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108)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107화(1108/1201)
아르모니아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던 건 첫날 시험을 끝내고 나서였다.
[고생하셨습니다.]시험이 끝나자마자 뜬금없이 아르모니아의 무감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나는 그런 아르모니아의 무감정한 목소리에….
‘뭐, 내가 한 게 있나. 해답지 옮겨 적은 것뿐인데.’
웃음과 함께 태연하게 대답했다.
전날 갑자기 울먹이는 소리를 내더니, 통신을 차단하고 지금까지 연락이 두절되었던 아르모니아.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왜 갑자기 그런 울음소리를 냈는지….
하지만 나는 묻지 않았다.
물어봐도 정확히 대답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역시 시험 기간이 좋아. 오전에만 바싹 집중하면 나머지는 쉴 수 있으니까.’
두 번째 이유는, 묻는 것 자체가 아르모니아에게 실례인 듯했기 때문이었다.
아르모니아가 울먹거린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한 가지 사실은 확실하다.
그녀의 감정을 촉발시킨 스위치가 나라는 것.
나는 그렇게 판단하며 지금까지 궁금증을 참고, 또 참고, 계속해서 참았다.
다행히 하루 종일 아르모니아가 내게 말을 걸지 않은 덕분에 궁금증을 인내심 안에 완전히 파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내가 평소처럼 능글맞게 말하자….
[…죄송합니다.]‘….’
오히려 아르모니아 쪽에서 먼저 사과하며 다시 내 궁금증의 맥박을 뛰게 했다.
하지만 나는 다시 한번 참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내가 아니더라도 괜찮으니까, 가끔 속마음 정도는 푸는 게 좋아 보여.’
[…명심하겠습니다.]‘명심은 무슨… 나도 너한테 그런 말 할 자격 없는걸.’
[….]솔직한 심정이었다.
아르모니아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진 모르지만, 나도 그녀 못지않게 비밀을 숨기며 살아가는 중이다.
각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자와 사랑을 나눴지만, 비밀까지 나눈 여자는 별로 없었다.
즉, 나는 여자를 만날 때마다 거짓된 존재로 그녀들과 마주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내가 그 여자들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비밀을 최대한 숨기는 것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비밀을 감춘 거짓의 포장이 풀어지는 순간, 관계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르모니아에게 말했다.
‘나중에 괜찮다고 판단하면 그때 말해줘.’
[…알겠습니다.]그렇게 궁금증이 겹겹이 쌓인 채 나와 아르모니아의 대화는 마무리됐다.
..
..
슈트라의 시험 기간은 총 2주일이다.
필기시험 일주일.
실기 시험 일주일.
그리고 전반부를 담당하는 필기시험이….
‘휴우우… 끝났다!!’
드디어 막을 내렸다.
하지만 막을 내린 건 어디까지나 내 필기시험뿐이었다.
나 이외의 학생들은 아직 시험지에 필기구를 휘갈기며 열심히 필기시험을 치르는 중이었다.
나는 그렇게 열심히 손을 놀리는 학생들을 보며….
‘후후… 잘 있거라, 평민들아.’
[….]웃으며 시험지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펜촉이 종이를 사각사각하며 긁는 소리로 가득했던 강의실은 내가 기립하자….
“….”
“….”
먼지 날리는 소리하나 없이 조용해졌다.
다들 손을 멈추고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내 눈에 띄는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루나.
“후….”
루나는 상기된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시험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은 한 사람은….
“으드득….”
이를 갈며 나를 노려보는 루이스였다.
나는 그런 루이스를 보며….
‘자, 노려보지만 말고 덤벼봐!’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무언의 도발을 날렸다.
루이스는 그런 내 모습에 움찔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큿….”
들썩이던 엉덩이를 다시 붙인 뒤, 시험지에 펜촉을 휘갈기기 시작했다.
예전의 루이스였다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나보다 먼저 단상으로 뛰쳐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루이스는 내 도발을 직격으로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존심을 꾹꾹 눌러 담으며 시험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에이… 이제 안 통하네.’
나는 그런 루이스의 모습에 아쉬워하며 단상으로 향했다.
단상에 있던 교수도 내가 시험지를 들고 다가오자 놀란 표정으로 조용히 물었다.
“벌써 끝낸 건가? 제출하면 그것으로 끝이네. 아니지… 이미 서서 여기까지 온 순간 끝난 거지만.”
참고로 교수의 이름은 볼프강 다브렉.
내게 처음으로 벌점을 줬던 교수였다.
“네, 다 풀었습니다.”
“알았네, 이리 주게.”
볼프강 교수는 놀란 표정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변하더니, 내 시험지를 조심스럽게 받았다.
시험 시작 때까지만 하더라도 냉담한 표정으로 학생들에게 컨닝하지 말라며 겁박하던 교수.
