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002)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1001화(1002/1201)
위그드라실 (7)
“후우… 늦지 않아서 다행이네.”
“….”
처음에는 가짜 성수호인 줄 알았다.
괴물이 자신의 마지막 희망까지 전부 끄집어낸 뒤 절망으로 바꾸려는 의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의심은….
꽈아악.
“정신 차려.”
“끄아아악!”
성수호의 손이 자신의 볼을 꼬집자, 완전히 지울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통증 덕분에 온몸을 돌아다니던 공포가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성수호는 한껏 한겨울의 볼을 꼬집고는 손가락을 떼어냈다.
“아으으으….”
한겨울은 붉게 달아오른 볼을 쓰다듬으며 울먹였다.
성수호는 그런 한겨울의 머리 위에….
“늦어서 미안해.”
볼을 꼬집던 손을 올리며 사과했다.
그리고 그런 사과를 받은 한겨울은….
“…그래도 왔으니까, 봐줄게.”
헤실헤실 웃으며 볼이 아픈 것을 전부 잊을 수 있었다.
한겨울의 웃는 모습에 성수호는 웃음으로 대신해 줬다.
하지만 성수호의 웃음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성수호는 표정을 굳히며 붉은색 사이드를 꼬나쥐며 중얼거렸다.
“일단 앞에 있는 것부터 처리하자.”
“아….”
한겨울은 성수호가 바라보는 시선을 쭉 따라가서 같은 방향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끼헤에에에엑! 아파! 아프다고!! 모두 다 아파아아아!”
한쪽 눈을 잃은 괴물이 비명을 지르며 웃고 있었다.
광기가 섞인 웃음.
그 웃음이 다시 한겨울의 몸속에 공포의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다시 싹이 피어나는 한겨울의 공포는….
“내 뒤에 바싹 붙어 있어.”
성수호의 커다란 등을 보자, 다시 썩어서 희망의 비료가 되어갔다.
한겨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부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한겨울은 성수호의 등 뒤를 보고만 있지 않았다.
몸을 돌려서 성수호의 등에 자신의 등을 대며 말했다.
“혹시라도 뒤쪽에 뭔가 오면 말해줄게.”
한겨울도 이미 알고 있었다.
무언가 나타나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을….
하지만 다른 한 가지 사실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지.’
미약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런 한겨울의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은….
“든든하네.”
성수호의 웃음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끼에에에에엑! 아파아아아아! 아프다고오오오오!”
괴물이 다시 팔을 뻗으며 성수호를 향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한겨울의 등 뒤로 엄청난 맹공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쏴아아악! 스겅! 스겅! 쏴악!
소리뿐만이 아니었다.
쏴아아악! 사사삭!
엄청난 강풍이 한겨울의 몸을 밀어낼 정도로 강하게 몰아쳤다.
한겨울은 그런 성수호의 싸움을 눈에 담지는 못했지만, 상상하며 감탄했다.
‘대단해… 저런 괴물이랑 싸울 수 있다니….’
한겨울은 차분하게 괴물의 수준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소환수도 사용 불가능, 심지어 죽지도 않는 거 같고….’
위그드라실에서 겪은 불친절함을 따져보면 결론은 하나였다.
‘저 녀석은 잡는 용도가 아냐.’
애초에 미로에서 준 퀘스트는 괴물을 처치하는 것이 아니었다.
맵에 퍼져 있는 영혼 가루와 영혼 조각을 모아서 영혼석을 만들고, 제단에 바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영혼석 하나를 바치자마자 등장한 괴물.
괴물은 그저 퀘스트를 방해 하는 요소 따위가 아니었다.
‘학살을 위해 만들어 놓은 용도야.’
불친절함을 넘어선 불합리한 기믹.
전원 생존은커녕 오히려 한 명의 생존자도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였다.
“끼에에에에엑! 먹어! 먹자! 빨리이이이!”
하지만 그런 악질적인 요소가 담겨 있는 기믹을….
