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112)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111화(1112/1201)
“루나, 잠깐 바람 좀 쐬고 오자.”
“…네.”
루나를 이끌고 동굴 밖으로 나왔다.
밖은 이미 어둠으로 뒤덮여 있었다.
첫날 봤던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들은 오늘도 마찬가지로 밝게 비추는 중이었다.
하지만 루나는 그런 별들을 감상할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그저 기운 없이 땅을 바라볼 뿐….
평소였다면 바로 위로의 말을 건넸겠지만, 나는 루나에게 어떠한 말도 건네지 않고 그저 묵묵히 걸을 뿐이었다.
그리고 루나도 딱히 내게 위로를 원하는 게 아닌 듯이 아무것도 묻지 않고 따라올 뿐이었다.
그렇게 터덜터덜 걷다 보니 어느새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내가 멈춰서고 나서야 루나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높네요….”
이 산맥에서 높아 보이는 절벽 중 하나였다.
순수 높이만 따지면 더 높은 곳도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 있는 절벽도 다리를 떨리게 만들 정도로 높았다.
‘아르모니아, 얼마 정도 걸릴 거 같아?’
[15초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다만 변수까지 따지면 좀 더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좋아….’
자유 낙하 시간이 15초나 걸릴 정도로 높은 절벽.
아름다우면서… 내가 원하는 절벽이었다.
나는 절벽 끝에 섰고, 루나도 자연스럽게 절벽 끝에 서서 주변을 감상했다.
“…오길 잘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좋은 장소네요.”
루나의 말대로 절벽의 높이는 다리를 떨리게 만들었지만, 한편으로 자유의 산맥 절경을 한눈에 담아 볼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절벽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루나의 말에 수긍하지 않고, 그저 냉정하게 말을 꺼냈다.
“흠… 여기서 떨어지면 무조건 죽겠네.”
“…?”
내 뜬금없는 말에 루나는 놀란 표정과 더불어서 불쾌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내가 내뱉은 말은 그저 좋은 분위기를 깬 것이 아니었다.
“수호 씨… 죽는다는 표현 쓰지 마세요. 좋은 버릇 아니에요.”
생뚱맞게 죽음을 논하니 화가 난 듯 보였다.
나는 루나의 분노를 이해했다.
갑자기 루나가 저런 말을 했어도 나도 똑같이 화를 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이해해 줄 뿐, 겉으로는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차피 지금 분노를 풀어줘봤자….
“마법을 쓰면 죽진 않겠어. 하지만 떨어지는 짧은 순간에 손으로 마법진을 그릴 수 있냐가 문제지.”
이제 곧 더 큰 분노를 터트릴 일이 생길 테니까 말이다.
“수호 씨… 갑자기 왜 그래요…?”
분노에 이글거리던 루나의 눈동자가 갑자기 불안한 감정이 안개처럼 자욱하게 깔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루나의 모습을 무시하며 그녀의 불안감을 계속해서 자극했다.
“이렇게 높은 절벽도… 떨어지는 데에 15초 정도 걸리겠네.”
“그래도 루나 너라면 그 짧은 순간에도 집중해서 그릴 수 있겠지.”
“하지만 누군가가 해체술로 방해한다면…?”
“그게 나라면 어떻게 해야 할래…?”
“아무리 손이 빨라도 눈으로 해체술을 펼치면 천하의 학장님이라고 해도 바닥에 떨어지겠지.”
나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런데… 만약 떨어지는 게 나라면 어떻게 할래?”
“다, 당연히 구해야죠! 마법을 쓰면….”
“만약 내가 떨어지면서 너의 마법진을 해체술로 방해하면…?”
“그, 그게 무슨….”
“그러면 무조건 떨어져서 죽겠지. 이왕이면 머리부터 떨어져서 통증 없이 갔으면 좋겠는데….”
나는 계속해서 루나의 머릿속에 불길한 미래를 그려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루나의 불안함은 겉으로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다.
내 팔을 끌어안는 것도 모자라서 내 온몸을 꽉 안으며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이, 이상한 말씀하지 마세요. 왜 그래요…? 그, 그만 해요….”
“….”
“그리고 애초에 시작부터 잘못됐어요!”
“응? 뭔데?”
나는 살짝 상기한 표정으로 루나를 바라봤다.
