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124)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123화(1124/1201)
제비 뽑기.
시대와 지역, 심지어 우주 공간까지 초월할 정도로 공정성을 갖춘 시스템.
직원이 들고 있는 나무 조각은 총 여섯 개로, 손잡이는 전부 황색인 반면에 끄트머리 쪽은 색이 세 종류로 나누어져 있었다.
빨강, 파랑, 초록.
세 가지의 색깔이 정확히 두 개씩 존재했다.
룰을 설명하지 않아도 보는 순간 완벽하게 룰을 이해할 수 있는 형태였다.
“자, 그러면….”
직원은 우리의 표정을 보고 설명이 필요 없다는 것을 확인하며 바로 나무 조각 여섯 개를 검은 통에 넣어 버렸다.
그러고는 재빠르게 휘저으며 나무가 부딪히는 가락 소리를 요란스럽게 냈다.
그렇게 검은 통을 흔들기를 5초.
촤락!
“자, 한 분씩 뽑아주세요.”
이번에도 설명 없이 진행하는 직원.
하지만 그의 무차별적인 진행 덕분에 지루함이 자리 잡을 틈이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재빠른 진행에도 불구하고 다들 눈치를 보며 쉽사리 손을 뻗지 못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뽑기가 아니라, 눈으로 팀을 정하는 중이네.’
다들 팀이 되고 싶은 멤버를 향해 강한 시선을 보내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미로를 빠르게 진행하고, 길 찾기에 재능이 있다고 해도 최소한 1시간 이상은 소요될 것이다.
한번 팀이 되면 최소 1시간에서 최대 3~4시간까지 단둘이 붙어서 돌아다니게 될 것이다.
몇 시간 동안이라고 해도, 단둘이 있는 만큼 원하지 사람과 같이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단 하넬로네와 밀레나, 그리고… 아리엘은 나를 향해 시선을 보내는 중이었다.
나는 세 여자의 시선을 바라보며 희열을 느꼈다.
‘격세지감이다…. 학생회 처음 들어왔을 때랑은 완전 달라~’
학생회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하더라도 내게 시선 한 줄기조차 아끼던 여자들….
그런 여자들이 어느새 내게 시선을 상납하듯 들이붓는 중이었다.
나는 눈치를 보며 남자 두 명을 확인했다.
‘뭐… 저 녀석은 당연한 거겠지.’
루이스는 아리엘에게 향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다른 인물이 딱 한 명 있었다.
‘의외네?’
에드가 호위츠.
녀석은… 아리엘에게 시선을 보내는 중이었다.
눈빛에 애정이 담겨 있는 건 아니었지만, 최소한 눈빛으로 그녀를 원한다는 신호를 잔뜩 담아내는 중이었다.
나는 그런 에드가 호위츠를 보며 속으로 폭소하듯 웃었다.
‘오히려 자기한테 창피 준 아리엘에게 끌리는 건가?’
내 생각은 조롱이 주목적이었지만,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였다.
같은 위치로 시작해, 예전에 사랑했으며, 현재도 애정이 남아 있고, 자신이 넘보지 못할 위치에 올라서서는, 자신에게 훈계하는 여자.
굴욕을 느낀 것과 별개로 한때 자신과 나란히 있던 여자가 하늘 위로 올라가는 모습에 끌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뭐, 진실은 본인이 잘 알겠지.’
그리고 나는 나중에 침몽을 통해서 진실을 (강제) 공유받을 생각이다.
그렇게 멤버들의 시선을 확인한 나는 그들을 보며 속으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쯧쯧… 역시 시간과 공간이라는 차원에 갇힌 인간들이군. 어차피 미래는 정해졌거늘….
내가 그렇게 한탄하자, 때마침 통신으로 아르모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확인됐습니다.]‘흐흐흐, 좋아~’
그 순간, 내 눈에 나무 조각의 숨겨진 색깔들이 띄워졌다.
나는 그 나무 조각의 색깔을 보며….
“누가 먼저 뽑을지 고민이면 일단 여자부터 뽑는 게 어떨까요?”
