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102)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101화(1102/1201)
학생회실에서 쫓겨난 다섯 명의 학생회 멤버들….
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쫓겨난 사실에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니, 불만은 드러낼 경향이 없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우와… 식겁했네.”
“정신 없이 나와서 뭔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나….”
하넬로네와 밀레나가 진이 빠진 듯이 대화를 주고받았다.
“학생회실에 교수님이 방문하신 적이 있던가?”
“내 기억으로는 네 번 정도…?”
“혹시 나 없을 때, 마그타 교수님 방문하신 적 있어?”
“없지. 지금까지 방문하신 교수님들은 전부 겸임이셨어.”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서 학생회의 위상을 좀 더 체감할 수 있었다.
슈트라 학교에서 학생을 대표하는 단체인 학생회.
일반 학생들에게 학생회는 함부로 건드려선 안 되는 막강한 권력을 지닌 단체였지만….
“조교수님께서 방문해도 날벼락 같은 상황인데… 수석 교수님이 방문하시다니….”
교수들에게는 그저 예비 후임들이 거쳐 가는 동호회 같은 곳이었다.
기껏 방문해봤자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겸임 교수가 전부였다.
그런 곳에 그냥 폭탄도 아닌 핵폭탄… 아니, 그런 핵폭탄조차 가볍게 뛰어넘을 운석이 떨어진 것이었다.
“후우… 잠시 들렸다고 했으니까, 기다렸다가 들어가… 죠.”
하넬로네는 조용히 말하던 도중… 어딘가로 시선을 향하며 목소리를 더 낮췄다.
나뿐만 아니라, 밀레나와 루이스의 시선도 하넬로네의 시선이 향해 돌렸다.
우리 넷의 시선이 몰린 곳에는….
“으….”
땅바닥만 바라보는 에드가 호위츠가 있었다.
그는 혼이 빠져나간 듯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모두가 에드가 호위츠의 모습에 서로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평소였다면 착 가라앉은 분위기에 몸서리치며 발랄한 목소리로 분위기 전환을 했을 하넬로네도….
“어음….”
과거의 인연이라는 생각에 동정심을 품고 있을 법한 밀레나도….
“아….”
심지어 그를 싫어하는 나와 루이스도….
“….”
“….”
아무도 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주지 못했다.
나랑 루이스야, 하기 싫다는 것이 정확하겠지만, 나머지 두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비록 삼각관계로 파탄 난 사이였지만, 1년간 학생회 선후배로서의 친분까지 완전히 털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니지… 오히려 나 때문에 전부 정리됐으니까, 해결됐다고 해야 하나?’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삼각관계의 중심이었던 에드가 호위츠였지만, 지금은 그 중심에 내가 자리하면서 아예 관계없는 존재로 떨어져 나가 버렸다.
본인이 원해서 떨어져 나간 건 아니지만 말이다….
여하튼 현재 하넬로네와 밀레나는 에드가 호위츠에게 어떠한 애정도 없는 탓에 오히려 동정심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동정심이 생겼음에도 쉽사리 위로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 사람도 뭔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
어떤 말을 해도 위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본인들이 더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두 사람도 교수를 꿈꾸며 남들 눈에 보이지 않은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그만큼 에드가 호위츠가 품고 있는 절망의 무게가 자신들의 위로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무겁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임에도 나는….
‘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에드가 호위츠의 동정심이 아닌 그저 지루함만 느낄 뿐이었다.
망연자실한 에드가 호위츠, 그리고 나를 포함한 네 명의 부원들은 학생회실 입구 근처에서 눈치를 보며 조용히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길 30분….
철컥!
“퉤! 퉤!”
“!?”
갑자기 마그타 교수가 학생회실 문을 벌컥 열고 나와서는 침을 뱉어대기 시작했다.
슈트라 학교의 2인자이자, 대륙을 뒤집어엎을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지닌 수석 교수 마그타 거츠.
그런 그녀가….
“에끼! 퉷!”
길거리의 평민이나 할 법한 천박한 행동을 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헛침을 뱉어내던 마그타 교수는 우리를 투명 인간 취급하듯 혼잣말을 내뱉었다.
“에잇… 기껏 만들어줘서 마시긴 했지만… 진짜 황천 갈 뻔했구먼…! 퉷!”
“….”
다들 그녀의 행동이 뭘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걸 또 다 마셨네.’
아리엘이 만든 괴상한 음료를 전부 마신 것이었다.
그녀의 위상을 생각하면, 잔을 통째로 바닥에 던져버려도 아무도 불만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마그타 교수는 아리엘의 음료를 끝까지 마신 것이었다.
그렇게 몇 차례 침을 뱉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마그타 교수는 우리를 발견했고….
“응? 너희들 거기서 뭐 하는 게냐?”
“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 까먹고 있었구먼.”
