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100)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099화(1100/1201)
슈트라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시험은 총 두 가지다.
봄학기 시험과 가을학기 시험.
그리고 시험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방학에 돌입하기에 가을학기 시험은….
“회장께서는 이제 마지막 시험이죠?”
3학년생들에 사실상 졸업 시험으로 인식되는 중요한 시험이었다.
내 말을 들은 아리엘이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마지막이지.”
“으아… 이 시험만 넘기면 이제 공부 지옥에서 탈출하시는 거네요. 후… 부럽네요.”
지금 하넬로네가 한 말은 슈트라 학생의 입에서 나오면 안 되는 금기어처럼 여겨지는 말이었다.
하지만 아리엘뿐만 아니라, 학생회실에 있는 그 누구도 하넬로네를 질타하지 않았다.
그녀가 한 말이 농담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졸업하면 막상 아쉬울 거 같네.”
융통성이 없는 아리엘도 이 순간만큼은 하넬로네의 말을 잘 받아줬다.
“졸업하는 순간, 학생으로서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더 이상 없을 테니까 말이지.”
3학년생은 졸업하는 순간 학생의 신분을 다시 반납하고, 일반인의 신분으로 돌아간다.
아무리 슈트라 학교가 학생을 우대하더라도 졸업하는 순간, 슈트라 학교의 모든 교육 과정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교육 과정에서 제외되는 것뿐만 아니라, 슈트라의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도서관이다.
슈트라 학교의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존재는 교수와 학생뿐이다.
그렇기에 졸업생은 슈트라 학교의 모든 지식을 더 이상 습득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심지어 친분 있는 교수에게 기본적인 마법 조언을 구하는 것조차 암묵적으로 금지할 정도였다.
참고로 교수 쪽에서 조언해 주는 건 전혀 문제가 없다.
이것만 보자면 졸업생에 대한 대우가 너무 야박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모습일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회장. 아까 공고 보셨어요?”
“공고?”
“네, 조교 모집 공고 올라왔어요.”
슈트라 학교는 졸업생들을 배려해서 미리, 학교에 남아서 보조해 줄 인재를 모집한다.
귀족이나 부유한 집안의 자재들의 경우에는 귀국해서 나라의 혜택을 받는 쪽이 낫기에 모집 공고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평민이나 더 나아가서 돌아갈 고향이 없는 졸업생들에게는?
그들에게 저 모집 공고는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나 마찬가지였다.
즉, 슈트라 학교는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만 다시 회수해 갈 뿐, 그들과의 인연까지 지우는 건 아니었다.
“아, 모집 공고라… 슬슬 그런 시기군. 경비랑 미화 쪽도 올라왔겠네?”
“네, 그런데 아시잖아요… 다들 조교에만 관심 있는 거….”
“하하… 하긴 조교가 인기 있지. 그나마 조교만큼 인기 있는 모집이 사서였나?”
“저는 조교보다 사서가 나은 거 같아요. 그렇게 기다란 다크 서클은 달고 싶지 않아요.”
“하하… 조교분들께서 고생이 많으시지.”
그렇게 하넬로네와 밀레나 그리고 아리엘까지 세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 덕분에 슈트라 학교가 졸업생들에게도 많은 대우를 해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즐거운 대화를 깨는 존재가 있었다.
“조교나 청소부나 그게 그거 아냐?”
“….”
에드가 호위츠.
현 부회장인 남자였다.
에드가의 불쾌한 말투에 밝았던 분위기가 갑자기 차갑게 식어 버렸다.
하지만 아리엘은 그런 에드가의 불쾌한 언행에도 불구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너도 이왕이면 교수님들 옆에서 보좌하는 조교 쪽이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니, 내가 봤을 때 둘 다 똑같아. 무엇보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조교가 교수라도 되나?”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교분들의 노고 덕분에 우리가 편히 수업을….”
“흥… 결국 똑같은 하인일 뿐이야. 그렇게 하인 취급 받으며 지내느니 그냥 본국에 돌아가는 쪽이 낫지.”
“….”
아리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다시 살아나지 못했다.
나는 그런 냉랭한 분위기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쟤는 또 왜 저래?’
에드가 호위츠는 원래 불평불만이 많은 녀석이었다.
하지만 저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해봤자 조용히 투덜거리는 정도가 전부였지.
내가 그렇게 의아해하는 사이에, 아리엘은 학생회장으로서 다시 분위기를 살리기 시작했다.
“자, 그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여기서 마무리하고,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자.”
아리엘은 처음 꺼냈던 주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일단 인원부터 나누자.”
“인원이요?”
아까 가을학기 시험을 대비한다는 말도 잘 이해하지 못했던 나였다.
