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089)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088화(1089/1201)
“남자분이 좋아하는 선물은 이미 가지고 계시잖아요. 예쁘고, 화려한 속옷으로 포장해서 건네주세요.”
“어… 그… 무….”
직원의 말을 들은 아리엘은 처음으로 자신의 상식이 깨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 뭐지…? 저거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아리엘이 아무리 이성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저 말의 뜻까지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아리엘의 상식이 깨져서 파편들이 쏟아져 내리는 와중에도 직원들은 태연하게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하긴 선물하면 그게 최고긴 하지.”
“아니면 속옷 말고… 진짜 리본을 묶여서 보여주는 것도….”
“표정 보니까… 너 설마 그거 해본 거야?”
“흥… 하려고 했는데, 그 전에 깨졌어.”
“아… 그때 그 녀석….”
직원들은 어느새 서로 키득거리며 거리낌 없이 사적인 말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리엘 옆에서 말이다.
아리엘은 그녀들의 태도에 딱히 불만을 품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상한 오해를 품기 딱 좋은 상황이라는 게 문제일 뿐….
‘노, 놀리는 건가…?’
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조롱하는 것 같기도 하고, 진심 같기도 했다.
아리엘이 얼굴을 붉히며 더듬거리자, 그제야 직원들이 정신을 차리고 아리엘에게 사과했다.
“아! 제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죄송합니다, 고객님.”
“바로 앞에서 입방정을….”
“혹시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아까까지 키득거리며 수다를 떨던 직원들은 표정을 싹 굳히며 진심으로 사과하는 중이었다.
세 사람의 진심을 느낀 아리엘은 오히려 당황하며 사과했다.
“아, 아뇨. 전혀 불편하지 않았어요. 저는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좋아요.”
“휴우…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다시 분위기가 풀어지자, 아리엘은 의문을 해소하고자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아까 그 말씀… 진심으로 하신 말씀인가요?”
“네? 아… 속옷이요?”
“네… 설마 저를 놀리시려고 그렇게 말씀하신 건가 싶어서….”
“네!? 저희가 왜 고객님을 놀리겠어요!”
직원들은 아리엘의 오해를 풀기 위해 필사적으로 해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직원들의 해명을 듣고 나서야 아리엘은 안도할 수 있었다.
‘다행이야, 놀리는 게 아니었어.’
그렇게 오해가 풀렸다.
하지만 오해가 풀리면서 아리엘은 직원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으으… 자신의 몸을 그런 식으로 선물한다고…?’
조각난 상식이 가루를 합치는 것도 불가능해져 버렸다.
아리엘의 집안은 엄격함을 중시하는 만큼 그녀의 부모님도 자식 앞에서 어떠한 애정행각도 하지 않았다.
침실에서 뜨거운 사랑을 나누더라도 침실 밖에서는 손도 잡지 않는 존재가 아리엘의 부모님이었다.
아리엘의 머릿속에 담긴 연인들의 애정행각은 입문편만 수록되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고급 편이 머릿속에 주입되어 버린 것이었다.
아리엘은 속옷만 입은 채 성수호 앞에서 자신을 선물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으으… 속옷을 입고 수호 앞에서… 으읏! 도, 도저히 못 해!’
키스하는 꿈만으로 하루 종일 넋이 나갈 정도로 면역이 없는 아리엘의 머릿속에 처음으로 음란 마귀가 자리 잡았다.
‘잊자, 잊어! 수호도 내가 그런 생각 하고 있다는 걸 알면 혐오할 거야!’
어떻게든 저속한 상상을 떨쳐내려고 했지만, 아리엘의 머릿속에 완전히 터를 잡은 음란 마귀는 그녀의 상상력을 더 극대화했다.
성수호 앞에서 속옷 차림으로 서 있던 아리엘은 사라지는 게 아닌 오히려 성수호에게 다가가서는 유혹하기 시작했다.
‘그, 그만! 으으윽!’
아리엘은 속수무책으로 저속한 존재에게 상상력을 빼앗기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녀의 음란한 상상력은 성수호와 포옹하고, 키스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아리엘의 정신력이 상상력을 되찾은 것이 아니었다.
“치수 다 쟀습니다, 이제 색상이랑 디자인을 고르셔야 하는데….”
“3, 4층 둘러보실 때 마음에 드시는 색상이나 디자인의 드레스가 있으셨나요?”
“그리고 원하시는 장신구랑 구두 색상도 알려주시면 어울리게 맞춰드리겠습니다.
“아…. 회색이면… 될 것 같아요. 장신구는… 없어도 되고…. 구두는….”
직원 덕분에 정신을 차린 아리엘은 대충 대답했다.
하지만 아리엘의 대답을 들은 직원들은….
“끙… 기껏 맞춤 제작하는 건데 회색에 가벼운 디자인은….”
“이런 좋은 몸을 가지시고 그런 드레스를 입으시다뇨….”
“다른 손님들이 이 사실을 아시면 통곡하실 거예요.”
어떻게든 아리엘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설득하기 시작했다.