내가 정해 놓은 미래를 향해 강제로 그들을 끌고 가기 시작했다.
..
..
나는 높게 올라선 미로 벽 사이를 거닐며 감탄했다.
“오… 막상 들어오니까, 분위기 있네요.”
참고로 분위기가 있다는 표현은 애정 행각을 벌이기 좋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중간에 괴물 튀어나올 거 같은 분위기네요.”
이 미로에서 공포 영화를 찍어도 될 정도로 으스스한 분위기가 잘 조성되어 있다는 의미였다.
미로에 입장할 때만 하더라도 쨍쨍한 햇볕이 우리를 인도해 줬다.
하지만 미로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일식이 진행되듯 진행로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주변이 어두운 이유는 일식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미로의 벽.
미로의 벽은 어림잡아도 10미터 정도 되었고, 그 벽이 우리에게 향하던 햇빛까지 차단시켜 버린 것이었다.
밤처럼 어두운 건 아니었지만, 미로의 특성상 약간의 어둠만으로도 음산한 분위기를 쉽게 그려냈다.
내 옆에 나란히 걷던 팀원도 나와 같이 감탄했다.
“그러게… 입구에서 봤을 때랑 전혀 다르네.”
나는 감탄한 팀원의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선배랑 한 팀이라서 정말 다행이네요.”
그리고 내 말을 듣자마자 피식 웃으며 묻는 팀원.
“그 말 몇 번째인지 알아?”
“다섯 번이죠?”
“오… 진짜 기억력 좋네. 나는 일부러 센 거였는데.”
“저도 세고 있었어요.”
“푸핫….”
팀원은 호쾌하게 웃으며 내 옆으로 좀 더 다가왔다.
그러고는 웃고 있는 얼굴의 윤곽을 좀 더 자세히 보여주며 대답했다.
“사실 그 말은 내가 할 말이야. 나도 수호 너랑 팀이라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거든.”
웃으며 대답한 팀원의 정체는 아리엘.
제비뽑기는 내 의견에 따라서 여자부터 뽑기 시작했다.
참고로 아리엘은 선배로서 먼저 손을 뻗지 않고, 후배인 하넬로네와 밀레나에게 순서를 양보했다.
참고로 두 사람은 순서를 고르지 않고, 동시에 잡아서 뽑아 들었다.
그렇게 아리엘이 뽑기 전에….
“처음에는 조마조마했어요. 설마 바로 한 팀이 나올 줄이야….”
“하하… 하넬로네랑 밀레나가 독특한 인연이 있어 보이긴 하지.”
하넬로네와 밀레나가 동시에 붉은색 나무 조각을 뽑으며 첫 번째 팀이 되었다.
참고로 아리엘의 ‘인연이 있어 보인다.’라는 말을 하넬로네와 밀레나가 들었다면 아까 제비를 뽑았을 때보다 더 인상을 찌푸렸을 것이다.
‘아까 인상 쓰는 거 봐놓고 그런 말을 하네….’
참고로 하넬로네와 밀레나가 붉은색 나무 조각을 뽑은 건 절대 우연이 아니다.
‘역시 미래를 거스를 수는 없는 법….’
[…저의 도움이 필요 없다는 말로 알겠습니다.]‘아, 아냐!!! 아르모니아!! 네가 내 미래라는 말이었어!!’
[….]참고로 나무 조각의 색깔을 알려준 건 아르모니아였다.
아르모니아가 내 시선을 통해 촬영한 것을 슬로우 모션으로 확인한 뒤, 내게 위치별 색깔을 알려준 것이었다.
그 뒤에 두 사람에게 종속 명령을 걸어서 붉은색을 뽑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그렇게 한 팀이 된 하넬로네와 밀레나.
마치 종신형을 선고받은 것 같은 좌절감을 강하게 드러낸 두 사람이었지만, 아리엘 앞이라 그런지 순순히 집행을 받아들였다.
그 뒤에 아리엘이 초록색 나무 조각을 뽑았다.
참고로 아리엘이 초록색을 뽑은 건 그녀의 자유 의지였다.
