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064)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063화(1064/1201)
클라우디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보고를 마무리했다.
(미친놈처럼 웃는 걸 봐서는 더 이상 얻을 수 있는 게 없어 보여서 그대로 돌아왔어.)
클라우디아의 보고를 들은 나는 코웃음을 흘렸다.
“그래, 이렇게 포기할 놈이 아니지.”
갑자기 들이닥친 하넬로네와 밀레나, 그리고 시간차를 두고 등장한 아리엘.
나를 향해 불쾌한 듯 바라보던 아리엘까지….
모두 루이스의 짓이었다.
그리고 그의 최종 목표는 다름 아닌, 나였다.
이미 하넬로네와 밀레나에게 마음이 떠난 루이스는 그녀들을 이용해서 내 평판을 떨어뜨릴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계획에 도움이 되는 학생회장까지 포섭했다.
만약 내가 루이스의 계획을 몰랐다면 귀찮은 문제에 휩싸였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의 철두철미한 계획은….
“내가 몰랐다면 말이지….”
클라우디아를 통해서 내 머릿속에 잘 저장되었다.
내 흥얼거리는 목소리에 클라우디아가 피식 웃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라… 딱 그 꼴이네.)
클라우디아의 웃음이 담긴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루이스가 아무리 날아다니는 새만큼 빠르게 뛰어도 결국 뛰는 인간에 불과했다.
중간에 산이 나타나면 넘어가야 하고, 강이 나타나면 헤엄쳐야 하고, 절벽이 나오면 돌아가야 한다.
더 나아가서 루이스의 진짜 문제는 앞에 있는 장애물이 아니었다.
(뛰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하늘에서 방해까지 들어오면… 답이 없지. 하루 종일 하늘을 보면서 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루이스는 하늘을 날고 있는 내게 시비를 걸었다는 것이다.
‘뭐, 그때는 땅을 기어다니는 처지였지만….’
하지만 클라우디아의 보고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 맞다. 뭔가 중얼거리는 말이라 애매하긴 했는데… 그 금발이랑 뭔가 있어 보이더라.)
슈트라에서 내가 아는 금발의 여성은 셋이다.
카린, 안나, 그리고… 학생회장 아리엘.
클라우디아가 말하는 ‘금발이’는 아리엘을 뜻하는 것이었다.
“뭔가 있다뇨?”
(대화 내용이 짧아서 확신은 안 서지만… 상담 같았어.)
“상담이요…?”
아까 들었던 흉계와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단어였다.
클라우디아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흘리듯 대답했다.
(응. 중매 상담 같던데.)
“….”
거기서 중매가 왜 나와?
확신이 안 선 게 아니라, 뭔가 잘못들은 모양이었다.
클라우디아는 내가 불신이 담긴 눈초리로 바라보자, 발끈했는지 와락 소리를 질렀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맞는 거 같다니까!? 여자가 뭘 좋아하고, 어떤 상황을 좋아하는지 묻고 그랬어!)
“….”
중매라는 단어에 불신을 품었지만, 클라우디아의 남은 설명으로 그 불신을 다시 씻어낼 수 있었다.
“그거… 연애 상담 아니에요?”
(연애나 중매나….)
“….”
시대상이 너무 달라서 생긴 헤프닝이었다.
지금처럼 평화로운 세상과 다르게 클라우디아가 살던 세상은 지옥을 연상케 하는 전쟁터였다.
남녀가 이어지는 데에는 애정보다 가문의 실리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였을 것이다.
그 이후에 클라우디아에게 자세한 대화 내용을 전해 들었고, 그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새끼… 상담을 빌미로 아리엘한테 접근하는 모양인데?’
고작 짧은 대화만으로 확신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지금까지 봐온 루이스의 행적을 떠올리니, 나도 모르게 확신의 감정이 들어찬 것이었다.
내가 확신하는 이유는 딱 하나.
‘저번에 하넬로네랑 밀레나한테 한 걸 보면… 확실해.’
이미 전과가 있기 때문이었다.
루나에게 버림받은 루이스는 자신의 심신에 안정을 되찾기 위해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는 경향이 있었다.
아니, 지금까지 만나온 녀석들이 다 그래왔다.
그렇게 퍼즐을 맞추는 중에 한군데 비는 곳이 존재했다.
‘아리엘이 그런 상담을 해줄 여자는 아닌 거 같은데….’
남녀관계라는 개념이 희박한 듯한 여자.
마치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바라보는 듯한 아리엘의 모습은 마치… 군인 같았다.
‘말투도 딱딱하고.’
하지만 군인처럼 딱딱한 말투임에도 그녀는 분명 매력이 넘치는 여성이었다.
그리고 루이스가 그런 여자를 눈앞에 두고 그냥 넘어갈 리 없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상담을 해줄 여자는 아닌 거 같은데….’
