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077)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076화(1077/1201)
“내가… 내가 어찌 가문의 부흥을 위해 딸을 버릴 수 있겠냔 말이다!”
‘…?’
해답의 실마리를 잡긴 했다.
다만, 한가닥뿐이라서 정확히 사정이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사실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양반도 딸을 사랑하네.’
아리엘의 아버지가 그녀를 끔찍이 여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부녀지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덕분에 한결 편한 마음으로 두 사람의 말을 엿듣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울먹이는 외침에 놀란 아리엘은 오히려 환한 미소로 대답했다.
“아버지, 제가 어찌 버려지는 것입니까? 그 유명한 슈트라에 입학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아리엘의 말대로 슈트라 입학… 그것도 수석 입학은 집안의 경사를 넘어서서 나라의 경사라고 불리는 업적이다.
그런 업적을 달성한 것인데, 팔려 간다니…?
하지만 아리엘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아버지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굳어졌다.
“그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이 아비가 모르겠느냐…?”
“….”
말문이 막힌 아리엘.
나는 이 상황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뭐야…? 아리엘도…?’
아리엘의 표정을 보니, 그녀의 생각도 아버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리엘이 저런 반응을 보인다는 게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 두 부녀 사이에는 어깨를 짓누를 정도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 침묵의 무게를 견뎌내고 제일 먼저 입을 연 존재는 아리엘이었다.
“진심입니다. 저는 슈트라에 수석 입학한 저 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왕국뿐만 아니라, 전 대륙에 저에 대한 명성이 퍼지겠죠. 가문의 후계자 자리를 맡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그만….”
아리엘은 아버지의 만류에도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생각합니다. 슈트라의 수석 졸업자의 영광은 대부분 수석 입학자가 거머쥔다고 합니다. 즉, 저는 슈트라의 교수가 될 재목이라는 이야기죠. 누가 보더라도 한 귀족 가문의 가주가 되는 것보다 슈트라의 교수가….”
“그만해라….”
“…되는 쪽을… 선택할 것입니다.”
아리엘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끝맺었다.
하지만 미소가 걸려있는 입가와 다르게, 그녀의 눈가에서는….
“저는 진심으로… 슈트라에 수석 입학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눈물 한 방울이 그녀의 볼을 타고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얼마 뒤에 아리엘을 마주 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의 아버지도 고개를 들어 올리며….
“내가… 너는 너무 올바르게 키워버렸구나.”
아리엘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
..
자세한 내막을 알게 된 건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나서였다.
‘귀족이면 말 좀 해주지….’
나는 지금까지 아리엘의 집안이 재력 있는 평민 출신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꿈속을 돌아다니며 내가 얼마나 큰 착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리엘은 카르스텐 가문의 장녀였다.
카르스텐 가문은 대륙 기준으로는 크게 유명하지 않지만, 가문이 소속되어 있는 왕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명가인 듯 보였다.
카르스텐 가문이 유명한 이유는 아리엘의 선조 덕분이었다.
아리엘의 선조는 대륙 전쟁 당시에 왕국을 지킨 장군이었다.
학장 옆에서 세상을 평정한 클라우디아만큼은 아니지만, 아리엘의 나라에서는 클라우디아 못지않게 유명한 인물인 모양이다.
하지만 그가 학장이나 클라우디아와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마법에 재능이 없다는 것.
그럼에도 그가 장군으로서 왕국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뛰어난 무력과 통솔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에 대륙 전쟁이 종식되자, 아리엘의 선조는 나라의 영웅이 되었고, 카르스텐 가문은 길거리 꼬맹이들도 다 알 정도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영웅으로 추대받던 선조가 죽고 나서 가문이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
아리엘의 가문은 기사 가문.
원래도 마법이 강세였던 세상이, 평화와 학장으로 인해서 마법 만능주의 세상으로 변했고, 기사도가 점점 저물기 시작했다.
후손들은 선조의 긍지를 버리지는 않았지만, 가문의 존속도 그만큼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린 결정이 바로 마법 자질이 있는 인물을 집안에 들이는 것이었다.
그렇게 대를 이어 나가며 마법 자질을 지닌 후손을 양성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방식도 완벽한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었다.
