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122)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121화(1122/1201)
백지 수표.
그저 펜을 몇 번 휘적이는 것만으로도 천금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알려진 마법의 종이.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 된다.
백지 수표는 받은 사람에게 마법을 부여하는 게 아닌 건네준 사람에게 마법을 부여하는 종이이다.
적은 금액을 적으면 수표를 받아들이고, 높은 금액을 적으면 수표를 찢어 버리면 그만이다.
백지 수표를 받은 사람이 빡쳐서 소문을 내서, 백지 수표를 내민 사람의 신용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냐고?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사람들의 동정심은, 신뢰보다 둘 중 누가 더 이기적인지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인정하며 백지 수표를 건넸지만, 너무 높은 금액에 거래를 중지한 사람.
상대방의 인정을 받아놓고 허무맹랑한 금액을 적어 넣고, 심지어 소문까지 낸 사람.
사람들의 눈에 누가 더 이기적으로 보일지는… 굳이 판가름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소원도 마찬가지다.
강제성이 없고, 심지어 재미 삼아 건네준 소원에 허무맹랑한 소원을 적어 넣는다면…?
그 자리에서 찢어 버리면 그만이다.
소원을 빈 사람은 허무맹랑한 소원을 빌었다는 사실에, 창피해서라도 그 사실을 주변에 퍼트리지 못할 것이다.
만약 소문을 낸다고 해도 큰 문제가 안 된다.
사람들의 동정심은 소원을 들어주는 사람에게 향할 테니까 말이다.
소원도 백지 수표와 비슷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즉, 소원을 비는 루이스는… 소원을 들어주는 아리엘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을’이다.
그리고 소원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더 있다.
“그… 제 소원은… 선배… 좋아해요. 저랑 사귀어 주세요.”
소원 안에 자신도 모르게 욕망을 담아낸다는 것이다.
소원을 들어주는 사람은 원하지 않아도 그 욕망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상대에 따라 그 욕망을 받아들이는 감정도 다른 법이다.
아리엘은 루이스의 욕망을 엿보자마자….
“…뭐라고?”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불쾌한 표정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그런 아리엘의 표정에 당황해하는 루이스.
“어… 그게… 선배… 아니, 회장… 제가 회장을 좋아하는데….”
나는 영혼 상태로 루이스를 보며 폭소를 터트렸다.
(이야… 진짜 하네~)
사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루이스라면 저런 소원을 빌 것이라고.
오히려 순화된 버전이라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아리엘의 반응은 내가 예상한 것과 살짝 달랐다.
(생각보다 반응이 쎄네?)
내가 아는 아리엘이라면 루이스의 고백을 받아도 차분하게 거절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아리엘은….
“하아… 내기에 넣어달라고 계속 달라붙더니… 그런 소원 빌려고 한 거였어?”
“회, 회장,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건 아니지만, 소원을 빌었네?”
“윽….”
불쾌함을 정화 없이 고스란히 드러내는 중이었다.
나는 아리엘의 불쾌한 표정을 구경하며 이유를 추측하기 시작했다.
(술에 취해서 그런가? 아니, 에드가 호위츠 때문에 그런 걸 수도 있고….)
내 입장에서는 아리엘이 어설프게 벽을 치는 것보다 저렇게 철벽을 치는 쪽이 좋긴 하다.
상대방을 배려한답시고 어설프게 벽을 치면 겉보기에는 마음이 있어 보기니까 말이다.
하지만 정확한 이유를 알고 싶었다.
내가 아는 아리엘은, 무례하더라도 상대방을 어느 정도 배려하는 편이다.
아까 에드가 호위츠에게 화를 낼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리엘은 에드가 호위츠의 모욕적인 언사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분위기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그런 그녀가 어금니를 드러내며 분노한 이유는 자신의 모욕 때문이 아니었다.
나를 향한 모욕 때문이었다.
하지만 루이스의 고백은?
(그냥 고백 자체로 기분이 나빠진 건가?)
정확한 아리엘의 역린이 뭔지 알고 싶었다.
그래야지 나도 실수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주의 깊게 두 사람의 대화를 관찰했다.
루이스는 정화 없이 불쾌함의 독기를 내뱉는 아리엘의 모습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똑같이 불쾌한 표정으로 응수하기 시작했다.
“제 고백이… 그렇게 기분 나빴나요? 회장…?”
평소 가지고 있던 자만심과 더불어서 취기까지 더해진 탓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아리엘은 루이스의 표정에 한숨을 쉬며 불쾌함을 거둬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루이스에게 설교하기 시작했다.
“상대방에게 고백하는 거…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 아니, 나쁘지 않은 게 아니지. 오히려 용기 있는 행동이기에 칭찬받아 마땅한 행위이지.”
