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014)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1013화(1014/1201)
위그드라실 (7)
“죽고 싶지 않으면 떠나는 게 좋을 거다. 성수호!”
짜증을 불러일으키고, 심지어 기분을 거북하게 만드는 목소리.
한편으로 다시 듣고 싶었던 목소리이기도 했다.
철그럭, 철그럭.
중갑옷을 입은 채 쇠 마찰음을 내며 다가오는 한여름.
나는 그런 한여름을 보며 진짜 속마음을 드러냈다.
“만나서 반갑네. 잘 지냈냐”
“잘… 지냈냐고!”
내 인사를 받은 한여름은 오히려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나를 향해 검을 겨눴다.
“뭐! 잘 지냈냐고!”
한여름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내 고막에 닿으며 짜증을 유발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워, 워~ 진정해~”
잠깐 울컥했던 짜증이 한여름의 분노한 모습을 보며 다시 싹 내려갔다.
슬슬 후광에 가려졌던 한여름의 얼굴이 자세하게 내 눈에 들어왔다.
‘오… 그동안 쉬었더니, 완전 나아졌네’
좀비처럼 빌빌거리던 한여름은 나와 만났던 초창기 시절 외모로 완벽하게 돌아간 상태였다.
‘거지 같은 유전자….’
누구는 하루 이틀 날밤 새우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거칠어지는데, 저 녀석은 몇 달 동안 고생한 흔적이 단 한 달 만에 싹 지워진 것이었다.
‘뭐… 생각해 보면 이득이긴 하네.’
한편으로 그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여자 둘이 내 정액을 받아들였고, 나머지 하나도 대기 중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절로 나왔다.
내가 그렇게 한여름을 진정시키며 속으로 웃고 있을 때였다.
내 앞에 앉아있던 한겨울이 쿡쿡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빠, 5층에서 출세했나 보네. 삐까삐까한데”
“어… 너… 너… 한겨울”
한여름은 한겨울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녀의 모습을 인지한 모양이었다.
위그드라실에 온 지 어언 반년.
그리고 미친 듯이 회귀하면서 한여름은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나라는 표적에 집중하는 것과 오랜 시간 풍화된 기억 때문에 여동생을 바로 알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한여름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너… 너… 설마… 설마…!”
한여름의 살벌한 얼굴에, 한겨울은 움찔하며 손을 뻗었다.
“오빠, 표정 풀고 내 말을 좀 들어.”
한겨울도 나와 한여름의 관계를 대충 알고 있다.
여자친구를 빼앗고, 빼앗긴 놈.
다만, 한겨울도 모르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표정 풀라고! 야, 한겨울! 거기서 내려와!!!”
회귀.
일단 한겨울은 한여름의 회귀에 대해서 아직 모른다.
그래서 한겨울은 민하연의 마음이 바뀐 이유가 내 희생과 더불어서 한여름에게 마음이 떠난 것 때문이라고만 알고 있는 상황이다.
애초에 한여름이 그동안 쌓은 업보가 있어서 그 부분은 한겨울도 딱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회귀를 모른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회귀에 대해서 모르는 한겨울의 입장에서는 한여름이 남자 하나에게 잘못 걸려서 여자친구 빼앗긴 불쌍한 오빠로 보일 것이다.
한겨울은 재빠르게 페가수스에서 내린 뒤에 한여름에게 다가가서 그를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오빠, 일단 좀 진정하고 내 말을 들어봐.”
한겨울의 모습에 딱히 섭섭함을 느끼지는 않았다.
‘봄이랑 가을이랑 다르게 사이가 완전 나쁜 것도 아니고….’
하지만 한겨울이 직접 나서서 한여름을 진정시키려고 시도했지만….
“너… 너… 너….”
한여름은 나와 한겨울을 번갈아 보며 극도로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간신히 한겨울에게 나지막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저… 저 녀석이랑… 무슨 사이야…”
“무, 무슨 사이냐니….”
한겨울은 우물쭈물하는 자세로 나를 힐끗 보더니….
“치, 친구지! 친구! 하하하….”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그리고 한겨울의 그런 모습이….
“이… 이… 이이이이익!!”
오히려 한여름이 가진 인내심의 기폭제를 점화시킨 듯 보였다.
한겨울의 얼굴은 새빨개졌지만, 한여름의 얼굴은 새파랗게 물들었다.
한여름은 새파랗게 물든 얼굴에 악귀의 표정을 담으며 인벤토리에서 뭔가를 꺼냈다.
길드온이 가지고 있던 [아르보스 상급 한손검]과 똑같이 생긴 검.
한여름이 그 검을 강하게 쥐더니….
“죽여 버리겠다아아아아아!”
내게 달려들었다.
파아앗!
‘응!’
중갑옷을 입는 녀석이 맞나 싶을 정도로 빠른 속도.
쏴아아악!
