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172)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171화(1172/1201)
연호는 저 멀리서 다정한 모습의 부녀를 보며 외쳤다.
(따, 딸이 있었어! 나한테 딸이 있었어!)
“딸이 계셨다고요?”
딱히 연호의 기억력을 의심하고 던진 질문은 아니었다.
그저 그의 기억을….
(이, 있었어! 분명해! 저, 저만한 아이였지.)
조금이라도 더 끄집어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 시도는 더 이상 성과를 내지 못했다.
(내가 죽었을 때, 저만한 나이대였다는 건 기억나. 하지만 이름도… 정확히 어떤 성격의 아이였는지도… 심지어 얼굴도 기억나지 않아….)
연호는 양손을 꽉 쥔 채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기억하지 못한 것에 대한 답답함 때문이 아니었다.
(나 같은 녀석이 부모였다니….)
자기 딸을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자신을 책망하는 것이었다.
“자책하지 마세요. 지금이라도 기억하셨으니 다행이잖아요. 다른 분들은 아예 떠올리지도 못하는 상황일 거예요.”
(그래. 그렇겠군….)
다행히 내 위로가 먹혔는지 연호는 눈물을 훔치며 마음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호가 마음을 진정시키는 사이에….
(…갔군.)
연호의 마음을 흔들었던 여자아이와 아버지가 사라진 상태였다.
나는 멍하니 부녀가 사라진 장소를 바라보는 연호를 보며 물었다.
“영혼 세계에도 부모 자식 간에 만나는 경우가 있지 않았나요?”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있긴 했지.)
“그때는 지금처럼 기억이 떠오르거나 하지 않으셨어요?”
(아니. 그때는 지금처럼 기억이 떠오르거나 하지 않았어.)
“흠… 이승이라서 도움이 된 건가…?”
그렇게 추측하는 순간 연호가 고개를 저으며 내게 대답했다.
(아니, 그건 아닌 거 같다. 내가 생각했을 때, 내가 갑자기 기억을 떠올린 건….)
말꼬리를 흐리던 연호는 갑자기 나를 응시하며 말을 맺었다.
(너 때문인 거 같다.)
“저 때문이요?”
연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고개를 돌려 아까 부녀가 있던 장소를 응시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 정확히 떠오른 건 아까 두 사람 덕분이지만, 실마리를 쥘 수 있던 건 네 몸에 들어갔던 덕분인 거 같다.)
아까 빙의술로 내 몸에 들어올 때, 기억의 퍼즐들이 갑자기 쏟아져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기억의 퍼즐이 전부 맞춰진 형태로 나타난 것이 아니다 보니 무슨 내용인지 본인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연호의 말을 들은 나는 예전 일을 떠올렸다.
‘아, 빙의술 레벨이 올라서 그런가 보네. 묘지기도 빙의술 레벨 올리고 나서 갑자기 기억이 돌아왔다고 했으니까.’
당시에 묘지기도 모든 기억이 돌아온 건 아니었지만, 드문드문 기억을 되찾았었다.
‘어쩌면 아까 시계와 관련된 이야기도 빙의술 때문일 수도 있겠네.’
그렇게 생각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떠올려서 다행이네요. 혹시 딸 말고 자식이 더 있나요?”
자식이 몇 명이 있었는지도 찾는 데 중요한 정보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연호는 고개를 저으며 확답하듯 대답했다.
(아니… 딸아이 하나뿐이었다.)
“혹시 헷갈리시거나….”
(아니다. 떠올리고 나니 확실해졌어. 딸아이 하나 말고는 다른 자식은 없었다.)
저렇게 확답하는 것을 보면 굳이 더 캐물을 필요는 없어 보였다.
나는 그런 연호의 모습에 만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오늘 해야 할 일이 정해졌네요.”
(오늘 해야 할 일?)
나는 한 발짝 앞으로 내디디며 말했다.
“돌아다니면서 기억을 되찾아 보죠.”
..
..
나는 밤까지 연호와 도심을 돌아다녔다.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돌아다니기만 한 건 아니었다.
중간중간 빙의술도 사용하고, 20년 전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박물관 같은 곳도 방문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
(저 사건… 기억난다. 당시 내가 투입했던 임무와 관련이 있었지. 하지만… 정확히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군.)
(저 통신 기기는 아주 유용했지. 뭐, 지금은 쓰지 않는 모양이지만….)
(저 때는….)
