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183)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182화(1183/1201)
예리엘이 내 손을 살며시 감싸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기묘한 기운. 그게 당신이라고 광고하고 다니는데 모를리가 있겠어요?”
“…?”
지금 말만으로는 의미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기묘한 기운이라니…?
‘설마 영력을 알아차린 건가?’
마법에 재능있는 여자이니 그런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아르모니아는 내 말에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그건 절대 아닙니다. 조디악이나 성전의 인물도 수호 님의 영력을 알아차릴 수 없습니다.]‘응? 저번에는 알아차릴 테니까 조심하라며?’
아르모니아는 조디악과 성전이 법화 단전과 영력의 사실을 알아차릴 것이라며 내게 붉은 실을 묶어줬었다.
참고로 그 붉은 실은 다른 여자들과 잠자리를 갖거나 씻을 때도 풀지 않는 중이었다.
아르모니아가 어떠한 경우에라도 풀지 말라고 당부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렇게 의아함을 드러내자, 아르모니아가 즉시 대답했다.
[어디까지나 인물들이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조디악과 성전 쪽에서는 주인공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아하….’
[참고로 워프도 마찬가지입니다.]주인공들은 워프를 봐도 그저 대단한 기술이나 비이상적인 능력으로 치부하고 말지만, 그들을 통제하는 조디악과 성전은 바로 알아차린다는 것이었다.
일단 이해했다.
예리엘이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고 해도 영력을 알아차릴 수는 없다는 사실을….
‘그러면 저게 뭔 소리지…?’
[아마도 예리엘이라는 여자는….]아르모니아가 자신의 추측을 통신으로 말하려는 순간, 예리엘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방해했다.
“…설마 본인도 모르는 건가요?”
예리엘은 자신의 말을 못 알아들은 내 모습에 오히려 놀란 듯 보였다.
나는 태연한… 더 정확히는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 네, 무슨 말씀인지 전혀 모르겠네요.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 안 될까요?”
“…알았어요.”
예리엘은 굳은살 하나 없는 부드러운 손으로 내 손을 만지작거리며 설명을 시작했다.
“성수호 교관의 손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느낄 수 없는 기이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어요.”
“기이한 기운이요?”
“네, 혹시 나랑 처음 악수했을 때… 기억해요?”
나는 고개를 기울이며 머릿속에 들어있는 기억을 털어내듯 꺼내기 시작했다.
예리엘과 처음 악수를 했을 당시, 그때 예리엘은….
“네, 그때 갑자기 손을 확 빼셨죠.”
내 손을 잡자마자 기겁하며 손을 거둬들였다.
마치 귀신을 본 꼬마처럼 말이다.
내 말을 들은 예리엘은 고개를 돌린 뒤, 나를 힐끗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런 부분에서는 또 기억력이 좋네요. 제 제안은 바로 까먹었으면서….”
“….”
제안을 까먹은 게 어지간히 섭섭했던 모양이다.
‘…영사관 임무 끝날 때까지 우려먹겠네.’
예리엘은 침묵하는 내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때 느껴졌던 감각… 그건 쉽사리 잊을 수 있는 그저 그런 기운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망토 쓴 남자도 똑같은 기운을 흘린다?”
예리엘은 내 손바닥 중심을 검지로 툭툭 누르며 말을 마무리했다.
“망토 쓴 예의 없는 남자는… 예의 바르고, 성실한 성수호 교관이다. 그게 제 결론이었어요.”
황당할 정도로 단순한 이유였지만, 한편으로 그런 단순한 이유였기에 확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예리엘이 탑의 수장을 맡을 수 있는 건 그녀가 그저 마법 재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연륜.
에브리카 회장을 동생 취급할 정도로 오랜 삶을 살고,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런 연륜이 쌓인 예리엘은 확신한 것이었다.
“어때요? 제 추리?”
“탐정 일하셔도 되겠네요.”
“후후… 나중에 생각해 볼게요.”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쳤지만, 그걸 또 장난으로 맞받아치는 예리엘.
일단 분위기는 좋았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아르모니아의 통신이 들려왔다.
[저 여자의 예민한 감각이 수호 님의 손기술을 인지하는 것 같습니다.]‘아하….’
물론, 예리엘이 내 손기술의 본질까지 파악한 건 아닐 것이다.
그 증거로, 예리엘은 호기심을 드러내게 내게 물어왔다.
