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095)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094화(1095/1201)
“어…?”
“응…?”
나는 옆에서 뒤척이는 느낌에 잠이 깼다.
눈을 뜨자마자 내 눈동자에 그려진 장면은, 소냐의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소냐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녀도 막 깬 듯 보였다.
그렇게 흐리멍텅한 눈으로 시선을 마주하길 1분….
“수, 수호 학생… 미, 미안해요. 내가 어제 너무 짓궂었죠?”
소냐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연신 사과하기 시작했다.
소냐의 태도로 한 가지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진심은 아니었나 보네.’
어제 소냐가 보여준 난폭한 모습이 연기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무조건 낙천적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진심이 한 꼬집 들어있었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당황해하는 소냐를 진정시켰다.
“하하, 오히려 소냐 교수님 덕분에 즐거웠는데요?”
“…후후,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내 대답을 들은 소냐는 차분한 표정으로 내 팔을 베고 누웠다.
평소엔 커다란 가슴으로 나를 끌어안아 주며 연상의 위엄을 드러내던 소냐.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달랐다.
내 팔에 머리를 베고 누운 소냐의 모습은, 그저 내게 품어지길 원하는 한 명의 여자일 뿐이었다.
소냐와 눈빛을 교환하며 침묵하다 보니 어느새 창밖으로 새벽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소냐의 푸른 눈동자에 주황빛이 섞이자, 그녀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역시 수호 학생이네요. 어떻게든 이기고 싶었는데… 결국 졌네요.”
소냐는 애석한 말투로 투덜거렸다.
하지만 나는 그런 소냐의 모습에 죄책감을 느꼈고, 진실을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어제 내기는….”
“알아요, 내가 졌다는 거.”
“아니, 그게 아니라….”
“쉿! 내가 졌으니까, 더 이상 말하지 마세요. 계속 말대꾸하면서 제 속 긁지 마세요.”
“…..”
어제 내기는 사실상 소냐의 승리였고, 소냐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럼에도 소냐가 저렇게 내 말을 막는 이유는 단 하나.
[좋은 여자네요.]‘…네.’
강한나의 말처럼 소냐가 좋은 여자이기 때문이었다.
소냐는 자신의 욕망을 희생해서 내 속에 남아 있는 불편함의 찌꺼기를 걸러내는 중이었다.
내 팔을 베고 누운 소냐는 흥얼거리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슈트라 교수가 학생의 노예가 됐다는 소문이 나돌면… 다른 교수님들께 야단맞겠네요.”
“하하하….”
혼나는 걸로 끝난다는 게 더 충격적이었다.
자기 식구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수들이라면 진짜 그걸로 끝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반대로 소문의 학생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겠지.
그렇게 소냐와 가볍게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아침 햇살이 침실을 뒤덮었다.
“후우… 오늘처럼 일어나기 싫은 날도 없네요.”
“저도요….”
하지만 이대로 누워있다가는 일이 커진다.
칼이야 눈치껏 넘어가겠지만, 출근한 가정부나 아리엘에게 이 장면을 들켰다가는….
내 생각이 소냐의 머릿속에 전달되었는지, 소냐는 내 가슴을 쓰다듬으며 톤을 서서히 높였다.
“자, 주인님. 이제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하하하….”
소냐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기에 나도 모르게 실실 웃었다.
소냐는 내 웃음에 만족했는지 침대에서 일어난 뒤에도 계속 상황극을 이어 나갔다.
“주인님의 환복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아, 제 옷은 제가….”
“씁! 주인님은 가만히 계세요.”
말에 주인님만 넣었을 뿐이지, 장난기가 가득 담긴 말투였다.
소냐는 알몸 상태로 내 옷을 입혀주기 시작했다.
소냐는 내 옷을 전부 입혀준 뒤,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제 자기 전에 저한테 뭔가 말하지 않았나요?”
“….”
하긴 했다.
(그동안 많은 것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냐 교수님.)
기절한 듯 잠들었지만, 들어버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소냐에게 해줄 수 없었기에 나는 쓰게 웃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게… 맨정신으로 하기에는 창피한 말이라…. 하하하….”
“…그래요.”
소냐는 내 대답에 만족하지 못한 듯 보였지만,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
..
나와 아리엘은 소냐의 배웅을 받았다.
“재미있게 놀다가, 늦지 않게 돌아가렴.”
“배려 감사합니다, 소냐 교수님!”
“목소리 좀 낮추고….”
“네….”
얼떨결에 소냐의 집에서 지낸 나와 아리엘은 아침까지 얻어먹고 나서야 나올 수 있었다.
소냐는 떠나가는 내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였지만, 결국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그렇게 나와 아리엘은 아침 햇살을 마주하며 길을 걷기 시작했다.
분명 어제와 같은 데이트였다.
하지만 분위기가 달랐다.
‘정문에서 만날 때랑 다르네.’