마법에 재능있는 귀족들은 당연하게도 마법사 가문에서 많이 배출되었고, 유유상종이라는 말처럼 자신들끼리 인연을 맺으며 혈통을 유지했다.
결국 카르스텐 가문은 평민에게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카르스텐 가문 자체가 순혈주의나 귀족 우월주의 성향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카르스텐 가문에도 마법의 자질을 가진 후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법사 가문의 견제와 뒤늦은 출발로 인해서 가문의 위세가 기우는 것을 늦추는 게 고작이었다.
‘영웅을 배출한 가문이라는 업적이 없었으면 진작에 없어졌을 수도 있겠네.’
참고로, 내 생각이 아닌 아리엘의 생각이었다.
아리엘은, 선조의 명성이 없었다면 진작에 가문이 몰락했으리라 생각하는 중이었다.
권력을 가진 귀족들이 그토록 명성과 명예에 목을 매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권력을 지닌 자의 죽음은 가십거리로 남지만, 명예를 지닌 자의 죽음은 기도문으로 남는다.
그 명예 덕분에 카르스텐 가문은 300년간 중앙 권력을 쥘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마법의 자질이 있는 후손을 배출하며 간신히 명맥을 이어오던 카르스텐 가문.
하지만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두 세대 연속으로 마법사가 나오지 않았다라….’
아리엘의 친부와 조부가 마법사의 자질을 갖지 못한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카르스텐 가문의 가세가 확 기울기 시작했다.
예전의 나였다면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시대에 마법사가 없다고 가문이 몰락할 위기에 처하다니….
하지만 나는 이미 비슷한 예시의 인물을 봐왔기 때문에 카르스텐 가문을 이해할 수 있었다.
‘카린도 그런 식으로 몰락할 뻔했지.’
카린은 신의 축복을 받은 천재라는 명칭이 어울리는 진짜 천재였지만, 단 하나… 마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가문의 소모품 신세로 전락할 뻔했다.
그런 신의 축복을 받은 천재가 나를 숭배하는 이유도 마법 덕분이다.
카린뿐만이 아니다.
만약 내가 마법의 재능을 부여해 줄 수 있다는 소문이 나는 순간… 이 세상 사람들은 한동안 나를 학장이랑 비슷한 취급을 할 것이다.
그게 이 세계에 존재하는 마법의 위상이다.
그리고 그런 마법을 두 세대 동안 갖지 못한 카르스텐 가문은 순식간에 다른 가문의 공세를 받으며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것이었다.
그런 몰락할 위기에 처했던 카르스텐 가문.
하지만 그 가문에 하나의 태양이 떠오른 것이었다.
아리엘 드 카르스텐.
어린 시절부터 마법에 두각을 드러낸 천재.
카르스텐 가문이 다시 회복하는 건 전혀 어려움이 없어 보일 정도로 뛰어난 마법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법 재능은 뛰어났지만, 카르스텐 가문… 아니, 아리엘의 남동생에게 큰 문제가 발생했다.
‘결혼이라….’
아리엘의 남동생이 부마(駙馬)… 왕의 사위 후보자로 지목된 것이었다.
왕의 사위라는 건 결국 왕의 딸인 공주의 남편이 된다는 것이었다.
내가 아는 공주는 세 명.
위그드라실에 있는 스텔라와 레빈에 있는 이리스, 그리고 영사관 쪽에 있는 레이라가 있었다.
각기 다른 세계에 살면서 개성이 넘치는 존재들이지만, 그녀들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사람들이 우러러볼 정도로 아름다운 외형을 가졌다는 점이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공주라는 존재들은 전부 내 하복부에 있는 혈액을 들끓게 할 정도로 예뻤다.
그 결과, 공주라는 존재는 당연히 내 하복부를 만족시키는 여자라는 상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리엘의 꿈속에 존재하던 네 번째 공주를 보며….
‘하아… 그 여자랑 결혼하느니 자살하는 게 낫지….’
내 상식이 산산조각 나 버렸다.