“거참 시끄럽네!”
성수호는 단신으로 막아내는 중이었다.
한겨울은 괴물의 존재 의의를 파악하자마자 다시 한번 성수호에 대한 존경심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만약… 만약 얘가 없었다면….’
전설 직업을 가진 민하연.
이잔카, 아르디아와 견줄 정도로 강한 남궁 유하.
엄청난 치유력을 가진 한봄.
사기적인 예지 능력을 가진 한가을.
그리고 변변찮은 능력을 지닌 자신까지….
한겨울은 그 다섯 명이 성수호 없이 괴물과 대치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애초에 싸움이 되지 않아.’
학살이었다.
민하연의 활 솜씨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 원거리였다.
아마 제일 거슬리는 민하연이 먼저 괴물의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다음은 남궁 유하.
그다음은 한봄.
그다음은 한가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자신은….
‘…울어 불며 빌었겠지.’
언니들이 죽은 모습을 보며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했을 것이다.
그리고 괴물에게 먹혔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지독한 미래는….
‘얘가 없었으면….’
성수호의 존재로 모두 어긋난 것이었다.
소환사를 학살하기 위해 설치된 괴물을 단신으로 저지하는 성수호.
사람들을 구하는 모습에 열정이 느껴졌다.
언니들을 구하는 모습에 우정이 느껴졌다.
자신을 구하는 모습에 애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 성수호에게 느껴지는 감정은….
‘얘가 없는 건… 상상도 하기 싫어.’
진정(眞情)이었다.
그저 겉으로만 열정과 우정, 애정을 느끼는 게 아닌 진실한 마음이 느껴졌다.
열정과 우정은 지금까지 수차례 느껴본 적이 있었다.
민하연, 한봄, 한가을처럼 가족에게도 느꼈고, 심지어 친하게 지낸 친구들에게도 느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애정은 달랐다.
남들이 백날 진실한 사랑을 외쳐도, 자신이 사랑해 보지 않으면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절대 알 수 없다.
그런 것처럼 한겨울은 지금까지 애정과 진정이라는 감정의 존재만 알 뿐,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나약한 존재가 남에게 의지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겨울은 이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약한 건… 나였네.’
괜히 믿음을 줬다가 상처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아직 겪어보지도 않았던 두려움이 한겨울의 마음속에 평생 자리 잡고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두려움을 단 한 사람에 의해서 완전히 극복할 수 있었다.
쏴아아아악! 스겅! 스겅! 사삭!
“끼헤에에에에에! 그만! 먹혀어어어! 재미없어!!!”
“나도 재미없어! 이 새끼야!”
한겨울은 등 뒤에서 들려오는 고성에 정신을 번뜩 차렸다.
‘아차! 지금 딴생각할 상황이 아니지….’
그러고는 다시 어둠 속을 응시했다.
상대는 성수호를 본뜬 이상한 인형 같은 존재도 만드는 괴물이었다.
뒤쪽에서 이상한 짓을 해도 이상하지….
‘…응’
그렇게 응시하던 어둠 속에서 뭔가가 뚫고 튀어나왔다.
처음에는 언니 중의 한 명인가 싶었지만….
‘어… 어어어…. 어!’
언니들이 아니었다.
거대한 덩치.
그것도 갈색으로 뒤덮인 거대한 덩치.
바로….
“미, 미노타우로스야!! 뒤에!!”
“뭐!”
미노타우로스가 나타난 것이었다.
이 따뜻한 장소에서 새하얀 콧김을 내뿜으며 등장한 미노타우로스.
그 미노타우로스가….
음머어어어어어!!
한겨울을 향해 뿔을 들이밀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내, 내가 상대 해야 하는데!’
지금 성수호는 괴물을 상대하느라 정신없는 상황.
즉, 돌진하는 미노타우로스를 막아야 하는 건 한겨울 자신이었다.
하지만….
‘아, 안돼! 나 혼자서는…!’