“….”
마그타 교수의 말에, 하넬로네와 밀레나, 루이스가 맥 빠진 표정으로 어깨를 축 늘였다.
에드가 호위츠는 이미 영혼이 빠진 듯이 좀비처럼 서 있었고, 나는… 그저 마그타 교수의 태도에 신기해하며 속으로 웃을 뿐이었다.
‘소냐도 나중에 저렇게 되려나…?’
외형적인 부분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학생을 대하는 태도를 뜻하는 것이었다.
소냐도 엄연히 슈트라의 교수이고, 교수의 특권을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마그타 교수처럼 무관심한 수준은 아니었다.
교수(敎授)보다는 교육자(敎育者)에 가까웠다.
그런 교육자의 자질을 가진 소냐가 언젠가 저렇게 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나도 모르게 속으로 쓴웃음이 나와버렸다.
‘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
교육자가 아무리 겉으로 좋게 보여도 결국 자신을 감정을 희생하며 학생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존재다.
소냐의 그런 면모에 끌린 나였지만, 한편으로 그녀가 그런 희생을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렇게 소냐의 생각을 하며 속으로 웃고 있을 때….
“…?”
나를 바라보는 마그타 교수의 께름칙한 눈동자와 마주할 수 있었다.
‘이크…!’
소냐 생각을 하다 보니 표정 관리가 안 된 모양이었다.
기분 상했다고 한 소리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지만….
“뭐… 됐다.”
마그타 교수는 코웃음을 흘리며 몸을 돌려서 떠나가기 시작했다.
‘후우….’
그렇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빨리 이 긴장감 넘치는 상황이 지나가길 바랐지만….
“잠깐….”
“!?”
마그타 교수가 정신을 번뜩인 듯 고개를 돌려서 내 쪽을 바라봤다.
트집 잡히는 건 딱히 상관없었다.
어차피 나는 조만간 슈트라 학교를 떠날 것이고, 문제가 생겨도 학장에게 부탁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수석 교수에게 찍히는 순간, 귀찮은 일이 몰려올 것이 뻔하기에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씨… 귀찮은데….’
그렇게 속으로 꿍시렁거리며 걱정하자, 마그타 교수가 불쾌한 목소리로….
“자네… 저번에 그 학생 맞지…?”
루이스를 불렀다.
“어… 그….”
석고상처럼 굳은 루이스가 어버버거리자, 마그타 교수는 지금까지 보여줬던 무관심한 태도가 아닌….
“맞아… 분명 자네야. 시험지 반출이 의심된다며 난리를 피웠던 학생….”
“!?”
루이스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하넬로네와 밀레나도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영혼이 빠져나갔던 에드가 호위츠조차 마그타 교수의 말에 다시 영혼을 회수하고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기서 유일하게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건….
‘이야… 이게 여기서 걸리네?’
나뿐이었다.
나는 터질 것 같은 웃음을 참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상황을 관람했다.
루이스는 예전에 내게 시험지 절도의 누명을 씌운 적이 있었다.
학교에는 당연히 난리가 났고, 당시에 수석 교수였던 마그타 교수가 직접 나서서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그타 교수가 직접 나섰음에도 상황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고, 결국 학장이 나서고 나서야 정리될 수 있었다.
마그타 교수에게 그 사건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불쾌한 사건일 것이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사건의 주모자인….
“내가 묻는데, 대답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으흡….”
루이스를 당연히 잊을 리가 없다.
마그타 교수의 살벌한 목소리에 루이스를 침을 몇 차례 삼키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마, 맞습니다….”
“….”
루이스가 대답했지만, 마그타 교수는 그저 살벌하게 노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루이스를 한동안 노려보던 마그타 교수는….
“이제부터 큰일 안 생기게 주의하게. 웃으며 졸업하고 싶으면….”
“읏… 네, 명심하겠습니다.”
마그타 교수는 루이스의 대답을 무시하듯 망토를 휘날리며 몸을 돌려 이 장소를 떠나기 시작했다.
다들 어벙한 눈동자로 마그타 교수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봤다.
학생회실 안에서 운석이 떨어진 수준의 충격이었다면, 학생회실 밖에서는 소행성이 떨어진 수준의 충격이 감돌았다.
그렇게 소행성 충돌로 인한 정신을 놓고 있는 순간….
“으으… 아파라….”
“!?”
아리엘의 등장으로 다들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리엘은 정수리를 매만지며 끙끙거리는 중이었다.
평소 자신감 넘치던 학생회장이 아닌 실수를 연발하는 어리숙한 사회 초년생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어리숙한 아리엘의 모습은….
“아흐… 응? 다들 들어오지 않고 뭐해?”
다른 학생회 멤버들의 긴장감을 펄펄 끓게 만들 정도로 강한 열기를 지니고 있었다.
