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114)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113화(1114/1201)
“딴청 부리지 마세요. 수호 학생… 학교 떠나려는 거 맞죠?”
다그치는 듯한 소냐의 말에 나는 순간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말문이 막힌 이유는, 비슷한 말을 전에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번이랑 똑같은 말을 하네.’
소냐는 저번에도 내게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똑같은 말을 할지언정 그때와 지금의 분위기는 천지 차이였다.
전에는 의문으로 가득했던 질문이었다면….
“문제가 있으면 있다고 말을 해줘요. 그래야 해결하죠.”
지금은 사실상 확신으로 가득한 질문이었다.
일단 소냐가 왜 저런 말을 꺼내는지는 대충 알 것 같았다.
‘그렇게 티가 났나?’
오늘 보여줬던 내 행동 때문일 것이다.
나와 루나가 공식적인 연인 사이라고 해도 결국 같은 동급생이자, 학생이고, 라이벌 관계이기도 했다.
그런 관계임에도 순순히 순위를 넘겨버리니 소냐의 눈에는 내 행동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소냐의 태도를 보며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루나도 이상하게 봤겠네.’
루나의 눈에도 내 행동은 소냐처럼 이해할 수 없는 행동처럼 비춰졌을 것이다.
사실 진작에 조심했으면 됐을 일 같겠지만….
‘그 정도는 그냥 넘어갈 줄 알았는데….’
내 입장에서는 루나에게 양보하더라도 이상해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입장은 다른 모양이었다.
아니, 두 사람뿐만이 아니라….
[이곳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 전원이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이 학교에 머무는 모든 사람의 입장도 두 사람과 똑같은 것이다.
내게 슈트라 학교는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정차역일 뿐이지만, 이곳 사람들에게 슈트라 학교는 천국의 문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단 한 명만 입장할 수 있는 문.
천국으로 향할 수 있는 기회를 자기 발로 차는 놈을 정상으로 볼 리가 없다.
‘조심해야겠네.’
루나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안도감 때문에 나도 모르게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푼 모양이었다.
나는 다시 긴장의 끈을 잡아당기며 소냐에게 대답했다.
“하하하…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그런 일 없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소냐는 내 대답에도 불구하고 굳은 표정을 풀 생각이 없어 보였다.
즉, 내 말을 믿을 생각이 없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굳은 표정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던 소냐는….
“후우우…. 저녁에 실기 시험 볼 학생을 계속 붙잡아 둘 수는 없죠.”
깊게 한숨을 내쉬며 나를 풀어줬다.
참고로 소냐가 한 말의 의미는 내게 아주 잘 전달되었다.
‘나중에 보자는 거구나….’
내 말을 믿을 생각 없고, 시험 끝나면 제대로 캐묻겠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나는 불퉁한 표정의 소냐에게 배웅을 받으며 연구실을 나왔다.
나는 기숙사로 향하며 또 다른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합리적인 이별….’
제일 큰 난관이라고 생각했던 루나의 약속을 해결하자마자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오히려 임무의 핵심인 루이스 쪽이 우습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 녀석은… 대충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면 그만이니까.’
지금 계획대로라면 루이스는 알아서 망가질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임무를 완료한 뒤, 슈트라를 떠나는 방식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퇴학은… 좀 그렇지. 휴학도… 이미 한 번 해서 보기 좋지는 않아. 실종은… 최악이지.’
하지만 좀처럼 괜찮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하며 기숙사로 향하는 길에 무수히 많은 학생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하아, 실기 시험 너무 싫어….)
(나도… 필기는 잘 본 거 같은데….)
(부속성까지 망하면….)
평소에는 깔깔거리며 웃던 학생들이었지만, 시험 직후라 그런지 웃음을 띤 학생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루나도 저렇게 긴장하는 중이겠지?’
그만큼 학생들에게 슈트라 학교 시험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 와중에 내 귀를 잡아끄는 대화도 들려왔다.
(이번 화속성 시험 어땠어?)
(말도 마…. 나 지금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어.)
화속성 실기 시험.
최대한 많이 장작을 태워서 숯으로 만드는 황당한 시험.
(그냥 나무 태우는 거잖아. 그게 어려울 게 있어?)
하지만 정작 그 시험을 치른 당사자들은 전혀 웃지 못했다.
(네가 나흘간 쉬지 않고 나무 태워봐. 어렵지 않나.)
(아….)
풍속성 시험이 나흘간 최대한 많은 리베르를 잡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화속성 시험은 나흘간 최대한 많은 장작을 태우는 것이 목적이었다.
(물을 얼마나 먹었는지 시험을 시작하자마자 주변에 산불 난 것처럼 수증기가 피어올랐어.)