성수호 없이 미노타우로스를 잡은 적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건 남궁 유하와 합을 맞춘 결과였다.
심지어 그렇게 남궁 유하와 같이 싸워서 미노타우로스를 잡은 시간은 1분 남짓.
한겨울은 저렇게 막무가내로 돌진하는 미노타우로스를 막을 힘이 없었다.
하지만 한겨울은 고개를 저으며 자세를 잡았다.
‘지금 내가 다치거나 죽는 게 대수야’
한겨울은 죽을 각오를 하며 자세를 잡고 미노타우로스에게 뛰어들 준비를 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앞으로 달려들려는 순간….
“안돼!”
“으껙!”
성수호가 한겨울의 허리를 꽉 감싸며 몸을 휙 돌렸다.
한겨울의 눈에 보이는 세상이 갑자기 뒤집히기 시작했다.
“흐캬아아악!”
한겨울은 남들이 토할 정도로 위험한 놀이기구도 웃으면서 타는 강심장을 지닌 여자였다.
그런 그녀가 구토감을 느낄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다.
그렇게 한차례 세상이 뒤집히는 경험을 한 한겨울의 눈에는….
“흐에에….”
어느새 미노타우로스가 반쪽이 되어 있었고, 성수호는….
쏴아아악! 싸사사삭! 스겅! 스겅!
다시 괴물과 대치하며 싸우기 시작했다.
성수호는 괴물과 싸우면서 한겨울에게 외쳤다.
“나타난 괴물이 뭔지만 말해줘! 절대 싸우지 마!”
한겨울은 위축된 표정을 지으며, 성수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으….”
애초에 상대할 수 없다는 건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언니들이 있었으면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막상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니, 씁쓸함이 몰려온 것이었다.
하지만 씁쓸함도 잠시였다.
한겨울은 고개를 좌우로 흔든 뒤에 다시 정신을 차리며 집중했다.
‘정신 차려. 지금 딴생각할 상황이 아니잖아. 그리고 정 도움이 되고 싶으면….’
한겨울은 어둠을 뚫고 나오는 아이스 드레이크를 보며 다짐했다.
‘나중에 나가서 더 실력을 쌓으면 되잖아!’
한겨울은 그렇게 다짐하며 외쳤다.
“아이스 드레이크야!”
..
..
성수호가 붉은 사이드를 크게 휘두르며 외쳤다.
“남은 시간은!”
“10초! 10초 후에 두 마리 부활해!”
괴물 하나만 상대하는 것도 벅차 보였다.
그래… 한두 마리는 어찌저찌 상대할 수 있었다.
애초에 성수호가 휘두르는 사이드 한 방에 죽어버리는 수준이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숫자였다.
“또 오고 있어!”
“큭!”
어느새 몰려온 몬스터가 열댓 마리로 늘어나 있었다.
전부 아까 초기에 일깨웠던 몬스터들이었다.
그래… 계속 나오는 몬스터를 죽이는 것도 문제가 없었다.
진짜 문제는 재생.
“다시 두 마리 재생해!”
앞에서는 거대한 얼굴 괴물과 싸우고, 뒤에서는 보스 몬스터들이 계속 밀려드는 상황.
성수호도 이대로 계속 상대하는 게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한겨울도 성수호의 의도를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언니들도 나처럼 연락을 주고받았겠지 그렇다는 건 지금 언니들이 영혼 가루랑 조각을 모으는 중이라는 거고….’
다른 멤버들이 영혼석을 만드는 동안 여기서 괴물을 붙잡아 둘 요량이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성수호 혼자서 시간을 끌기에는 무리인 듯 보였다.
성수호는 그런 상황을 파악하며 외쳤다.
“한겨울, 내 허리 꽉 붙잡아!”
“아! 응!”
한겨울은 잠깐 부끄러움에 흠칫했지만, 재빠르게 성수호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한겨울이 허리를 꽉 붙잡고 있음에도 시원하게 사이드를 휘두르는 성수호.