하지만 그 두가지 퍼즐 조각 사이를 이어줄 다른 퍼즐 조각이 보이지 않았다.
‘…좋아하는 건가?’
가능성이 높은 추측이었다.
루이스는 내 입장에서 하찮은 녀석이지만, 타인… 그것도 여자들의 시선에는 엄친아로 비칠 것이다.
그 증거로, 강의실에는 아직도 루이스의 사생팬 같은 여학생들이 득실거리니까 말이다.
그렇게 아리엘의 속마음을 추측하던 중에….
‘…일단 나머지는 내일 생각하자.’
눈꺼풀을 달싹거리는 레나의 얼굴이 보였다.
나는 쓰게 한숨을 내쉬며 클라우디아에게 말했다.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히히~ 고마우면 빚으로 달아둬. 나중에 왕창 받아낼 테니까.)
“하하하. 기억하고 있을게요.”
(그럼 나는 건물이나 둘러볼게. 오붓한 시간 보내려무나~)
클라우디아는 음흉한 미소를 남긴 뒤에 순식간에 벽을 통과하며 사라졌다.
나는 사라진 클라우디아는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씁쓸한 표정을 지은 이유는 그녀가 떠났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가 간 곳이 어딘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결정이 힘든가?’
그녀가 통과한 벽의 위치는 학장의 저택이 있는 방향이었다.
수시로 사라졌던 이유도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을 구경한 게 아닌 학장의 모습을 보러 간 거겠지.
그렇게 씁쓸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던 중에….
[생각은 누워서 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저기 한없이 기다리는 분이 계시는데요?]‘아!’
강한나의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자는 ‘척’하는 레나를 제대로 잠들 수 있도록 재빠르게 침대 위로 뛰어들었다.
..
..
나는 기상하자마자 바로 학생회실로 향했다.
목적은 하나.
“…오전부터 무슨 일이야?”
아리엘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나는 학생회실 내부를 조심스럽게 훑으며 아리엘에게 미소가 담긴 인사를 건넸다.
“회장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는데, 다행히 계셨네요.”
그렇게 인사를 건네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혼자만 있네.’
학기초만 하더라도 학생회실은 동아리 관련한 업무 때문에 부산한 편이었다.
대부분 오후에 치중된 업무도, 학기 초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오전에도 학생회실에 멤버들이 들락날락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동아리 관련 업무가 마무리되자, 다시 한산한 장소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부지런하다고 해도 이른 아침부터 할 일도 없이 자리 도장을 찍고 싶은 학생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라. 일단 들어와.”
내 앞에 보이는 학생회장 아리엘을 제외하고 말이다.
나는 아리엘의 경계심이 담긴 눈을 바라보며 그녀가 앉아 있는 책상으로 향했다.
그렇게 책상 앞에 서자, 아리엘은 차갑게 식은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용무가 뭔지 말해 봐.”
얼마 전까지 선배로서 친절함과 미소를 건네주던 아리엘.
그랬던 그녀는 하루 만에 나를 후배에서 불량아로 인식해 버린 것이었다.
‘뭐, 자업자득이지.’
아리엘의 인식이 바뀐 건 루이스의 농간도 한몫했지만, 내가 여성 편력이 심한 게 주요 원인이었다.
애초에 내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 아리엘도 루이스의 농간에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불쾌감을 드러낸 아리엘의 마음을 이해하며, 오늘 방문한 목적을 입에 담았다.
“어제 안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음…?”
아리엘은 내 사과를 받자마자, 불쾌한 표정을 거두며 살짝 온화한 표정을 지었다.
“어제 모습?”
아리엘은 모르는 척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기대감이 살짝 서려 있었다.
지금까지 본 아리엘의 성격과 기질창을 조합해 보면 그녀가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대충 짐작 갔다.
“제 욕심으로 하넬로네 선배와 밀레나 선배의 학업에 지장을 준 것 같아서요. 그리고 그 때문에 회장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오호….”
아리엘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역시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사람을 좋아하네.’
아리엘은 마치 규율에 사로잡힌 군인 같은 여성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솔직한 사람을 좋아하고, 더 나아가서 자기 잘못을 객관적으로 깨닫고 반성하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지금 아리엘의 눈에는 내가 자기 잘못을 깨닫고, 확실하게 뉘우치는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이런 내 모습을 본 강한나가 킥킥 웃으며 통신으로 말했다.
[겉으로 보면 진짜 반성하는 거 같네요. 몰랐다면 저도 속았을 거예요.]‘무슨 소리예요? 나 진짜 반성하는 중인데…?’
[…네?]강한나는 충격받은 것처럼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진짜… 반성한다고요? 여기저기… 문어발 친 걸…? 당신이…?]나는 어버버하는 강한나의 목소리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뭔 소리예요. 그걸 왜 반성해요.’
