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080)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079화(1080/1201)
‘하하… 벌써 정해졌다고?’
나는 아르모니아의 보고를 들으며 허탈하게 웃었다.
[그렇습니다. 이번 3학년은 봄학기 성적이 나오는 것과 동시에 아리엘로 이미 수석이 확정되었습니다.]확정된 것 같다가 아니었다.
확정되었다.
뛰어난 성적과 성품으로 교수들에게 인정받은 것 같은 게 아니었다.
아리엘의 현재 종합 점수는 2등 학생이 가을 학기 시험을 만점 받아도 역전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았다.
아리엘이 대놓고 가을 학기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수석 졸업 타이틀을 얻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야 아리엘이 시험을 무시하면 교수들이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루이스가 허튼짓할 것 같아서 붙였는데, 생각보다 큰 건수가 잡혔네.’
예상외의 수확을 얻었다.
사실 루이스의 추근덕대는 행위만큼 걱정되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성적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네.’
아리엘의 성적.
괜히 나 때문에 그녀의 성적에 지장이 생겨서 수석 졸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지금 보고를 듣고 나서 그런 걱정을 싹 다 지울 수 있었다.
‘시호 보내길 잘했네.’
시호를 보낼 때만 하더라도 여자 뒤를 쫓아다니는 것 때문에 싫어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르게, 소환된 시호는 간만에 바깥세상에 나왔다며 오히려 좋아해 줬다.
[시호가 정보 수집과 감시하는 센스 하나는 탁월하니까, 중요한 정보는 알아서 착착 가지고 올 거예요.]강한나는 자기 자랑하듯이 시호의 능력을 칭찬했다.
그리고 나는 강한나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호 덕분에 많은 걸 얻었죠.’
[훗….]강한나는 마치 자기가 칭찬받는 것처럼 코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아리엘에 대한 정보를 하나 더 얻은 나는 카린의 기숙사로 갔다.
카린은 언제나처럼 품위 있는 미소와 몸짓으로 나는 맞이해 줬다.
“오늘도 들러주셨네요. 들어오세요.”
나는 카린의 환영을 받으며 테이블에 앉자마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카린을 만난 이유는 두 가지.
“로얄 크리스탈은 지금 어디 있죠?”
첫 번째는 로얄 크리스탈의 위치였다.
내가 카린에게 들은 정보는 로얄 크리스탈을 취득했다는 사실뿐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녀에게 정확한 위치를 물으려고 했지만, 아침 분위기에 휩쓸려서 묻지 못했다.
내 말을 들은 카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아직 루이스의 개인 금고에 있어요.”
의외였다.
카린이라면 진작에 빼돌려서 이곳에 가지고 왔을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
내 생각을 읽은 카린은 눈치 빠르게 해명했다.
“제가 손 쓰면 괜히 당신을 더 귀찮게 하는 게 아닐까 걱정했어요.”
“…?”
해명인 것 같지만, 해명이 되지 않았다.
나는 좀 더 큰 힌트를 얻고 나서야 카린의 해명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신에게 창녀 정보를 쥐여준 뒤에 감시로 붙인 애들의 상태를 확인해 봤어요. 그런데… 다들 제 명령을 아예 잊고 있더군요.”
나는 카린에게 창녀에 관한 정보를 입수한 당일, 창녀가 살고 있는 마을로 가서 창녀와 감시역 두 명에게 최면을 걸었다.
창녀의 머릿속에는 나와 카린이 했던 짓이 사라졌고, 감시역 두 명의 머릿속에는 카린의 명령 자체가 사라진 상황.
“솔직히… 너무 놀랐어요. 협박이나 회유 같은 느낌이 아니었어요. 아예… 모든 것이 지워진 듯한 느낌이었죠. 그것도 그 짧은 시간 안에….”
카린 입장에서는 그 상황 자체가 너무 충격이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런 충격과 별개로 카린은 그 상황을 토대로 냉정하게 내 능력의 수준을 가늠한 것이었다.
“그리고 제가 내린 결론이 바로 이것이었어요. 규격 외의 일을 처리할 때는 무조건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실행하겠다고요.”
카린은 직접 로얄 크리스탈을 옮기는 것보다 일단 내게 모든 상황을 보고 하는 쪽이 옳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대단하네요. 저렇게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카린의 재능은 뛰어난 머리뿐만이 아니었다.
카린의 진짜 재능은 자기 자체를 객관적으로 관조하고, 부족한 부분을 판별하고, ‘불가능과 가능’의 경계선을 완벽하게 찾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능력을 모든 분야에 적용하면서 천재적인 머리를 소유하게 된 것이었다.
‘마법에도 그 능력을 적용할 수 있다면 수석은 무리 없겠네.’
내가 속으로 카린을 감탄하는 사이에 카린은 나를 응시하며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할까요?”
