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070)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069화(1070/1201)
“두 번이나 말리는 건 결례를 넘어선 무례이다. 그때부터는 옆에서 얼마나 잘 해낼 수 있는지 지켜봐 주라고 하셨지.”
아리엘의 말이 끝을 맺는 것과 동시에 마필관리사는 우는 소리를 냈다.
“아이고… 진작에 다른 곳에 팔았어야 했는데….”
자신의 편인 줄 알았던 아리엘이 저런 말을 하니, 마필관리사 입장에서는 복장이 터질 노릇일 것이다.
만약 문제가 생겨서 소문이 난다면,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해도 승마장의 평판에는 금이 갈 테니 말이다.
나는 그런 마필관리사의 우는 소리를 무시하며 아리엘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 바로 반응할 줄은 몰랐네.’
아리엘이 저렇게 반응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는, 그녀가 가진 기질을 봤기 때문이었다.
-[강한 남자에게 매료]-
기질에 표현된 ‘강한 남자’는 그저 힘이 강한 남자를 뜻하는 게 아니었다.
아리엘이 인정하는 분야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남자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 분야에는 말 조련도 포함되어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정확했다.
“아버지께서 옆에 계셨다면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셨을 텐데.”
아리엘은 팔짱을 낀 채 나를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런 흥미로운 눈빛과 별개로 걱정도 드러냈다.
“기대되지만, 한편으로 걱정도 드는군.”
아리엘은 학생회장의 신분으로 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여자로서는 말리면 안 되겠지만, 선배로서는 말려야 할 것 같단 말이지….”
이성의 가치관과 인간관계의 가치관이 대립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고민하던 아리엘은 내 눈빛을 보더니….
“힘들겠다 싶으면 바로 그만둬도 돼. 누구도 네 결정을 비난하지 않을 거니까.”
이성의 가치관 쪽에 힘을 실어 넣으며 나를 격려해 줬다.
그녀가 이성의 가치관에 힘을 실어 넣은 이유는, 아마도 장소 때문일 것이다.
이곳은 슈트라 학교가 아니고, 지금 우리는 명색이 데이트 중이다.
그러다 보니 여자로서의 마음이 좀 더 강하게 움직인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아리엘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래 봬도 말 다루는 솜씨는 좋으니까.”
“자신감 넘치는 건 마음에 드네. 그래도 자신을 너무 맹신하지는 마. 왕실 마구간 조련사도 저 말을 봤으면 바로 포기했을걸?”
상대는 말 애호가인 아리엘조차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흉포한 백마.
백마는 나와 아리엘이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쉬지 않고 난동을 피우는 중이었다.
콰앙! 푸히이이잉! 쾅! 쾅!
나는 그런 백마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 정도면 한 시간이면 되려나…?”
“푸하… 큼… 엄청난 자신감인데?”
내 말이 얼마나 황당했는지 아리엘조차 순간 표정 관리에 실패하고 웃음을 보였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진심이에요. 솔직히 한 시간도 길게 잡은 거예요.”
“…갑자기 기대되는데?”
아리엘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싹 사라지고, 기대감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기대감이 어느 정도 차오른 아리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렇게 용기를 내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만약 저 백마를 길들이면… 이제부터 너랑 만날 때 생기는 비용은 전부 내가 낼게.”
아리엘의 기준에서는 파격적인 보상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지만, 그렇게 마음이 흔들리는 보상은 아니었다.
‘내가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하지만 나는 그런 속마음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았다.
“정말요?”
“물론이지. 옆에서 구경만 하는 여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하지만 아리엘도 기대만 할 뿐, 성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듯 보였다.
그 증거로 이런저런 여유를 더 주기 시작했다.
“굳이 오늘 하루 만에 길들일 필요는 없어. 기한은 무한, 아니지, 저 말이 팔려나가기 전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완벽할 필요도 없어. 저 말을 타고 승마장을 한 바퀴만 돌아도 성공으로 쳐줄게.”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말이 팔려나가기 전까지 어떻게 해서든 승마장 한 바퀴만 돌면 된다.