“그럼 어째서….”
“아니, 일단 나부터 물어볼게. 왜 나한테 고백한 거야? 혹시 나를 통해 고백 연습한 거야? 그거라면 화낸 거 사과할게.”
오히려 고백 연습이 더 화내야 하는 포인트 같았지만, 아리엘은 진심으로 그쪽이 낫다는 표정을 짓는 중이었다.
“다, 당연히 아니죠! 저는 회… 선배를 좋아해요! 진심입니다!”
“그래… 일단 화내야 하는 건 맞네.”
“읏….”
“그럼 고백한 이유는?”
갑자기 취조 분위기로 탈바꿈한 고백 타임.
(와씨… 팝콘 땡기네.)
나는 스릴러 영화를 감상하는 것처럼 몰입하며 관람했다.
루이스는 횡설수설하듯 대답했다.
“다, 당연히 선배를 좋아하니까죠!”
“좋아하는 여자 있다면서 상담해달라고 했잖아. 지금 와서 상대가 바뀌었다고?”
“…처음부터 선배였어요.”
“뭐?”
“처음부터 선배였다고요. 선배랑 친해지고 싶어서 상담을….”
“…맙소사.”
아리엘은 두통을 느끼듯 이마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취조는 끝나지 않았다.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지 못하겠어. 진짜 나를 좋아했다고?”
“…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하넬로네나 밀레나를 좋아하는 게 정상이잖아.”
“….”
아리엘은 농담으로 내뱉은 말이 아니었다.
진심이 담겨 있었다.
(하긴… 나랑 만날 때도 저렇긴 했지.)
아리엘의 미모는 남자의 눈을 홀릴 정도로 아름답다.
심지어 그녀의 남동생조차 미소년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 정도로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었다.
유전적으로 미(美)를 갖춘 여자다.
그런 미모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녀가 자신의 매력을 모르는 건 바로 성격 때문이다.
철벽이 본능이 성격에 새겨진 탓에 주변에서 접근할 용기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아리엘은 고백을 받아보지 못했고 당연히 자신의 매력도 감지하지 못한 것이었다.
거기다 사교성까지 결여되어서 친구조차 없었다.
그 탓에 자기 매력을 객관적으로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애초에 알았으면 나를 더 경계했겠지.)
예전에 아리엘이 내 데이트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자신을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책임감이 있어도 그런 데이트를 순순히 받아들일 여자는 별로 없을 테니까.
루이스는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저는 하넬로네 선배랑 밀레나 선배가 아닌… 아리엘 선배를 좋아합니다.”
“….”
다시 한번 눈썹을 꿈틀거리는 아리엘.
불쾌함이 다시 슬슬 피어오르는 중이었다.
하지만 불쾌함을 최대한 꾹꾹 누르면서 차분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일단… 아까 화낸 건 미안해.”
“괘, 괜찮아요. 그런데… 갑자기 화를 내신 이유가…?”
“후… 내가 화낸 이유는 두 가지야.”
아리엘은 팔짱을 낀 채 차분하게 대답했다.
“불순한 의도를 품고 고백한 거라고 생각했어.”
“부, 불순…?”
움찔하는 루이스.
이걸로 확실해졌다.
(불순한 새끼….)
저 새끼는 불순… 아니, 역겨운 의도를 가지고 아리엘에게 고백한 것이다.
하지만 아리엘이 말하는 불순한 의도는, 루이스가 품고 있는 역겨운 의도와 전혀 달랐다.
“내가 가지고 있는 수석 졸업을 이용하려는 건 줄 알았어.”
“아…!”
그제야 아리엘의 분노가 이해가 갔다.
교수가 얼마나 막강한 권력을 지녔는지는 지금 아리엘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리엘은 아직 교수가 되지 않았음에도 호텔에서 엄청난 대우를 받았다.
아리엘은, 루이스가 교수가 된 자신을 이용하기 위해 고백했다고 착각한 것이었다.
그래서 화를 냈고….
루이스는 아리엘의 대답을 듣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제가 그런 파렴치한 생각을 했을 리가 없잖아요. 그래도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네요.”
다시 예전처럼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러고는 자세를 잡고 아리엘에게 기분 나쁜 중저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러면 다시 정식으로….”
누가 봐도 다시 고백하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루이스의 고백은 다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직 한가지 말하지 않았어.”
“아… 그, 그렇죠. 두, 두 가지라고… 하하….”
루이스는 얼굴을 찌그러뜨리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리엘은 그런 루이스의 모습에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내가 진짜 화난 이유는 두 번째 이유 때문이고, 오해가 아니기에 완전히 화를 푼 것도 아니야.”
“무, 무슨 이유이길래….”