그것도 며칠간 물속에 푹 담가졌던 장작을 말이다.
하지만 그런 수증기와 연기는 참을 만했던 모양이었다.
진짜 문제는 마나.
(절반 이상이 기절했을 정도였어….)
나흘간 쉬지 않고 막무가내로 마법을 사용하다보니 마나 탈진 학생이 속출한 모양이었다.
참고로 처음 듣는 시험 내용이었다.
즉, 교수 측에서 이번에 새로 만들어 낸 시험이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시험 내용을 듣는 즉시 시험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었다.
‘초반부터 함정이네.’
물에 젖은 장작을 숯으로 만들어라.
시험 내용만 들으면 강한 화력으로 장작을 빠르게 태우는 게 목적처럼 보이겠지만….
‘적은 화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서 물을 증발시키는 게 핵심이네.’
실제로는 장작의 물을 효율적으로 빼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일단 물만 빼내면 장작은 쉽게 불에 탈 테니 말이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간단한 상식이었지만….
‘쟤들도 고생했겠네.’
시험을 보는 당사자들은 긴장감 때문에 그런 간단한 상식을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바둑판 위에 돌을 올리는 사람은 자신의 실수가 보이지 않지만, 옆에서 보는 사람은 쉽게 실수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하지만 그런 하드코어한 시험을 무식한 방법으로 박살 낸 존재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화속성 실기 1등… 장난 아니었다며…?)
(어, 루이스… 걔 때문에 교수님들도 놀랄 정도였어.)
나흘 동안 쉬지 않고 화속성 마법을 쏟아낸 루이스.
중간에 딱 한 번 마나 탈진으로 잠들긴 했지만, 다시 일어나서 시험을 마칠 때까지 쉬지 않고 장작을 태운 모양이었다.
남들 눈에는 열정적으로 시험에 임하는 학생처럼 보였겠지만….
‘미친놈… 무슨 소원을 빌려고….’
내 눈에는 아리엘의 소원에 환장한 미친놈처럼 보일 뿐이었다.
나는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광인처럼 화속성 마법을 난사하는 루이스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아리엘이 이 소식을 들으면 무슨 표정을 지으려나….’
나와 루이스, 둘 중 1등 한 한 명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한 아리엘.
이 소식은 분명 아리엘에게도 전해질 것이다.
아리엘은 과연 이 소식을 듣고 무슨 표정을 지으며,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소원 빌 때, 유령 상태로 몰래 봐야지.’
루이스의 소원을 들은 아리엘의 당혹스러운 표정과 감정을 상상하며 피식 웃었다.
그렇게 웃다 보니 어느새 내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클라우디아가 환호하며 나를 반겨줬다.
“드디어 왔냐!! 혼자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어!!”
참고로 클라우디아는 알몸 상태가 아닌 드레스를 입고 나를 맞이해 줬다.
익숙한 형태의 드레스.
나는 클라우디아의 인사를 받아주는 것과 동시에 물었다.
“옷은 어때요? 괜찮아요?”
“옷?”
클라우디아는 내 물음에 춤추듯 몸을 빙그르르 돌리더니,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주 좋아. 나흘 동안 막 입었는데도 어디 뜯어지는 곳 하나 없더라.”
“다행이네요.”
클라우디아가 입고 있는 드레스는 그녀가 영혼 상태일 때 입고 있는 드레스와 동일한 디자인이었다.
클라우디아는 내 앞에서 드레스를 펄럭이며 혼자 춤추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클라우디아의 춤을 보며 감상했다.
마치 아빠 앞에서 딸이 재롱부리는 듯한 그런 장면이었다.
한동안 춤에 빠졌던 클라우디아는 춤을 마무리하며 양손으로 드레스를 들어 올렸다.
어떻게든 우아한 자세를 유지하려는 클라우디아였지만….
“춤춰 본 적 없죠?”
클라우디아의 춤솜씨와 마지막 자세는 엉성하기 그지없었다.
클라우디아는 내가 웃음소리를 듣자마자, 씩씩거리며 발바닥으로 바닥을 쾅쾅 찍었다.
“이이익! 그래! 없다! 내가 살던 시대에는 춤을 춘다는 것 자체가 욕먹을 짓이었어!”
삐친 듯한 모습의 클라우디아.
하지만 나는 그런 클라우디아의 모습을 보며 미안한 표정이 아닌 흐뭇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도 루나 만나기 전에는 없었어요.”
“….”
나도 루나를 만나기 전에는 연회용 춤을 춘 적이 없었다.
루나가 내 첫 파트너가 되어줬고, 그녀 덕분에 춤을 배울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루나와의 과거를 회상하며 클라우디아에게 한마디 건네줬다.
“나중에 학장님한테 배우세요.”