“자, 이제 말해주세요. 그 기이한 기운… 뭔가요?”
딱히 내 존재에 대한 불신을 갖고 한 질문은 아닌 듯 보였다.
그저 마법사로서 궁금해서 한 질문 같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예리엘이 원하는 대답을 해줄 수는 없었다.
“저도 뭔지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그 기이한 기운이라는 것도 예리엘 님에게 처음 들었으니까요.”
반은 거짓이었지만, 반은 진실이었다.
내 손기술을 감각으로 인지한 인물은 예리엘이 유일했으니까 말이다.
그런 사실 덕분에 거짓에도 포장을 씌울 수 있었다.
“오히려 제 쪽에서 묻고 싶습니다. 제 손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의 정체가 뭔지 아시나요?”
예리엘은 내 손을 슬며시 놓아주며 대답했다.
“흐음… 몰라요.”
당당하게 모른다고 말한 예리엘.
보통 사람 같았으면 모른다는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아서 괜한 미사여구를 붙여서 변명했을 것이다.
하지만 예리엘은 모른다는 말에 괜한 변명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예리엘의 모습은 오히려….
‘아씨… 꼬마만 아니었으면….’
[….]내 이성을 자극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예리엘은 다시 의자 등받이게 몸을 기대고, 자세를 잡으며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생각 같아서는 몇 날 며칠 옆에 두고 알아보고 싶을 정도예요.”
“…그래서 저를 탑으로 데리고 가려고 하셨나요?”
“훗… 겸사겸사죠.”
예리엘은 그렇게 장난스럽게 대답한 뒤, 갑자기 표정을 굳히며 내게 경고했다.
“아까 말한 거 잊지 마요. 제가 느꼈다는 건 다른 사람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겠습니다.”
이건 명백한 배려이자, 도움이었다.
‘나도 빚졌네.’
물론, 내가 도와준 것에 비하면 작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예리엘의 조언을 통해 그녀의 마음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믿어도 될 여자네.’
시호를 붙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믿을 수 있는 여자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예리엘은 내 진지한 대답을 듣자마자, 나를 힐끗 쳐다보며 키득거렸다.
“어느 쪽이 진짜 성격이에요? 지금? 아니면 망토 썼을 때?”
나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때는 신분을 숨겨야 해서 일부러 말투를 바꿨습니다.”
“흐음… 그게 연기라고요? 흐음~ 아닌 거 같은데~ 너무 자연스럽던데….”
“….”
약점 하나 잡은 게 기분이 좋은지 놀려대기 시작했다.
나는 이 상황을 빨리 넘기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용무는 끝인가요?”
“흐음… 아뇨. 아직 남았어요.”
예리엘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다시 진지한 목소리로 다른 주제를 입에 담았다.
“어디 소속이에요?”
아마 제일 궁금한 부분일 것이다.
예리엘이 그 부분을 궁금해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아니면 다른 사람의 사주를 받고 움직이는 거예요?”
“….”
세상에 공짜란 존재하지 않는다.
갑자기 정체불명의 존재가 나타나서 무분별할 정도로 많은 도움을 준다?
오히려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말해줘요. 성수호 교관… 당신은 누구죠?”
내가 준 도움을 의심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정체를 알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예리엘은 나를 의심하는 게 아닌 오히려 나를 신뢰하기 위해 질문을 건넨 것 같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주를 받아서 움직이는 건 맞지만… 누군지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예리엘이 원하는 대답을 건네줄 수 없었다.
아무리 예리엘이 내 정체를 알았다고 해도 대놓고 괴인 추종자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나는 그렇게 더 추궁받을 각오를 하며 기다렸지만….
“…알았어요.”
예리엘은 순순히 물러나듯 포기했다.
이렇게 쉽게 포기할 줄 몰랐던 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내 표정을 보던 예리엘은 피식 웃으며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그렇게 도움받았는데, 지금 와서 당신을 의심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예리엘은 다시 고개를 내린 뒤, 깊고 맑은 눈동자에 내 모습을 담으며 남은 말을 이어 나갔다.
“언젠가 알려줬으면 좋겠네요. 자기 정체를 숨긴 사람은… 결국 다 떠나갔으니까.”
“….”
말을 마친 예리엘은 하늘로 고개를 들어 올리며 과거를 회상하듯 눈을 감았다.
오랜 삶을 살고, 경험이 많다는 건 그만큼 사연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과거의 사연 중 오늘 있었던 일과 비슷한 일이 있었기에 저런 말을 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한동안 침묵하던 예리엘은 다시 고개를 내리며 입을 열었다.