그런데 인원 분배는 또 왜?
내가 묻자, 아리엘은 굳었던 표정을 환하게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랑 에드가가 각자 너희들을 맡아서 시험공부를 지도해 줄 거야.”
매 학기 학생회에서 진행하는 공부 지도.
두 명의 3학년이 자신이 치른 시험과 과거 치러진 시험을 후배들에게 공유하며 가르쳐주는 것이었다.
일단 이해는 했다.
“그런데 굳이 인원을 나누시는 이유가 있나요?”
“응. 두 사람이 동시에 가르치면 효율이 떨어지고, 이왕이면 같은 속성끼리 붙이는 게 좋다고 판단한 거야.”
“아….”
인원을 나누는 이유도 이해했다.
어차피 아리엘이나 에드가 호위츠나 최상위권이니 가르치는 부분에 있어서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속성별로 효율도 고려해서 분리하기로 한 것이었다.
“자, 그러면 인원을 나눠야겠는데….”
아리엘은 중얼거리며 내 눈치를 보더니….
“에드가가 루이스를 맡고, 내가 나머지 셋을 맡는 게 좋겠네.”
단숨에 인원을 정해버렸다.
아리엘의 결정에 모두가 당황해하며 서로 멍하니 바라봤다.
하지만 그중에 한 명이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반박하며 나섰다.
에드가 호위츠였다.
“잠깐! 내가 왜 저 녀석을 맡아야 하는데!?”
“….”
그리고 그런 에드가의 삿대질을 받으며 이마에 주름을 자글자글 만들어 내는 루이스.
루이스도 에드가의 말과 행동에 짜증 난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의 말에 호응하듯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회장. 굳이 부회장이 저를 맡을 필요는 없잖아요? 그것도 저 혼자만….”
“맞아! 전처럼 내가 하넬로네를 맡는 쪽이….”
그렇게 루이스와 에드가가 합심해서 아리엘에게 항변했다.
하지만 아리엘은 두 사람의 반박에 굴하지 않고, 차분하게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속성을 고려해서 분배한 거야.”
“속성?”
“에드가, 너 주속성이랑 부속성 뭐야?”
“화속성이랑 지속성이지.”
“루이스, 너는?”
“…화속성이랑 지속성입니다.”
“그래, 그게 이유야.”
너무 단순하지만, 너무나도 완벽한 이유였다.
하지만 아리엘이 그렇게 완벽한 이유를 밝혔음에도 두 사람은 전혀 납득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에드가가 먼저 나서서 항변했다.
“그깟 속성 같은 게 뭐 대수라고? 다른 속성 가르치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아!”
“어렵지는 않겠지. 그래도 네가 수속성, 풍속성 시험을 본 건 아니잖아?”
“그… 그건 그렇지만….”
“우리한테 중요한 건 시험이잖아. 이왕이면 같은 속성 시험을 경험한 내 쪽이 더 가르치기 좋겠지. 저 애들을 위해서라도.”
“그… 그건….”
에드가가 아리엘에게 밀리자, 루이스가 바통 터치를 받은 듯 대신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장, 네 사람이 다 똑같은 속성도 아니잖아요?”
“다 똑같지는 않지만, 거의 똑같아.”
“네…?”
아리엘은 하넬로네, 밀레나 쪽을 보며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넬로네랑 밀레나, 너희 둘 무슨 속성이었지?”
두 사람은 마치 한 사람이 말한 것처럼 똑같이 대답했다.
““화속성, 풍속성이요.””
두 사람의 대답을 들은 아리엘은 루이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화속성, 풍속성이야. 그래서 이렇게 분배한 거야.”
“그, 그러면 저 녀석은….”
루이스가 나를 향해 삿대질했고,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나중에 두고 보자.’
나는 루이스의 삿대질로 인해 쏠린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인상을 풀었다.
아리엘은 나를 보자마자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수호는 뇌속성이랑 풍속성이라 내가 맡는 게 낫다고 판단했어.”
“….”
아리엘의 대답에 루이스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 듯 조용해졌다.
하지만 학생회실의 침묵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아무리 네가 학생회장이라고 해도 그렇게 막무가내로 결정할 수는 없어.”
에드가였다.
겉보기에 에드가는 부회장이라는 직책으로, 학생회장인 아리엘보다 권한이 낮아 보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도 엄연히 성적을 인정받아서 학생회에 입부했고, 단 한 번도 전교 2위 타이틀을 놓친 적이 없었다.
‘뭐, 1위는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지만….’
비록 아리엘에게 밀려 만년 2위이고, 직급도 낮은 부회장이었지만….
“막무가내로 결정한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효율을….”
“그딴 게 효율이면 나는 빼줘라.”
