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175)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174화(1175/1201)
두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내 귓속으로 섞여 들어왔다.
“오? 뭐야? 여기는 무슨 일이에요?”
(서현… 그래… 이 애가 내 딸 서현이다!)
초서현과 연호…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그래. 이 애의 이름은 초서현이고… 내 이름은… 초연호였어.)
초연호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내 귓속을 울리는 중이었다.
‘미치겠네….’
내가 그렇게 초연호의 중얼거림에 당황하는 사이에 초서현은 어느새 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초서현은 작은 몸으로 국화 꽃다발을 품에 품고, 얼굴에는 걱정을 가득 품은 채 내게 물어왔다.
“왜 그래요? 만나면 안 되는 사람 만난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아, 죄송해요. 그런 게 아니라… 설마 여기서 뵐 줄은 전혀 몰라서….”
“푸웃… 그건 내가 할 말인데요? 요새 연락도 안 되고 말이야….”
초서현은 내 대답에 걱정이 풀렸는지 예전처럼 싱글벙글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웃는 얼굴에는 웃음뿐만 아니라, 서글픔도 한 스푼 섞여 있는 게 눈에 보였다.
일단 내가 이 상황을 당황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연호의 정체가 초서현의 친부라는 사실.
초연호는 내게 미리 경고했다.
자기 딸에게 손끝 하나라도 대는 순간, 적으로 간주하겠다고….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초서현은….
“자, 고개 좀 내려봐요. 오랜만에 얼굴 좀 자세히 보게~”
초연호의 적개심을 넘어선 살기를 끌어 올리는 행위를 태연하게 펼쳤다.
초서현의 행동과 말을 들은 초연호는 나를 노려보더니….
(…내가 납득할 수 있게 이 상황을 설명해 줬으면 좋겠군.)
나를 벨 듯이 검을 뽑기 시작했다.
물론, 영혼의 검이라 내게 어떠한 물리적 피해를 주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반응 자체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갔다.
나는 일단 초연호를 진정시키기 위해 초서현에게 변명하듯 손을 저었다.
“어, 얼굴은 나중에 자세히 보죠. 누구를 찾아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묘지잖아요.”
“….”
내 거부 반응을 본 초서현은 입술을 삐쭉 내밀며 툴툴거렸다.
“흥, 요새 연락도 없더니… 애정이 식긴 식었나 보네. 아니, 나 설마 차인 건가?”
“아니, 그게 무슨….”
나를 당황하게 한 건 초서현뿐만이 아니었다.
(…설명은 굳이 필요 없겠군.)
초서현의 말을 들은 초연호가 진짜 살기를 드러내며 검을 뽑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한 줄기의 빛이 흘러들어왔다.
“…그러고 보니까, 누구 찾으러 온 거예요? 그리고 하필 왜 여기에 서 있고?”
초서현이 내 눈치를 보며 고개를 돌려 주변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까 투정 부리던 여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내 마음을 걱정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초서현은 자기 아버지의 성묘를 온 상황이다.
이곳에 있는 내가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걱정하는 중일 것이다.
그리고 초서현 덕분에….
(….)
나를 향하던 초연호의 살기가 순식간에 누그러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초연호의 모습에 안도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일단 대충 말 돌리자.’
같은 묘지를 찾아왔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리라 판단하며 나는 오히려 질문으로 응수했다.
“우연히 지나가다가 글귀가 눈에 띄어서 보고 있었어요. 혹시… 아시는 분인가요? 묘지에 성함이 적혀 있지 않던데.”
“…알다마다요. 아니… 오히려 잘 모른다고 해야 하나?”
초서현은 내 의아한 표정에 민망하다는 듯이 볼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저희 아버지 묘지예요. 그런데… 돌아가신 지 오래돼서 어떤 분인지 기억나지 않아요.”
“….”
(큿….)
이로써 확실해졌다.
초연호는 초서현의 친부이고, 이곳이 그의 묘지라는 사실이….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은 초서현과 그런 초서현의 모습에 울먹이는 초연호의 모습을 보며 고민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나는 두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말을 떠올리며 입에 담았다.
“뭐랄까… 운이 좋았네요. 아, 죄송해요. 이상한 의미가 아니라, 초서현 교관님이랑 이렇게 만날 줄 몰라서….”
“훗… 이상한 생각하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요. 나도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제가 여기 있어도 되나 싶네요. 뭐랄까… 방해 되는 거 같아서….”
나는 평소의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숨기고, 최대한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초서현은 평소와 다른 내 모습에 피식 웃으며 꽃다발을 들고 있지 않은 손을 휙휙 저었다.
“여기 있는 분이라면… 오히려 남자 데리고 왔다고 좋아할걸요?”
“네? 그게 무슨….”
초서현은 잔뜩 쓴 미소를 지으며 품에 품고 있던 국화 꽃다발을 묘지 앞에 조심스럽게 올려놨다.
그러고는 묘지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매번 혼자 왔거든요. 지금이라도 남자를 데리고 왔으니 오히려 좋아하실 거예요.”
“아….”
(….)
한껏 내게 살기를 드러내던 초연호는 그런 초서현의 말을 듣더니, 갑자기 검을 천천히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초연호는 자신의 묘지를 쓰다듬는 초서현의 모습을 보더니….
(자리를 비켜야 하는 건 나였군. 설명을 나중에 제대로 듣겠다.)
그 말을 남기고 사후 세계로 떠나가 버렸다.
아직 나에 대한 분이 전부 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기 자신의 감정을 잘 제어하는 사람도 분노만큼은 쉽게 제어하지 못하니 말이다.
