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048)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047화(1048/1201)
성수호가 나가자마자 아르모니아가 무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수호 님에게 먼저 양해를 구해서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아르모니아는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레나 씨는 많은 사람을 다스리고, 지휘하는 위치에 있어서 감정적인 문제가 생기면 혼자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건 굉장히 현명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르모니아의 대답은 생각보다 길었다.
“왜냐하면 대부분 사람은, 윗사람이 감정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느끼기 때문입니다.”
“….”
레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적인 사람은 인간적으로 느껴지지만, 나라를 다스리거나 군대를 지휘하는 사람의 덕목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리고 레나는 언제나 군주와 지휘관의 덕목을 지표 삼아 인생을 걸어왔다.
“저희에게는 감정적인 문제를 털어놓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수호 님에게는 모든 것을 털어놓으셨으면 합니다. 그것도 되도록 빠르게….”
“아… 말씀대로 꼭….”
레나가 대답하려고 했지만, 아르모니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끊었다.
“빠르게 털어놓으라고 말한 이유가 뭔지 아시겠습니까?”
“이유라면….”
레나는 바로 떠오른 생각이 정답이라고 확신하며 대답했다.
“주인님께 신속하게 보고해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함… 아닙니까?”
확신했다.
정답이라고.
하지만 아르모니아는 즉시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제가 감정을 오래 묵히면 주인님에게 불편함을 드려서 그런 겁니까?”
“그것도 아닙니다.”
“그러면….”
레나는 계속해서 대답했다.
모든 것이 성수호와 관련된 대답이었다.
하지만….
“아니면 주인님과….”
“아닙니다.”
레나는 대답도 시작하기 전에 오답이라는 판정을 받은 탓에 민망해져서는 고개를 슬며시 숙였다.
그런 레나를 보며 아르모니아가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레나 씨의 대답도 정답입니다. 어디까지나 제가 말씀드리는 의도와 다르다는 것뿐입니다. 제가 빠르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라고 말한 건….”
아르모니아는 말꼬리를 흐리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는….
‘저런 표정도… 지으시는구나.’
미간을 좁히며 인상을 찡그리는 중이었다.
뭔가 생각하기 싫은 기억을 떠올리는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사실상 처음 보는 아르모니아의 감정에 레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그렇게 짧은 침묵 끝에, 아르모니아가 다시 표정을 굳히며 눈을 떴다.
그러고는 다시 무미건조한 톤으로 대답을 마쳤다.
“레나 씨를 위해서입니다.”
“저를… 위해서… 입니까?”
너무 의외였다.
당연히 성수호가 임무에 나갔을 때, 문제가 되지 않도록 케어하라는 답일 줄 알았으니까 말이다.
“그렇습니다. 레나 씨를 위해서라도 모든 속마음을 수호 님께 털어놓으셨으면 합니다.”
하지만 아르모니아는 못 박듯 성수호가 아닌 레나를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늦게라도 솔직히 말하고 같이 풀 수 있다면 괜찮습니다. 오늘처럼 말입니다.”
“아….”
레나는 순간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공작님….’
페르온 공작… 자신의 아버지였다.
레나를 평생 ‘딸’이 아닌 나라를 다스릴 ‘후계자’로 가르친 페르온 공작.
그런 페르온 공작조차 레나가 죽음의 전쟁터로 향한다는 결심을 밝히자, 그 순간만큼은 ‘후계자’가 아닌 평생 속에 감춰 왔던 ‘딸’을 찾으며 가지 말라고 애원했다.
페르온 공작은 쓰러져서 기절하는 마지막 순간 레나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은 것이었다.
당시에는 딸이 전쟁터로 나가는 것을 막고자 애원하기 위한 수단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르모니아의 말을 들은 레나는 전제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작님께서는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진심을 전달하신 것일지도 몰라.’
붙잡기 위해 애원한 것이 아닌,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붙잡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들자, 레나는 자신도 모르게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결국 다시 만나게 되었지. 주인님 덕분에….’
비록 페르온 공작의 몸은 쇠한 상태이지만, 성수호 덕분에 여생은 편안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미소도 잠시….
‘읏….’
성수호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떠올리자마자 암울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받은 것에 비해서 자신의 도움이 너무 하찮게 느껴진 탓이었다.
‘빨리… 더 강해져서 도움이 되고 싶어.’
레나는 아까 성수호가 보여준 믿음을 되새기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레나가 표정을 풀자, 때마침 아르모니아의 입이 열렸다.
“정리가 되셨습니까?”
“아, 죄, 죄송합니다. 대화 중에….”
“아닙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건 언제나 중요한 일입니다.”