지금까지 아리엘과 데이트할 때는 언제나 정문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오늘 데이트는 새로운 시작이 아닌 어제 데이트의 연장선의 느낌이 강했다.
마치 진짜 연인들처럼 숙박까지 포함된 데이트를 즐기는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진짜 연인이 아니기에 아리엘은 오히려 더 어색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잔잔한 침묵을 깬 건 다름 아닌 아리엘이었다.
“그… 어제 혹시 내가 실수한 거 있어…?”
“네?”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아리엘은 변명하듯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 어제… 술 마시고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아서… 혹시 내가 실수한 게 있나 싶어서….”
“음… 제 기억 속에 선배가 실수한 건 따로 떠오르지 않아요.”
“휴우….”
아리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한 소리를 해서 미안해. 아까 아침에 가정부께서 이상한 소리를 해서….”
“이상한 소리요?”
“어… 그게… 하하… 내가 너랑 자고 싶다고 칭얼댔다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 말을 들은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랬어요.”
“…어?”
아리엘은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충격적인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런 아리엘의 모습에, 오히려 장난기가 발동해서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침대에 눕혀드렸더니, 갑자기 제 손을 잡고는 같이 자자고 하셨어요.”
“내, 내, 내가!?”
“선배, 소리가 너무 커요.”
“아….”
이미 화려한 드레스 덕분에 시선을 받던 아리엘은 목소리 때문에 더 많은 시선을 받게 되었다.
정신 차린 아리엘이 얼굴을 붉히며 낮은 목소리로 닦달했다.
“아, 아까는 실수한 거 없다며….”
“선배가 그런 말씀을 주셨는데, 어떻게 실례라고 생각하겠어요.”
“어…?”
“아니면 혹시… 저한테 그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쁘신 건가요…?”
“아, 아냐! 그런 거 아냐! 내, 내가 괜한 소리를 했네… 하하….”
아리엘은 한동안 어색하게 웃더니, 더 이상 그 일을 입에 담지 않았다.
분위기는 살짝 어색해졌지만, 한편으로 내가 바라던 분위기이기도 했다.
‘어제 키스할 뻔한 상황처럼 특별한 상황이 나오기 전에는 이런 관계가 좋겠지.’
가벼운 분위기는 서로의 관계를 익숙하게 만들다.
하지만 그 익숙함이 자리 잡고 열기를 품으면, 그 안에서 지루함이라는 거품이 뽀글뽀글 올라오게 된다.
그야, 아리엘이 나를 익숙하게 느낀다고 해서 갑자기 지루함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 강한나에게 말했던 것처럼 평생 기억에 남을 연애 감정을 심기 위해서는 어색함과 불편함이라는 토양을 충분히 깔아줘야 한다.
그래야지 천재지변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강성한 나무로 성장할 수 있다.
강한나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만난 여자들 대부분이 같은 극의 자석으로 밀어내듯 강한 척력이 느껴지는 관계로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척력에 무수히 저항하며 가까워지려고 시도하고, 시도하고, 계속 시도하던 중에 어떠한 사건으로 붙는 순간….
‘오늘이 아니더라도 조만간 괜찮은 상황이 오겠지.’
그 사건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 추억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리엘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야말로 괜한 말로 분위기 깨서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아, 아니, 사과할 필요는… 없는데….”
“그래도 제 실수로 분위기를 흐렸으니….”
나는 아리엘에게 쓴 미소를 지으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만회할 기회 주실 수 있나요?”
“아….”
아리엘은 내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싱긋 웃었다.
“물론이지. 그리고 이렇게 된 거… 나도 실수를 만회할 수 있게 노력해야겠네.”
“하하, 그러면 가시죠.”
“응!”
그렇게 나와 아리엘은 어제 잠시 멈췄던 데이트를 재개했다.
***
세상은 불평등하다.
누군가는 왕가의 핏줄로 태어나서 평생을 호의호식하며 살아가고, 누군가는 길거리에서 태어난 뒤에 버려져서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 채 평생을 살아가기도 한다.
누군가는 신의 재능을 갖고 태어나서 세상의 영웅이 되지만, 누군가는 육신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태어나서 악마의 자식으로 취급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불평등으로 뒤덮인 세상에도 유일하게 평등한 것이 존재한다.
바로 시간.
대마법사, 왕족, 귀족, 평민, 천민… 모든 사람에게 시간만큼은 평등하게 부여된다.
하지만 그렇게 평등해 보이는 시간도 평등하게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느낌을….
‘어…? 버, 벌써 저녁이라고…?’
지금 아리엘이 경험하는 중이었다.
방금 전까지 떠오르던 태양은 눈 깜작할 사이에 하늘을 반 바퀴 돌아서 저물어 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아리엘과 성수호는 같이 마차를 타고 슈트라로 향하는 중이었다.
‘하, 한 시간도 안 지난 거 같은데….’
아리엘은 아침부터 성수호의 안내를 받으며 여러 장소를 들렀다.