한여름을 진정시키던 한겨울이 반응하기도 전에 녀석이 날아올라서 나를 향해 검을 내리꽂았다.
나는 그런 한여름을 보며….
‘오, 뭐야. 빨라졌네.’
웃으며 감탄했다.
분명 빠르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쉽게도….
‘빨라지긴 했네. 전보다는….’
내 기준에서는 딱히 빠르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로키와 치열한 혈투를 벌이며 싸웠던 것을 떠올리면 한여름의 속도는….
‘굼벵이가 지네가 된 수준이려나’
하품이 나올 정도로 지루한 슬로우 모션이 따로 없었다.
그렇다고 여유롭게 하품할 생각은 없었다.
‘속도만 빠르다고 다가 아니지.’
혹시라도 이상한 능력을 발동해서 나를 곤란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나는 페가수스에 탄 채 즉시 인벤토리에서 데스사이드를 꺼냈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검을 내리찍는 한여름을 향해….
쏴아아악!
가볍게 데스사이드로 응수해 줬다.
채애애애앵!
“크으으윽!”
한여름의 검이 내 데스사이드에 막혔고.
한여름의 입술 틈 사이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나는 한여름의 검을 막으며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속도만 빠른 게 아니네 검술 실력도 좋은데’
겉으로 보면 이상할 게 있나 싶을 것이다.
하지만 한여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뭐지 왜 저 녀석 경고를 안 받는 거지’
한여름은 분명 나와 같은 소환사 출신이다.
그런데 녀석이 나를 공격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떠한 경고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또 다른 의문….
‘…설마 직업을 바꾼 건 아니겠지’
한여름의 기본 직업은 노비스.
노비스는 평범한 직업과 다르게 다른 직업으로 전직할 수 있는 특수한 직업이었다.
노비스의 능력은 다른 직업으로 전직할 때, 그 직업의 계수가 뻥튀기되는 능력이다.
즉, 노비스 스킬은 다음 직업의 계수만 올리는 능력이 있을 뿐, 전투에는 단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참고로 한여름은 그 노비스를 이용해서 한번 전직한 적이 있었다.
유령 기사.
전설 직업인 줄 알고 좋아라하며 전직했지만,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그 즉시 자살했다.
그리고 회귀 덕분에 노비스 직업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
다만, 회귀하면서 유령 기사 스킬을 온전히 가지고 왔다는 것.
‘생각해 보니까 존나 개 사기네. 전설 스킬 불가능해도, 특수 직업은 스킬만 배우고 그냥 회귀하면 되는 거잖아….’
회귀가 얼마나 사기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유령 기사는 전투에 특화된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스킬 레벨을 올려도 전투 능력 자체가 성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즉… 한여름이 사용하는 검술은 유령 기사 스킬과 상관없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데스사이드를 휘두르며 한여름의 검을 튕겨냈다.
채애애앵!
“크으으윽!”
강한 힘에 밀려난 한여름은 2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 착지했다.
그러고는 내가 들고 있는 새빨간 데스사이드를 보며 동공에 세차게 흔들렸다.
“너… 그, 그거 무슨 무기야…”
어림짐작으로 봐도 내 무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한여름의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했다.
“나야말로 묻고 싶은데 너 검술 실력 어떻게 올린 거냐 설마 전직했냐”
“내가 묻잖아아아아!”
한여름은 다시 한번 노기를 드러내며 내게 달려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달려드는 모습은 아까와 전혀 달랐다.
‘응 날개’
한여름의 등에 빛의 날개가 펼쳐졌다.
파아아아앗!
그리고 동시에 검에서 광채가 마치 번개처럼 검을 감싸기 시작했다.
파지지지직!
새하얀 날개와 번개.
나는 페가수스에서 내릴 준비를 하며 경계했다.
‘아까처럼 막으면 안 되겠어!’
그렇게 판단하며 데스사이드를 꼬나쥐는 순간….
파아아아아앙!
“죽어어어어엇!”
한여름이 빛을 터트리며 내게 달려… 아니, 날아왔다.
검을 에워싸던 빛의 번개가 터지며 날개를 이용해서 내게 날아왔다.
나는 그런 한여름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비릿하게 웃었다.
‘좋아! 무슨 능력을 얻었는지 몰라도 한번 보자!’
그렇게 한여름의 검과 내 데스사이드가 격돌하려는 순간이었다.
“그만아안!”
“으으읏!”
페가수스 앞으로 튀어나온 한겨울이 양팔을 벌리며 한여름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한여름은 갑자기 튀어나온 동생의 모습에 제동하지 못한 채 그대로 날아오는 중이었다.
이대로는 끔찍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안돼!’
막을 준비를 하던 나는 즉시 페가수스에서 뛰어오르듯 내린 뒤 한여름을 가로막은 한겨울을 감쌌다.
한겨울은 갑자기 내가 품으로 끌어당기자, 우악스러운 소리를 냈다.
“으악!”