레나는 다시 한번 아르모니아의 배려에 감탄했다.
‘대화 중에 딴생각’을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포장해 주었다.
무감정을 담아낸 표정과 목소리.
하지만 그 태도의 끝에는 언제나 배려가 느껴졌다.
그리고 레나는 아르모니아의 마지막 조언에서 더 큰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전달할 수만 있다면 늦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런 진심을 전달하지 못하고 헤어진다는 것을 명심하셨으면 합니다.”
마치 뼈를 긁어서 건네주는 조언 같았다.
..
..
레나는 연습실로 걸어가며 아르모니아의 마지막 조언을 떠올렸다.
‘…역시 본인의 경험이시겠지.’
아르모니아의 표정과 목소리는 무감정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그녀의 조언은 누가 들어도 경험담처럼 들렸을 것이다.
아르모니아의 외형은 20대 초반.
하지만 아르모니아가 풍기는 기색은 새파란 풋풋함이 아니었다.
마치… 어둠으로 뒤덮인 광활한 우주 같았다.
‘하지만 우주에는 별들이 가득하지.’
반짝이는 별을 품고 있는 우주.
그게 레나가 내린 아르모니아의 평가였다.
그리고 그런 레나의 평가에 동감하는 사람이 있었다.
‘강한나 씨도 비슷한 생각을 하셨다고 했지.’
레나를 보자마자 바로 으르렁대던 강한나.
하지만 그런 강한나도 아르모니아를 보자마자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다른 식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대하는 반응만 달랐을 뿐이지 본능적인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유일하게 다른 사람이 하나 있었다.
‘주인님만 느끼시지 못하고 계셔.’
성수호만 유일하게 아르모니아를 거리낌 없이 대했다.
처음에는 남자와 여자가 받아들이는 것이 다른 건가 싶었다.
하지만 그 생각도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끔 외부에 나갈 때 다른 남자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어.’
함선 식구를 끌고 여행을 갈 때, 아르모니아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면 주인님에게만 마음을 열어서?’
자칫 아르모니아와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는 그런 의문이었다.
나쁜 의미는 아니었다.
성수호에게만 마음을 열었다고 해도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레나는 고개를 휙휙 저었다.
‘아냐… 아르모니아 님께서 그럴 분은 아냐. 그랬다면 아까처럼 조언도 안 해주셨겠지.’
아르모니아의 조언은 누가 들어도 레나의 걱정이 담겨 있었다.
‘내가 왜 그런 생각을….’
레나는 일순간 그런 의문을 품은 자기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두 분은… 어떤 관계일까…?’
하지만 자기혐오는 자기혐오고, 궁금증은 궁금증이었다.
레나는 이곳에 지내면서 아르모니아가 누구보다 성수호를 걱정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니, 함선에 지내는 모든 식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계약으로 묶인 관계라고 하셨지.’
아르모니아와 성수호의 계약.
딱히 큰 비밀이 아니라서 함선 식구들은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다만, 함선에 있는 사람 누구도….
‘…아무리 봐도 계약 관계로 보이지 않아.’
두 사람을 계약 관계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이해할 수 없었다.
‘주인님의 모습… 아무리 생각해도 이성을 대하는 태도가 아냐.’
성수호는 아르모니아에게 짓궂은 장난을 자주 치긴 하지만, 그녀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는 이성적인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레나가 그것을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했다.
‘내게 보여주시는 감정과… 너무 달라.’
직접 애정을 받아왔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자신을 포함한 다른 여자들에게 향하는 감정과 아르모니아에게 향하는 감정이 너무 달랐다.
‘혹시 계약 때문에…?’
하지만 바로 머리를 털며 생각을 떨쳐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해도 감정을 제어할 이유는 아냐.’
거기다 성수호가 아무리 연기를 잘한다고 해도 이성적인 감정을 숨기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른 추측.
‘주인님의 취향이 아니신가…?’
아까는 생각을 떨쳐냈지만, 이번에는 뇌가 거부 반응을 일으키며 두통을 유발했다.
‘아냐. 누가 봐도 주인님 타입이야.’
레나가 성수호의 취향을 100% 알진 못하지만, 아르모니아가 성수호의 취향인 건 100% 확신할 수 있었다.
생각할수록 미궁에 빠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레나의 정신이 미궁 속에 갇혀 있을 때, 하나의 실낱 같은 빛줄기가 흘러들어왔다.
‘왠지… 공작님이랑….’
그렇게 빛의 실을 잡고 미궁을 헤쳐 나가려는 순간, 저 멀리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아, 레나 씨!”
“아….”
레나는 익숙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미소를 지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아닌 경악이 강제로 들어차 버렸다.
