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174)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173화(1174/1201)
“오랜만에 찾아왔더니, 바로 죽이려고 드네.”
“아….”
예리엘은 망토남을 보자마자 힘을 쭉 풀며 한숨을 쉬었다.
“죽일 생각은 없었어. 지금 당장 한 대 때리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지만.”
“….”
예리엘의 불만이 담긴 말투에 망토남은 겸연쩍은 태도를 보이며 먼 산을 바라봤다.
물론, 지하 주차장에서 먼 산을 보는 건 불가능하기에 그가 볼 수 있는 장면은 지하 주차장 천장이 고작이었지만….
예리엘은 멋쩍은 태도의 망토남을 보자, 속에 쌓인 화가 살짝 풀렸는지 옅은 미소를 드러내며 물었다.
“그 한 대는 일단 빚으로 달아둘게. 그런데… 여긴 무슨 일이야?”
예리엘은 탑에 몰래 잠입한 망토남을 걱정하듯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무리 망토남이 실력이 좋다고 해도 이곳은 명색이 최상위 영웅들이 제집처럼 드나드는 탑이다.
교단처럼 폐쇄적인 곳은 아니라고 해도 외부인이 함부로 들락날락할 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예리엘이 걱정하듯 묻자, 망토남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번지르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볼 일 있어서 들른 거야. 자, 이거 받아.”
망토남은 예리엘을 향해 손가락만 한 물건을 던졌다.
그리고 그 물건을 받아 든 예리엘은….
“…설마 또 다른 거야?”
바로 이 물건의 정체를 직감할 수 있었다.
망토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전에 준 것처럼 파급력이 큰 건 아니지만, 후일을 도모할 때 도움이 될 거다.”
“…고마워.”
예리엘은 미소를 지으며 망토남에게 받은 물건을 주머니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또 받았네.’
이미 많은 빚이 걸려 있음에도 또 다른 빚이 걸어졌다.
예리엘은 망토남에게 고마움을 느꼈지만, 한편으로 그가 자신에게 부담감이라는 추도 걸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뭐지…? 설마 그 사람이 보낸 게 아닌가?’
예리엘이 아는 한 자신에게 이렇게 도움을 줄 사람은 딱 두 명뿐이었다.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사실상 친남매인 에브리카의 회장과 연을 끊은 아버지.
예리엘은 망토남이 그 연을 끊은 아버지의 수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강한 부담을 주는 망토남의 모습을 보니, 도저히 아버지의 수하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건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
예리엘은 그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구석에 치우며 그에게 농담을 건넸다.
“기껏 방문한 손님인데, 차나 한잔 마시고 갈래?”
“훗… 고맙지만 사양하지. 바쁜 몸이라서 말이야.”
남자는 예리엘의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친 뒤,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가 들른 이유는 따로 있다.”
“따로 있다고…?”
“그래… 한 사람의 과거를 찾는 중이야.”
“….”
예리엘은 느낌상 평범한 인물의 과거를 알아보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아니면 반대로 귀찮음을 감수하며 찾아봐야 할 정도로 평범한 사람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대에게 받은 빚을 떠올린 예리엘은….
“누군지 말해봐.”
“그 사람의 이름은….”
망토남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듯이 태연하게 이름을 입에 담았다.
“연호다. 참고로 성은 몰라.”
“…뭐?”
예리엘은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이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기울였다.
연호.
예리엘은 예상치 못한 인물의 이름이 나와서 당황했다.
‘뭐지? 갑자기 왜…?’
그리고 그런 예리엘의 모습을 캐치한 망토남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야? 아는 사람이야?”
“어… 뭐, 일단 내가 연호라는 사람을 알긴 하지만….”
예리엘이 당황한 이유는 그저 연호라는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 아니었다.
‘…설마 내 뒤를 캤나?’
지금 예리엘이 찾아가려는 장소가 그 연호와 연관이 있는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리엘은 금방 고개를 저으며 부정적인 생각을 털어냈다.
‘그냥 우연이겠지. 마침 오늘이 그날이기도 하니까….’
예리엘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망토남이 예리엘을 부추기기 시작했다.
“알고 있으면 빨리 말해줬으면 좋겠네. 아까도 말했지만, 차 마시는 것도 거절할 정도로 바쁘거든.”
망토남은 그저 농담 식으로 건넨 말이 아니었다.
‘장소가 나쁘네.’
탑은 예리엘이 편안하게 느끼는 장소였지만, 망토남에게는 최악의 장소 중 하나였다.
예리엘은 망토남의 사정을 헤아리며 대답했다.
“말해주고 싶긴 하지만… 지금 당장 말해주기는 그렇네.”
“무슨 의미지?”
망토남은 실망한 기색을 풍기자, 예리엘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오해하지 마. 말해주기 싫다는 게 아니라, 말해주기 껄끄럽다는 의미니까.”
“….”
