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029)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028화(1029/1201)
“네 말대로 아주 공정한 계약서네. 하자.”
계약서는 내 대답을 마지막 절차로 판단했는지, 붉은색 실선으로 변했다.
그러고는 나와 한겨울의 심장을 서로 잇더니, 가루가 되어서 흩어졌다.
흩어진 가루는 다시 뭉치더니, 두 장의 종이로 변했고, 나와 한겨울 손에 한 장씩 쥐어졌다.
한겨울은 완료된 계약서를 보며….
“히히히, 좋아~”
실실 웃기 시작했다.
웃기는 상황이었다.
한겨울이 제시한 계약은 그녀에게 이득은커녕 손해만 존재하는 보증 대출과도 같은 악질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한겨울은 마치 자신이 갑의 위치가 된 것처럼 좋아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한겨울을 보며 미소와 함께 기본적인 사항을 다시 읊었다.
“하루에 한 번 대결하고, 제한 시간은 30분. 그리고 무승부는 무효… 맞지?”
“응. 아, 혹시라도 컨디션 안 좋으면 말해. 그때는 빼줄게.”
이미 불리한 계약서를 작성한 주제에 넓은 배려심을 보여주는 한겨울.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그건 내가 할 말 같은데. 아, 그런데 빼먹은 거 있네.”
“어떤 거?”
“장소랑 시간.”
3, 4층이었다면 싸울 장소를 어렵지 않게 마련했겠지만, 아르보스 왕국은 공식적으로 적국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 데서나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시간도 정해야 한다.
“장소는 내가 스텔라한테 가서 물어볼게. 그리고 시간은 점심 먹기 전으로 정하자.”
“좋아!”
장소는 스텔라한테 부탁하면 어렵지 않을 것이고, 시간도 식전에 싸우는 쪽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모든 사항이 정해진 뒤에 나는 한겨울의 방을 나오며 한마디 남겼다.
“일단 스텔라한테 갔다 올 테니까. 쉬고 있어.”
“응.”
나는 그렇게 한겨울과 마나 계약서를 작성한 뒤에 방을 나왔다.
그렇게 방을 나와 복도를 걸으며 성사된 계약을 떠올랐다.
그러고는 흐뭇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하연이가 조언 하나는 끝내주게 잘하네.”
나는 계약서를 전부 읽자마자 확신했다.
지금 작성한 계약서와 한겨울의 행동이, 민하연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겨울이 쪽도 해결되면 진짜 큰 선물 해줘야겠다.”
나는 그렇게 민하연의 애정을 느끼며 스텔라의 침실로 향했다.
..
..
스텔라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 말씀 하려고 오신 건가요?”
“어… 그렇지?”
스텔라의 표정은 누가 봐도 기분이 나빠 보였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내가 찾아온 것만으로 기분을 망쳐서 저런 표정을 지은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분명 내가 처음 찾아왔을 때는 미소로 환영해 줬다.
그리고 내가 오자마자 바로 시종들을 밖으로 내보내기까지 했다.
그런데 내가 싸울 수 있는 대련장을 부탁하는 순간….
‘진짜 성격 독특하네….’
갑자기 눈매를 날카롭게 벼리며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스텔라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 말을 꺼냈다.
“두 명이 대련할 수 있는 수준이면 충분해.”
스텔라는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보며 질문했다.
“…설마 그게 끝인가요?”
“아니, 설마 그 말만 하려고 왔을까.”
“아… 말씀하세요.”
다시 미소를 짓는 스텔라.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해줬다.
“오래 쓰지 않을 거야, 한 30분 정도? 그리고 조심히 사용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상대방에게 부탁하는 입장이니 최대한 예의를 담아서 대답했다.
내 예의가 담긴 대답을 들은 스텔라는….
“…그리고요?”
인격모독을 당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중이었다.
스텔라의 냉랭한 표정이 내 온몸의 털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감각을 오히려 즐기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른 볼일도 있어서 들렀어.”
“아… 말씀하세요.”
미소, 인상, 미소, 인상….
저렇게 표정을 마구잡이로 교체해도 얼굴에 주름 하나 생기지 않는다니… 엘프가 사기 종족이긴 하구나.
나는 그렇게 스텔라의 외모에 감탄하며 본론을 말했다.
“한여름, 걔한테 간단한 임무 하나 줘.”
“임무요…?”
스텔라의 눈매가 다시 날카로워졌지만, 궁금증이 좀 더 컸는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응, 나를 감시하라는 임무.”
“…진심인가요?”
