랐다.
그때, 눈에 들어온 한 여자.
[저 의사는!] [아아.]둘의 시선이 뛰어다니며 진료 중인 한 여자에게로 향했다.
“상처가 곪았네요. 독에 당하신 것 같은데, 바로 치유 존으로 들어가실게요.”
[아, 아프지 않겠소?]“안 아프게 해 드릴게요.”
[감사하오, 의사 양반!]까맣고 긴 생머리를 질끈 묶은 이지적인 외모.
흰 가운의 앞주머니에 붙어 있는 명찰이 어렴풋이 보였다.
[저 의사는 그럼 미션도 못 하고 희생하는 것 아닙니까?] [미션을 못 하는 게 희생이라……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최고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답니다.] [그런……!] [무엇보다 본인이 제일 만족하고요.]이해가 가질 않았다.
더 물을 게 많았으나, 세라는 ‘아. 시간 다 됐네요.’ 하며 굳어 있는 루카를 질질 끌고 나왔다.
[약속된 시간 5분 남았는데, 더 궁금한 게 있으실까요?] [저, 저, 저기!]루카의 머릿속엔 백 개의 의문이 나뒹굴었으나, 모두 물을 순 없었다.
그래서 아까부터 눈길을 잡아채던 사람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잔디밭에 뒹굴고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뭡니까? 하루 종일 저러고 있던데!]이곳 업무지구 안에는 녹지가 많았다.
벤치고 나무 그늘이고 간에, 휴식 공간이 더럽게 많았다.
그리고 그 위에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나무늘보처럼 늘어져 있는 직원들도 한가득이었다.
[업무시간은 칼같이 지킨다 하지 않았습니까? 근데 저렇게 놀기만 해도 됩니까?]그래서 저런 직원들에 대한 징벌이나 사후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려 했는데.
[아, 일하는 중이네요.] [예?!] [저희, 자율 좌석제를 채택하고 있어서요. 일 많을 땐 사무실에서 하긴 하는데, 날씨 좋으면 거의 나와 있어요.]미친!
아무 데서나 일을 해도 된다니?
그럼 집에서 누워 자는지 일하는지 어떻게 알고!
[말도 안 됩니다! 그럼 팀장들이 관리는 어떻게 합니까?!] [시스템이 해 주잖아요. 세상 철저하게.] [하지만 서류나 보고, 결재 같은 건?!] [페이퍼리스. 종이 없이, 전부 업무 시스템으로만 소통해요.] [?!] [운영국에서 이번에 업그레이드한 건데, 엄청 편하더라고요. 저도 쓰고 있답니다.]마지막까지 벙찐 채 굳어 버린 루카를 보며 세라가 말을 꺼냈다.
[저희 회장님이 하신 말씀이 있어요.] [뭐, 뭐죠?] [혁신은 고민에서 나오고, 고민은 여유에서 시작된다.]‘그러니까.’ 하며 덧붙인 신임 회장의 업무지침은.
[일은 최대한 빨리 끝내고, 열심히 멍 때려라.] [……하.]도무지 믿을 수 없는.
그러나, 회사 돌아가는 꼴을 보면 믿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
[아, 5분 됐네요.] [예?] [약속된 시간 끝났네요. 이만 돌아가실 시간입니다.] [!!]말린 생선처럼 멍하던 루카가 황급히 정신을 차렸다.
‘그래서 실적 상승한 비결이 뭔데!’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복지 시설을 만들고, 직원들 건강까지 책임져 줘라?
근태 따위 상관없으니 개판으로 풀어 줘라?
야근시키지 말고 멍 때리게 해라?
‘그렇게 보고할 순 없어!’
그러니 이대론 못 돌아간다.
뭐라도 건져 내야 한다!
[그…… 실례가 안 된다면 사무실까지만 따라가도 되겠습니까? 일하시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고 싶습니다만.]그런 마음으로 세라의 옷자락을 부여잡았으나.
[아…… 어쩌죠? 저 지금 퇴근하는데.] [……예?]세라는 단호했다.
[지금요?] [네.] [지금…… 2시예요?] [네.]PM 2:00.
퇴근 시간은 한참이나 남았는데, 자기 집에 가야 해서 바쁘다며.
[근무시간 조정했거든요. 내일이 야유회라.] [야유회? 그런 건 또 왜 한답니까? 아니, 그리고 내일 가는 건데 왜 오늘 퇴근을 일찍 하죠?] [준비할 게 많아서요.] [아니, 그럼 무슨 준비를 하는지만이라도…….]루카는 다급한 얼굴로 마지막 부탁을 했으나.
슥-
세라는 빙그레 웃으며, 루카의 손을 떼어 냈다.
[더 이상 캐낼 건 없을 거예요.] [캐, 캐내다뇨? 그게 무슨…….]몸담은 곳에 대한 자신감.
더 이상 좋을 순 없을 거란 자부심.
그리고 확신에 찬 눈빛으로.
[이런 회사, 안다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