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054)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053화(1054/1201)
(꼭… 지금 당장 정해야 하는 거야?)
클라우디아는 어떻게든 답을 미루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솔직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여생을 학장과 오손도손 살라는 조건뿐이다.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그 생각이 뇌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혹시 새로운 사랑을 찾으시는 건가요? 그런 거라면….”
(야…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다?)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장난기만으로 가득했던 눈빛에 살기가 그득그득 담겨 있었다.
보아하니 학장에게 향하는 애정은 변치 않은 모양이었다.
다행히 클라우디아는 내 사과를 듣자마자 살기를 거두었다.
(지금 당장 정해야 할 정도로 급한 거야?)
“고민을 길게 할 이유가 있어요?”
그녀가 이렇게 대답을 미루는 이유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살짝 결이 달랐다.
(나야 살아나면 좋지. 그런데… 그 양반이 너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 같아서 무서워.)
“아….”
클라우디아의 머릿속에 있는 루트비히 리펜슈타인 온화한 학장이 아닌 잔혹한 대마법사로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학장은 죽은 자를 살려줄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지닌 나를 가만히 두지 않으리라는 것이 클라우디아의 생각이었다.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지.’
나도 마냥 낙천적인 인간은 아니다.
“혹시 몰라서 대비책도 마련해 놨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네가 그렇다면 안심이고. 그래도 그 양반 보면서 좀 더 고민하고 싶어.)
“그럼 그렇게 하세요.”
(응? 아까는 닦달하더니?)
사실 아까 늘어놓았던 으름장은 그냥 잔소리에 대한 보복일 뿐이었다.
이 계획으로, 임무 완료가 될 수도 있고, 연장될 수도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한 게 중요했다.
“오래 걸려도 괜찮아요. 대신 거절하면 안 돼요.”
(하아… 남자한테 강요받는 건 오랜만이네.)
“….”
학장은 도대체 왜 이런 여자를 좋아했던 걸까?
‘아… 이쁘긴 하지. 학장도 점잖은 척하더니, 얼굴 따지는 스타일이었구만.’
[….] [….]두 사람이 침묵하는 걸 보니 내 심리 파악 기술에 감탄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두 사람의 감탄이 담긴 침묵을 느끼며 흐뭇하게 웃는 순간이었다.
클라우디아가 갑자기 내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거야?)
“….”
내가 그녀의 삶을 되찾아 주려는 이유는 그녀에게 잘해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임무 때문이었다.
내 임무의 주요 목적은 루이스이지만, 그 루이스를 완전히 침몰시키기 위해서는 학장의 힘이 절실했다.
그 학장은 자신의 목숨을 앗아가는 조건으로 내게 모든 지원을 쏟아붓는 중이고.
하지만 그 사실을 내 입으로 말할 수는 없었다.
학장과의 거래는 아르모니아에게도 비밀이니까 말이다.
사실 뭘 하든 클라우디아에게 해줄 수 있는 해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임무 이야기도 못 꺼내고, 학장과의 비밀 거래도 말할 수 없다.
솔직하게 말할 수 없던 나는, 대충 둘러댔다.
“학장님에게 받은 게 있어서 돌려주고 싶을 뿐이에요. 그리고 루나의 조상님이잖아요.”
(정말 그것뿐이야?)
“네.”
(…그래.)
클라우디아는 의구심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금세 웃는 얼굴로 바꾸며 흥얼거렸다.
(네 말을 믿을게.)
그렇게 대화가 마무리되었고, 클라우디아의 대답은 좀 더 미뤄졌다.
..
..
기숙사에 돌아오자마자 내가 한 일은 레나에게 단전 호흡을 지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단전 호흡을 지도하며 한 가지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역시… 위그드라실이 특이한 거였네.’
분명 같은 단전 호흡이다.
그런데 위그드라실에서 했던 단전호흡과 슈트라나 함선에서 하는 단전 호흡의 느낌이 너무 달랐다.
[어떤 차이가 느껴지시는데요?]강한나의 질문에 나는 골똘히 생각했지만, 명쾌한 답을 내줄 수 없었다.
“뭐랄까… 슈트라랑 함선은 부드럽고, 위그드라실은 거친 느낌이에요.”
[거칠다라… 이해가 잘 안 가네요. 위그드라실은 산소가 희박한 고산지대 느낌인 건가요?]‘아뇨. 반대예요.’
[반대라고요?]슈트라가 고산지대처럼 산소가 희박한 대신 부러운 느낌이었고, 위그드라실은 산소가 풍부한 대신 거친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위그드라실에서 진행하는 게 더 좋지 않나요?]강한나의 말처럼 풍부한 위그드라실에서 훈련하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절레거렸다.
