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187)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186화(1187/1201)
생각해 보면 처음 만났던 서지은의 성격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눈밭처럼 서늘한 표정과 얼음처럼 반짝이고 차가운 눈빛.
심지어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조차 한기가 서려 있었다.
따뜻한 인사를 건네면 차가운 인사로 되돌려주던 서지은.
그래, 서지은에게 그런 시절이 존재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시절이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지금까지 말이다….
“서지은 생도?”
나는 척추 디스크가 터져 나갈 정도로 서늘한 서지은의 표정을 보며 흠칫 떨었다.
다행히 내 척추 디스크는….
“아! 네, 네!”
온화한 미소로 변한 서지은의 표정 덕분에 터지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나는 순식간에 변한 서지은의 표정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뭐지? 내가 잘못 본 건가?’
의아함을 드러냈지만, 딱히 의아함을 해소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잘못 보신 게 아니실 겁니다. 다시 보여드리겠습니다.]하지만 그런 내 의아함을 아르모니아는 굳이 불필요하게 해소해 줬다.
아까 서지은이 지었던 표정이 내 눈앞에 띄워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나는 질겁하며 통신으로 소리쳤다.
‘어우씨, 깜짝이야! 빨리 꺼!’
[알겠습니다.]다시 보니까 내가 착각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조금 전에 서지은이 지은 표정은 예전 표정이 아니었다.
‘어우… 공포 영화 보는 줄….’
예전에는 감정이 실리지 않은 서늘함이었다면 지금은 감정이 꽉꽉 담긴 한기처럼 느껴졌다.
‘왜 저런 표정을 지었지? 뭐, 안 좋은 일 떠올랐나?’
[….]아르모니아도 대답이 없는 것을 보니, 떠오르는 추측이 없는 듯 보였다.
‘뭐, 사정은 나중에 알아보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대화를 다시 이어 나갔다.
“자, 그러면 송아라 생도. 오늘은 늦었으니까, 돌아가도록.”
“넵! 지은아, 나중에 또 보자!”
“어, 응….”
그렇게 송아라가 떠난 뒤, 나와 서지은만 훈련실에 남게 되었다.
송아라가 오기 전에도 나와 서지은은 단둘이 훈련하고 있던 터라 딱히 어색할 게 없어야 했지만….
“….”
“….”
송아라가 떠나자 미친 듯이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넓은 교관용 훈련실은 그 넓은 공간 때문에 나와 서지은의 사이를 더욱더 어색하게 만들었다.
‘어우, 어색해….’
보조 교관이라는 직책을 가진 나는 책임감을 느끼며 먼저 입을 열었다.
“아까 표정이 안 좋던데, 혹시 안 좋은 일이 떠오르거나 한 거야?”
“아, 그, 그게….”
사실 이 질문이 실례라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서지은이 겪은 일들을 나열해 보자.
아버지는 실종, 어머니는 식물인간, 믿었던 기철호에게 배신당하기까지….
심지어 그런 상황에서 마나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고, 더 나아가서 자신의 마법이 자신을 죽이려고까지 했었다.
남들은 하나만 겪어도 멘탈이 나갈 법한 경험을 서지은은 한꺼번에 몰아 경험한 셈이었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온전한 정신으로 내게 훈련받는 게 오히려 기특할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런 실례되는 질문을 한 이유는 단순했다.
“힘든 일 있으면 나한테 털어놔도 돼. 내가 이래 봬도 입 하나는 무겁거든.”
“아….”
서지은에서 짓눌렸던 부담감을 살짝이라나 풀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동시에….
“그리고 아까 했던 거짓말도 넘어가 줄게.”
내게 품고 있던 죄책감을 벗겨내 주기 위함이었다.
내가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하자, 서지은은 화들짝 놀란 채 얼굴을 붉히며 개미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죄… 죄송해요. 교관님을 우롱하려고 한 게 아니라….”
“하하, 우롱이라니… 그런 생각한 적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나는 넌지시 웃음을 던지며 분위기를 풀어줬다.
“오히려 미안한 건 내 쪽이지. 입장상 걱정돼서 물은 거라고 하지만, 사생활을 물어본 셈이니까.”
“교, 교관님께서 사과하실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분위기를 풀어주려는 내 의도와 다르게 서지은은 오히려 더 흥분할 뿐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흥분하며 변명하던 서지은은 더 이상 참기 힘들었는지 우물쭈물한 모습으로 진실을 입에 담았다.
