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012)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1011화(1012/1201)
위그드라실 (7)
“…시간 맞춰 왔네.”
“….”
내 말에 파티원들뿐만 아니라, 뒤에서 따라오던 엘프들도 경계하듯 조용해졌다.
엘프 군대와 우리와의 거리는 한참 떨어져 있었다.
인사로 대화가 아닌 공격을 주고받을 만한 먼 거리.
우리 쪽을 향해서 진군하는 엘프 군대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많네.”
엘프 군대의 병력은 어림잡아 2천 명 정도.
50명도 채 되지 않는 우리 쪽과 비교하면 엄청난 전력이었다.
심지어 우리 쪽에 있는 40명가량은 엘프 포로.
사실상 우리 쪽 전력은 8명이 전부였다.
하지만 상대방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초장거리 마법탄을 격추하고, 심지어 페가수스 기병대를 전멸시켰다는 사실을 말이다.
‘함부로 포격하지는 않겠지.’
엘프 쪽에서는 초장거리 포격이 가능하지만, 우리 쪽에서도 초전도체 화살로 응수할 수 있다.
거기다 포로로 잡힌 엘프들을 통해서 포격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었다.
‘한 번 쓸 때마다 포격병들이 갈려 나간다고 했지….’
포격에 쓰이는 마나가 상상을 초월해서 함부로 쓰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저번처럼 나한테 집중적으로 포격하는 경우가 특이한 케이스였다.
포격할 시에는 중요 건물에 피해를 주는 목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래도 조심하세요. 전부 회복했을 거예요.]강한나의 말대로 포격병들이 마나와 체력을 전부 회복했을 것이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활을 꺼내며 말했다.
“다들 긴장해.”
내 말을 들은 파티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엘프 군대와 점점 가까워질 무렵이었다.
‘…응’
2천 명가량의 엘프 군대가 전부 멈춰 섰다.
그러고는 선두에 있던 몇 명의 엘프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속으로 웃었다.
‘알아서 목을 바치러 와주시네’
저벅, 저벅, 저벅.
긴장감이 감도는 이동.
심장을 조여오는 긴장감 속에 태연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총사령관, 저들과 정말 대화가 되리라 생각하시나요”
“….”
총사령관이라고 불린 사내.
그의 이름은 탈린드라 윈티라.
현재 움브라와의 전쟁을 지휘하는 총사령관이었다.
그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또다시 옆에 있던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총사령관, 저들과 대화가 될지 질문을….”
“에르딘, 조용히 해라.”
총사령관은 고개를 돌려서 짜증이 담긴 표정으로 뒤를 돌아서 질문한 여자를 확인했다.
바닥에 닿을 정도로 찰랑거리는 푸른 머리, 오뚝 선 코, 날카로운 눈매, 양옆으로 쭉 뻗은 귀, 전쟁터에 어울리지 않는 새하얀 실크 로브.
그리고….
“어린 나이에 경험이 부족하면 옆에서 조용히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성인이라기에는 살짝 작은 외형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에르딘.
“전쟁터에서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요 직책이 중요하죠. 저는 포격대를 이끄는 대장으로써 합당한 질문을 드렸다고 생각해요.”
현재 전쟁에서 주요 화력을 담당하는 마법 포격대의 대장을 맡고 있었다.
총사령관의 짜증 난 표정과 다르게 에르딘의 표정에는 어떠한 감정도 실려 잇지 않았다.
총사령관은 다시 앞으로 걸어가며 투덜거리듯 혼잣말을 흘렸다.
“100살도 안 된 게 어디서….”
아르보스 엘프들은 100살이 된 기점으로 성인식을 치른다.
즉, 100살이 되어야지 성인으로서 인정받는다는 이야기였다.
에르딘의 현재 나이는 99.
성인의 문턱에 발을 걸치긴 했지만, 아직 성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어린 엘프인 에르딘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총사령관에게 말대꾸했다.
“전쟁에 나이가 중요한가요”
“하아….”
탈린드라의 이마에 핏줄이 돋아났다.
탈린드라의 외형은 20대 남자였지만, 그의 나이는 올해로 400살이 넘었다.
스텔라 공주가 태어나기 전에 왕궁에 들어왔고, 스텔라 공주가 왕위에 오르는 동시에 총사령관을 맡았을 정도로 유능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탈린드라는 윈티라 가문의 귀족이었다.
귀족이고, 400살이 넘고, 심지어 총사령관직을 맡은 엘프.