한겨울은 그런 성수호의 모습에 또다시 감탄했다.
‘대단해… 정말 대단해….’
온몸을 이용해서 싸워도 힘든 상황.
그런데 성수호는 한겨울의 방해를 느끼면서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맹공을 맞받아치는 중이었다.
그렇게 공방을 주고받던 성수호는….
“꽉 잡아!”
“흐어어어어어어!!”
갑자기 한겨울을 꽉 끌어안고는 질주하기 시작했다.
질주하는 방향은….
“저… 저긴!!!”
거대한 얼굴 괴물과 반대편인 보스 몬스터들이 우글우글한 곳이었다.
끼에에에엑! 음머어어엉! 꽤애애애액!
“흐아아아악!”
막 부활한 보스 몬스터들이 성수호와 한겨울을 향해 달려드는 중이었다.
누가 봐도 괴물들에게 붙잡혀서 죽을 상황.
“꽉 잡아!!”
하지만 성수호는 얌전히 붙잡혀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성수호는 질주하며 왼손에는 한겨울을 꼭 끌어안고, 오른손으로 사이드를 휘둘렀다.
쏴아아아악! 서걱!
양손으로 잡고 휘둘러도 힘에 부치는 거대한 사이드를 한 손으로 휘두르는 성수호.
그렇게 몇 차례 휘두르며 보스 몬스터들에게 돌진한 결과….
“허어억! 허어억!”
간신히 보스 몬스터를 뚫고 건너편에 도달할 수 있었다.
“후으윽!”
평소와 다르게 거친 숨을 몰아쉬는 성수호.
“지, 지금이라도 도망을….”
“아냐! 최대한 여기서 이 녀석들을 붙잡아 둬야 해.”
“”
당연히 성수호가 도망치리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성수호는 도주가 아닌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냈다.
그가 꺼낸 아이템은 활이었다.
민하연이 들고 있던 활과 다르지 않은 활.
성수호는 그 활에 광채가 흘러나오는 화살을 걸며 외쳤다.
“귀 막아!!!”
“므어”
한겨울은 본능적으로 성수호의 명령에 따라 귀를 틀어막았다.
귀를 막고 나서야 물었다.
“뭐, 뭐 하려고…”
그렇게 묻는 순간이었다.
파아아아아아앙!!!!
성수호의 활에 걸려 있던 화살이 앞으로 나가는 것과 동시에 거대한 빛줄기가 돌진해 나갔다.
귀를 막고 있음에도 고막을 손상시킬 듯한 굉음.
“히아아아아악!!”
그리고 굉음을 내며 날아간 태양 같은 빛줄기는….
캬아아아아아악!!
보스 몬스터들을 집어삼켰다.
한겨울은 기겁한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저거라면! 저거라면 분명 괴물도!!’
괴물을 처치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처치는 못하더라도 치명타를 먹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그런 기대감을 바라본 괴물은….
“쿠헤에에에에에엑!”
보스 몬스터들을 전부 삼킬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입을 벌렸다.
그리고는….
콰아아아아악….
빛줄기를 입 안으로 삼켰다.
“뭐… 뭐야, 저게….”
그 모습에 당황해하는 한겨울.
태양처럼 빛을 뿜어대던 빛줄기는 괴물의 입으로 들어갔고, 그 빛줄기를 삼킨 괴물은….
“쿠헤에에엑… 켁… 꾸에엑….”
몇 차례 헛구역질하더니….
“크헤헤헤헤헤헤! 맛있어! 맛있어어어어!”
지독하게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성수호와 한겨울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겨울은 금방 정신을 차리고는 자세를 잡았다.
‘괜찮아. 이런 상황도 충분히 고려했을 거야. 지금쯤이면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겠지’
한겨울은 그렇게 기대감에 차오른 얼굴로 옆을 바라봤다.
그리고 옆에 서 있던 성수호는….
“…미친.”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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