꿀꺽….
여기저기에서 침음이 연쇄적으로 흘러나왔다.
“이, 이제 들어가려고요….”
“드, 들어가죠, 선배….”
“어… 응….”
“….”
네 명은 마치 침샘이 망가진 듯이 계속 연달아 침을 삼키며 학생회실로 들어갔다.
퇴거당했던 학생회 멤버들이 다시 보금자리를 되찾았다.
“아흐… 아파라….”
아리엘은 진짜 아팠는지 후배들 앞에서도 계속 정수리를 어루만지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런 아리엘의 모습을 얕잡아 보거나 불평하지 않았다.
“….”
“….”
“….”
이제 학생회 멤버들 전원이 아리엘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아리엘을 회장이나 선배가 아닌….
“응? 다들 표정이 왜 그래?”
“아… 그게….”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교수처럼 떠받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유일하게 입술에 미소를 걸고 있는 건 나뿐이었다.
‘예비 교수님 앞에서 실수하면 큰일이지.’
아마 지금 학생회 멤버들 머릿속에 내 생각이 텔레파시처럼 전달됐을 것이다.
유일하게 텔레파시를 받지 못한 건 단 한 사람….
“아… 마그타 교수님 때문이구나. 너무 걱정하지 마. 겉보기에는 굉장히 엄하시지만, 속은 상냥한 분이시니까.”
“….”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아리엘을 바라보는 학생회 멤버들.
아마 그들 마음속에는 아까처럼 텔레파시로 똑같은 말을 주고받는 중일 것이다.
‘너(선배, 회장)한테만 상냥한 거겠지!’
하지만 이번에도 아리엘에게는 텔레파시가 통하지 않았다.
“자, 그러면 아까 했던 의논… 마저 진행할까?”
아리엘은 정수리를 톡톡 두드리며 눈치 없이 이야기를 진행했다.
하지만 시작과 동시에….
“저는 무조건 선배 의견 따를게요.”
“네, 저도 회장의 방식이 좋아요.”
아까까지 조용히 있던 하넬로네와 밀레나가 아리엘에게 달라붙어서 그녀의 의견을 지지했다.
아리엘은 갑자기 적극적으로 변한 두 사람을 보며 어리둥절했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동의해 줘서 고마워. 하지만 에드가와 루이스의 의견도 존중을….”
아리엘은 평소에 보여줬던 리더쉽을 드러내며 두 사람의 의견을 받고 조율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기껏 꺼내든 아리엘의 리더쉽은….
“…할게.”
“…할게요.”
작동도 하지 못한 채 허무하게 방치되어 버렸다.
오히려 놀란 아리엘이 두 사람을 보며 묻기 시작했다.
“응? 아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내가 학생회장이라고 해서 무조건 강요할 생각은 없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조율을….”
하지만 그런 아리엘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에드가 호위츠는 죽은 눈으로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말을 잘라냈다.
“그냥… 네 말대로 해….”
망연자실한 에드가 호위츠의 모습.
학생회 멤버들은 전부 그의 심정이 어떤지 잘 알고 있었다.
단 한 명만 빼고….
“에드가, 얼굴색이 너무 안 좋은데? 어디 아픈 거야?”
아리엘만 눈치 없이 에드가 호위츠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중이었다.
“아픈 거라면 일단 인원 분배는 나중에 정하자. 지금 당장 의료실로….”
“됐다고 했…!!”
“!?”
자신을 부축하려던 아리엘을 뿌리치려던 에드가 호위츠.
하지만 순간 놀란 표정의 아리엘을 보자마자….
“미, 미안… 가, 갑자기 마그타 교수님께서 방문하셔서 놀란 것뿐이야.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아… 그렇다면 다행이지. 혹시라도 아프면 꼭 말해줘. 바로 의료실로 데려다줄 테니까.”
아리엘은 진심으로 에드가 호위츠의 상태를 걱정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런 아리엘의 진심 어린 걱정은….
“…고맙다.”
오히려 에드가 호위츠의 얼굴에 모멸감으로 가득 채우는 매개체가 되어 버렸다.
아리엘은 에드가 호위츠의 모습에 걱정하면서 다시 이야기를 진행했다.
“자, 그러면 하넬로네와 밀레나, 에드가와 루이스도 받아들였으니….”
아리엘은 그렇게 말꼬리를 흐리며 내 눈치를 살며시 보더니….
“이제 한 명의 의견만 남았네.”
은근슬쩍 미소를 지어주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던 시원한 미소와 다른 은은한 미소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아리엘의 은은한 미소 속에서….
‘뭔가 꾸미는 게 있는 거 같은데….’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계획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뭐, 아리엘이 무슨 생각을 하든 내 대답은 하나니까.’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후배이니, 선배가 이끄는 대로 따라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