그런 교수가 내게 인자한 미소를 지어주는 중이었다.
아리엘처럼 예비 교수를 대하는 태도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내가 아리엘처럼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잔뜩 들어 있는 듯 보였다.
내가 처음 벌점을 선사했던 냉혈한 같은 교수는….
“고생했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하게.”
내가 번지르르한 미소와 함께 격려의 말을 건네줬다.
“감사합니다, 볼프강 교수님.”
나는 그렇게 감사의 말을 남기며 강의실을 나왔다.
나는 즉시 테라스에 가서 아르모니아의 보고를 들었다.
[필기는 공동 1등일 것 같습니다.]‘그래….’
공동 1등.
즉, 상대방도 나처럼 만점일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참고로 상대방은 한 명이 아니었다.
‘루이스도 만점 받을 줄은 몰랐네.’
루나뿐만 아니라, 루이스도 공동 1등에 포함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루나야 내가 몰래 시험지를 빼돌려서 풀게 해줬기에 만점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루이스는 외부의 도움 없이 온전히 자기 실력으로 만점을 받은 것이었다.
나는 그런 루이스의 실력을 보며 감탄하기는커녕….
‘이야… 소원이 중요하긴 중요한 모양이네.’
루이스의 본심을 알기에 비웃을 뿐이었다.
루이스가 저렇게 필사적으로 시험을 치르는 이유는 자신을 위해서도 있지만, 아리엘의 소원을 취하고 싶은 욕망도 있을 것이다.
아니… 지금 기준으로는 소원을 바라는 욕망이 더 큰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중일 것이다.
만약 아리엘의 소원이 걸리지 않았다면 아까 내가 단상으로 나올 때, 녀석도 뛰쳐나갔을 것이다.
‘이미 다 풀었지?’
[수호 님과 비슷한 수준의 속도로 풀었습니다.]루이스는 해답지를 알고 있는 나만큼 비슷한 속도로 문제를 풀어냈다.
즉, 아까 루이스가 내 도발에 걸려서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해도 필기 점수는 만점을 받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아리엘의 소원 때문에 그는 자존심을 버리고, 완벽함을 중시한 것이었다.
나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아쉬운 소리를 냈다.
‘저번처럼 헛짓해서 사고 쳤으면 재미있었을 텐데.’
하지만 루이스도 바보가 아니다.
이미 큰 사고를 친 경력과 더불어서 마그타 교수의 경고까지 겹친 상황.
루이스는 사실상 관심 학생으로 지정되어, 나처럼 교수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몸이 되었다.
그야, 그 눈빛에 들어 있는 감정은 빛과 어둠처럼 완전히 다른 속성을 띄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혼자 테라스에서 쉬고 있자, 두 번째 방문자가 나타났고, 그 방문자는 바로 내 쪽으로 온 뒤에 나를 내려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너무 여유로운 거 아니에요?”
“왔어?”
나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시험 잘 봤어?”
“네, 아주 잘 봤어요. 덕분에요….”
루나는 말꼬리를 흐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누군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담긴 눈빛이었다.
루나가 저렇게 불안해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죄지은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두리번거려.”
나는 루나에게 시험 문제를 건네줄 때, 학생회장에게 받은 족보라는 거짓을 섞어서 건네줬다.
하지만 루나는 그런 거짓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을 삭히지 못했다.
“학생회 분들께서 안 좋아할 수도 있잖아요.”
루나는 내 거짓을 믿었기 때문에 오히려 불안한 것이었다.
내가 족보를 건네줬다는 이유만으로 학생회의 질책을 받을까 걱정하는 것이었다.
“뭐, 안 좋아하면 어때?”
나는 불안한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루나의 손을 잡으며….
“너만 시험 잘 보면 난 다 상관없는데?”
그녀를 안심시켰다.
“하아… 수호 씨가 그렇게 말하니까 더 불안해요.”
“하하….”
루나는 내 말에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녀의 투덜거리는 웃음소리에는 불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루나와 손을 잡은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응?’
세 번째 방문자… 아니, 세 번째로 방문하려는 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긴 웬일이지…?’
학장이었다.
하지만 학장이 아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바로 그것이었다.
분명 눈동자에는 학장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지만, 내 뇌는 그의 모습을 학장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
언제나 친근한 미소로 나를 바라봐 주던 학장.
하지만 지금 나를 바라보는 학장의 모습은 그런 친절한 학장의 모습이 아니었다.
‘뭐지…?’
착 가라앉은 눈으로 나를 응시하는 학장.
그렇게 한동안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던 학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리를 떠났다.
‘뭐야? 그냥 가네…?’