하지만 나는 그런 파격적인 조건을 들었음에도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굳이 뒤에 조건은 붙이실 필요 없어요. 한 시간 안에 얌전하게 만들고, 하루 종일 저 녀석을 탈 거니까요.”
“오호… 진심이야?”
아리엘은 내 반응에 오히려 자존심이 상했다는 듯이 어색한 미소를 띄웠다.
나는 그런 아리엘의 모습에 속으로 웃었다.
‘독특한 승부욕이네.’
나는 지금껏 기가 센 여자들을 많이 봐왔다.
그리고 그런 여자들 대부분이 강한 승부욕을 지니고 있었다.
승부욕의 원천은 남자를 이기고 싶은 욕망.
아리엘도 그런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강한 승부욕을 가지고 있었지만, 방향성이 전혀 달랐다.
남자의 능력을 올바르게 평가하고픈 승부욕을 지닌 것이었다.
“좋아. 그렇게 자신하는데, 내가 함부로 깎아내릴 수는 없지. 그리고 남자가 그렇게 나오는데, 여자인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아리엘은 나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말대로 저 백마를 한 시간 안에 얌전하게 만들고, 탈 수 있다면… 네가 원하는 소원을 들어줄게.”
<인내하는 자가 복되다.>
나는 그 말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아리엘이 내건 보상은 아까 말했던 데이트 비용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큰 보상이었다.
나는 웃음을 터트리고 싶은 욕망을 참아내며 오히려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제가 원하는 소원이요?”
내가 이렇게 되물은 건 정말 듣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그래, 말하는 건 뭐든 들어줄게. 뭐든지.”
아리엘에서 확실한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서였다.
내가 지금까지 겪어본 아리엘은 한 입으로 두말하는 여자가 아니다.
내가 한 시간 안에 백마를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최선을 다해서 저 약속을 지키려고 할 것이다.
그야 내가 말도 안 되는 소원을 말하면, 아리엘도 거절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부분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내가 아리엘에서 그런 소원을 빌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아리엘에게 마지막 확인을 받았다.
“약속 꼭 지키셔야 합니다, 회장?”
“물론이지. 아버지의 명예를 걸로 약속할게.”
아리엘이 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는 나이기에 저 말의 진심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아리엘의 약속을 받아내며….
“회장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꼭 성공해야겠네요.”
난동을 부리는 백마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
철컥.
어둠으로 뒤덮였던 방은, 문이 열리면서 빛이 흘러들어왔다.
철컥.
문이 다시 닫히면서 빛이 사라졌고, 방은 다시 어둠으로 뒤덮였다.
찰칵.
하지만 스위치가 켜지는 소리와 함께 마나석에서 강한 빛이 어둠을 집어삼켜 버렸다.
스위치를 켠 자는 환해진 방을 보며 축 늘어진 미소를 흘렸다.
“드디어 집이군.”
목소리의 주인은 아리엘.
그녀는 비틀거리는 몸으로 환해진 방에 들어가더니, 즉시….
풀썩!
침대 위에 등을 던지고는 축 늘어진 듯이 누워버렸다.
“크흐… 드디어 침대네.”
아리엘의 모습은 마치 야근을 마치고, 만원 지하철에 낑겨서 간신히 집에 도착한, 삶에 찌든 직장인의 모습과 비슷했다.
하지만 모습만 비슷할 뿐, 그녀의 얼굴은 삶에 찌든 직장인의 얼굴과는 거리가 있었다.
만연한 미소.
축 늘어진 듯한 미소였지만, 그 미소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아리엘은 그런 즐거운 미소와 함께 눈을 감은 뒤에 오늘 일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성수호와 만나고, 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으며 가볍게 아침 식사를 즐겼다.
그것만 하더라도 아리엘은 만족스러운 하루라고 생각했다.