루나는 그런 내 표정을 바라보며 다부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떨어지는 사람이 수호 씨라면… 일단 같이 떨어지겠죠. 그런 상태에서 마법으로 수호 씨를 구하겠죠.”
나는 살짝 실망한 표정으로 루나의 강렬한 시선을 외면했다.
내가 원하는 정답이 아니었다.
하지만….
‘기분만 따지면 저게 정답 같네.’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내가 원하는 건 내 기분 전환이 아니었다.
나는 절벽 끝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같이 떨어지면… 위험하겠네.”
“그렇죠. 아주 위험하죠.”
루나는 그렇게 대답하며 다시 나를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나는 절벽에서 시선을 거두고, 다시 루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
“…?”
“내가 떨어져 죽는 한이 있어도… 루나, 너만큼은 내가 어떻게 해서든 살려낼 테니까.”
“무, 무슨….”
루나는 아까보다 더 세게 안으며 더 강하게 끌어당겼다.
하지만 나는 그런 루나의 힘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미끄러지듯 빠져나왔다.
“흐으읏! 자, 잠시만요!!”
끌어당기던 루나는 내가 갑자기 빠져나가자 휘청거렸다.
다행히 휘청거릴 뿐, 넘어지지는 않았다.
루나는 휘청거리면서도 내 쪽으로 달려왔다.
하지만 루나가 나를 잡기 전에 재빠르게 절벽 끝에 선 뒤에 절벽을 등지고는 루나 쪽을 바라봤다.
루나는 절벽 끝에 선 나를 보고는 움찔하며 멈춰 섰다.
나는 뒤꿈치를 살짝 삐끗하는 것만으로도 떨어질 수 있는 절벽 끝에 서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루나가 딱 세 걸음만 걸어오면 잡을 수 있는 거리.
루나는 그 짧은 거리를 두고 멈춰 선 뒤 양손을 뻗은 채 내게 간절히 애원했다.
“수호 씨… 장난치지 마세요! 나 진짜 화낼 거예요! 이상한 짓….”
얼마나 간절했는지 그녀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루나의 눈물이 담긴 애원에도 불구하고 덤덤하게 대답했다.
“루나 걱정하지 마.”
“아….”
내 말에 안도하는 루나.
하지만 내가 그 뒤에 이어서 한 말은 루나의 얼굴에 암담한 그림자를 짙게 뿌려댔다.
“모든 게 내 책임이고, 죽어도 절대 너를 원망하지 않을 테니까.”
“무…!”
그리고 루나의 흑연처럼 어두워진 표정을 보며 상체를 뒤로 기울였다.
그 순간 내 고개가 하늘로 향했고, 루나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진 순간….
“꺄아아악!”
귀청이 터질 정도로 큰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비명과 동시에 중력이 사라진 듯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가벼움은 단 1초도 가지 않았다.
“크읏!”
루나의 신음 소리가 목덜미 쪽에서 들리며 가슴팍에 통증이 아려왔다.
내가 몸을 뒤로 기울이자마자 루나가 바로 나를 향해 달려든 것이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순간….
‘이야… 이게 이때 터지네.’
갑자기 내 몸이 느릿느릿해지며 떨어지는 순간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타임 블렛]-
확률적으로 1초를 10초의 시간처럼 느끼게 해주는 스킬.
원래는 민하연의 스킬이었지만,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에넬로 배워 놓은 스킬이었다.
나는 허탈하게 웃었다.
‘위험하긴 하지….’
나는 그렇게 웃으며 품에 안긴 루나의 상태를 확인했다.
절박한 표정으로 내 시선을 바라볼 생각도 못 한 채 한 손으로 나를 껴안고, 남은 한 손으로 마법진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내 눈에는 느릿하게 움직이는 루나의 손이었지만, 저대로 놔두면 땅에 곤두박질치기 전에 마법진을 완성할 것이다.
나는 느릿하게 움직이는 루나의 마법진을….
‘…미안.’
쓰린 마음을 간신히 삼키며 해체술을 구사했다.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봐도 내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타임 블렛까지 발동된 지금은….
“!?”
루나의 손은 절대 내 눈을 이길 수 없었다.
루나는 마법진 테두리조차 완성하지 못한 채 내게 파훼 당했다.
마법진 구사가 시작도 하기 전에 터져나가자, 루나는 절망한 눈으로 나를 흘겨봤다.