“내가 화낸 이유는… 네가 상대방의 호의를 이용해서 고백했기 때문이야.”
“아…!”
아리엘은 눈을 치켜뜨며 엄중한 목소리로 루이스를 다그쳤다.
“아무리 고백이 용기 있고, 신성한 행위라고 해도… 상대방의 호의를 방패 삼아 성공한다면 그건 치졸한 행위일 뿐이야.”
“윽….”
루이스는 다시 인상을 찌그러뜨리며 움찔했다.
자신의 고백을 치졸한 행위로 치부하는 아리엘.
하지만 루이스는 그녀의 말에 인상을 찌푸릴지언정 입술을 열지는 않았다.
아리엘은 그런 루이스의 모습을 무시하며 계속 훈계했다.
“고백도 전쟁과 다를 게 없어. 결과만 좋다고 끝이 아니야.”
“윽….”
“자신의 용기만큼 상대방의 마음도 존중해 줘. 그런 식으로 마음을 얻어도 네 손에 들어오는 건 여기저기 상처 난 마음뿐일 테니까.”
“큭… 네… 죄송… 합니다.”
“그래… 내 말 잘 알아들었길 바랄게.”
아리엘은 몸을 돌려서 여자 펜트하우스 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걸어가던 아리엘은 펜트하우스에 들어가기 전에 멈추더니, 루이스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소원은 이루어 준 걸로 할게. 내가 오늘 일을 잊어버리는 게 너의 소원일 테니까 말이야.”
아리엘은 그렇게 냉정한 한마디만 남기로 펜트하우스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남겨진 루이스는….
“이… 씨발… 내가… 이런 모욕을….”
얼굴을 찌그러뜨리며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다행히 주변이 뻥 뚫린 스카이라운지라 고함을 지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씨발….”
하지만 루이스는 고함조차 지르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더 비참한 듯 욕설을 계속 읊었다.
루이스는 그렇게 욕설을 내뱉으며 남자 펜트하우스로 향했다.
나는 방으로 돌아가는 루이스를 보며….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재빠르게 내 방으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몸을 되찾은 뒤, 빠르게 방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방을 나가자….
“윽….”
얼굴이 잔뜩 구겨진 루이스와 마주할 수 있었다.
나는 실실 웃는 표정으로 루이스를 보며 물었다.
“뭐냐? 무슨 일 있었냐?”
“…꺼져.”
대놓고 나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루이스.
나는 그런 루이스를 보며 혼잣말하듯 흥얼거렸다.
“고백하고 차인 표정이네.”
“무…!”
루이스는 경기를 일으키듯 움찔거리며 몸을 돌려서 내게 향했다.
그렇게 다가오며 나를 향해 험악한 목소리를 흘렸다.
“씨발,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았어!?”
“…진짜였냐?”
“!?”
흉신악살 같던 얼굴이 순식간에 멍청이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런 루이스를 보며 낄낄 웃었다.
“푸웃… 진짜로 아리엘 선배한테 고백한 거였어? 푸하하….”
“이… 이이… 씨발… 입… 닥쳐…!”
내가 놀리듯 말하자, 루이스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새빨갛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술에 취한 데다가 고백도 까이고, 심지어 고백한 상태에게 훈계까지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게 놀림당하는 루이스.
예전의 루이스였다면 진작에 마법을 난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내게 갖은 굴욕을 당하며 인내심을 키워온 루이스는….
“씨발….”
욕설로 굴욕을 한 번 더 참아내며 방으로 향했다.
‘그냥 보내는 건 섭섭하지.’
나는 재빠르게 목소리를 내서 루이스를 멈춰 세웠다.
“야, 잠깐만 기다려.”
“….”
내 목소리에 움찔하며 멈춘 것을 보면 말 잘 듣는 강아지가 되는 것도 머지않은 듯 보였다.
나는 그런 루이스를 보며 씩 웃어 보였다.
“너, 소원 빌미로 선배한테 고백한 거지?”
“윽….”
“반응 보니까 맞네.”
“씨발, 적당히 해라, 참아주는 것도….”
나는 분노를 토하는 루이스의 모습을 무시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리엘 성격상 소원을 빌미로 고백하면 들어줄 줄 알았는데… 안되나 보네.….”
“너 이 새끼… 지금 뭐라고….”
“아, 됐어. 너한테 볼일 끝났으니까, 이제 돌아가.”
“이… 이이… 씨발!”
루이스는 내게 반항심을 드러내듯 욕설을 크게 내지르며 자신의 방으로 뛰어가더니, 문이 부서질 정도로 세게 닫으며 들어가 버렸다.
나는 그렇게 펜트하우스 거실에 혼자 남은 채….
‘좋아, 그러면… 슬슬 시작해 볼까나~’
연금술 리스트를 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