그런데 옆에 나란히 걷는 여자아이는 평민에, 100살도 되지 않았고, 심지어 자신보다 직위도 낮았다.
그럼에도 에르딘이 포병대 대장을 맡고, 심지어 말대꾸까지 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했다.
“저도 엄연히 공주 전하의 선택을 받았어요. 존중해 주세요.”
“….”
스텔라에게 선택받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어린 나이에 포격대 대장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머리와 방대한 마나.
다만 실력을 대가로 감정을 잃은 게 아니냐 하는 소문이 돌 정도로 에르딘의 얼굴에는 어떠한 표정도 담기지 않았다.
‘후우… 그래. 전쟁터에서 나이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실력이 중요하지.’
탈린드라도 무작정 에르딘을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
실력만큼은 인정했다.
그리고 동시에 엘프로서의 자세도 마음에 들었다.
“저들이 저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이 될지 의문이에요.”
“….”
“애초에 벌레와 소통할 수 있다고 해서 같은 선상에서 대화를 나눈다는 것도 웃기고….”
타종족 멸시.
‘그래… 그런 점이 마음에 들긴 하지.’
대부분 엘프가 지닌 성향이긴 했지만, 에르딘은 유독 그 경향이 심했다.
모든 것을 기록으로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웃긴다고 웃지도 않는 녀석이….”
“어디까지나 비유예요. 설마 비유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시다면….”
“하아… 됐다.”
다만, 자주 알고 지내며 성격 때문에 마찰을 일으키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그런 마찰에도 불구하고 에르딘을 싫어할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최근 들어온 인간….’
스텔라 공주가 갑자기 데리고 온 인간.
갑자기 인간을 데리고 온 것도 모자라서 그 인간에게 근위대까지 맡겼다.
마치 집 안에 벌레를 들인 것 같은 불쾌함.
스텔라의 결정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말은 못 했지만, 역겨운 감정을 숨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여자 엘프들이 하나둘씩 그 인간 남자에게 홀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중에서 유일하게 넘어가지 않는 존재가 바로 에르딘이었다.
스텔라가 데리고 온 인간 남자는 에르딘에게 관심이 있다는 듯이 접근했다.
하지만 에르딘은 언제나 인간 남자에게 말했다.
(저는 벌레 애호가가 아니니, 좀 떨어져 주셨으면 합니다.)
(무… 무슨….)
(아, 설마 제 설명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면 설명해 드릴게요. 엘프에게 인간은 벌레와 같은 존재로….)
그 뒤에 에르딘은 인간에게 거리를 두고 계속해서 인간과 벌레에 관계성을 설파했다.
평소에 웃지 못했던 탈린드라가 간만에 웃음으로 스트레스를 발산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그래… 오히려 심지가 굳은 녀석이지.’
탈린드라는 그렇게 옷으로 웃으며 에르딘에게 말했다.
“말이 통하든, 통하지 않든 중요하지 않아. 어떻게 해서든 기수들을 데리고 와야 해.”
저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인간과 그 인간들에게 끌려오는 페가수스 기수들.
페가수스 기병대는 아르보스 군대를 지탱하는 최고 부대 중의 하나였다.
심지어 주요 화력을 담당하는 포병대보다 훨씬 더 우수한 인재로 취급할 정도였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냐 하면….
“잡힌 페가수스를 버리더라도 기수들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구해야 해.”
페가수스보다 페가수스 기수들을 더 중요하게 여길 정도였다.
“이해할 수가 없네요. 페가수스 대부분이 이미 주인을 버리고 돌아왔잖아요. 기수만 새로 뽑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
“설마 기병대 대다수가 귀족이라 그런 건가요”
에르딘의 말에, 경호를 위해 대동한 병사들도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기병대 대다수는 아이러니하게도 귀족들이었다.
비록 윈티라나 룩스솔리스처럼 영지가 있거나 명문 가문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귀족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에 비해서 병사 대부분은 평민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겉으로 보면 귀족들을 편애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상황.
하지만 탈린드라는 불쾌한 표정이 아닌 오히려 미소를 보였다.
“어려서 생각이 짧군.”
“…대답이 되지 않는데요”
“페가수스 기병대 대다수가 귀족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질문이라….”
에르딘은 탈린드라의 질문에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에르딘은 똑똑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법에 한정되어 있었다.
평생 마법 하나에만 몰두한 탓에 세상의 얽힘에 관해서는 무지했다.
에르딘은 자신이 생각한 답을 내놓았다.
“페가수스가 귀족들의 전유물이기 때문이죠.”