[그럼 뭘…?]나는 강한나를 훈계하듯 따끔하게 답해줬다.
‘장유유서! 선배인 학생회장을 놓고 후배들을 먼저 먹었잖아요. 그래서 사과하는 거예요.] [….]
내 덕분에 진리를 깨닫게 된 강한나는 그 이후로 따로 통신으로 말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강한나에게 진리를 전파한 내 귓가에 아리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행이야. 지금이라도 실수를 깨달았다니.”
아리엘은 예전처럼… 아니, 예전보다는 좀 더 희석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든 실수를 할 수 있어. 그건 너도, 하넬로네와 밀레나도,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지.”
나도 모르게 속으로 감탄했다.
‘오… 이렇게 바로 풀리 줄은 몰랐네.’
오늘 내 목표는, 아리엘에게 용서받는 게 아닌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빠르게 사과하기로 마음먹었고, 이왕 하는 거 최선을 다해서 사과한 것이었다.
쉽게 일이 풀리니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바로 용서한다고…?’
아리엘이 반성하는 사람을 좋아할 것 같았지만, 이 정도로 빠르게 용서할 줄은 또 몰랐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아리엘의 말 덕분에 그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아리엘은 자리에서 일어나, 당당한 자세로 내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대부분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잘못을 덮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시간을 허비하지. 그런데 너는 다르네.”
아리엘에게는 ‘진심’이 담긴 반성만큼 ‘빠른’ 반성도 중요하게 여기는 듯 보였다.
‘진성이네.’
나는 지금까지 아리엘을 예쁘고, 성실한 여자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미모와 성실함을 뛰어넘는 아리엘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마법보다 리더쉽 쪽이 더 재능 있어 보이네.’
강하면서 유연한 카리스마로 사람이 이끌리게 만드는 매력.
그 매력이 아리엘에게 있었다.
나는 그런 아리엘을 보며 홀린 듯이 미소를 지었다.
‘오오… 이런 느낌 처음이야.’
나는 지금까지 선두에서 여자들을 이끌고 가는 편이었다.
대립하는 여자가 있을지언정 내 앞에서 선두로 나를 이끌고 가려는 여자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딱히 불만은 없었다.
그 많은 여자를 옆에 두고 싶다면 당연히 짊어지어야 하는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거기다 나를 따라오는 여자들은 그저 자신들의 안위만을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내가 힘들면 어깨동무를 해주고, 지치면 업어주고, 지루하면 위로해 주고….
내 곁에 있던 여자들은 선두에 있는 나를 존중해 주고, 내가 선두에서 나아갈 수 있도록 자신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해 줬다.
그랬기 때문에 단 한 번도 그녀들에게 불만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다시는 그런 모습 보여드리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믿을 수 있는 리더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안정되고, 뒤에 서 있는 것만으로 따라가고 싶다는 의욕이 드는 장면.
그게 아리엘의 뒷모습이었다.
아까까지 거리를 뒀던 아리엘은 책상 너머로 돌아오더니,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건 내가 할 말이야. 회장으로서 감정을 절제하고, 냉정하게 대화를 나눴어야 했는데… 기분 나쁘게 해서 미안해.”
“아닙니다. 오히려 하넬로네 선배와 밀레나 선배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시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하하하… 나는 평등하게 후배들을 좋아해. 다만 두 친구는 오래 붙어 있어서 사심이 좀 더 들어갔다고 생각해 줘.”
그렇게 상황이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설마 이렇게 빨리 풀릴 줄은 몰랐네. 그러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까나….’
내가 아리엘의 경계심을 푼 이유는 그저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 위함이 아니었다.
“하지만… 제 실수를 바로잡으려면 두 분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아… 흠….”
내 말을 들은 아리엘은 걱정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얼마 뒤에 눈을 뜨고, 안타까운 표정과 함께 한숨을 쉬었다.
“일단 진심으로 두 사람에게 사과하고 헤어지는 게 좋을 거 같아.”
…설마 저게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건가?
실수로 입 밖으로 생각이 튀어나올 뻔했다.
나는 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 입으로 이런 말씀 드리는 건 실례지만… 어떻게 사과해야 할까요?”
“최… 최대한 진심을 담아서… 사과하면 되지 않을까…?”
“….”
아까까지 카리스마 넘치던 리더가 갑자기 촌구석에 사는 여자아이로 변한 것 같았다.
마치 위용 넘치던 호랑이가 갑자기 집냥이로 변한 느낌이랄까…?
나는 최대한 한숨을 숨기며 물었다.
“회장께서도 좋아하는 분이 계시지 않았나요? 만약 그 분께서 사과 한마디 남기고 헤어지자고 하면….”
“그… 없어….”
“…네?”
아리엘은 어깨를 움츠리며 치부를 드러내듯 조용히 속삭였다.
“나… 지금까지 좋아한 사람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