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171)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170화(1171/1201)
영혼 소환술을 시전하자마자 낯익은 얼굴이 내 앞에 나타났다.
(오랜만이군.)
“안녕하세요.”
연호.
이름만 알고, 성은 모르는 정체불명의 굉장한 실력을 지닌 검사.
내가 빙의술사 직업을 갖고 나서 이쪽 세계에서 처음 인연을 맺게 된 영혼이었다.
연호는 신분을 숨긴 내 모습을 보며 물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지? 망토까지 쓰고….)
연호는 평소처럼 냉정한 말투로 불필요한 말을 전부 잘라낸 채 필요한 말만 건넸다.
“아, 이 망토는 신경 쓰지 마세요. 별거 아니에요. 그보다….”
겉으로 보면 내게 불려 온 것에 대해서 불만인 듯 보였지만….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네가 부르지 않아서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줄 알았다.)
반대였다.
오히려 부르지 않아서 섭섭했던 모양이었다.
그런 연호의 모습을 보니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뭐 하는 사람이었을까?’
연호는 대부분의 기억을 잃었지만, 몇 가지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이 영웅이었다는 것.
그리고 죽은 지 20년 정도 되었다는 것.
고작 두 가지 사실 뿐이었고, 심지어 저 두가지 정보도 사실이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었다.
연호는 가족의 존재도 잊고, 자신의 이름이 연호라는 것도 확신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연호에 대한 궁금증이 피어오르는 중에 연호의 목소리가 내 궁금증을 조심스럽게 덮었다.
(이번 용무는 뭐지?)
“아, 별 건 아니고….”
솔직하게 말할까 고민했지만….
‘아니다… 그런 이유로 불렀다고 하면 오히려 실례겠지.’
그냥 숨바꼭질을 위해 불렀다는 사실을 도저히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섞기로 했다.
“연호 씨에 대해서 알아볼까 해서요.”
(나에 대해서…?)
평소에 냉정함을 잘 유지하는 연호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당황하는 게 느껴졌다.
그동안 묻지 않던 자신의 신원을 갑자기 들추려고 하니 의심과 불안이 싹 트는 중일 것이다.
나는 그런 연호의 마음을 안심시키기 위해 준비해 놓은 대답을 건넸다.
“억지로 캐내려는 건 아니에요. 다만 기억을 잃으셨다길래 찾아드리고 싶어서 드린 말씀이에요. 그동안 도움 받은 것도 있고….”
(흐음… 그렇게 말한다면야….)
연호는 내 해명에 의심과 불안이 풀렸는지 다시 평소와 같은 냉정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나는 기분이 풀린 연호를 보며 말했다.
“일단 시작하기 전에 빙의술부터 부탁드릴게요.”
(그러지.)
연호는 한 치의 의심 없이 내 몸속에 들어왔다.
그렇게 연호의 영혼을 받아 든 나는….
‘자아… 그러면 한번 골려줄까?’
연호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며 문주아 쪽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조심스럽게 문주아에게 접근하자….
[아까 하신 말씀은 진심이십니까?]‘연호의 과거?’
[네.]‘그럼, 진심이지.’
예전부터 연호의 과거가 궁금했다.
거기다 본인도 자신의 과거를 알고 싶어하는 것 같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연호에 대한 정보를 찾다 보면 호감도의 의문이 풀릴지도 모르잖아?’
비이상적인 호감도의 원인을 찾고 싶었다.
연호는 나와 어떠한 연관이 없음에도 비이상적인 호감도를 지니고 있었다.
심지어 그 호감도의 원인을 본인조차 모르는 듯 보였다.
‘과거를 조사하다 보면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
[이해했습니다.]그렇게 아르모니아의 공감을 받아낸 나는 조심스럽게 문주아와 레이라에게 접근했다.
일단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레이라였다.
눈을 감은 채 고개를 계속 갸웃거리는 레이라.
레이라는 아까와 표정이 사실상 일치했다.
‘뭐, 저쪽은 애초에 감지 능력이 없으니까.’
레이라는 문주아와 다르게 무인보다는 마법사에 가까운 존재이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에 비해서 문주아는….