‘가르치는 사람이 숙련자가 아니잖아요.’
아무리 내가 단전을 개화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아직 초심자 수준이다.
그리고 거칠다는 표현도 어디까지나 온화한 표현일 뿐이었다.
슈트라의 기류가 잔잔한 산들바람이라면, 위그드라실의 기류는 낙뢰가 내려치는 폭풍우 같았다.
‘서로를 위해서 이곳이 훨씬 더 나을 거 같아요.’
[음… 그럼 그 남궁 유하라는 여자에게 부탁하는 것도….]강한나의 말대로 레나를 위그드라실에 있는 남궁 유하에게 붙여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저는 주인님에게 직접 전수 받고 싶습니다.’
레나는 완고하게 거절했다.
[뭐, 저도 그렇게 말했지만, 이쪽이 더 좋은 거 같네요. 레나 씨를 가르친 기술로 나중에 저도 알려주세요.]강한나는 어디까지나 효율을 따지며 제안했을 뿐이었다.
그녀도 이 방식을 오히려 선호하는 듯 보였다.
“좋아. 그럼 다시 시작하자.”
“네, 주인님.”
나는 레나의 단전 호흡을 유도하며 남궁 유하의 말이 떠올랐다.
(위그드라실에서 흘러나오는 기맥은 범처럼 사시사철 저희를 노리고, 봉황처럼 주변을 휩쓸며, 거북이처럼 속을 알 수 없고, 용처럼 저희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어요.)
처음에는 그저 단전 호흡에 집중시키기 위해 강한 어조를 사용한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그녀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폭풍우 치는 장소에서 남궁 유하는 열심히 나를 이끌어 준 것이었다.
‘다음에 갈 때, 선물이라도 챙겨줘야겠다.’
나는 그렇게 스승님(남궁 유하)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며 첫 번째 제자(레나)를 열심히 지도하기 시작했다.
..
..
레나의 단전 호흡을 봐준 뒤에 개인적인 시간을 내서 나도 단전 호흡을 진행했다.
그리고 한 시간 동안 진행하며 느낀 점이 하나 있었다.
‘…지루하네.’
하루.
열심히 단전 호흡을 하겠다고 말한 지 고작 하루 만에 의욕이 사그라들었다.
아무리 의욕이 충만하더라도 지루한 호흡을 한 시간 내내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뭐, 지루한 건 어찌저찌 넘어갈 수 있었다.
문제는….
‘…잘한 거 맞겠지?’
눈앞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니, 피드백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마지막 호흡과 함께 눈을 뜨며 허탈하게 웃었다.
‘애들이 괜히 게임에 빠지는 게 아니네.’
게임에 빠져서 하루 종일 몰두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도 분명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게임보다 뒤통수에 존재하는 현실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하지만 아이들은 눈앞에 보이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몇 번의 클릭으로 몬스터를 잡고, 레벨업하고, 능력치가 오르고, 아이템이라는 보상까지 얻는다.
분명 현실에서도 노력하면 보상을 얻는다.
문제는 그 보상을 얻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사실이다.
레벨이나 능력치 같은 직관적인 수치가 존재하지 않는 건 덤이고.
나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꾸준히 해야겠지.’
나는 남궁 유하가 해준 조언을 다시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마음을 잡은 것과 별개로 단전 호흡을 진행하지는 않았다.
‘슬슬 시간도 늦었으니까, 가볼까.’
이미 해가 저물어서 모든 사람이 자고 있을 시간.
(흐끄아아….)
심지어 영혼인 클라우디아도 공중에서 편한 자세로 잠꼬대하며 자는 중이었다.
내가 이 시간까지 잠을 자지 않은 건 그저 훈련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나는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레나를 보며 통신으로 대화를 진행했다.
‘레나, 가자.’
‘네, 주인님.’
[지정된 좌표로 이동하겠습니다.]아르모니아의 목소리와 함께 나와 레나 몸에는 워프 빛이 감싸졌다.
워프 빛과 함께 바닥이 사라지며 무중력 상태로 어디론가 이동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무중력이 사라지면서 다시 바닥에 착지할 수 있었다.
기숙사에서 느껴지던 고급스러운 바닥과 다르게 이곳은….
질퍽.
기분 나쁜 끈적이는 진흙 바닥이 우리를 마중했다.
그리고 동시에 인상을 찡그리게 만드는 악취가 콧속을 찌르듯 들어왔다.
나는 인상을 쓰며 주변을 둘러봤다.
어둠으로 뒤덮인 장소였지만, 몇몇 집에서 새어 나온 주황색 촛불이 흘러나왔다.
사실 집이라는 표현도 웃겼다.