“정확한 위치랑 빼낼 수 있는 방법만 알려주세요. 제가 직접 가지고 오죠.”
“네, 바로 알려드릴게요.”
카린은 서랍에서 편지 한 장을 꺼내서는 내게 건네줬다.
붉은색 양초 인장으로 밀봉된 편지였다.
“이 편지를 제 직속 시종에게 전달하면 바로 찾아줄 거예요.”
카린의 직속 시종은 현재 브란트루프 가문에 있고, 그녀와 밀약을 나눌 수 있는 장소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첫 번째 볼일이 끝났다.
나는 두 번째 볼일을 입에 담았다.
“카르스텐 가문에 대해서 아세요?”
“카르스텐 가문… 이라고 하면 일단 알고는 있어요.”
카린이 말을 흐린 것을 봐서는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카린이 알고 있는 정보는 굉장히 한정적이었다.
카린이 정보 대부분이 내가 알고 있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내가 모르는 정보가 하나 있었다.
“그 나라에도 뢰베 상단 지부가 있긴 하지만… 교역 루트로만 활용하고 있어요.”
“왜요?”
“변방에 있는 소형 국가라서 그래요.”
외진 곳에 있는 데다가 국토도 작고, 돈이 되는 특산물은커녕 나라 자체가 가난한 편이라 팔 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지부를 유지하느라 손실만 생기는 곳이에요.”
“그런 곳에 왜 유지하는 거예요?”
카린은 내 질문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금광이 드러나기 전에 자리를 잡으면 푼돈이 들지만, 금광이 드러나고 나서 자리를 잡으려면 천금이 들죠.”
카린은 아리엘의 나라를 높이 평가하는 게 아니었다.
변방의 나라라고 해도 일단 자리를 잡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카린이 말하는 손실이라는 것도 사실 그녀의 입장에서 푼돈 수준이었기에 부담도 없었다.
“매출이 없어서 세금도 거의 내지 않고, 그쪽 왕가도 주제를 알아서 가끔 선물을 주면 오히려 고마워하더군요.”
언제나 느끼지만, 카린은 왕족으로 태어났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만약 카린이 레빈 왕가에 태어났다면 진작에 왕자 두 명과 이리스 공주를 제압하고 실권을 잡았을 것이다.
그렇게 카린에 대해 감탄하는 사이에 카린이 눈치 빠르게 내게 물었다.
“카르스텐 가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려면… 아무리 못해도 3주 정도 걸려요.”
참고로 저 3주의 시간은 그 나라까지 왕복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뜻하는 것이었다.
마차가 아닌 말을 타고 직행으로 질주해도 3주가 최소라는 것이었다.
“흠….”
나는 카린의 말에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늦는 건 딱히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정보만 알아내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3주라는 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이왕이면 내가 직접 가고 싶은데….’
카린의 정보망을 이용하면 내가 카르스텐 가문에 직접 방문할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그렇다고 갑자기 그곳까지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
그렇게 고민하는 순간 한 가지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기발한 생각과 동시에 허탈한 감정도 흘러나왔다.
‘나는 왜 맨날 혼자 하려고 하는 걸까…. 아르모니아, 비올라랑 베아트리체한테 미리 말해줘.’
[알겠습니다.]두 사람을 카르스텐 가문에 보내면 그만인데 말이다.
[알겠습니다.]그렇게 아르모니아가 두 사람을 준비시키는 동안 나는 카린에게 말했다.
“카르스텐 가문과 관련된 일은 천천히 알아봐 줘요. 급한 거 아니니까.”
“알겠어요. 천천히 알아낸 뒤에 말씀드릴게요.”
카린은 맑게 대답했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내 부탁을 들은 카린이 천천히 일을 진행할 리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마 자신의 모든 능력과 인력을 동원할 것이다.
그렇게 카린의 대답에 만족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는 건가요?”
간절한 황금색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는 카린.
원래라면 그 눈동자에 빠져들어서는 달려들었겠지만….
“아무리 즐거운 축제라고 해도 매일 하면 감흥이 식기 마련이죠.”
나는 그렇게 카린의 간절함을 애써 외면하며 방문을 열었다.
내가 나가려는 순간 카린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즐거운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준비할게요.”
나는 카린의 말에 미소로 대답하며 내 방으로 돌아갔다.
..
..
기숙사로 돌아온 나는 바로 레나와 같이 레빈으로 워프했다.
그리고 동시에 아르모니아에게 한 가지 소식을 들었다.
[두 분도 이제 막 출발했습니다.]비올라와 베아트리체가 막 소환되어서 카르스텐 가문으로 향했다는 소식이었다.
‘얼마나 걸릴까?’