스텔라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평생 시선을 받으며 사는 것이 얼마나 고달픈지는 스텔라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런 고달픔을 직접 경험하려고 하니,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진심이야. 내 주변을 맴돌아도 되지만, 감시 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숨기게 만들어.”
“…?”
날카롭던 눈매가 어느새 둥글둥글해졌다.
그만큼 아까 느꼈던 불쾌함보다 지금의 궁금증이 더 강하게 그녀의 머릿속을 휘젓는다는 증거였다.
“일단 알았어요. 그 뒤에 보고받으면, 당신에게 다시 전달하면 되나요?”
근위병은 기본적으로 스텔라의 직속 호위 병사다.
한여름에게 직접 명령하고, 보고받을 것이다.
나는 실실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굳이 말할 필요 없어. 그냥 너 혼자 알고 있어.”
“?????”
스텔라는 내 대답 때문에 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무슨 보고를 할지 기대되네.’
한여름이 스텔라에게 무슨 소리를 내뱉을지 정말 기대됐다.
나는 그런 기대감을 품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 부탁한 장소, 마련하려면 오래 걸려?”
“어? 아! 나, 나가서 에르미나에게 말하면 바로 해결해 줄 거예요.”
참고로 에르미나는 시종장의 이름이었다.
나는 미소와 함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마워, 그럼 쉬어.”
“아, 네. 고마… 어!? 응!?”
나는 어리둥절한 스텔라의 모습을 두고, 후다닥 침실 밖으로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거기…! 당장…! 야아아…!
침실을 나가자마자 뒤쪽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백색소음 치료라고 생각하며 침실 밖에 있던 시종장을 끌고 재빠르게 떠났다.
..
..
연무장에 도착하자마자 시종장이 으르렁거리는 듯 입을 열었다.
“여기… 입니다.”
시종장의 얼굴에는 불쾌함이 가득했지만, 나를 향해 적의를 드러내진 않았다.
지배력을 사용했을 때는 살기를 잔뜩 내뿜던 그녀가, 스텔라의 명령이라는 말에 꼬리를 내리고 얌전해진 것이었다.
나는 오히려 스텔라를 향한 충성심이 가득한 시종장의 모습에 만족하며 연무장을 둘러봤다.
“좋긴 한데….”
연무장 자체는 전혀 불만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너무 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어서 여기서 싸우는 게 미안할 정도였다.
다만 불만은 아니고, 한 가지 난감한 점이 있었다.
“이렇게 넓을 필요는 없는데….”
2인이 대련을 주고받기에는 너무 넓었다.
하지만 내 말에 시종은 한숨을 쉬며 투덜거리듯 대답했다.
“이곳 말고는 싸우기에 적합한 곳은 없습니다. 좁은 곳을 원하시면 화장실에서 싸우시는 게 어떠십니까? 어울리는 곳을 안내 해드리죠.”
“….”
귀가 뾰족해서 그런가, 말에도 가시가 잔뜩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날카로운 말에 웃으며 넘어갈 내가 아니다.
“뭐, 정 안되면 스텔라 방에서 싸우면 되지. 다시 가서 물어보….”
“자, 장소를 옮겨드리겠습니다!”
시종장의 얼굴은 1초도 안 된 사이에 새파랗게 물들어 있었다.
나는 그런 시종장의 모습에 킥킥 웃으며 손으로 휘저었다.
“됐어. 그냥 여기 쓸게. 쓸 때마다 허가받고 싶지 않으니까, 관리자한테 잘 말해줘.”
“…알겠습니다.”
분한 표정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선 시종장.
하지만 그녀는 한 걸음만 물러난 뒤에 갑자기 멈춘 상태로 내 쪽을 향했다.
딱 봐도 할 말이 있어 보였다.
‘생각해 보니, 얘도 꿈속에서 본 게 전부구나.’
아르보스에 온 뒤에 스텔라를 제외하고, 다른 엘프들과 사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나를 응시하는 시종장을 보며 물었다.
“왜? 할 말 있어?”
“….”
시종장은 내 눈치를 보며 숨을 고르더니, 크게 한숨을 쉰 뒤에 목소리를 냈다.
“공주 전하와 3층에서 처음 뵈었다고 들었습니다.”
“어, 맞아. 설마 스텔라가 말해 준 거야?”
“…같이 내려갔던 병사들을 통해 전해 들었습니다.”
스텔라는 거짓말이나 답답한 것을 싫어하는 것과 별개로 3층 이야기를 본인 입으로 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공주 전하와 정확히 무슨 관계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아까는 날카로웠던 목소리가 옥이 구르는 소리로 변했다.