연호의 기억을 몇몇 가지 떠오르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말 원하는 정보를 찾지는 못했다.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딸아이와 아내의 모습… 그리고 내가 정확히 무슨 일을 했는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정작 연호와 관련된 과거를 찾지는 못했다.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계속 이런 식으로 찾다 보면 분명 떠오르실 거예요.”
나는 기운 없어 보이는 연호를 위로했고, 연호는 위로받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 너는… 정말 괜찮은 녀석이군.)
처음으로 미소를 그려냈다.
물론 환하게 웃는 식은 아니었고, 옅은 미소였다.
하지만 그의 평소 태도를 생각하면 저런 옅은 미소이기에 오히려 진심이 느껴졌다.
나는 그런 연호의 옅은 미소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까 설명하신 것들 있잖아요.”
(사건과 임무들 말인가?)
“네.”
연호는 박물관의 기록과 뉴스의 기록 중에 아는 것이 나오면 간간이 그 기록에 관해서 설명을 해줬다.
그리고 그 기록의 대부분은….
“그런 임무에 투입되신 걸 보면… 중요한 직책을 지니신 게 아닌가 싶어요.”
중소형 길드에서 다루는 작은 임무가 아니었다.
탑이나 교단, 더 나아가서 국가가 개입한 대형 임무들이었다.
연호는 그런 중대한 사건이나 임무의 뒤 내용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주워들은 것일 수도 있지.)
남들보다 좀 더 잘 아는 수준이라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연호의 말에 반박하며 나섰다.
“남들도 다 아는 이야기였으면 이렇게 비밀로 묻혔을 리가 없잖아요.”
연호가 한 말들은 전부 공식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비밀들이었다.
그런 비밀들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의 위치가 그저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었다.
물론, 연호가 말해준 비밀들이 전부 사실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했지만 말이다.
내 위로의 말을 연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내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아. 하지만… 네 말대로 나름 한 자리를 차지했던 인간이었으면 좋겠군.)
연호가 과거에 집착하는 건 그저 자신의 만족감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그런 자리에 있던 인간이라면… 내 딸도 나쁘지 않은 대접을 받으며 지내고 있을 테니까 말이야.)
“….”
죽고 나서 남은 딸의 안위를 위해 집착하는 것이었다.
이미 지나간 과거이고, 딸도 이미 과거를 지나 현재에 안착한 상태.
하지만 연호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있는 것이다.
(부디 잘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군.)
자기 과거의 업적이 현재를 살아가는 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런 연호의 모습을 보며 지금까지 봐왔던 딸을 가진 남자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루나의 아버지인 위르겐, 레나의 아버지인 페르온 공작, 베아트리체의 아버지인 오웰까지….
‘딸 가진 아빠들은 다 비슷비슷하네.’
모두가 방식은 달랐지만, 자식을 그리워하고 사랑했다.
내 주변에 여자밖에 없어서 부녀지간만 떠올랐지만, 부자, 모녀, 모자지간도 다를 건 없을 것이다.
자식을 이승에 놓고 죽은 것만큼 자식에게 큰 죄를 짓는 건 없으니까 말이다.
나는 연호의 모습에 포근한 감정을 느끼며 아르모니아에게 넌지시 물었다.
‘보기 좋네. 그치?’
사실 진짜 묻고 싶은 질문은 이게 아니었다.
아르모니아의 부모님에 관해서 묻고 싶었다.
그녀도 분명 낳아준 부모가 존재할 것이고, 그런 부모를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르모니아의 과거를 단 하나도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그런 질문을 던질 수가 없었기에 이런 질문으로 교묘히 돌려서 물어본 것이었다.
하지만 들려온 대답은….
[전혀 보기 좋지 않습니다.]내 귀… 아니, 정확히는 통신을 해석한 내 뇌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어… 좋지 않아? 아직 만나지 못해서 좋다고 말하기 그런 건가?’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보기 좋지 않습니다.]아르모니아는 평소와 비슷한 무감정한 말투를 내뱉었지만, 그 무감정에는 분명 감정이 서려 있었다.
[살아생전에는 책임만 앞세우며 자식을 뒷전으로 내팽개쳐 놓고, 이제 와서 그리워하는 모습이 제 눈에는 탐탁지 않습니다.]그것도 분노라는 감정이 말이다.
아직 연호의 과거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연호는 살아생전에 임무나 일에 집중하며 가족에게 큰 신경을 써주지 못한 듯 보였다.
참고로 아르모니아의 분노는 연호에게만 향하는 게 아니었다.