“푸우웃! 그 양반이 춤을…? 오히려 내가 가르쳐 줘야 할 거 같은데…?”
클라우디아는 학장을 떠올리듯 눈을 감으며 내 앞에서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상상만으로 즐거워 보이는 클라우디아의 웃음.
하지만 내 얼굴은 그런 클라우디아의 모습에 오히려 미소가 거둬지기 시작했다.
나는 통신이 아닌 진짜 속마음으로 나 자신에게 묻기 시작했다.
‘학장은 왜 그런 표정을 지었을까?’
아르모니아에게도 묻기 힘든 질문이었다.
학장이 바라는 건 클라우디아의 생환이 아니라… 진짜 죽음인 걸까…?
오히려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이 방법이… 틀렸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는 그런 고민에 빠지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내가 갑자기 이렇게 고민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분명 오겠지.’
학장은 분명 부속성 시험을 치를 때, 내 앞에 나타날 것이다.
내 부속성은 뇌속성이고, 이번에도 뇌속성 시험을 만드는 건 학장일 테니 말이다.
혹시라도 시험만 만들고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오겠지….’
그리고 그 표정을 생각하면… 분명 학장은 나타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시험을 앞둔 상황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오답이면 어떻게 하지…?’
눈을 감은 채 행복한 미소로 혼자 춤을 추는 클라우디아.
클라우디아의 행복은 학장과의 만남 뒤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오히려 내 선택으로 인해 클라우디아의 남아 있던 행복마저 앗아가 버리는 건 아닐까?
나는 그런 고민을 하며 클라우디아를 구경했다.
그렇게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불안해하지 마.”
“네…?”
어느새 클라우디아가 춤을 멈춘 채 나를 응시하는 중이었다.
클라우디아는 평소와 다르게 여유로운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 눈과 귀를 간지럽혔다.
“그 양반이 나를 어떻게 취급하든 나는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됐어.”
클라우디아는 내가 무슨 고민을 하는지 내 표정만 보고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제가 괜한 짓을 한 거라면….”
이건 결정을 다시 번복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내 선택 하나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뒤바뀔 수 있는 ‘현실’이었다.
나 하나만 배드 엔딩으로 향한다면 나는 언제든 선택을 감내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것이 클라우디아의 배드 엔딩을 결정하는 선택지였다면…?
그리고 루나와 카린, 소냐, 안나, 이리스 등등… 내가 사랑하는 여자들의 배드 엔딩이라면…?
나는 과연 그 ‘현실’을 감내할 수 있을까?
그렇게 다시 멍한 표정으로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순간이었다.
“후우… 너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
갑자기 클라우디아의 한탄이 섞인 목소리에 번뜩 차리고 그녀를 바라봤다.
‘착해? 뭔 소리…?’
클라우디아는 평소에 어리광이 담긴 목소리가 아닌 연장자의 여유로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지금 이렇게 줘놓고 또 걱정한다고…? 너 바보야…?”
“아니, 바보라뇨….”
순간 화날 뻔했다.
착하다더니, 갑자기 또 바보는 왜 나와….
클라우디아는 발끈하는 내 모습에 피식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인자한 미소를 나를 올려다봤다.
예전에는 꿀밤을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말괄량이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내 마음에 안식을 흘려 넣어줄 정도로 인자한 모습이었다.
“너는 내게 잘못된 선택으로 실수하지 말라고 했지?”
“그렇…죠.”
전에 클라우디아에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조언한 적이 있었다.
학장을 위해서 혼자 결정하는 행위가 더 큰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성 조언이었다.
“너는… 다시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선택의 기회를 내게 주고, 더 나아가서 실수하지 않게 바로 잡아줬어.”
“….”
“그것만으로 나는 너에게 평생 갚아도 갚을 수 없는 은혜를 받은 셈이야. 그러니까….”
클라우디아는 내 등을 두드리며 말을 마쳤다.
“그런 표정 짓지만…. 너한테 아무것도 주지 못했는데, 슬픔까지 주고 싶지 않아.”
“….”
클라우디아의 목소리와 등을 두드리는 그녀의 손바닥.
클라우디아의 두 가지 위로가 휘청이던 내 감정을….
“…고마워요.”
강하게 묶으며 지탱해 줬다.
그리고 클라우디아의 지탱 덕분에 결정할 수 있었다.
나는 평소처럼 쾌활한 표정과 함께 클라우디아를 보며 말했다.
“클라우디아.”
“응.”
“준비하세요.”
“엥? 준비라니…?”
이제 학장과의 약속을….
“저는 숙제 미루는 거 딱 질색이거든요. 시험이랑 숙제… 오늘 전부 마무리하죠.”
매듭지어야 하는 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