태세 변환이 재미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그런 태세 변환한 모습만으로는 내 속마음을 꺼내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관계라는 게 나 혼자 정하는 것이 아니잖아. 나도 헷갈려서 알려주기 힘들겠는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옆에서 계속 관찰해. 관찰하다 보면 알아서 관계가 머릿속에 그려지겠지.”
“….”
시종장은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해서 그런지 다시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그 이상의 불순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고, 그대로 조용히 연무장을 떠나갔다.
‘저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시종장의 나이가 몇 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도 스텔라 못지않게 오래 살았을 것이다.
몇백 년간 한 존재를 위해 진심으로 시중을 드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뭐, 감탄은 일단 뒤로 미루고….’
나는 텅 빈 연무장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관람석이 있는 걸 보면 여기서 대회 같은 걸 열기도 하나 보네.”
구경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좁은 것보다는 훨씬 낫네.”
나는 그렇게 판단하며 한겨울의 방으로 향했다.
***
쾅아앙!
굉음과 먼지가 연무장 내부에 퍼져나갔다.
굉음은 연무장 내부를 고르게 퍼져나갔고, 먼지는 연무장 중심에 3~4미터 정도 원형 형태로 천천히 퍼져나갔다.
먼지 구체가 커지면서 점차 구체 안에 있는 존재들의 실루엣이 그려졌다.
세 형태의 실루엣.
먼지 구체가 더 커지자, 실루엣에 색이 점차 입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색이 입혀지면서 입체감이 담긴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구체 안에 있던 실루엣의 정체는 성수호와 한겨울, 그리고 설화 정령이었다.
한겨울과 설화 정령이 좌우로 나뉘어서 성수호를 공격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두 존재의 공격은….
“좋은 공격이네.”
성수호의 몸에 닿지 못한 상태였었다.
한겨울의 공격은 성수호에게 막히고, 설화 정령의 공격은 빗나간 상태.
“30분 다 됐어.”
성수호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털썩!
“허어억… 허어억… 헤에엑….”
한겨울이 폭포수 같은 땀을 흘리며 바닥에 드러누웠고, 설화 정령은 그녀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한겨울과 성수호의 모습을 본 한여름은 눈을 질끈 감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 한 번에 성공할 리가 없지.’
성수호와 한겨울의 대결.
둘만 있어야 하는 연무장에는 한여름도 같이 있었다.
‘그래도 저 정도 수준 차이라면 승산이 있어. 무엇보다 구경하는 것도 허락받았고….’
참고로 한여름이 구경하고 싶다고 부탁한 대상은 성수호가 아닌 한겨울이었다.
그 뒤에 한겨울이 성수호에게 다시 부탁했다.
거절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지만, 성수호는 흔쾌히 한여름의 구경을 허락했다.
‘정말 다행이야. 마침 명령도 받아서 곤란했는데… 거절했으면 귀찮아질 뻔했어.’
두 사람이 대결을 벌이긴 전, 한여름은 긴급하게 스텔라의 호출을 받고, 그녀의 침실로 향했다.
스텔라의 호출을 받은 한여름은 머릿속을 망상을 채우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청결제를 몸에 부으며 침실로 달려갔다.
하지만 스텔라가 한여름을 호출한 이유는 그의 하복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성수호… 그자를 감시해.)
예비 배우자 한여름이 아닌, 근위병 한여름에게 내려진 명령.
‘…왜 갑자기 감시하라는 거지?’
스텔라가 내린 명령은 다른 일을 제쳐두고 성수호를 매일 감시하고, 보고하라는 것이었다.
스텔라는 그렇게 명령한 뒤에….
(…설마 내 말이 끝난 줄도 모르고 기다리는 건 아니겠지?)
(죄, 죄송합니다!)
고슴도치같이 가시를 잔뜩 세우며 한여름을 쫓아내 버렸다.
그렇게 가시를 드러내며 표독스러운 표정을 짓는 스텔라는 처음이었다.
‘평소랑 완전히 달랐어….’
한여름은 날이 선 스텔라의 모습을 떠올리며 한겨울을 일으키는 성수호의 모습을 바라봤다.
자상한 남자의 모습.
겉으로 자상한 모습을 한 그는 어제 스텔라를….
‘쓰레기 같은 새끼… 분명 어제 당한 일 때문이겠지.’
덮쳤다.
‘애초에 그런 짓을 당하고도 침착한 게 말이 안 되지. 저 쓰레기 같은 새끼….’
