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182)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181화(1182/1201)
앙증맞은 손을 흔들며 나를 반겨주는 예리엘.
“어서 와요.”
그리고 그런 예리엘의 모습을 보며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넨 나.
“안녕하십니까, 예리엘 님.”
내가 인사를 받자, 때마침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아까 그 부르라고 한 사람이 오빠였나?)
교장실을 구경하던 시호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내게 날아왔다.
(아까 불러달라고 한 사람이 오빠였구나. 이름을 안 불러서 몰랐어.)
“….”
시호의 말을 들은 나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설마 나 잡으려고 파 놓은 함정 같은 건 아니겠지?’
참고로 현재 나는 상급 영웅 시험을 치르면 쉽게 합격할 수 있다고 자신할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었다.
아니, 상성만 좋다면 상급 영웅 열댓 명에게 둘러싸여도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방 안에 있는 두 사람이 그런 상급 영웅과 차원이 다른 존재라는 것.
탑의 주인인 예리엘과 영웅 사관 학교의 교장 오진호.
두 사람은 단신으로 상급 영웅 몇십 명과 싸울 수 있다고 알려진 최상급 영웅들이었다.
그런 두 사람에게서 도망친다?
‘예리엘만 있으면 어떻게 되겠지만….’
마법 재능에 몰빵한 예리엘에게서 빠져나가는 건 어찌저찌 가능할 것이다.
아니, 초연호까지 소환한다면 싸워서 이기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진짜 큰 문제는….
‘교장인데….’
교장까지 합세한다면 분명 잡힐 것이다.
거기다 이곳은 영사관 중심.
주변에 영웅을 꿈꾸는 수많은 생도와 현직 영웅들이 드글거리는 이곳에서, 예리엘과 교장을 피해 빠져나간다?
‘…얌전히 잡히는 게 나으려나?’
괜히 반항했다가 손이나 발 하나 잃는 거 아닌가 몰라….
내가 통신으로 한탄하자, 아르모니아가 평소처럼 무감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리엘이 그런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의는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르모니아도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사태가 마냥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렇게 멀뚱히 서서 속을 태우고 있자….
“왜 그러고 있어요? 와서 앉아요.”
예리엘이 키득거리며 손짓하기 시작했다.
평소 점잖고 온화한 미소를 짓던 예리엘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진짜 애처럼 키득거리는 중이었다.
그런 예리엘의 모습을 보자, 그동안 응어리져 있던 추측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일단 들킨 건 확실하네.’
예리엘이 내 정체를 간파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예리엘이 저런 식으로 웃을 리가 없다.
나는 최대한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나는 예리엘의 건너편 소파에 앉았다.
내가 소파에 앉자마자, 시호가 영혼 상태로 나를 껴안으며 횡설수설 말하기 시작했다.
(저, 저 여자가 오자마자 ‘그 보조 교관 불러주세요.’ 했는데, 그게 오빠인 줄 전혀 몰랐어.)
“….”
딱히 그녀를 탓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시호에게 어떠한 대답도 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갑자기 정신 나간 놈처럼 혼자 떠드는 내 모습을 본 예리엘과 교장의 반응이 궁금하긴 했지만….
그렇게 횡설수설 말하던 시호는….
(아! 나는 일단 주변을 수색해 볼게. 혹시라도 오빠가 잘 도망칠 수 있도록….)
눈치 빠르게 교장실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교장실에는 서로 마주 앉아 있는 나와 예리엘, 그리고….
“오호… 이 친구가 정말 마음에 드셨나 보군요. 예리엘 님께서 그렇게 웃으시다니….”
상석에 앉아 있는 교장까지 셋이 남게 되었다.
교장의 말을 들은 예리엘은 헛기침하며 목을 가다듬더니….
“저번 견학 때 마과 생도들을 구해준 분이잖아요.”
다시 평소처럼 품위 있는 목소리를 냈다.
그런 예리엘의 모습을 본 교장은 호쾌하게 웃었다.
“하하하, 하긴 그때 성수호 교관님의 활약이 대단하다고 듣긴 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예리엘 님이 마음에 들어 하실 줄이야…”
“크흠…. 크흐음!”
예리엘은 어울리지 않게 헛기침을 연이어 내며 교장의 말을 막으려고 시도했다.
‘…잡으려고 부른 건 아닌 모양이네.’
분위기를 보니, 나를 잡아들이려고 파 놓은 함정 같은 건 아닌 듯 보였다.
나는 두 사람의 대화에 안도하며 예리엘의 모습을 구경했다.
“예리엘 님, 참 섭섭합니다. 저랑 처음 만나셨을 때는 인사도 안 받아주셨지 않습니까? 제가 그때 얼마나 섭섭했는지….”
“그… 그때는 전투 중이었잖아요. 일단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예리엘은 말이 더 길어져봤자 자기만 손해라고 판단했는지 교장의 시선을 피하고는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갑자기 호출한 이유부터 설명해 드릴게요.”