“그게… 사실… 성수호 교관님을 만나서 온 거라….”
“…나?”
이번에도 거짓말인가 싶었지만….
“마법을 쓸 때마다… 교관님이 옆에 안 계시면… 너무 불안해서….”
“아….”
이제야 서지은이 거짓말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서지은은 2년을 넘게 마나 제어 불능으로 고생하다가 나를 만나고 나서 마나 제어 불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실 마나 제어 불능 자체는 기철호가 심어 놓은 큐브 때문이었다.
그리고 기철호를 지하 시설에 가둔 시점에서 서지은은 더 이상 마나 제어 불능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비밀을 모르는 서지은은 내 덕분에 마나 제어 불능을 해결했다고 착각하는 중이었다.
‘나 없으면 또 제어 불능에 빠질 거 같아서 무서운 모양이네.’
그리고 그런 두려움 때문에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명색이 영사관 생도인데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겠지.
하지만 나는 그런 서지은에게 위로가 아닌 냉정한 말을 던졌다.
“내가 아까 말했지? 힘든 일이 있으면 나한테 털어놓으라고. 그런데 그건 예외야.”
“여, 역시 기분 나쁘셨군요. 죄, 죄송해요.”
나는 사색이 된 서지은의 얼굴을 보며 다시 온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일이라면 힘들지 않아도 털어놔야지.”
“어…? 네?”
나는 서지은의 어깨 위에 손을 살며시 올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나를 찾아왔다는 건 학업과 관련된 일이라는 거잖아.”
“아, 그, 그렇죠.”
“그런 건 그냥 말해. 전부터 계속 말했지만, 그런 걸로 눈치 보지 말고.”
“아… 알겠습니다.”
내게 혼나자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서지은.
나는 그런 서지은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뿌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잘 알아들었겠지.’
[….]아르모니아도 내 교육열에 감탄했는지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는 듯 보였다.
나는 두 사람의 반응에 만족하며….
“자, 그러면 다시 시작하자.”
“아… 네!”
훈련을 재개했다.
..
..
훈련이 끝난 건 새벽 1시쯤이었다.
원래는 그 전에 끝내려고 했지만….
“어떻게든 더 하겠다고 고집을 피워서 어쩔 수 없었어요.”
생도인 서지은이 강한 의지를 드러내니, 보조 교관인 내가 먼저 그만둘 수 없던 것이었다.
만약 마나 탈진이 아니었다면 아침까지 계속 훈련을 이어 나갔을 것이다.
이소현은 내 등에 업힌 채 잠든 서지은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일단 차까지 아가씨를 바래다 주실 수 있나요?”
“어… 그러죠.”
나는 서지은을 엎은 채 이소현과 같이 학교 정문으로 향했다.
‘의외네. 바로 ‘아가씨한테 떨어지세요!’라고 할 줄 알았는데.’
내가 아는 이소현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여자였다.
나에 대한 애정과 별개로 서가에 대한 충성심이 엄청난 여자니까 말이다.
그렇게 이소현과 서지은을 엎고 있는 나, 그리고 경호원들이 줄이어서 정문으로 향했다.
나는 정문으로 향하며 물었다.
“시간도 늦었는데, 학교에서 쉬다가 가시는 게 어때요?”
예전이었다면 어처구니없는 말이라며 비웃음을 샀을 법한 걱정이겠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을 대비해서 [상태 이상 해제] 스킬을 가진 분도 동행했으니까요.”
이소현은 내 걱정을 비웃음이 아닌 진심을 담아 대답해 줬다.
‘위험하다는 건 잘 알고 있는 모양이네.’
마인이라는 괴물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걱정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러면 갈 때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서지은과 이소현.
두 사람은 서가를 지탱하고 있는 중요한 인물들이다.
둘 중 한 명만 문제가 생겨도 서가의 기둥이 흔들리는 상황인데, 둘 다 문제가 생긴다?
그 순간 서가는 기둥째 뽑혀서 순식간에 무너져 내릴 것이다.
물론, 이소현이라면 그런 사태도 대비해 놓고 있겠지만….
이소현은 나란히 걷고 있는 나와 내 등에 업혀서 자고 있는 서지은을 번갈아 보더니….