위르겐, 페르온 백작….
[제 눈에는 그나마 오웰이 친부로서 제일 나은 존재 같습니다.]‘….’
순간 입에서 ‘그 괭이?’라는 말이 나올 뻔했다.
제일 철없어 보이던 존재가 친부로서 제일 나은 존재라니….
나는 연호뿐만 아니라, 위르겐과 페르온 백작을 변호하기 시작했다.
‘아니, 뭐… 바쁘면 어쩔 수 없지 않아?’
연호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위르겐과 페르온 백작은 내 변호를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자식의 교육을 위해 애정을 참아오며 살아왔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내 변호에도 불구하고….
[남겨진 자식은 그 사실을 모릅니다.]‘…그건 그렇지.’
아르모니아를 설득하지 못했고, 나는 더 이상 변호를 이어 나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아르모니아의 대답을 통해….
[그들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수호 님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존재들은 그런 호사를 누리지 못합니다.]그녀에게도 비슷한 아픔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네 말이 맞는 거 같아.’
나는 괜한 말로 아르모니아의 심기를 건드린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죄송합니다. 조금 전에 수호 님의 말씀은 도저히 동의할 수 없어서 저도 모르게 흥분했습니다.]그나마 다행이라면 아르모니아의 기분도 금방 풀렸다는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쓰게 웃었다.
‘미안할 게 있어? 모든 사람이 똑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잖아. 오히려 생각이 다르니까 세상이 재미있는 거지.’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자, 일단 그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나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연호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는 하늘에 떠 있는 밝은 달을 감상하며….
(…부디 잘 지냈으면 좋겠군.)
기억에도 없는 딸을 그리워하는 중이었다.
나는 그런 연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연호를 더 캐보자.’
[수호 님의 정보력에는 한계인 것 같습니다.]‘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공식적인 기록을 싹 다 뒤졌지만, 연호의 이름은 단 한 줄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영웅이라는 이야기겠지.’
비밀리에 활동하던 영웅일 가능성이 컸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만약 그쪽 인물이라면 수호 님의 정보력으로는 찾기 힘들 것 같습니다.]‘맞아, 그쪽까지 전부 들출 수 있는 사람한테 도움을 요청해야지.’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사람을 떠올리는 것과 동시에 연호에게 말했다.
“이제 가시죠.”
(응? 더 갈 곳이 있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연호 씨의 정체를 알만한 사람을 떠올렸거든요.”
(흐음… 그런데 왜 지금에서야 그 사람을 찾아가려는 거지?)
“대낮에는 만나기 힘든 사람이거든요.”
낮에 만나기 껄끄러운 이유는 내 정체 때문이다.
작은 키를 지녔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여자.
영사관 보조 교관이라는 직책으로도 만날 수 있긴 하지만, 연호에 대한 과거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다른 신분으로 만나야 하는 여자였다.
나는 그 여자를 떠올리며 망토를 조심스럽게 착용했다.
“맨손으로 가면 좀 그러니까 선물 좀 챙겨 가야겠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동하자, 연호도 내 이동 경로에 맞춰서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날아가며 나를 불렀다.
(아참, 아까부터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
하루 종일 울적 거리던 연호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진지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나는 잔뜩 기대했다.
‘고맙다고 하려나?’
어떤 감사의 말을 내게 건네려기에 저렇게 분위기를 잡는 건가 싶었다.
그렇게 기대하던 연호의 말은….
(나는 너를 좋아한다. 하지만 명심해라. 혹시라도 나중에 만난 내 딸에게 손 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적으로 간주하겠다.)
“….”
내 목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연호가 유일하게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바로 여성 편력.
물론, 들킨 건 이소현(서가의 비서)과의 잠자리뿐이었지만, 연호는 그 장면 하나로 내가 여성 편력이 심하다는 것을 대충 짐작한 모양이다.
나는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목이 막힌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며, 명심할게요.”
(그렇게 대답해 줘서 고맙군. 내 딸에게 손만 대지 않는다면… 나는 평생 네 편이다.)
“….”
나는 그 순간 이쪽 세계에서 만난 여자들을 떠올렸다.
성수아, 초서현, 문주아, 윤지아….
나는 그런 여자들을 떠올리며 고개를 홱홱 저었다.
‘에이, 아니겠지. 설마….’
나는 너무 얼토당토않은 추측에 헛웃음을 흘렸고, 금세 고개를 털어내며 잡생각을 떨쳐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