“…어?”
어느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는 중이었다.
내 기척이 갑자기 사라져서 진심으로 당황한 듯 보였다.
‘있는 걸 아는데도 감지 못하니까 당황스럽겠지.’
차라리 내가 접근하는 것을 몰랐으면 모를까, 대놓고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기척을 느끼지 못하니 당황스러울 것이다.
나는 그렇게, 눈을 감은 채 필사적으로 내 기척을 찾아 헤매는 문주아의 뒤로 가서….
“이 정도면 됐지?”
“읏!?”
그녀에게 귓속말하는 동시에 귓불을 살짝 물었다.
문주아는 귓불이 물리자 너무 놀란 나머지 펄쩍 뛰어오르며 몸을 홱 돌렸다.
“뭐, 뭐야!? 어, 어떻게?”
“이게 내 실력이라는 거지.”
“….”
문주아는 불규칙한 호흡을 연이어 내쉬더니, 간신히 가슴을 진정시키고는 내게 말했다.
“마법 쓴 거 아니지?”
“왜? 내가 마법 쓴 거 같아?”
“확인 좀….”
문주아도 잘 알 것이다.
지금 내가 마법을 쓰지 않고, 버젓이 그냥 서 있다는 사실을….
문주아는 한동안 내 몸을 요리조리 둘러보더니, 한숨을 쉬며 내게 말했다.
“마법은… 아니네.”
“고작 이런 일로 속일 이유가 없잖아.”
“…그런데 왜 지금까지 숨긴 거야?”
문주아는 자존심 상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은신 기술을 신기해하는 중이었다.
“뭐… 아는 사람한테 배웠다고 생각하면 돼. 참고로 오래 쓸 수 있는 건 아냐.”
“…그래. 알았어.”
문주아는 내 으스대는 표정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그다음에 들려온 목소리는 웃음과 거리가 있었다.
“그래도 교단 잠입은 안 돼. 몸을 숨기는 문제가 아니라, 모르는 보안이 너무 많아. 너도 알겠지만… 걸리면 그걸로 진짜 끝인 곳이야.”
문주아는 내가 진심으로 걱정됐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말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하지 말아야겠네.”
“…정말 알아들은 거 맞지?”
마치 말 안 듣는 자식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자식을 믿지 못하는 엄마를 보는 듯했다.
나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이쪽 분야는 네 전문이잖아. 네 말 무시하면서까지 진행할 생각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휴우… 알아들었다니 다행이네.”
나는 그렇게 문주아를 안심시킨 뒤, 나가기 위해 문으로 향했다.
“나 나갔다 올 테니까….”
나는 문고리를 잡고 열면서 말꼬리를 흐렸고….
“요리는 꼭 요리 채널에 나온 것만 해.”
그렇게 마지막 말은 남기고 집을 떠났다.
..
..
나는 집을 나오자마자 망토를 벗고, 연호의 빙의를 풀었다.
연호는 내 몸 밖으로 나오자마자 하늘에 떠오른 태양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태양이 이렇게 아름다운 존재라는 걸 죽고 나서야 깨닫게 되다니….)
“아….”
그저 아침 햇살에 감격하는 연호의 모습에 죄책감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자주 부를 걸 그랬네.’
연호를 소환할 때 마나를 소비하긴 하지만, 그렇게 많은 양도 아니고, 심지어 부르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내가 연호를 부르는 건 언제나 그가 필요할 때뿐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게 연호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 자주 불러드릴게요. 죄송해요.”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다. 그래도… 마음은 감사히 받지.)
평소에 냉철함을 유지하던 그가 내 말을 덥석 문 것을 보면 그만큼 이 상황이 즐거운 모양이었다.
그렇게 연호는 아침 태양을 계속 응시하며 내게 물었다.
(그런데 내 과거는 어떻게 찾을 생각이지? 너에게 뭔가 알려주고 싶어도 아는 게 이름뿐이라….)
“뭐, 일단….”
나는 손목에 착용하고 있는 스마트워치를 보여주며 대답했다.
“검색을 해봐야겠죠.”
연호가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그의 신분이었다.