“고개 숙여!”
한겨울을 품에 안은 채 한쪽 팔로 들고 있는 데스사이드를 이용해서 한여름의 공격을 막아냈다.
콰아아아앙!
“꺄아아아아악!”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폭렬음이 터져나갔다.
그리고 폭렬음과 광채가 터져나가는 것과 동시에 내 입에서도 짤막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크읍!”
데스사이드를 통해 전해져 오는 전류와 힘.
이로써 알 수 있었다.
아까 한여름은 나를 재빠르게 죽이려고 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나를 처참하게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을….
한여름의 공격으로 터져나갔던 폭렬음과 빛이 서서히 거둬지기 시작했다.
사아아….
“하아… 하아… 후우우우….”
한여름은 자신의 공격이 막혔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 여동생을 자기 손으로 다치게 하지 않았다는 안도감인 듯 보였다.
하지만 그런 안도감은 강풍이 부는 바다 위의 안개처럼 금방 흩어져 버렸다.
카카카카캉!
“성… 수… 호오오오오!”
한여름은 내 데스사이드를 베어버릴 듯이 힘을 주기 시작했다.
‘아까는 막기 힘들었지만… 이건 할만한데’
하지만 노란 폭죽 같은 불똥만 튈 뿐, 내 데스사이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 사이드 레벨은 55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한여름이 펼치는 검술의 레벨을 대충 측정할 수 있었다.
‘검술 능력은… 대충 30 정도 되는 거 같은데’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쯤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검술 테크닉은 30 정도야. 그런데 아까 그 능력은….’
아까 한여름이 펼친 빛의 날개와 검술.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레벨 30짜리가 아니었다.
아마 내가 데스사이드가 없거나, 사이드 스킬이 낮았다면 큰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그리고 한여름은….
“겨울이한테서 떨어져어어어어!!”
다시 한번 날개를 펼치고, 검에 광채를 흘려 넣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위험하겠는데’
양손이 자유롭다면 쉽게 상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몸은 한겨울을 지키느라 마냥 자유롭지 못했다.
저 옆에서 파티원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야, 한여름! 제정신이야!”
“이 미친놈아! 겨울이 죽일 생각이야!”
아까 당황하며 지켜보던 멤버들이 아우성치며 달려오는 중이었다.
하지만 한여름은 그런 멤버들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빛을 터트렸다.
파아아아앗!
“아으!”
“으악!”
멤버들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엘프들도 놀라서 눈을 가렸다.
실명시킬 듯이 강한 빛.
한여름은 그 빛을 내뿜으며 외쳤다.
“죽여버리겠어!! 여기서 모든 걸 끝내겠다고!!!”
한여름의 외침에 보통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나는….
‘아우씨… 일단 얌전하게 만들자.’
즉시 [인도자의 안광]을 발동시켰다.
한여름이 아무리 강해졌다고 해도 유령 기사의 능력을 이어받은 건 변함 없을 것이다.
아직 사령 속성이 유효하리라 판단한 나는, 한여름에게 초록빛의 안광을 터트렸다.
한여름이 내 초록빛 안광을 보고 바들바들 떨었다.
“이… 이이이….”
간만에 한여름의 굴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기대하는 순간….
“이 개새끼가 또 그 짓을 나한테 하려고!!! 죽여버리겠어!!!”
“!”
한여름은 오히려 하얀 빛을 터트리며 더 강한 힘을 주기 시작했다.
‘뭐야! 왜 안 통해’
[한여름의 기질창을 볼 수 없어서 파악할 수 없습니다.]‘미치겠네! 일단 피해야 하나…’
사실 피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하지만 한여름의 공격에 뒤로 물러선다
아무리 내 상황이 불리하다고 해도 내 자존심이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점점 빛이 강해지면서 팔에 힘이 서서히 빠지는 순간이었다.
허리춤에 있던 로키가 고통스러운 웃음을 터트렸다.
“케헤헤헤! 눈 아파!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시끄러워! 지금 상황이….”
“내 능력을 써! 내 능력은 뭐 국 끓여 먹을 때 쓸 거야!”
“아!”
나는 그제야 로키가 전에 말해줬던 능력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필요한 상황에 바로 꺼내 쓰려고 일부러 묵혀 놨는데, 오랜 기간 묵혀 놓다 보니 오히려 까먹고 있었다.
나는 한여름의 공격을 막아내며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
내 미소를 보며 흠칫하는 한여름.
나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로키만 들릴 수 있게 외쳤다.
“저번에 말해줬던 스킬 부여해 줘!”
로키에게 설명을 들었을 때부터 한여름에게 쓰고 싶은 스킬이 있었다.
“됐다! 이제 쓰면 돼!”
나는 로키의 깔깔거리는 외침을 듣자마자 미소를 지으며….
‘한여름… 5층에서 나를 열심히 기다린 보상이다!’
한여름에게 [불사의 조약]을 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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