의복점 직원들은 고객인 아리엘의 취향이 제일 중요하다고 여겼지만, 그런 단조로운 드레스를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도 존재했다.
하지만 아리엘은 그녀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변경하지 못했다.
하기 싫어서가 아니었다.
“제… 제가 그런 건 잘 몰라서….”
애초에 드레스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리엘의 말을 들은 직원들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는 미소를 밝히기 시작했다.
“그러면 저희가 밖에서 기다리시는 손님과 상의해서 골라보겠습니다.”
“장신구랑 구두도 고르고….”
“일단 이 가운 입으시고, 잠시 기다려 주세요.”
직원들은 아리엘에게 고급스러운 하얀 가운을 입혀준 뒤에 우르르 몰려 나갔다.
아리엘은 모두 나가자, 크게 한숨을 쉬며 소파에 쓰러지듯 앉았다.
“하아아아… 힘들다.”
정신력이 소모되는 느낌이 아니었다.
마치 영혼이 쭉쭉 뽑혀 나가는 그런 피곤함이었다.
“이거… 두 번은 못 해….”
아리엘은 그렇게 다짐하듯 말했지만, 사실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성수호가 또 부탁하면 당연히 들어줄 것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저 말이 진심이었고, 훗날 진심으로 남길 간절히 기도했다.
“다음에는 그냥 구경만 하자고 하자.”
의복점에 들어오길 꺼렸던 아리엘도 성수호와 구경하면서 쇼핑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맞춤 제작이 아닌 성수호와 단둘이 구경하는 것이라면 몇 시간이고 웃으면서 돌아다닐 수 있다고 자신할 정도였다.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며 영혼의 에너지를 다시 끌어모으려는 찰나에….
“결정했으니, 제작할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오래 걸리면 밖에서 기다리는 게….”
아리엘이 그렇게 원래 복장으로 갈아입으려는 순간이었다.
“에이, 심심하셔도 조금만 참아주세요. 이왕이면 남자친구분께 드레스 입은 모습으로 나타나는 게 좋잖아요.”
“나, 남자친구가 아니….”
“만약 부르실 일이 있으시면 옆에 호출벨을 흔들어 주세요. 최대한 신속하게 제작해서 가져다드릴게요.”
직원은 그 말을 남기고는 피팅룸을 뛰쳐나가듯이 나가버렸다.
‘아까랑 분위기가 다르네….’
굉장히 바빠 보이는 모습이라 결례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용해진 덕분에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아… 아침부터 졸리네. 자면… 안 되는데….’
밖에서 기다리는 성수호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으면서도 결국 졸음을 참지 못하고 눈을 감아 버렸다.
..
..
아리엘이 일어난 건 대략 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참고로 아리엘이 깨어난 건 자의가 아닌 타의였다.
그녀를 깨운 직원들은 아리엘조차 기겁할 정도로 화려한 드레스를 들고 피팅룸에 들어왔다.
그러고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드레스를 입혀주기 시작했다.
“이 부분을 묶은 다음 돌리시고….”
“매듭은 이렇게 하시면….”
“혹시라도 숨이 막히면 이곳을 잠시 푸세요. 마른 몸을 가지셔서 쓸 일은 없으시겠지만….”
직원들은 아리엘이 학생 신분임은 몰랐지만, 그녀가 혼자 의복을 입고 벗어야 한다는 사실을 성수호에게 들었다.
그렇기에 혼자 입고, 벗고 할 수 있는 형태의 드레스를 제작했다.
하지만 혼자 입고, 벗을 수 있을 뿐, 쉽다는 건 아니었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전혀 이해가 안 가는데….’
마법 분야에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아리엘이었지만, 의복 관련한 설명은 마치 외계어를 듣는 것처럼 단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다행히 직원들도 착의, 탈의가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그녀에게 설명서를 적어서 건네줬다.
“꼭 순서를 지키세요. 안 그랬다가는… 기껏 맞춘 드레스가 망가질지도 모르니까요.”
“만약 손상되면 다시 찾아와 주세요. 무상으로 수선해 드릴게요.”
“그… 감사합니다.”
아리엘은 직원들의 성의에 부담감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꼈다.
그리고 마침내 드레스를 전부 입은 아리엘은 전신 거울을 보며….
‘이게… 나라고…?’
다른 여자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자.
분명 얼굴은 자기 자신이었다.
하지만 그 외의 부분이 전부 바뀌면서 아리엘의 눈에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화되어 있었다.
흰색 계통의 드레스였지만, 몸을 움직일 때마다 조명의 빛을 다른 형태로 반사하며 별처럼 반짝였다.
“자, 이제 마무리예요.”
아리엘의 모습에 흡족해한 직원들은 챙겨온 목걸이와 구두를 마저 신겨줬다.
‘이… 이거 쉽지 않은데…?’
아리엘은 아까도 하이힐을 신어보긴 했지만, 신은 채 걷는 건 지금이 처음이었다.
다행히 신체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던 아리엘은 중심 자체는 잘 잡을 수 있었다.
“이… 이거 안 되겠는데요…? 무조건 넘어질 거 같은데….”