대부분 엘프는 일평생 페가수스를 직접 볼 수 있을 일이 드물었다.
그건 에르딘 또한 마찬가지였다.
에르딘이 페가수스를 직접 눈으로 본 건 전쟁을 참여했을 때뿐이었다.
그만큼 페가수스가 얼마나 희소성을 지녔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면 페가수스를 타기 위한 조건은”
“…그런 게 있나요”
대부분 평민은 페가수스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다.
그냥 날아다니는 말도 안 되게 비싼 말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에르딘도 마찬가지였다.
“페가수스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 기간이 짧게는 1년 심하게는 70년이 걸리기도 하지.”
참고로 70년은 길드온이 세운 기록이었다.
왕가의 페가수스를 인내심 가지고 조련한 사내.
‘근위 대장직까지 맡은 녀석이 하루 만에 몰락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은 사내.
탈린드라는 몰락한 길드온을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탈린드라가 소름을 털어내자, 옆에 있던 에르딘이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씀을 들으니… 페가수스 기수들을 살리려는지 이해가 가네요. 효율 때문이군요.”
순수한 값만 따지면 페가수스 기수보다 페가수스의 값어치가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페가수스의 기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들어가는 기간과 비용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그 기간과 비용이 들어간 인재들을 전부 잃는다
총사령관으로서 엄청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미 실책을 면할 수 없지만….’
그리고 실책만으로 끝내기 위해 탈린드라는 계획을 세웠다.
페가수스 기수들을 탈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침공 계획.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구하려고 마음먹었던 기수들이….
그리고 총사령관이 자신이 이렇게 직접 적에게 다가가는 이유도 실책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이 사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자칫 자신도 길드온의 뒤를 따르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에르딘은 탈린드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인간과 대화가 될지 의문이네요.”
“….”
포격을 전투 격추하고, 심지어 기병대를 몰살한 자의 손에 끌려오는 중이었다.
그런 위험한 일행과 서서히 가까워지자, 탈린드라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렇게 포로들을 끌고 왔다는 건 저쪽에서도 원하는 게 있다는 거겠지.”
비록 주도권을 빼앗긴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탈린드라와 에르딘은 대화를 마치고, 정면을 응시했다.
에르딘은 조심스럽게 지팡이를 들면서 탈린드라에게만 들릴 수 있도록 조용히 중얼거렸다.
“비상시 마탄을 쏠 수 있도록 준비할게요. 아무리 활 솜씨가 뛰어나더라도 이 거리라면 활을 꺼내기 전에 맞출 자신 있어요.”
“활을 꺼내기 전에…”
탈린드라는 그제야 페가수스 위에 탄 남자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뭐지 아까 활을 꺼내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멀리서 봤을 때만 하더라도 활을 꺼내서 요격할 준비를 하던 인간 남자.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다가오자, 갑자기 무기를 집어넣고 여유롭게 페가수스에 탄 채 자신들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리고 다른 인간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한 명의 남자를 제외하고 모두 엘프들조차 혹할 정도로 미인들이었다.
하지만 노장인 탈린드라에게 그런 외모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뭐지… 여유 아냐… 뭔가… 뭔가 이상한데….’
강자의 여유와는 좀 달라 보였다.
마치….
‘아냐, 여유가 아냐!’
함정에 걸려든 동물을 바라보는 사냥꾼의 눈빛이었다.
그리고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인간들 뒤에 끌려오던 엘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포로로 잡혔다고 해도 긍지 높은 엘프.
그 엘프들이….
‘뭔가 이상해!’
목각인형처럼 서 있었다.
심지어 그들의 몸에는 포박한 흔적 따위는 단 하나도 없었다.
다들 자발적으로 군대처럼 진열해서 인간들의 뒤를 따라오고 있던 것이었다.
에르딘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중요한 분위기를 이제야 읽어 버린 것이었다.
탈린드라는 뒷걸음질 치며 중얼거렸다.
“에, 에르딘….”
“네 설마 지금 당장 마탄을….”
“도망쳐!”
“!”
탈린드라가 에르딘을 감싸듯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거기까지였다.
“무… 무슨…!”
두 사람은 몸을 겹친 채 석화처럼 굳어버린 것이었다.
“모… 몸이…!”
평소에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에르딘조차 당황한 표정으로 몸을 바르르 떨었다.
탈린드라와 에르딘은 지금 느껴지는 감각의 정체를 대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이야~ 제 발로 와줄 줄은 몰랐네.”
페가수스에 앉아서 태연하게 쳐다보는 남자에게서 나오는 지배력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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