성수호의 이야기는 아리엘의 귀로 들어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 정도로 재미있었다.
하지만 진짜는 그다음이었다.
성수호가 처음 안내한 곳은 승마장이었다.
성수호와 승마장에 들어가서 난폭한 백마를 발견했고, 성수호는 호기로운 태도로 백마를 타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성수호의 행동은 남들 눈에는 객기처럼 보이겠지만, 아리엘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객기를 부기더라도 앞에 나서는 그의 모습이 오히려 아리엘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그리고 아리엘은 심장을 살짝 뛰게 하는 게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성수호가 나서는 모습에 심장을 뛰고, 그가 위험할 때 도와주며 다시 심장이 식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심장은….
“하하하… 그 애랑 있으면 뭐 하나 예상대로 흘러가는 일이 없네.”
성수호의 예측 불능한 행동으로 오히려 박동수가 증가했다.
하지만 심장이 뛰는 것과 별개로 의아한 부분은 분명 존재했다.
“다른 나라 말 조련 방식이 다른 건가…?”
아리엘이 생각하는 말의 조련 과정의 첫 번째 과정은 마음의 교류였다.
조련사는 처음 본 말에게 자신이 적의가 없음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
첫 번째 과정이라고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과정이야말로 말을 조련하는 데에 있어서 제일 오랜 시간이 걸리고, 힘들고, 제일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성수호는….
“안장과 발걸이가 없는 말을 그렇게 올라탈 줄이야….”
그런 조련 과정이야말로 쓸모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눈빛 교환도 없이 백마 등에 올라탄 것이었다.
“그것도 마법도 없이….”
심지어 성수호는 마법을 쓰지도 않았다.
순수한 육체의 능력만으로 뛰어가더니, 백마의 목덜미를 잡고는 단숨에 등에 올라탄 것이었다.
아리엘은 성수호의 화려한 승마 장면을 떠올리는 것과 동시에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버지도 멋있으시지.”
아리엘의 기준에서, 지금까지 제일 멋있게 말에 올라탄 자는 아버지뿐이었다.
발걸이에 발을 올리고, 단번에 말 위에 올라타는 아버지의 모습.
태양을 등에 진 채 말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아버지.
그 장면은 아리엘의 머릿속에서 평생 지워지지 않은 최고의 장면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성수호의 승마 장면을 보자마자….
“…아버지께서도 그렇게 멋있게 올라탄 적은 없으신데.”
그 장면이 오히려 비교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아버지의 승마 장면이 나무막대기로 싸우는 아이들의 모습이라면, 성수호의 승마 장면은 은빛 검을 휘두르는 기사의 모습과도 같았다.
그렇게, 아리엘은 성수호의 화려한 승마 장면에 넋을 놓고 바라봤다.
하지만 진짜 충격적인 사건은 다음에 벌어졌다.
백마는 성수호가 올라타자마자 눈을 뒤집으며 난동을 피웠고, 급기야 마방의 나무 문을 부수고 뛰쳐나가 버린 것이었다.
넋을 놓고 봤던 아리엘은 백마가 뛰쳐나오자, 더 큰 충격을 받으며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아리엘이 혼비백산한 사이에 성수호가 탄 백마는 전력 질주를 하며 저 멀리 뛰쳐나가 버린 것이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아리엘과 마필관리사는 성수호가 탄 백마를 쫓아갔다.
마필관리사는 말을 죽여도 좋으니, 사고를 막아달라고 애원했고, 아리엘은 부탁에 따라서 마법을 사용할 준비를 했다.
그렇게 마구간 밖에 나온 아리엘은 성수호가 탄 백마가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풀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마법진을 그리기 전에 백마가 얌전해졌고, 천천히 두 사람에게 다가온 백마에 앉아 있던 성수호는….
..
..
“설마 내기 졌다고 저한테 마법 쓰시려는 건 아니시죠?”