한여름은 스텔라의 변한 태도가 성수호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사실 ‘어제’가 아닌 ‘오늘’ 있었던 일 때문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성수호 때문에 변한 것이기에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한여름이 그렇게 속으로 성수호의 욕을 낭송하듯 읊는 사이에….
“하아악… 하아악… 두고 봐. 하아악…. 금방 따라잡을 테니까. 흐흐흐흐….”
“기대할게.”
두 사람은 조금 전에 치른 전투를 복기하듯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이런 씨발….”
한여름은 두 사람을 보던 중에 참지 못하고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둘에게 다가갔다.
대화하는 모습 때문에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
“야, 한겨울. 이쪽으로 와. 내가 방까지 데려다줄게.”
한겨울이 성수호의 품에 안기듯 축 늘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나 좀 만 쉬면 괜찮아지니까….”
“됐으니까, 빨리 오라고!”
그렇게 한여름이 억지로 한겨울을 끌어당기려는 순간이었다.
“야, 이제 구경하는 거 끝났으면 돌아가.”
갑작스러운 명령에 한여름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부탁했다.
“으극! 자, 잠깐만! 겨울이만 데려다주고…!”
하지만 그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성수호는 미간을 좁히며 재차 명령했다.
“귀찮게 하지 말고, 제발 좀 가라.”
“………씨발.”
한여름은 작게 욕설을 내뱉고 연무장 밖으로 나가 버렸다.
나가고 싶지 않았다.
스텔라의 명령도 있고, 한겨울을 저렇게 놔두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성수호의 명령을 거부할 방법이 없었다.
‘씨발…. 씨발, 씨발, 씨발…!’
다행히 일정 거리를 넘어가자, 몸에 걸려 있던 제약이 풀렸다.
“돼, 됐다…! 빨리!”
한여름은 다시 연무장을 향해 뛰어갔다.
혹시라도 아직 연무장 안에 두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 근처까지 뛰어간 뒤에 조심스럽게 내부를 확인했다.
하지만 연무장 안에는….
“…없잖아!”
성수호와 한겨울의 모습은 없었다.
두 사람이 없는 모습에 채널도 시끌벅적해졌다.
└두 사람 어디 갔냐?
└방까지 부축해 주지 않았을까?
└오우… 방? 설마…?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미친 듯이 싸우고 갑자기 분위기를 잡겠어?
└그리고 아까 겨울이가 말했잖아. 성수호가 아무런 조건 없이 그냥 계약서 받아들였다고. 문제없을 듯.
한여름은 채팅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겨울이가 아까 말했잖아. 아무 조건 없이 계약을 해줬다고… 이상한 일은 없겠….’
한여름이 그렇게 혼자 안도하는 순간….
└ㅋㅋㅋㅋㅋㅋㅋ 한겨울이 한 말을 믿는 놈이 있었네.
└ㅋㅋㅋㅋㅋ 여기 순진한 놈들 많네.
└아니면 일부러 순진한 척했거나 ㅋㅋㅋㅋㅋㅋ
채팅을 보자마자 머리가 새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스텔라에게 불려 가기 전, 한여름은 한겨울과 짧게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한겨울이 계약에 관해서도 설명해 줬다.
성수호가 아무런 조건 없이 계약을 승낙해 줬다고….
‘그러고 보니까… 성수호가… 조건 없이… 그냥 해줬다고…?’
아까는 스텔라의 호출이 겹치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한여름은 그렇게 정신줄에 불이 붙자….
“씨발!!!”
본능적으로 한겨울의 방 쪽으로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달리는 도중에 일순간 정신이 또 들었다.
‘자, 잠깐! 막무가내로 쳐들어갔더니 아무 일도 없었고, 괜히 그 새끼 기분만 잡치게 만들면….’
성수호의 기분이 더러워지는 모습을 보는 건 한여름의 소원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 그의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건 사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었다.
스텔라의 명령, 한겨울의 계약, 두 사람의 대결… 모든 것이 꼬일 가능성이 컸다.
한여름은 이성을 되찾고, 재빠르게 고민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그래, 몰래 보면 되지.’
화장실 안에서 [유령의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한겨울은 유령 상태로 벽과 바닥을 미끄러지듯 이동하며 한겨울의 객실로 향했다.
‘좋아, 여기가 겨울이의….’
그렇게 한겨울의 객실에 도착하며 기뻐하는 순간….
“자, 그러면 일단 바지부터 벗어봐.”
방 안에서 들려온 성수호의 목소리가 한여름의 정신을 일그러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