예리엘은 평소처럼 엄숙한 분위기로 전환하며 나를 부른 진짜 용무를 입에 담았다.
“저번에 드린 제안은 생각해 봤어요?”
“제안이요?”
“마음에 안들었나 보네. 바로 까먹은 걸 보니까.”
나는 예리엘의 말에 쓰게 웃으며 입을 다물었고, 예리엘은 그런 내 모습에 또다시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탑에 정식으로 입단할 생각 없어요?”
“아….”
나는 그제야 예리엘이 말했던 제안을 떠올릴 수 있었다.
‘맞다, 전에도 말했었지.’
에브리카 테러 당시, 나와 성수아는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구하며 테러범과 싸웠다.
그리고 그때, 예리엘에게 실력을 인정받아 탑 입단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다.
탑은 나 같은 보조 교관뿐만 아니라, 정식으로 영사관을 졸업하는 생도들에게도 꿈과 같은 곳이다.
그것도 그냥 가산점을 받는 수준도 아니었다.
예리엘이 내게 낙하산을 메어주고, 그냥 품에 달린 낙하산 끈만 당기면 합격이라는 의미였다.
그걸 거절하는 순간 미친놈 취급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역시 거절해야겠지?’
거절하는 것을 전제로 대답을 추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예리엘의 제안을 거절하려는 이유는 단순했다.
‘만약 입단했다가 내 정체를 들키기라도 하면….’
내 입장뿐만 아니라, 나를 입단 시킨 예리엘이 곤란해질 것이다.
아니, 최악의 경우에는 탑 자체에 치명적인 문제로 작용할 것이다.
나를 괴인 추종자로 발표하고, 탑과 괴인 단체가 손을 잡았다고 언론에 발표하기라도 하면….
‘교단이랑 싸우기도 전에 흔들리겠지.’
지금 내 목표는 교단에 있는 초강현이다.
그리고 그런 교단과 싸우기 위해서는 탑의 공고한 입지가 중요했다.
그리고 탑의 공고한 입지를 위해서는….
“죄송합니다, 거절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와 탑 사이에 연관 관계를 두어선 안 된다는 결론을 냈다.
“흐음….”
내 말을 들은 예리엘은 예상했다는 듯이 담담한 표정을 지은 반면에….
“아니, 성수호 교관님. 지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나와 예리엘 사이에 있던 교장은 우렁찬 목소리를 내뱉으며 벌떡 일어났다.
교장은 벌떡 일어난 뒤, 내게 육중한 어깨를 들이밀며 다급한 목소리를 냈다.
“영사관을 관리하는 교장으로서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제 할 말을 하겠습니다. 성수호 교관님, 이건 기회입니다.”
교장의 말대로 예리엘의 제안은 모든 영웅이 꿈꿔 오는 기회… 아니, 더 나아가서….
“저도 과거에 예리엘 님께서 저렇게 제안해 주셨다면 당장 달려갔을 겁니다. 아, 물론 예리엘 님께서는 성수호 교관님과 다르게 저 같은 덩치를 원하지 않으셔서 그런 일은 없었지만….”
“크흠…!”
“허허… 하여튼….”
교장은 뾰로통한 예리엘의 시선을 피하며 다시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혹시 보조 교관으로서의 뒷일을 걱정하는 거라면 지금 당장 사직서 제출하고 떠나세요. 남은 문제는 제가 다 처리하겠습니다.”
“어, 그게….”
나는 교장의 말에 벙찔 수밖에 없었다.
교장이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서 설득하려고 할 줄은 생각 못 했으니까 말이다.
만약 내가 이곳에 사는 사람이었다면 교장의 배려를 듣고 감동했겠지만….
‘아니, 나 거기 가면 안 된다고 이 양반아….’
문제는 내가 탑을 가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중요한 문제이니, 좀 더 생각하고….”
“생각할 게 뭐가 있습니까? 탑입니다, 탑! 영사관에서 근무해 본 성수호 교관님이라면 탑이 얼마나 대단한지 본인이 더 잘 아실 것 아닙니까?”
“그게… 제가 담당하는 생도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담당하시는 생도들은 걱정하지 마세요. 생도들도 이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할 겁니다.”
교장은 마치 자신의 일인 것마냥 물러서지 않고, 예리엘의 제안을 받으라고 종용했다.
나는 미칠듯한 난처함을 느끼며 시선을 조심스럽게 돌렸다.
종용하는 교장과 그런 종용에 진땀을 빼는 나.
그리고 그런 나와 교장을 바라보며…
“푸우….”
입을 가린 채 웃음을 참고 있는 예리엘이 내 눈동자에 들어왔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예리엘이 나를 이런 상황으로 끌고 온 건….