문제는 걸을 때마다 휘청거리는 것까지 바로 잡지는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리엘의 불안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직원은 웃으면서 아까처럼 동문서답을 했다.
“그게 중요한 거예요.”
“???”
“아,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에요.”
직원은 아리엘의 물음표를 무시하고, 몸을 숙여서 아리엘의 발목에 목걸이 같은 장신구를 채웠다.
“어…? 갑자기 발목에 왜 그런 걸…?”
“후후, 이게 발찌라는 거예요.”
아리엘은 발찌에 대한 설명을 들었지만,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어차피 드레스 때문에 안 보이는데….’
드레스 치마가 너무 긴 탓에 구두조차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발찌를 해 봤자,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의미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직원은 그런 아리엘의 의문을 알아차리고는 그녀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이게 아까 입은 속옷보다 더 큰 역할을 할 거예요.”
“…???”
속옷은 대충 이해가 갔지만, 발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보이지도 않는데….’
아리엘은 그렇게 직원의 말을 대충 흘려들으며 거울을 확인했다.
거울 안에는 분명 아리엘조차 감탄이 나올 정도로 대단한 여자가 서 있었다.
하지만 아리엘의 입에서는 어떠한 감탄사도 나오지 않았다.
‘하아… 드디어 끝이다.’
그저 이 상황이 마무리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제발 오늘로 마지막이길….’
아리엘이 그렇게 기도하자, 때마침 양옆에 직원 두 명이 나란히 섰다.
그러고는 손을 내밀며 부축하려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자, 가시죠.”
“아… 저 혼자… 읏…!”
“후후, 익숙해지려면 좀 거릴 거예요.”
아리엘은 결국 직원들의 손을 잡고 피팅룸을 나갔다.
꽉 막힌 피팅룸의 문이 열리자, 아리엘은 또다시 기도했다.
‘제발… 마지막이길….’
아리엘은 그렇게 기도하며 피팅룸을 나갔다.
그렇게 피팅룸을 나가는 순간….
“와….”
성수호의 감탄사가 귓속에 흘러들어왔다.
하지만 아리엘의 눈에 들어온 성수호는 그녀가 알던 평소의 성수호가 아니었다.
‘어…? 지금 저 표정….’
언제나 여유로운 태도로 아리엘을 대했던 성수호가 아닌 여자에게 홀린 듯한 어리숙한 남자가 있을 뿐이었다.
아리엘은 그런 성수호의 모습에….
‘흐흐… 수호도 저런 표정 짓는구나.’
지금까지 쌓였던 피로가 순식간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까 간절히 기도하던 대사를 다시 회수하고는 다른 형태의 기도를 전달했다.
‘다음에도… 왔으면 좋겠네….’
아리엘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성수호의 모습에 독특한 쾌락을 느끼며 의복점에 다시 오길 기도했다.
..
..
“….”
“….”
아리엘과 성수호 사이에 침묵이 감돌았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 존재는 아리엘이었다.
“그… 그렇게 보면 좀 부끄러운데….”
“아!”
성수호는 정신을 차리고는 아리엘에게 사과했다.
“죄송해요. 제가 정신을….”
“후후, 열 번째야.”
“네?”
“사과한 거 열 번째라고.”
“아… 죄송해요.”
“열한 번.”
“하하….”
아리엘은 성수호의 어색한 웃음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리엘의 입에서는 여유로움이 묻어 있었지만, 막상 표정 관리에 실패한 채 실실 웃는 중이었다.
아리엘은 표정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살짝 돌려서 주변을 바라봤다.
지금 아리엘과 성수호는 의복점을 나와서 거리를 산책하는 중이었다.
주변에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전부 아리엘을 쳐다보는 중이었다.
단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말이다.
그만큼 아리엘의 드레스는 슈트라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로 매력을 지닌 드레스였다.
하지만 아리엘은 그런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관심 없었다.
‘흐흐흐… 수호도 저런 면모가 있었네.’
그저 성수호가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모습을 즐길 뿐이었다.
그렇게 성수호의 시선을 즐기며 우쭐대던 아리엘은….
“으으읏!?”
발을 헛디딘 탓에 몸을 휘청거렸다.
이대로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면 땅에 넘어지는 미래를 피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다행히도….
“선배, 괜찮으세요?”
옆에 있던 성수호가 재빠르게 아리엘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아… 고, 고마워.”
성수호가 아리엘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봤다.
아리엘은 자신을 도와준 성수호에 대한 고마운 감정보다 눈앞에 보이는 성수호의 신체에 정신을 쏠렸다.
‘입술이….’
바로 성수호의 입술이었다.
꿈속에서 맛봤던 성수호의 입술과 다른 존재였지만, 지금 아리엘은 그런 이성적인 계산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리엘은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성수호의 입술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성수호도 그에 맞춰서 아리엘에게 점점 가까워졌다.
그렇게 두 사람은 백주 대낮 길 한복판에서….
“어머? 성수호 학생이랑… 아리엘…?”
소냐 프리드리히를 만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