예리엘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망토남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기껏 위험을 무릅쓰고 이곳까지 와서 정보를 건네줬다.
그런데 상대방은 간 보는 듯한 대답을 들으니,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예리엘은 망토남의 기분을 바로 알아차리며 황급히 말을 이어 나갔다.
“네가 찾는 연호가 내가 아는 연호라면… 내가 직접 말해주기는 그렇지만, 그의 과거를 알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어.”
예리엘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예리엘은 망토남에게 어떤 장소를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영웅 국립묘지, 7번 묘석, 32번 묘지.”
“…?”
“지금 거기로 가면 연호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을 거야.”
“….”
망토남은 예리엘의 대답을 들었음에도 실망감을 쉽사리 감추지 못했다.
정확한 대답을 원했지만, 정작 돌아온 대답이 수수께끼 같은 대답이니 불만이 생긴 것이었다.
예리엘은 그런 망토남의 불만은 즉시 이해하며 대답했다.
“네가 아까 말했잖아? 시간이 많지 않다고. 직접 거기에 가보면 연호에 대해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물론, 내가 아는 연호가 네가 찾는 연호와 동일 인물이라면 말이지….”
“…이해했다.”
망토남은 예리엘의 배려를 깨닫고는 섭섭함을 풀었다.
예리엘의 말대로 망토남은 현재 길게 대화를 주고받을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면 이만 가보지.”
그렇게 망토남이 몸을 돌려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잠깐, 가기 전에 할 말 있어.”
“뭐지?”
“방문할 거라면 지금 당장 방문하도록 해.”
“…이유는?”
망토남은 경계심이 가득한 분위기를 흘리며 예리엘에게 물었다.
그가 경계심을 드러내는 이유는 단순했다.
어떤 장소에 가라, 그런데 지금 당장 가라.
함정을 준비해 놓은 사람이 할 법한 말투니까 말이다.
예리엘은 망토남의 의도를 재빠르게 파악하며 고개를 홱홱 저었다.
“이상한 속셈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당장 가보면 내가 그런 말을 한 이유를 알게 될 거야. 아, 그리고….”
“…?”
예리엘은 앙증맞은 손을 들어 올린 뒤, 손목에 채워진 스마트워치를 조작하며 대답했다.
“묘지에 가면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 대신 안부 좀 전해줘.”
“…?”
망토남은 예리엘의 말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몸을 돌렸다.
“뭐, 일단 알겠다.”
망토남은 그 말 한마디를 남기고는 지하 주차장의 어두운 그림자 사이로 몸을 숨긴 뒤, 사라져 버렸다.
예리엘은 망토남이 완전히 떠난 것을 확인한 뒤, 마저 스마트워치를 조작해서 전화를 걸었다.
수신음이 이어지는 순간, 그 수신음마저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잘라내며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예리엘 님.>
“아, 갑자기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오늘 일정은 취소해야 할 거 같아.”
<영웅 국립묘지 방문 말씀이십니까?>
“응, 기껏 갈 준비 마쳤는데, 이제야 말해서 미안해.”
예리엘은 한층 밑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비서에게 사과했고, 비서는 옅은 웃음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게 저희 일이지 않습니까. 영웅 국립묘지 방문은 다음으로 미루시겠습니까?>
“음… 일단 취소야. 갈 예정이 생기면 내가 말해줄게.”
<알겠습니다.>
예리엘은 그렇게 비서와 통화를 마친 뒤, 몸을 돌려서 다시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예리엘은 허겁지겁 뛰어가던 아까와 다르게 차분히 사무실로 향하며 망토남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갑자기 그 사람을 찾을 줄은 생각도 못 했네.’
때마침 연호의 성묘를 가려는 중에 갑자기 나타나서 연호에 관해 물은 망토남.
연호가 살아 있을 당시, 예리엘과 연호는 딱히 친분이 없었다.
탑의 대표로 얼굴을 드러내놓고 활동하는 예리엘과 신분을 숨기며 활동했던 연호.
두 사람은 가끔 임무 중에 서로 마주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주고받는 것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예리엘이 연호의 성묘를 가려고 했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만나서 이야기 좀 나누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좋지 않네.’
오늘이 연호의 기일이고, 그 기일에 맞춰서 성묘를 나올 사람과 만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과 약속을 주고받은 건 아니었다.
몰래 찾아가서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교단의 문제를 논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예리엘은 일정이 틀어졌음에도 웃으며 생각을 고쳤다.
‘뭐… 말하는 건 나중으로 미뤄도 되겠지.’
예리엘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지하 주차장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원래 저런 성격인 건지, 아니면 컨셉인 건지….’
망토남.
예리엘은 망토남의 냉정한 분위기와 투덜거리는 말투를 떠올렸다.
그리고 동시에 아까 그에게 마지막으로 건넨 말을 떠올렸다.
(묘지에 가면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 대신 안부 좀 전해줘.)
(…?)