“아참, 초연호 씨에 대해서는 알았어요?”
예리엘은 대놓고 지하 주차장에서 나눴던 대화를 꺼냈다.
하지만 보안이 철저한 VR 캡슐 안이기에 나 또한 거리낌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덕분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후후, 담당 교관들이 좋아할 만하네요. 담당 교관의 아버지까지 챙기려는 보조 교관이 어디 있겠어요.”
“….”
예리엘은 내가 초연호에 대한 정보를 물은 이유를 착각하는 중이었다.
아마 내가 초연호의 이름을 아는 것도 초서현에게 들었다고 생각하는 중일 것이다.
‘차라리 저렇게 오해하는 쪽이 낫지.’
생뚱맞게 관계도 없는 초연호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했다면 이상한 오해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만사 언제나 좋게만 흘러가겠는가.
미소를 유지하던 예리엘이 갑자기 표정을 굳히며 내게 질문했다.
“…서현이랑은 무슨 관계예요?”
“….”
입술이 라이터로 지져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바싹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예리엘의 표정과 질문을 통해 확신할 수 있었다.
‘…알아차린 거 같지?’
[그런 것 같습니다.]초서현과 나와의 관계를 알았다는 사실을….
나는 예리엘의 시선을 피하며 아르모니아에게 물었다.
‘아까 초서현이랑 예리엘이 만날 때, 시호도 옆에 있었지? 그때 별말 없었어?’
[수호 님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그렇게 길게 나누지는 않았다고 합니다.]‘무슨 대화였는데?’
[그저 친분을 묻는 게 전부였다고 했습니다.]아마 내 이름을 들은 초서현이 이상행동을 보이고, 그 모습을 본 예리엘이 그 사실을 알아차린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의문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눈치가 빠르다고 해서 알아차릴 수 있나?’
일단 정확한 사정을 나중에 파악하기로 했다.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원인을 하는 것이 아닌 터진 결과를 수습하는 것이니까.
‘아씨… 기껏 이미지 좋아졌는데, 망가지게 생겼네.’
성실한 보조 교관, 까칠하지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망토남.
그 두가지 컨셉 덕분에 예리엘의 호감도를 순식간에 끌어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두 컨셉 앞에 수식어가 바뀐다면…?
바람피우는 보조 교관, 여자만 물심양면 도와주는 망토남.
‘개 쓰레기 취급 받겠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예리엘이 저렇게 말한 것을 보니 내 여성 편력을 눈치챈 듯 보였다.
그렇게 바싹 타들어 가는 마음을 품으며 다시 예리엘과 시선을 마주했다.
나를 바라보는 예리엘의 눈빛을 본 나는….
‘…약점 하나 더 잡혔네.’
안도 반, 걱정 반의 마음을 품게 되었다.
내게 초서현과의 관계에 관한 질문을 던진 예리엘의 얼굴에는 불쾌함이나 역겨움이 담겨 있지 않았다. 오히려….
“설마 그냥 동료예요?”
“아… 그게….”
웃음꽃이 환하게 펴 있었다.
예리엘은 내 정체를 알아낸 것보다 지금 약점이 더 크고, 재미있다는 듯이 키득거렸다.
“흠… 내가 착각한 건가? 서현이한테 직접 물어봐야겠네.”
“그게….”
당황한 나머지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당황한 이유는 그저 예리엘에게 내 여성 편력을 들켰기 때문이 아니었다.
‘뭐지? 이런 거 싫어할 줄 알았는데….’
예리엘의 반응이 생각보다 가벼웠기 때문이었다.
한참 당황하는 내 모습을 감상하며 놀리던 예리엘은….
“후우… 이제 슬슬 일어나죠.”
하얀 의자에서 일어서서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예리엘의 행동에 맞춰 자리에서 일어난 뒤, 조심스럽게 해명… 아니, 변명을 시도하려고 했다.
“저, 예리엘 님, 그게….
하지만 그 순간 예리엘이 고개를 저으며 내 말을 막았다.
“걱정하지 마요. 그 부분에 관해서 뭐라고 할 생각 없어요. 하지만 한 가지만 명심해요.”
그리고 몸을 돌려 남은 한마디를 남기고….
“수아가 세간의 비난과 조롱을 각오하며 성수호 교관님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현실로 돌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