아리엘의 남동생과 결혼 예정인 공주는, 여자로서의 매력 따위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키는 땅딸보처럼 작고, 거기다 굴러다니는 게 더 편해 보일 정도로 거대한 지방을 온몸에 달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결혼보다 자살을 택하려는 이유는 외모뿐만이 아니었다.
‘뭐, 그런 미친년이 다 있냐….’
그 공주라는 년은 인성도 쓰레기였다.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는데, 정작 그 상대방을 학대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어느 정도냐 하면, 그녀 때문에 각종 정신병을 얻은 자들이 나라에 수두룩할 정도였다.
그리고 운이 나쁘게도… 아리엘의 남동생도 그 공주의 마음에 쏙 들 정도로 뛰어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아리엘의 집안은 기울어졌지만, 명색이 영웅을 배출한 명문가였다.
아무리 왕의 친자식이라고 해도 그런 귀족 집안의 자제를 함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함부로 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꿈속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예정대로라면 무조건 했겠네.’
현재 카르스텐 가문의 후계자는 둘.
장녀 아리엘과 장남 남동생뿐이었다.
아리엘과 남동생의 사이는 카린과 루이스의 사이와는 딴판이었다.
후계자 자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카린, 루이스와는 다르게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하는 진짜 남매였다.
오히려 아리엘의 남동생은 아리엘이 가주를 이어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래… 원래라면 아리엘이 카르스텐 가주와 후작의 작위를 얻고, 남동생은 그녀의 옆을 보좌하며 사이좋게 가문을 이끌어 갔을 것이다.
부마 후보자로 지목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야, 아리엘의 남동생이 빠져나갈 구멍은 존재했다.
카르스텐의 가주이자, 후작의 작위를 이어받는 것.
그렇게 된다면 제아무리 왕가라고 해도 아리엘의 동생을 강제로 부마로 앉힐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카르스텐 가문도 명분 없이 아리엘의 동생에게 모든 것을 승계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부마 자리를 피할 생각으로 가문의 승계자를 고른다면, 주변에 소문이 날 것이고, 왕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왕도 그 제안을 하면서 미안해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양심은 있네. 지 딸이 얼마나 쓰레기인 줄 아는 거 보니까.’
왕은 공주를 사실상 버린 아이 취급하는 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주가 너무 천박한 짓을 벌인 탓에 나라에 추잡한 소문이 퍼질 대로 퍼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버린 취급을 했어도 딸은 딸이었고, 공주는 공주인 모양이었다.
왕은 카르스텐 후작에게 정치적인 입지를 약속하며, 아리엘의 남동생을 내어달라고 부탁한 것이었다.
가문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들어온 제안.
당연히 카르스텐 공작은 거절하려고 했지만, 정작 그의 아들은 받아들였다.
(누나가 가문을 이끌면, 저는 누나가 이끌어 갈 수 있는 길을 다져놓겠습니다.)
아리엘과 카르스텐 가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반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결정에 제일 크게 반발한 건 아리엘이었다.
(안돼! 차라리 네가 승계를 받으면….)
(누나… 안된다는 거 알잖아. 그랬다가는 우리 전부다 왕실 모욕죄로 처단될 거야.)
(큭….)
아리엘은 남동생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리엘의 남동생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마법도, 지능도, 그리고… 의지도 누나 쪽이 압도적으로 뛰어났네.’
남동생의 의지만큼 아리엘의 의지도 강했다는 것이었다.
아리엘은 남동생에게 가주를 넘겨줄 완벽한 계획을 떠올린 것이었다.
(아버지,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정말이냐!? 말해 보거라!)
죽어가던 카르스텐 후작의 눈동자에서 희망이 새어 나오며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아리엘은 그런 희망찬 아버지의 눈빛을 보며 쓰게 미소를 지었다.
(이번 슈트라 입학시험에서 어떻게 해서든 좋은 성적을 내서 합격하겠습니다.)
(그래… 너라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합격으로 어떻게 동생 문제를….)
방금 전까지 희망으로 가득했던 후작의 눈동자는 아리엘의 다음 대답으로 인해 흙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입학한 뒤에 가문과 아버지, 그리고 모든 사람을 슈트라와 비교하면서 업신여길 테니, 제게 붙어 있는 카르스텐의 이름을… 축출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