‘끙… 풀리긴 할까?’
하지만 초연호에 대한 걱정은 금세 지워졌다.
지금 당장 내가 이 상황을 당황하는 두 번째 이유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란 바로….
‘…내 정체 알아차린 거 같지?’
[그런 것 같습니다.]예리엘이 내 정체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힌트는 두 가지.
(가보면 내가 오늘 가라고 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거야.)
(묘지에 가면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 대신 안부 좀 전해줘.)
예리엘이 내게 남긴 두 마디.
그 두 마디를 통해 확신할 수 있었다.
‘하아… 나름 잘 숨겼다고 자신했는데….’
예리엘이 내 정체를 알아차렸다는 사실을….
하지만 한편으로 의문이 들기도 했다.
‘시호를 붙였잖아? 내 정체를 알았다면 진작에 시호가 알아차리지 않았을까?’
예리엘이 아무리 철두철미하게 일을 진행한다고 해도 시호의 눈을 피하지는 못할 것이다.
내 정체를 알았다면 진작에 혼자 있을 때, 혼잣말을 흘리곤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호가 알아차렸을 것이고….
하지만 내 기대는 아르모니아의 대답으로 금세 무너져 내렸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혼잣말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그런 데서는 쓸데없이 나이 많은 티를 내네.’
생긴 건 혼자 방 안에서 인형극을 즐길 것 같이 생겼으면서….
나는 그렇게 예리엘의 귀가 간지러울 정도로 큰 흉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일단 그 문제는 나중에 해결하자.’
어차피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만약 내가 과민 반응을 보인 것이라면 조용히 넘어갈 것이고, 만약 예리엘이 내 정체를 알았다면….
‘…나중에 한 대 맞겠네.’
나는 한 대 맞을 것이다.
아까 예리엘이 한 말을 떠올렸다.
(죽일 생각은 없었어. 지금 당장 한 대 때리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지만.)
(그 한 대는 일단 빚으로 달아둘게. 그런데… 여긴 무슨 일이야?)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정체를 알고 있기에 저런 말을 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나는 예리엘에게 꿀밤 맞는 상상을 하며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이거 문제가 심각해졌는데?’
사실 상황만 놓고 보면 아까 초연호의 분노보다 이쪽이 훨씬 더 심각하다.
내 정체는, 나와 동료가 된 문주아와 레이라에조차 비밀로 하는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직 같은 편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예리엘이 내 정체를 알아차렸다.
나는 예리엘의 입을 믿는다.
하지만….
‘탑 수장의 입을 믿는 건 별개의 문제지.’
사람을 믿는 것과 단체를 믿는 건 별개의 문제다.
거기다 비밀이라는 건 나 혼자 알고 있을 때만 비밀로서의 효과를 발휘하는 법이다.
다른 사람 머릿속으로 비밀이 흘러간 순간부터 그건 비밀이라고 말할 수 없다.
내가 그렇게 걱정하자, 아르모니아가 내 걱정을 풀어줄 수 있는 말을 건넸다.
[일단 시호 씨에게 철저한 감시를 지시하겠습니다.]‘응, 부탁할게.’
예리엘이 아무리 혼잣말하지 않더라도 나와 관련된 일을 진행하면 시호의 눈에 걸릴 것이다.
그때 대비해도 늦긴 하겠지만, 그 전에 대비하는 건 또 의미가 없는 행위이기도 했다.
나는 문주아에게 했던 경고를 떠올리며 속으로 쓰게 웃었다.
‘몸 사리라고 주의했는데… 정작 사려야 할 건 나였네.’
예리엘이 내 정체를 어떻게 알았는지 확인하기 전에는 함부로 돌아다니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있자….
“왜 그쪽이 우울해해요. 그런 표정 짓지 마요. 나는 다 잊었으니까….”
“아….”
초서현이 나를 걱정하듯 내 등을 두드려 줬다.
아마 내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우울해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초서현의 위로를 받으며 속으로 죄책감을 느꼈다.
‘지금 이런 생각할 상황이 아니구나.’
예리엘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다 보니 정작 초서현의 상황을 까맣게 잊고 있던 것이었다.
어린 시절에 잃었던 친부의 묘지를 찾아온 초서현.
그런 초서현을 앞두고 딴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나는 나에게 향하는 분노가 혹시라도 엄한 곳을 향할까 최대한 꾹꾹 눌렀다.
그리고 간신히 진정한 뒤, 침착한 목소리로 초서현에게 말했다.
“그… 동생분은 안 오셨나요?”
초서현의 동생 초강현.
아버지의 기일이라면 그가 동행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 바, 바빠서 나중에 따로 오겠다고 했어요.”
초서현은 쓴 표정을 지으며 내 시선을 피했다.
일단 한 가지 사실을 확실했다.
초서현은 같이 오고 싶어 했던 모양이지만, 초강현은 동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초서현의 모습을 보며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뭐지? 누나한테도 관심 없고, 약혼자한테도 관심 없고, 거기다 아버지한테도… 응?’
나는 그렇게 연이어 생각하는 도중, 초연호의 말들이 불현듯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따, 딸이 있었어! 나한테 딸이 있었어!)
초연호는 분명 말했다.
자신에게 딸이 있다고.
(서현… 그래… 이 애가 내 딸 서현이다!)
그리고 그 딸의 정체는 초서현이었다.
하지만 분명 초연호는 말했다.
(아니, 떠올리고 나니 확실해졌어. 내게 딸아이 하나 말고는 다른 자식은 없었다.)
자신에게 외동딸을 제외한 어떠한 자식도 없었다고….
‘…그럼, 초강현은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