얌전해진 백마 위에서 목덜미를 쓰다듬는 성수호.
그의 모습에 아리엘은 놀란 표정으로 더듬거렸다.
“서, 설마…?”
성수호는 회심의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제 승리입니다.”
푸르르륵!
성수호의 손길에 기분이 좋아진 백마는 상쾌한 투레질로 자신의 즐거운 감정을 표현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백마는 3분 만에 성수호의 손에 길들여진 것이었다.
..
..
아리엘은 백마에 탄 채 자신을 내려다보던 성수호의 모습을 떠올렸다.
“멋있었지… 아!”
아리엘은 자기도 모르게 말했지만, 순간 자기가 뭔 말을 하는 건가 싶어서 놀란 표정으로 입술을 툭툭 쳤다.
“내가 무슨 말을….”
그나마 다행이라면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 다행인 사실은….
“…그때 못 들었겠지?”
아리엘은 아까도 백마에 탄 성수호를 보며 그 말을 중얼거렸다는 사실이었다.
“못 들었을 거야.”
내심 들었으면 하는 기대감이 드는 자신의 머릿속이 이상하다고 판단한 아리엘은 정신을 차리고, 침대에 누운 채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녀는 어두워진 창밖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래간만에 즐거웠어.”
백마 길들이기에 성공한 성수호는 아리엘과 같이 하루 종일 승마를 즐겼다.
너무 즐거운 나머지 점심, 저녁조차 잊으며 말을 탄 것이었다.
해가 저물고 나서야 외출 시간이 다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두 사람은 허겁지겁 학교로 돌아왔다.
그리고 정문을 먼저 들어간 건 아리엘이었다.
같이 들어갈 때, 괜한 소문으로 아리엘에게 피해를 줄 것 같다고 생각한 성수호의 배려였다.
원래 아리엘의 성격이었다면 성수호에게 꾸짖으면서라도 그를 먼저 들여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성수호의 말을 들은 아리엘은….
“뭐랄까… 아버지한테 명령 들었을 때랑 비슷한 기분이었지.”
당연한 듯이 그의 말에 따르며 정문에 들어온 것이었다.
서열이 뒤바뀐 듯한 모습.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소원을 통해서 관계가 역전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소원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아리엘이 약속한 소원.
성수호는 그 소원을….
“훗… 진짜 재미있는 녀석이네.”
아리엘과 백마에 같이 타는 것으로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그렇게 아리엘은 성수호의 품에 안긴 듯이 같이 백마를 타며 시간을 보냈다.
너무 별 볼 일 없는 소원이라고 생각한 아리엘은 성수호의 품에 안긴 듯이 말을 타며 소원을 하나 더 들어주겠다고 말했다.
..
..
“고작 이런 부탁을 들어주고, 소원을 들어줬다고 말할 생각은 없어. 나중에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말해줘.”
진심이었다.
그리고 아까 했던 말은 반만 진심이었다.
성수호가 호기롭게 백마에게 다가갔을 때는 반만 진심이었고, 그가 백마 위에 타고 나서는 진짜 진심이 된 것이었다.
아리엘의 보상은 백지수표와 같았다.
백지수표를 받은 사람은 뭐든 적어넣을 수 있다.
하지만 백지수표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백지수표를 내민 자의 사인이 필요하다.
만약 백지수표에 얼토당토않은 금액을 적어내면…?
백지수표를 준 자가 사인을 거부하고, 거래를 취소하면 그만이다.
그렇다.
백지수표라는 건 받은 자가 건네준 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을의 증표인 것이다.
사인이 없던 백지수표를 받아들인 아리엘은….
“본가에 피해가 가지 않는 소원이면 뭐든 들어줄게.”
자신의 사인을 작성하고, 진짜 백지수표를 다시 성수호에게 건네준 것이었다.
하지만 성수호는 아리엘의 백지수표를 다시 되돌려주듯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저한테는 지금 상황이 소원을 이룬 것과 마찬가지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