“….”
동급생인 아리엘의 명령을 받을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그런 에드가의 말에 힘을 받은 루이스도 발언을 시작했다.
“회장의 말씀대로 속성의 일치성도 중요하지만, 서로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묶는 게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해요.”
“….”
난처한 표정으로 에드가와 루이스를 바라보는 아리엘.
나야 그녀의 결정에 토를 달 생각이 없었지만, 한편으로 궁금하기도 했다.
‘정말 효율 때문에 정한 거 맞나?’
진짜 효율을 따질 거라면 3학년생 한 명이 1학년, 2학년 한 명씩 맡아야 했다.
그런데 아리엘은 정작 제일 중요한 부분을 배제한 채 인원은 1:3으로 나눠 버린 것이었다.
그나마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아리엘이 더 많은 인원을 담당하며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 정도였다.
에드가와 루이스의 발언 덕분에 학생회실은 심해에 잠긴 듯한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심연에 갇힌 학생회실을 해수면 위로 띄워서 태양을 쬐어준 건 다름 아닌….
“응? 다들 서서 뭐 하는 게냐?”
노크도 없이 학생회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노파 교수였다.
노파 교수의 등장과 함께 학생회실에 있던 아리엘과 에드가가 기겁한 듯이 허리를 숙이며 소리쳤다.
“마, 마그타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아, 안녕하십니까!!”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인사 소리에 반응한 하넬로네와 밀레나도 황급히 허리를 숙이고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교, 교수님, 어서 오세요!”
그리고 이어서 1학년생인 나와 루이스도 인사를 올렸다.
“….”
“….”
다만 우리까지 입을 열면 어수선해질 것 같아서 다른 선배들에게 맞춰서 허리만 숙였다.
그렇게 여섯 명이 도미노처럼 허리를 숙이자….
“귀청 떨어지겠다, 이것들아!”
오히려 인사한 여섯 명에게 면박 주기 시작했다.
마그타 교수의 면박에, 아리엘과 에드가가 식은땀을 흘리며 사과했다.
“죄, 죄송합니다.”
“너, 너무 놀라서….”
“후우… 됐다.”
마그타 교수의 대답에 허리를 숙였던 여섯이 동시에 허리를 펴고 그녀를 향해 공손한 자세를 취했다.
그렇게 여섯 명이 공손한 자세로 조용히 있자, 마그타 교수가 투덜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너희들 뭘 하길래 전부 그렇게 서 있던 게냐?”
“아, 그게….”
아리엘은 눈치를 보면서도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마치 교수에게 거짓말이라는 행위 자체를 못 하는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인원을 맞추는 과정에서 불만이 나왔고, 현재 조율 중이었습니다.”
그렇게 아리엘의 설명이 끝나자, 마그타 교수가 헛웃음을 흘렸다.
“크흐흐… 너희들 겉모습만 보면 국가의 중대사를 논하는 줄 알겠구나.”
“죄, 죄송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서….”
“에휴… 웃자고 하는 말에 또 사과하는 게냐?”
“죄… 죄송… 합니다.”
“됐다.”
마그타 교수의 한탄에, 아리엘은 그녀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교수님… 여긴 어쩐 일로…?”
“아, 별 건 아니고… 지나가는 길에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찾아왔다.”
“이, 이쪽으로 오십시오.”
아리엘은 황급히 마그타 교수를 접객용 소파로 안내했다.
마그타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안내를 받아 접객용 소파에 간 뒤 털썩 앉았다.
“에구구… 이제 앉는 것도 힘들군.”
“차, 차를 내오겠습니다.”
“그래, 하나 내오거라.”
“혹시 원하시는 차가 있다면 그것으로….”
아리엘이 마그타 교수의 눈치를 보며 묻자, 마그타 교수는 장난기를 담아 아리엘에게 말했다.
“네가 골라 보거라.”
“네?”
“내 입맛에 맞는 차가 뭔지 골라서 가지고 와 보거라. 마법 실력만큼 센스도 좋은지 확인해 보자꾸나.”
“그, 그게… 아, 알겠습니다….”
아리엘은 허둥지둥 차를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차를 고르는 아리엘을 흐뭇한 미소로 쳐다보는 마그타 교수.
한동안 아리엘의 모습을 웃으며 보던 마그타 교수는….
“아참… 거기, 너….”
“네?”
에드가를 불렀다.
에드가는 마그타 교수의 부름을 듣자마자, 기대감에 차오른 표정과 함께 허리를 쭉 펴고 자세를 잡았다.
마치 자신도 아리엘과 같이 대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에드가의 기대는….
“…이름이 뭐였지?”
마그타 교수의 무표정한 말에 산산이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