아직 종속에 걸려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조종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아리엘이 초록색을 뽑자, 루이스와 에드가 호위츠의 눈에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초록색을 뽑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담아내며 검은통을 미친 듯이 노려봤다.
하지만 의지가 초록색을 먹여주지는 않는 법.
나는 두 사람이 의지를 드러내는 순간, 재빠르게 초록색을 뽑아버렸다.
그렇게 나와 아리엘이 초록 팀이 되었다.
그리고 남은 두 개의 뽑기에 손도 대지 않고, 좌절한 두 남자.
아리엘은 갑자기 피식 웃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수호 네가 초록색 뽑았을 때, 순간 힘이 풀려서 쓰러질 뻔했다니까?”
“하하… 만약 파란색 뽑았으면… 제 다리가 풀렸을지도 몰라요.”
“하하하하!”
아리엘이 내 말에 호쾌하게 웃었다.
미로 분위기는 음산하기 그지없었지만, 아리엘과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기 그지없었다.
사실 아리엘과 나에게 미로 탐색은 부차적인 목적일 뿐이었다.
주목적은 이미 산책이었다.
그리고 아리엘도 나와 똑같이 생각했는지 나란히 걸으며 흥얼거렸다.
“그러고 보니까, 이렇게 단둘이 시간 보내는 거 오랜만이네.”
“하하… 그러네요, 장소가 많이 다르긴 하지만요.”
그렇게 아리엘은 예전 데이트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주제를 변경하더니….
“그… 혹시 그때 일 기억 나?”
“그때요?”
“백마.”
한 단어 만으로 아리엘이 말하는 상황이 어떤 때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기억나지 않을 리가 있나요. 선배랑 같이 탄 말이잖아요. 그런데 백마는 왜요?”
“…그때, 약속도 기억나?”
“약속이요?”
그때 약속한 게 있었나 싶었다.
내가 골똘히 생각하자, 옆에 있던 아리엘이 얕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백마를 길들이면 소원 들어준다고 했잖아.”
“아, 그런 일이 있었죠.”
나는 그날 백마를 길들이고, 아리엘의 소원을 얻어냈다.
하지만 나는 받아낸 소원을, 아리엘과 같이 백마에 타는 것으로 사용해 버렸다.
고작 그런 걸로 소원을 쓰나 싶겠지만….
‘나는 루이스처럼 얼간이가 아니라는 말씀~’
나는 루이스처럼 장난으로 건넨 소원에 내 욕망을 적어 넣어서 호감도를 깎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는다.
당시에 아리엘은 진짜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는 말까지 했지만, 그 순간에도 나는 욕망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직 이용권 횟수 남았는데, 졸업 전에 같이 가실래요?”
“아, 네가 가자고 하면 당연히 가야지. 그런데….”
아리엘은 말꼬리를 흐리며 내 눈치를 보더니, 간신히 입을 열었다.
“소원 들어주겠다고 말한 거… 아직 유효하다면 어떻게 할래?”
“음… 그때 선배가 후회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끝났잖아요. 저는 후회할 생각도 없지만….”
“아니, 그게 아니라.”
아리엘은 벽의 그림자가 짙게 깔린 통행로 앞으로 나아가서는 내 앞을 막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그때 소원 유효한 걸로 쳐줄게.”
“…갑자기요?”
“응. 계속 고민했는데, 그런 식으로 넘어가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리고 그때 말했던 것처럼 장난이 아니라, 원하는 건 다 들어줄게.”
“….”
이건 지금까지 봤던 백지 수표 같은 소원이 아니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뭐든지 해줄게. 내가 가진 돈도 다 줄 수 있고, 카르스텐 목패를 달라고 하면 더 구해다 줄 수도 있어. 그리고….
“….”
“내 미래가 탐난다면 그것과 관련된 소원을 빌어도 좋아. 내가 소유하고 있는 건 과거든 미래든… 현재든 뭐든 줄게.”
진짜 소원이었다.
어제 루이스에게 훈계를 쏟아내던 아리엘과 동일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일단 아리엘의 모습을 보니, 나를 시험하기 위해 저런 말을 던진 건 아닌 듯 보였다.