그가 테라스에 방문한 것도 놀라운 사실이었지만, 나를 보고 그냥 지나친 것이 더 놀라웠다.
그와 만난 지 몇 주일이 지난 상황이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찾아갈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나를 보고 그냥 지나쳐 갔다.
‘…오늘 찾아갈까?’
나는 직접 저택에 찾아갈까 고민했지만….
‘아냐. 그만두자.’
학장의 모습을 보니, 무작정 찾아가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차피 실기 시험 볼 때 만날 테니까….’
이번 뇌속성 시험도 학장이 준비했기에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내가 테라스 입구를 응시하며 학장에 대해 생각하자….
“…제 말 듣고 있어요?”
“어?”
루나가 입술을 쭉 내밀며 나를 올려다보는 중이었다.
“역시 안 듣고 있었네요.”
“아, 드, 듣고 있었어!”
“와~ 진짜요…? 마침 저는 까먹었는데, 제가 무슨 말 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아, 그게….”
나는 즉시 치트키를 쓰기로 했다.
‘아르모니아! 무슨 말 했었어?’
아르모니아라면 분명 정신 차리고 루나의 말을 듣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기대는….
[죄송합니다. 저도 학장의 모습을 보느라, 놓쳤습니다.]‘뭣!? 그러면 아까 녹화된 거라도 확인을….’
[가능합니다. 하지만….]아르모니아가 말꼬리를 흐리자, 내 눈동자에 다시 루나의 모습이 그려졌다.
루나의 삐친 얼굴이 눈동자를 넘어서서 내 머릿속까지 강하게 밀려 들어왔다.
그리고 그런 루나의 모습과 함께 아르모니아의 대답이 들려왔다.
[확인해도 늦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확인하시겠습니까?]‘….’
아르모니아의 대답조차 늦어버린 상황.
나는 학장의 변한 모습에 걱정하면서도….
“하하… 나도 까먹었네. 이렇게 된 거 같이 떠올려 볼래?”
“….”
루나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걱정을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
..
학기 시험은 총 2주일간 진행되기에 필기시험과 실기 시험 사이에는 주말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그 주말에 휴식을 취하는 학생은 없을 것이다.
실기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시험을 앞두고 제대로 쉴 수 있는 학생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우, 피곤해.’
나는 무겁게 짓누르는 눈꺼풀에 온 힘을 쏟아 넣으며 간신히 들어 올렸다.
내가 졸린 이유는 시험공부나 시험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 아니었다.
‘어우… 안나랑 이리스 만나러 가는 것도 슬슬 빡세네.’
간만에 레빈에 들렀다 왔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내가 레빈에 들른 주된 이유는 그저 안나와 이리스의 몸이 그리워서가 아니었다.
‘빨리 슈트라에 와라….’
이리스의 행차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워낙 극비로 진행되는 행차라 늦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하아… 내가 직접 나서면 금방 끝인데….’
그렇다고 내가 직접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도 안나와 이리스를 범할 때마다 수면을 쓰며 내 흔적을 숨기는 중이다.
‘그래도 겨울 방학 끝나기 전에는 오겠지.’
다행히 레빈 국왕과 2왕자가 겨울 방학 전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으니, 어떻게 해서든 조만간 출발 날짜를 잡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약간의 위안을 얻으며 한숨을 쉬자, 내 팔뚝을 누군가가 끌어당겼다.
나는 눈을 껌벅이며 내 팔뚝을 확인했다.
내 팔뚝에는….
“잠 못 잤어요?”
루나의 양손이 덮여 있었다.
루나는 양 손바닥으로 내 팔뚝을 주무르며 걱정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자긴 했어.”
“…잘 잤다고는 안 하네요?”
“하하….”
“후우….”
루나는 내 변명에 고개를 절레거리면서도 계속해서 내 몸을 주물러줬다.
그만큼 루나의 눈에는 내가 걱정될 정도로 피곤해 보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루나의 손길을 받다 보니 어느새 주변의 시선이 우리 쪽으로 쏠리는 중이었다.
(와… 부럽다.)
(나도 시험 전에 여자친구한테 저렇게 위로받고 싶네.)
(하아… 아침부터 기운 빠지네.)
부러움과 질투가 가득 담긴 시선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런 시선에도 불구하고 루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팔과 어깨를 주물러주는 중이었다.
루이스가 이 모습을 봤다면 눈동자에 불을 켜고 바라봤겠지만….
‘에이, 아쉽네….’
아쉽게도 루이스는 이 자리에 없었다.
지금 루나의 손길을 받으며 각종 시선을 받고 있는 장소는 강의실이 아니었다.
바로….
<자, 그러면 이곳에서 1학년 풍속성 실기 시험을 진행하겠습니다.>
슈트라 학교에서 멀찍이 떨어진 산악 지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