연기를 관람할 수 있는 극장,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연장, 중간중간 들렀던 음식점까지….
아리엘은 성수호를 따라 극장에 도착했을 때만 하더라도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싫다기보다는 거북했기 때문이었다.
아리엘은 평생 극장이나 공연장 같은 장소에 들른 적이 없었다.
일단 그녀의 아버지께서 그런 사치스러운 유희를 싫어했고, 아리엘도 아버지의 성격을 닮아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극장에서 처음으로 연극을 관람한 순간… 그녀는 평생 갖지 않았던 후회를 품었다.
“선배, 공연 어땠어요?”
“아! 저, 정말 재미있었어.”
연극은 아리엘의 정신을 쏙 빼먹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렇게 연극의 여운이 벌벌 끓는 중에 다음 장소인 공연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또다시 충격을 받았다.
“아까 연주회 정말 좋지 않았어요?”
“어, 어! 그것도… 즐거웠지.”
연주회는 스토리가 있는 연극에 비해서는 몰입하기 힘들었지만, 아리엘에게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왕궁 악사들에게 미안하지만… 무지한 내가 들어도 실력 차이가 너무 극명해.’
아리엘에게 있어서 오늘 데이트는 그녀의 문화 상식을 뒤집는 충격적인 사건과도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빠르게 흐른 이유는 그런 문화 충격뿐만이 아니었다.
“선배랑 같이 있으면 언제나 시간이 빠르게 가네요.”
“아….”
성수호와 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나도… 너랑 있으면 언제나 시간이 빠르게 가는 거 같네.”
아리엘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운치 있는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슈트라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이 도착했음에도 성수호는….
“선배,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먼저 들어가세요.”
당연하다는 듯이 아리엘을 먼저 보내려고 했다.
아리엘은 그런 성수호의 모습에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냥 같이 들어가도 되지 않을까?’
사실 같이 들어간다고 해도 같이 있는 시간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정문을 통과하고, 기숙사로 들어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작 해봐야 10분 정도.
‘좀 더… 같이 있고 싶은데…’
하지만 아리엘은 그런 짧은 시간이라도 성수호와 같이 있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은….
“나중에는 같이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성수호의 인사로 사그라들어 버렸다.
하지만 사그라들었을 뿐, 실망한 건 아니었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다시 학생회실에 가니… 잘 부탁드릴게요.”
“…그래, 수호야. 내일 보자. ”
아리엘은 그렇게 성수호와 인사를 나누고는 정문으로 향했다.
아리엘은 성수호의 인사 덕분에 같이 있고 싶다는 욕구를 잠시 잊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밀레나와 하넬로네….’
아리엘이 성수호와 이렇게 가까워지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에게서 성수호를 떼어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아리엘은 두 사람을 성수호에게서 떼어내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직접 성수호에게 붙어 버렸다.
인정하기 싫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후우우… 둘한테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아리엘은 이미 성수호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오히려 두 사람에게 사죄할 방법을 모색할 뿐이었다.
그렇게 고민하며 정문으로 다가가는 순간….
“회장!?”
“응?”
갑자기 정문 건너편에서 까랑까랑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문 너머에서는….
‘루이스…?’
루이스가 허겁지겁 달려오는 중이었다.
하루 종일 돌아다녔음에도 피곤함을 느끼기는커녕 시간이 접히며 넘어갈 정도로 즐거움을 느꼈다.
하지만 루이스의 모습을 보자마자….
‘하아… 귀찮아….’
숨어 있던 피로가 갑자기 해일처럼 몰려오며 아리엘의 어깨를 짓눌렀고, 시간이 마치 무한해지듯 길게 늘어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아리엘은 그렇게 느릿하게 달려오는 루이스를 보며….
‘아냐, 잠깐….’
오히려 머릿속이 차가워지며 한가지 묘책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묘책이란 바로….
‘루이스도 나처럼 좋아하는 애가 있잖아…? 그 애랑 이어주면… 더 이상 나를 귀찮게 하지 않겠지?’
바로 루이스의 상담을 완벽하게 해결해 주는 것이었다.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오고 있음에도 아리엘은 희망을 찾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미소도 잠시였다.
‘잠깐… 학생회장인 나한테 조언을 구한 거라면… 밀레나나 하넬로네 둘 중의 한 명이라는 건가?’
아리엘은 루이스의 상담을 받아주면서도 딱히 관심이 없다 보니 그가 누굴 좋아하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았었다.
‘하아… 안돼. 두 사람이 수호를 포기할 리가 없잖아….’
그렇게 아리엘이 고민하는 사이에 루이스가 정문 건너편까지 도착해 있었다.
아리엘은 헐레벌떡 뛰어온 루이스를 보며 숨을 들이켜며 다짐했다.
‘일단 상대가 누군지부터 알아내고, 빨리 해결해 주자. 이대로 뒀다가는… 수호가 날 이상한 여자 취급할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