지금의 아리엘이라면 내 욕망이 꽉 들어찬 소원을 받아도 겸허히 심장에 낙인처럼 박아 넣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선배… 아무리 친해졌어도 남자한테 그런 소원을 남발하시면 안 돼요. 이상한 소원 말할지도 모른다고요?”
어색한 미소로 그렇게 말한 뒤, 아리엘을 지나치며 탐색을 재개했다.
하지만 재개하는 것과 동시에 다시 아리엘이 나를 가로막으며 중지되었다.
“혹시라도 내가 딴소리할 거 같아서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마! 나는 진심으로 너한테….”
“그래서 안 돼요. 진심이라서.”
“…뭐?”
나는 아리엘의 어깨에 양손을 올린 뒤, 평소와 다르게 강압적인 모습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아리엘은 미로의 음산한 분위기와 내 강압적인 태도에 긴장한 듯 몸을 움츠러들었다.
그래도 워낙 다부진 성격이라 그런지 움츠러들 뿐, 기가 눌린 모습까지 보여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아리엘의 남은 대담함까지 뿌리 뽑을 듯이 손에 힘을 주며 저음을 흘렸다.
“선배가 저를 싫어했던 이유… 기억하시죠?”
“그, 그건….”
아리엘이 나를 싫어한 결정적인 계기는, 나에게 이미 루나라는 연인이 있으면서도 하넬로네와 밀레나까지 꼬셨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아리엘은 잠시 우물쭈물하더니, 정신을 다시 잡은 듯 다부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는 내가 너에 대해서 몰라서 그랬어. 하지만… 지금은 알고 있어 네가 얼마나 좋은 남자인지.”
“…아뇨. 아직 모르시는 거 같아요.”
“아니, 잘….”
나는 하넬로네나 밀레나, 심지어 에드가 호위츠마저 경청하며 듣는 아리엘의 말을 끊으며 대답했다.
“제가 소원을 빌면 선배가 알 수 있는 사실이 있어요. 바로….”
“…?”
“제가 얼마나 더럽고, 추잡한 놈인지 알게 될 거예요. 그리고 전에 싫어했던 이유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되겠죠.”
“무슨 소리야! 나는 네가 무슨 소원을 빌든 그런 생각을…!”
나는 오히려 내 변호를 해주려는 듯 고개를 들어 올린 아리엘을 뒤로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분명 그런 생각하실 거고, 기껏 다시 좋아진 사이도 무너지겠죠. 그러니까, 더 이상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저는 선배한테… 그런 인간으로 남고 싶지 않아요.”
나는 그렇게 아리엘을 놓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잠깐, 기다…!”
뒤에서 아리엘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시작과 동시에 파묻혀 버렸다.
그녀의 목소리를 파묻는 정체는….
쿠구구구궁!
“!?”
미로… 아니, 정확히는 미로에 세워진 벽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미로의 벽이 일제히 늪에 가라앉듯 전부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시작된 지진은, 벽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잦아들었다.
그리고 나와 아리엘의 귀에 들려온 직원의 큰 소리.
“지금 막 1등으로 도착한 붉은색 팀이 종료를 원하기에 미로 탐험을 종료하겠습니다!”
직원의 말에 나와 아리엘은 말다툼하는 것도 잊은 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서로 바라봤다.
“지금… 30분 지났죠?”
“…응.”
“…선배들 의욕이 하늘을 찔렀나 보네요.”
30분 만에 미로를 돌파한 하넬로네와 밀레나.
그녀들의 모습을 보지 않아도 두 사람이 어떻게 미로를 해쳐나갔는지 눈에 선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내 말에 동의하듯 아리엘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두 사람이 유별나긴 하지.”
“그럼… 일단 가시죠.”
“…그래.”
아리엘은 다시 아까 일을 떠올렸는지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런 불만 속에 하나의 다른 감정의 씨앗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밤에 끝낼 수 있겠네.’
강한 의지.
길고 길었던 루이스의 마지막 희망이 담긴 열매.
그 열매가 어느새 탐스럽게 완숙된 채 루이스가 아닌 내 입으로 들어올 준비를 마친 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