루나가 나를 흘겨보는 눈빛조차 느릿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느릿한 순간도 결국 끝이 존재했다.
‘10초. 끝.’
나에게 주어진 10초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루나의 1초가 지나갔고….
“수호 씨이이이!”
루나는 비명의 비명 소리가 내 심장을 터트릴 듯이 크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나는 그런 루나의 비명에도 불구하고….
“괜찮아, 루나… 실패해도 원망하지 않을 거니까.”
태연하게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자유 낙하를 맛보기 시작했다.
나는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 것을 염려해서 양팔을 벌린 채 루나의 신체에 어떠한 결박도 하지 않았다.
“이이익!”
하지만 정작 루나는 같이 죽겠다는 다짐을 보여주듯 나를 꼭 끌어안았다.
‘…설마 아니겠지.’
낙하 속도가 붙기 시작했지만, 루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었다.
혹시라도 두려움에 잠식된 루나가 마법진 구사 자체를 포기한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루나가 실패하는 건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루나가 실패를 두려워하며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최악이지.’
이 상황을 만든 내가 최악의 한 수를 뒀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내가 이런 상황을 만든 이유는 단순했다.
‘위기 속에서 마법진을 성공했으니까.’
루나가 유일하게 허공 마법진을 성공했다고 말한 상황이 일생일대의 위기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지금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위기였지만, 나는 루나에게 최악의 상황이 올 것이라는 믿음도 심어줬다.
즉, 나는 최선을 다해서 루나에게 내가 죽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준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 상황을 만든 것도 실수였고, 루나에게 제대로 된 믿음도 심어주지 못했다면….
‘아르모니아, 내가 실수한 거면… 어떡하지…?’
[….]무서웠다.
내 이런 시도 자체가 애초에 루나에게 하등 쓸모없는 짓이었고, 오히려 루나에게 트라우마 같은 상처만 입힌다면….
‘빨라지네….’
이제 루나의 두려움은 나의 두려움이다.
어느새 5초가 지났고, 점점 속도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도 죽을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슬슬 나도 루나를 구할 수 있는 마법진을 떠올려야 했다.
하지만….
‘…이제 8초.’
나는 루나에게 큰 실수를 한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지배되어 쉽사리 머리를 굴릴 수 없게 되었다.
내가 그렇게 정신을 놓고 있는 순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아르모니아의 목소리가 내 정신을 일깨워 줬다.
‘응?’
[루나 슈타트펠트는….]나는 아르모니아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그제서야 루나의 얼굴을 확인했다.
나는 지금까지 루나의 손가락만 바라보고 있었다.
첫 시도 후에 당연히 몇 차례 더 마법진 구사를 시도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루나는 첫 시도를 실패한 시점에서….
“크으읏!”
“!?”
나를 향해 강렬한 눈빛으로 응시하는 중이었다.
그저 내게 애원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하고 있었구나!’
루나는 처음부터 내 품속에서 내 얼굴을 너머를 바라보며 허공 마법진 구사를 시도하는 중이었다.
‘10초!’
이제 중간을 지났다.
처음 뛰어내릴 때보다 몇 배는 빨라진 속도로 땅을 향해 돌진하는 중이었다.
나는 루나의 열정을 느끼며 두려움을 싹 거둬냈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한 마법진을 떠올렸다.
살고 싶다.
루나가 실패하더라도 상관없다.
루나가 내게 욕설을 내뱉으며 모질게 대하더라도 상관없다.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시도는 했으니까….’
루나의 시도를 끌어낸 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만족했다.
나는 마법진을 구사하기 전에 루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를 건넸다.
“노력해 줘서 고마워.”
“!?”
내 한마디를 들은 루나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나를 꽉 끌어안았다.
나는 그런 루나의 모습에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며 마법진을 구사했다.
그리고 그 순간….
“응?”
나와 루나의 몸이 바람의 침대에 파묻힌 것처럼 허공에 멈췄다.
하지만 정작 마법진을 구사한 나는 놀란 표정으로 루나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아르모니아… 착각 아니지…?’
[다행히 착각은 아닌듯합니다.]내 마법진은 루나의 뒤편에 그려졌지만, 발동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멍한 표정으로 루나의 얼굴을 확인했다.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나와 다르게 루나는 눈물이 고인 눈동자로 나를 노려보며 씩씩거렸다.
“고맙다는 말… 기대하지 마세요. 나 진짜… 화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