‘이 정도 실력의 영웅이라면 이름 정도는 나오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스마트워치를 이용해서 연호의 이름을 검색했다.
그 결과!
“…안 나오네.”
연호라는 이름 자체를 가진 사람은 나왔지만, 영웅 연호에 관한 이야기는 단 한 줄도 찾을 수 없었다.
연호는 난감해하는 내 모습이 아닌 내가 들고 있는 스마트워치를 흥미롭게 보는 중이었다.
(시계에… 기능이 많이 달린 것 같군.)
“아, 혹시 연호 씨가 살던 시절의 시계는 어땠어요?”
나는 유도 신문하듯 질문을 던졌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질문하면 까먹었던 것도 자연스럽게 말할 수도 있겠지.’
별것 아닌 질문이긴 하지만, 어쩌면 작은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가 기대했던 대로 작지만, 괜찮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임무를 위해 특수 장치가 부착된 시계를 착용하긴 했지만… 이렇게 화려한 화면이 띄워지는 시계는 없었지.)
임무, 그리고 특수 장치.
특수 장치의 정체는 단순했다.
(소형 무전과 위치 공유… 그리고 생체 신호를 전송하는 생체 전송기가 붙어 있었지.)
“….”
생체 전송기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영웅이 모두가 우러러보는 선망의 대상이라고 해도 결국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아니, 오히려 죽음과 제일 가까운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연호가 말한 것을 토대로 계산하면….
“20년 전이 맞나 보네요.”
20년 전쯤에 사용할 법한 장치들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내가 연호에 대해서 계속 검색하자, 연호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보아하니 특정 기관의 물건 같은데, 영웅 신원을 확인하려면 여러 기관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는 게 낫지 않겠어?)
“그냥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요?”
(…?)
이쪽도 내가 살던 곳과 마찬가지로 20년 전에는 인터넷이 없었던 모양이다.
나는 연호에게 인터넷이라는 개념을 설명해 줬다.
그리고 연호는 내 예상대로….
(아니… 그런 게 가능하다고? 영웅의 신원을 그렇게 마음대로 확인할 수 있다고?)
“아, 그 정도는 아니에요.”
당장 인터넷의 세세한 부분까지 전부 설명하려다가는 하루로는 부족하리라 판단한 나는 간단하게 설명해 줬다.
“뉴스를 통해 영웅의 이름이나 업적은 볼 수 있지만, 외형이 담긴 사진이나 자세한 정보, 사생활까지 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에요.”
(그건 다행이군….)
아무리 깨끗한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의 모든 것이 세상에 밝혀지는 것은 꺼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쌓여온 뉴스를 어디서든 마음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쉬워요.”
(…세상이 정말 많이 변했군.)
그렇게 연호를 안심시킨 뒤 나는 다시 연호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년 전 뉴스에도 따로 나오는 건 없네요.”
결국 연호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내 말을 들은 연호는 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유명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군. 아니면… 영웅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고….)
“에이, 그건 아닐 거예요.”
아까 시계에 대한 대답을 통해서 연호가 영웅과 관련됐다는 사실을 대충 유추할 수 있었다.
일단 현재 확실한 건….
“…나 혼자서는 무리겠는데?”
연호의 과거를 알기 위해서는 보조 교관의 신분으로는 어림도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아니면 내가 이름을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
“흐음….”
그 가능성도 어느 정도 고려하기로 했다.
‘기질창에 이름이 뜨긴 하지만… 그것도 문제가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천하의 기질창조차 연호의 정보를 제대로 출력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니 그의 기억도 오류가 있는 것을 가정하며 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공개된 정보 말고 숨겨진 정보를 찾으려면….’
내가 그렇게 다른 계획을 세우려는 순간이었다.
(기, 기억났다! 나, 나는…!)
“…?”
연호가 평소와 다르게 목청을 높인 채 목소리를 더듬거리는 중이었다.
아니, 사실상 울먹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물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어딘가를 보며 울먹이는 연호.
나는 연호가 응시하고 있는 장소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장소에는….
(따, 딸이 있었어! 나한테 딸이 있었어!)
한 남자와 그 남자의 품에 안긴 채 까르르 웃고 있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