“이, 이게 무슨…?”
레나를 부른 사람은 임산부처럼 배가 내온 비올라였다.
***
“수호 님. 잠시 레나 씨와 대화를 나눠도 되겠습니까?”
“아, 그래. 나는 연습실에 가서 기다릴게. 둘이 천천히 얘기 나눠.”
나는 대답과 함께 집무실을 나온 뒤에 연습실로 향했다.
그리고 연습실로 향하는 도중에 예상치 못한 인물과 마주했다.
“아! 수호 씨!”
비올라.
그것도 아이를 품은 듯이 배가 나온 비올라였다.
비올라는 불편한 걸음걸이로 실실 웃으며 내게 통통 달려왔다.
나는 넘어질까 싶어서 다급하게 다가간 뒤에 비올라를 부축했다.
“천천히 걸어. 그러다가 넘어질라.”
“후후, 걱정하지 마세요. 에테르가 있어서 괜찮아요.”
비올라의 말과 함께 몸 주변에 다이아몬드 가루가 생기더니, 금세 뭉쳐졌다.
츠츠츠츠츳!
비올라는 등장한 에테르를 보자마자 쓰다듬기 시작했다.
“이 애 덕분에 수호 씨를 도움 수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에테르는 비올라의 칭찬에 기분 좋다는 듯이 그녀의 주변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기쁨도 잠시….
츠츠츠츳!
갑자기 나를 향해 적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액 주입으로 얌전해졌던 녀석이 왜 또 까칠해졌나 싶었다.
“…내가 또 뭐 잘못했나?”
내 물음에 비올라가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자, 잠깐 집을 빼앗겨서 화났나 봐요.”
“아하….”
에테르가 주인의 몸에 안착하는 장소가 바로 자궁이다.
외설스러운 느낌이 강하지만, 자기를 품어줄 수 있는 여성의 존재에게 끌리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아까 아르모니아의 설명을 통해서 더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에테르가 머무는 공간은 단전이다.
그 단전이 있던 장소에 에테르가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단전이 자궁 위에 자리 잡고 있으니, 에테르가 집을 빼앗겼다는 건 사실일 것이다.
츠츠츠츳!
나를 향해 계속 적의를 내비치는 에테르.
나는 그런 에테르를 향해….
“고맙다. 비올라 지켜줘서.”
츠츠츳!?
아픔을 무릅쓰고 녀석을 쓰다듬었다.
살짝 따끔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츠츠츳!
녀석은 잠시 발광하더니, 비올라의 등위로 숨어버렸다.
비올라는 그런 에테르를 보며 헤실헤실 웃었다.
“쑥스러운가 봐요.”
“그냥 내가 싫은 거일 수도 있지.”
“후후, 수호 씨도 쑥스러워하는 거 같아요.”
“하하하… 그런데 배는 정말 괜찮아?”
“아! 괜찮아요! 오히려 재미있어요!”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주제를 돌렸고, 비올라는 예상보다 임산부 놀이를 즐기는 중이었다.
나는 비올라의 모습에 안도했다.
‘하루 이틀 만에 힘들다고 할 정도는 아니겠지.’
생각해 보면 애들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신는 하이힐을 뒤뚱거리며 신어 보는 아이.
아빠가 나르는 짐을 어떻게든 들어보려는 아이.
아이들은 힘들고, 불편한 행위임에도 그 상황을 웃으며 즐긴다.
그야 저런 즐거움은 일주일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슈트라 가기 전에 아르모니아한테 말해놔야겠네.’
아르모니아라면 적당한 타이밍에 제지해 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임산부처럼 쫄쫄 걸어가는 비올라와 같이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연습실 앞까지 도착했다.
“아, 비올라. 마침 부탁하려고 했는데….”
내가 그렇게 시간 조절을 부탁하려는 순간… 비올라가 환하게 웃으며 팔을 들어 올렸다.
“아, 레나 씨!”
“이… 이게 무슨…?”
“아….”
레나가 나타났다.
그것도 눈동자가 튀어나올 정도로 놀란 표정으로….
그녀가 놀란 이유는 바로 짐작이 갔다.
‘빨리 설명해 주자.’
비올라의 부풀어 오른 배가 원인일 것이다.
“레나, 그게….”
내가 그렇게 해명으로 오해의 실타래를 풀려고 하는 순간….
“레나 씨! 제 배 보세요!”
비올라가 출렁이는 배를 만지며 오해의 실타래 위에 실뭉치를 잔뜩 쏟아냈다.
“이 배 안에 수호 씨 거 잔뜩 들어 있어요!”
“주, 주인님!?”
“….”
그 이후, 레나에게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