[비올라 씨의 에테르로 이동 중이니… 못해도 사흘 안에는 도착할 것입니다.]‘역시 말보다는 빠르네.’
마차로 한 달은 족히 걸릴 거리를 사흘 만에 돌파하는 에테르.
‘서두르지 말고 중간중간 마을도 들르면서 가라고 전해줘. 이왕 온 거 세상 구경도 즐겨야지.’
[알겠습니다.]그렇게 아르모니아의 대답을 들은 나는 레나와 같이 장소를 이동했다.
내가 워프로 도착한 곳은 브란트루프 가문에 있는 별채였다.
그렇게 별채에서 나온 나는 카린이 알려준 밀약 장소로 향했다.
하지만 밀약 장소에 도착한 나와 레나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런 아무도 없는 장소에서 수화를 하듯 독특한 손동작을 취했다.
‘이렇게 행동하면….’
카린이 말한 밀약 장소에는 함정은 없지만, 특별한 제스처를 취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손동작을 취하면 나도 모르게 실실 웃었다.
‘뭐, 나타나지 않아도 보이긴 하지만….’
카린의 시종은 뛰어난 은신술로 기척을 잘 숨겼지만, 나와 레나의 감각으로는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카린의 인물이기에 예의를 차리고, 최선을 다해서 손동작을 취했다.
그렇게 모든 손동작이 마무리되자….
사삭….
검은 망토를 쓰고 있는 인물이 풀숲을 뚫고 천천히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내 앞에 도착한 인물은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냈다.
“증명을….”
시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걸걸한 목소리였다.
신분을 감추기 위해 변조한 것 같았다.
“자.”
나는 즉시 카린에게 받은 편지를 건네줬다.
편지를 읽은 인물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이리 오시죠.”
그렇게 나와 레나는 조심스럽게 시종으로 추정되는 검은 망토를 따라 브란트루프 저택 뒷문으로 들어갔다.
시종은 우리를 인도하며 중간중간 이동과 멈춤을 반복했다.
보아하니 이곳의 경비 루트를 완벽하게 꿰고 있는 듯 보였다.
그렇게 단 한 명의 경비도 만나지 않고 루이스의 방까지 우리를 인도한 시종은 바로 장롱을 열어서 내부 여기저기를 손으로 짚기 시작했다.
찰칵, 드르륵, 착.
봤을 때는 그냥 장롱 내부를 여기저기 만지는 것 같았지만, 그녀의 행동이 끝나자….
철컥.
갑자기 장롱 안쪽에 나무판자가 앞으로 열리며 숨어 있던 금고가 드러났다.
‘와… 이런 건 도대체 어떻게 알아내는 거야?’
[그리고 저런 여자는 어떻게 고용하는 거고….]강한나뿐만 아니라, 내 옆에 있던 레나도 감탄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금고를 꺼낸 시녀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고는 금고를 열었다.
그렇게 금고를 연 시종은 내게 열쇠를 보여주며 물었다.
“복제 열쇠입니다. 자주 사용하실 것이라면 드리겠습니다. 다만, 절대 유실해서는 안 됩니다. 유실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아가씨의 신변에….”
“아냐.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거니까, 네가 가져.”
“…알겠습니다, 일단 제가 맡고 있겠습니다.”
시종은 내가 한 말의 의미를 잘 알아들은 듯 보였다.
내가 한 말의 의미는 열쇠가 아닌 그 열쇠로 사용할 수 있는 금고를 가지라는 의미였다.
카린에게 말해서 이 금고 안에 있는 물품은 시종에게 주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로얄 크리스탈 말고는 관심 없고….’
그리고 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루이스가 이 금고를 다시 손에 넣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게 나는 금고를 열어서….
‘오오… 미쳤네.’
눈을 홀릴 정도로 아름다운 로얄 크리스탈을 손에 넣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내가 로얄 크리스탈을 꺼내자, 옆에서 침을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는 것이다.
꿀꺽….
시종의 목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하긴… 값어치를 알고 있으니, 더 탐나겠지.’
하지만 한편으로 값어치를 알고도 카린에게 보고한 시종의 모습에도 감탄했다.
그렇게 로얄 크리스탈을 챙긴 나는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겨서 시종에게 물었다.
“안나 부인은 요새 어때?”
안나 브란트루프.
카린과 루이스의 친모이자, 현재 브란트루프 공작의 부인.
브란트루프 공작이 북부로 전출되어 버리는 바람에 현재 브란트루프 가문의 가주는 사실상 안나였다.
혼자서 가문을 이끌어가는 안나가 걱정된 나는 시종에게 안부를 물어본 것이었다.
하지만 시종의 대답은 내 속에 있는 걱정을 당황함으로 변화시켜 버렸다.
“조만간 이리스 공주님께서 슈트라로 행차하시는데, 그 행차에 동행하실 예정이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