대부분 판자들로 이어 붙인 판잣집이었다.
간간이 목조 건물이 있긴 했지만, 지금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빈민가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장소였다.
그리고 동시에….
‘여길 또 올 줄이야.’
루이스가 동정을 바친 첫사랑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아르모니아, 인식 저해 망토 두 개 부탁할게.’
[알겠습니다.]나와 레나는 아르모니아가 보내준 인식 저해 망토를 쓰고 거리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조용해서 다행이네.’
코를 찌르는 악취와 기분 나쁜 진흙 바닥과 별개로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어서 편했다.
지금 시간은 대략 새벽 3시.
아무리 빈민가의 생활이 밤에 이루어진다고 해도, 이런 새벽까지 이어지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애초에 나와 레나의 수준이라면 이런 빈민가에서 눈에 띌 일은 없겠지만,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인식 저해 망토를 쓰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저기다.’
루이스의 첫사랑이 살고 있는 판잣집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만 집 안에서 불빛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자는 건지 아니면 집을 비운 건지 알 수 없는 상황.
나는 바로 그 판잣집에 들어가지 않고, 옆에 있던 레나에게 명령했다.
‘레나, 저 집 주변에 감시하는 녀석들이 있는지 확인해 줘.’
‘네, 주인님.’
레나는 통신으로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게 통신으로 보고했다.
‘두 명 찾았습니다.’
‘좋아.’
나는 레나의 대답을 듣자마자 바로 그녀가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참고로 그 장소는 루이스의 첫사랑이 살고 있는 판잣집의 옆집이었다.
그리고 똑같은 판잣집이었다.
레나는 내가 도착하자마자 바로 보고를 이어갔다.
‘목표물이 잠들었음에도 감시 중입니다. 거기다 기록까지 꼼꼼하게 하는 중입니다.’
나는 레나의 보고를 들으며 감탄했다.
‘이런 일을 하면 농땡이도 피우고, 설렁설렁할 텐데… 생각보다 열심히 하네.’
이런 하찮은 명령조차 최선을 다하는 감시원들.
그런 감시원을 키워낸 카린이 얼마나 대단한 여자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부하마저 나를 위해 죽이겠다고 하는 카린.
‘…무릎 꿇고 애원하면 따라와 주려나?’
카린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더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이 일부터 마무리하자.’
정신을 차린 나는, 바로 판잣집 안에 있는 두 사람에게 수면을 시전했다.
풀썩.
방음 따위는 개나 줘버린 판잣집이라 그런지 두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가 여과 없이 들려왔다.
그렇게 쓰러진 것을 확인한 나와 레나는 판잣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두 사람을 포박한 뒤에 바로 깨웠다.
“흐읍!?”
“끕!?”
포박당한 채 깨어난 두 사람은 당황해하며 나와 레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두 사람을 보며 또 한 번 놀랐다.
‘오… 상황 판단이 좋은데?’
한 명은 나와 레나의 상태를 관찰하는 중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 중이었다.
딱 봐도 이런 쪽으로 재능 있는 녀석들 같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들의 전문은 내게 통하지 않았다.
나는 주변에 차음마법을 펼친 뒤에….
“자, 내 눈을 봐.”
“읍….”
“큽….”
두 사람에게 최면술을 걸었다.
다행히 감시원 두 사람은 항마력 같은 최면술을 막아낼 능력이 없어서 쉽게 최면술에 걸려들었다.
카린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이런 궂은일까지 마다치 않던 두 사람조차 내 최면술에 걸리니 정보를 술술 뱉어내기 시작했다.
참고로 정보의 내용은 창녀의 신상정보와 일과를 기록한 것들이었다.
일단 신상정보는 이미 카린에게 전달되어서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일과도 딱히 내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내용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너무 시시해서 난감할 정도였다.
“최근… 살이 급격히 빠지고 있습니다….”
“살이 빠져?”
나는 되묻자마자 바로 살이 빠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 카린이 돈 줬다고 했지.’
그 덕분에 매춘업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아서 살이 빠진 건가 싶었다.
‘이런 거까지 보고할 필요가 있나?’
그들이 불어내는 정보는, 빠짐없이 카린에게 넘어갈 예정인 정보들이었다.
그런 보고에 끼니 시간, 수면 시간, 샤워 시간 같은 시시한 내용을 넣을 필요가 있나 싶었다.
‘아니지… 카린이 시킨 거겠지?’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의 보고를 듣자마자, 카린의 선택이 얼마나 올바른 방식이었는지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네… 헛구역질 때문에 음식을 섭취하지 못해서… 살이 빠지는 것 같습니다.”
빙고의 한 칸이 채워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