망토남은 예리엘의 그 말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 이유를 묻지 않고 바로 떠나갔다.
예리엘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떠나간 망토남을 떠올렸다.
‘눈치는 없어 보이지만, 그 정도면 충분히 알아듣겠지.’
예리엘은 자신의 말뜻을 이해하고, 놀란 표정을 지을 망토남을 상상하며 싱글벙글 웃었다.
***
나는 탑을 빠져나오자마자 예리엘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묘지에 가면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 대신 안부 좀 전해줘.)
(…?)
딱히 거슬리는 말투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예리엘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설마 들켰나?’
내가 누군지 알고 아는 사람을 만날 거라고 한 걸까?
내가 그렇게 의아해하는 사이에 아르모니아가 통신으로 말해왔다.
[일단 시호 씨가 감시 중이지만, 혼잣말도 안 하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누구를 뜻하는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생긴 건 혼잣말하면서도 잘 놀 것처럼 생겼으면서….’
나도 모르게 속으로 예리엘의 흉을 봤다.
아르모니아는 그런 내 흉을 무시한 채 자기 생각을 전해왔다.
[아마 성수아를 뜻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아, 그렇겠네.’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성수아라면 앞뒤가 맞아떨어진다.
내가 예리엘을 도와줄 당시에 성수아도 같이 도와줬고, 그때 정체를 드러낸 건 아니지만 서로에 대해서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묘지에 아는 사람(성수아)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도 딱히 문제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에이… 아니겠지….’
나는 속으로 그 가정을 애써 외면하며 옆에 나란히 날아오는 연호를 바라봤다.
내 시선을 느낀 연호는 아까 봤던 예리엘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까 그 여자아이… 분명 봤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나와 어떤 관계였는지, 누구였는지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군.)
연호는 내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아까 있었던 일에 대해서만 말을 늘어놓았다.
나는 그사이에 연호의 외형을 차분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날카롭게 서린 눈빛과 뚜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정돈된 머리카락.
‘…안 닮았는데.’
연호의 외형은 미중년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 정도로 미남 상이었지만, 성수아와 딱히 닮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의 얼굴을 관찰하니….
‘잠깐…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누군가가 흐릿하게 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분명 성수아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 흐릿한 모습을 선명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내가 그렇게 관찰하는 사이에도 연호는 주절주절 혼잣말로 떠드는 중이었다.
그가 평소와 다른 모습을 한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갔다.
‘기분 좋긴 한가 보네.’
자신의 과거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인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혼잣말로 즐겁게 떠드는 연호의 말에 경청하며 그와 같이 영웅 국립묘지에 갔다.
..
..
나는 영웅 국립묘지에 들어서기 전에 망토를 벗고, 영사관 보조 교관 신분으로 묘지로 들어섰다.
그렇게 예리엘이 말해준 장소에 도착한 나는….
“…아무도 없네?”
단 한 사람도 없는 묘지를 보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혼자 허탈해하는 사이, 옆에 있던 연호는 그런 내 감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묘지를 열심히 살펴봤다.
(묘지 주인의 기일이… 오늘이군.)
연호의 말대로 우리가 도착한 묘지 주인의 기일이 오늘이었다.
하지만 그 묘지에는 출생과 사망 날짜, 그리고….
“그늘 뒤에서 빛을 휘두른 자… 이곳에서 잠들다라….”
(….)
글귀만 적혀 있을 뿐, 묘지 주인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이로써 한 가지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존경받은 영웅이셨던 거 같네요.”
비록 사람들의 선망은 받지 못했지만, 선망을 받아도 될 정도로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을….
(아부는 됐다.)
내 말을 들은 연호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아부 아니에요.”
그의 코웃음에는 칭찬에 대한 흥겨움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연호는 내 말에 쑥스러웠는지 고개를 돌린 채 투덜거리듯 입을 열었다.
(그런 말은 됐다. 그런데 아까 말한 사람은 언제 오… 어?)
“…?”
실실 웃던 연호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는 갑자기 목소리를 하염없이 떨기 시작했다.
(기… 기억… 기억났다….)
그리고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듯 외쳤다.
(기, 기억났어! 내 딸이 누군지 기억났어!!)
“!?”
나는 연호의 외침에 화들짝 놀라며 그가 바라보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고개를 돌리자, 내 눈동자에 한 여자의 모습이 비춰줬다.
국화 꽃다발을 품에 안은 채 묘지를 향해 다가오는 한 여자.
‘아… 거짓말하지 마….’
[….]아까 연호와 흐릿하게 겹치던 존재가 선명하게 내 바로 앞에 도착하며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꽃송이를 잔뜩 들고 나타난 여자의 정체는….
“오? 뭐야? 여기는 무슨 일이에요?”
영사관에서 나를 담당하는 교관이자….
(서현… 그래… 이 애가 내 딸 서현이다!)
나와 한창 연애 중인 초서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