(그 한 대는 일단 빚으로 달아둘게. 그런데… 여긴 무슨 일이야?)
빚으로 달아둔 한 대를 갚기 위함이었음을….
‘역시 생긴 대로 애처럼 행동하는군.’
[….]내가 그렇게 속으로 예리엘을 욕하는 순간….
“푸취!”
예리엘이 작은 재채기를 하며 몸을 크게 휘청거렸다.
예리엘의 재채기 소리를 들은 교장은 내게 쏠려 있던 시선을 예리엘에게 돌리며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아요. 요새 감기인가. 계속 기침이 나오네.”
그렇게 말하며 코를 훌쩍이는 예리엘.
나는 그런 예리엘에게 휴지를 뽑아 건네주며….
“닦으세요.”
비릿한 웃음을 건네줬다.
“닦으라뇨…?”
휴지와 내 웃음을 본 예리엘은 잠시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
내가 내민 휴지와 내 웃음의 의미를 파악한 예리엘은 재빠르게 내가 내민 휴지를 낚아채고는 코를 가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리더니, 코맹맹이 소리로 중얼거렸다.
“…고마워요.”
입으로는 분명 고맙다고 했지만….
‘표정 좋네.’
눈빛은 전혀 고마움이 담겨 있지 않았다.
분한 듯이 노려보는 예리엘.
물론, 예리엘의 노려보는 시선은 다행히 교장의 눈동자에 담기지 않았다.
예리엘은 휴지로 코를 정리하고는 교장에게 말했다.
“성수호 교관과 따로 이야기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혹시 제가 자리를 비켜드려야 할까요?”
“아, 그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돼요. 다만 조용히 이야기 하고 싶으니….”
예리엘은 나를 노려보며 말을 맺었다.
“VR 캡슐 좀 빌릴게요. 그 안에서 조용히 대화를 나눌까 해서요.”
..
..
예리엘이 VR 캡슐을 이용하고 싶어 한 이유는 단순했다.
VR 캡슐은 교단조차 함부로 침투하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보안을 자랑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VR 캡슐로 나를 데리고 온 예리엘.
“자, 이제 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보죠.”
“네….”
VR 세계로 들어온 예리엘은 딴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교장실에서 다소곳하게 앉아 있던 꼬마가 아닌 의자에 다리를 꼰 채 우아하게 앉아 있는 성인 여성으로….
‘예쁘긴 진짜 예쁘네.’
만약 꼬마가 아닌 저 모습을 먼저 봤다면 나는 진작에 예리엘을 꼬시려고 시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우… 역시 안 되겠다. 볼 때마다 아까 모습이 떠올라.’
[….]코휴지 사건으로 VR 캡슐로 향하는 내내 고개를 들어 올린 채 나를 노려보던 예리엘.
그 꼬마 예리엘의 모습이 계속 떠오르니, 이성적인 감정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예리엘에 대해 생각하며 그녀를 쳐다보자….
“…그렇게 쳐다보니까 화나려고 하네요.”
조심스럽게 코를 가리며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아까 휴지를 건네받으면서 봤던 내 비웃음에 아직 화가 안 풀린 듯 보였다.
‘자기도 장난쳐놓고….’
나는 그런 예리엘의 모습에 쓰게 웃으며 사과했다.
“아, 죄송합니다. 갑자기 이곳에 부르셔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청산유수 같네요.”
예리엘은 다리를 꼰 채 내 쪽으로 상체를 살며시 앞으로 내밀며 말을 이어 나갔다.
“망토 쓰고 말할 때는 차갑고 딱딱하기 그지없었는데 말이죠.”
“…언제부터 아셨나요?”
어차피 들킨 거 막 나가기로 했다.
내가 대놓고 묻자, 예리엘은 우아한 미소와 함께 등받이에 기대며 대답했다.
“그 사막에 같이 들어갔을 때 알았어요.”
사막이란, [호루스의 눈동자]를 뜻하는 듯 보였다.
예리엘과 나는 [호루스의 눈동자] 안에 있는 사막에 갇혀서 하루 동안 동행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예리엘의 대답은 오히려 내 의문을 증폭시킬 뿐이었다.
“나름 조심한다고 조심했는데… 혹시 망토가 뒤집히거나….”
그때 당시 나는 철저하게 신분을 숨겼고, 만약 망토가 실수로 벗겨진 적이 있다면 아르모니아가 진작에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예리엘은 대답 없이 미소를 지으며 내게 손을 내밀뿐이었다.
마치 손을 잡자는 듯이 말이다.
손을 내밀지 않으면 진도가 나가지 않으리라 판단한 나는 어쩔 수 없이 예리엘의 손 위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예리엘의 손바닥 위에 손을 올리자, 그녀가 내 손을 살며시 쥐며 대답했다.
“당신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기묘한 기운. 그게 당신이라고 광고하고 다니는데 모를 리가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