“그렇다면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저택에서 주무실 수 있도록 조치해 놓을게요.”
순순히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뭐지? 나한테 화난 거 아니었나? 바로 거절할 줄 알았는데….’
나는 너무 쉽게 제안을 받아들인 이소현의 모습에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소현은 그런 내 의문을 캐치하고는 즉시 대답으로 의문을 해소해 줬다.
“성수호 교관님의 실력은 저와 아가씨뿐만 아니라, 경호원분들도 인정하고 있어요. 아가씨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동행하는 쪽이 훨씬 낫다고 판단한 거예요.”
“아하….”
즉, 화난 건 화난 거고 서지은의 안전은 안전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정문에 도착한 나는 서지은을 리무진 안에 있는 긴 좌석에 눕혔다.
그리고 나는….
“같이 타고 가죠.”
“…네.”
서지은, 이소현과 같이 리무진을 타고 서가로 향했다.
자고 있는 서지은.
그리고 그런 서지은을 앞에 두고 구석에 나란히 앉아 있는 나와 이소현.
나는 당연히 이소현이 화난 이유를 알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아무 말 없네.’
이소현은 가는 길에 나를 힐끗힐끗 노려볼 뿐, 어떠한 말도 입에 담지 않았다.
처음에는 나랑 말 한마디 주고받고 싶지 않아서 그런가 싶었지만….
‘깨우기 싫어서 그런 거겠지.’
서지은이 깰 것을 우려해서 일부로 말을 참는 듯 보였다.
그렇게 무거운 침묵이 쉴 새 없이 나와 이소현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 무거운 침묵이 나를 편하게 만들어 주는 부분도 존재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이런 상황에 쓰이는 속담은 아니었지만, 써도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기에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저택에 가는 내내 안전한 침묵이 흘렀고….
“도착했네요.”
아무런 사건 없이 저택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가씨 부탁드릴게요.”
이소현은 당연하다는 듯이 내게 서지은을 맡겼고….
“네, 네~ 보조 교관이 이런 일도 해드려야죠.”
나는 그런 이소현의 부탁에 장난기를 담아 대답하며 서지은을 업었다.
“훗….”
이소현은 그런 내 모습에 피식 웃더니, 서지은은 업은 나와 같이 서지은의 침실로 향했다.
그렇게 침대에 서지은을 눕히자….
“이제부터 제가 모실게요. 이분을 객실로 안내해 드려요.”
“네,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이소현은 직원 한 명을 내게 붙이며 축객령을 내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직원의 안내를 받아 서지은의 침실을 나갔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객실에서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직원을 돌려보내고….
“휴우… 진짜 아무 일도 없었네. 뻘쭘하게….”
오는 길에 마인이 습격하는 일도, 이소현이 쌍심지를 켜며 속사포를 쏟아내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너무 평화로워서 오히려 마음이 불편한, 그런 상황이었다.
“흠… 일단 자고 나서 내일 제대로 얘기해 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직원이 준비해 준 옷으로 갈아입기 위해 옷을 벗는 순간이었다.
끼익!
“아가씨는 잘 주무… 왜 벗어요!?”
이소현이 들어와서는 내 탈의 장면을 보고, 마치 내가 자기 탈의 장면을 훔쳐보는 것처럼 호통치기 시작했다.
나는 벗던 바지를 다시 입고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당연히 옷 갈아입으려고 벗었죠. 그리고 노크도 없이 들어온 건 그쪽이거든요?”
“그,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제가 올 거 알았으면 기다렸어도 되잖아요!”
나는 이소현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까 화내길래 당연히 안 올 줄 알았는데….’
이소현의 태도와 행동을 보니, 도저히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이소현은 한숨을 쉬며 내 방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해요.”
“그러죠.”
드디어 이소현의 얼굴에 가득 담겨 있던 분노의 이유를 알 수 있는 순간이 왔다.
나는 무슨 죄목이 나올까 오히려 기대하며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관찰했다.
이소현은 죄목을 꺼내기 전에 그 죄목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그러고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에서 죄목이 튀어나왔다.
“…이틀 전에 여자랑 호텔에서 묵었죠?”
“….”
뭐야? 그걸 이 여자가 어떻게 알고 있지?
사실 아는 것까지는 놀랄 일은 아니었다.
이소현은 세계적인 기업인 서가의 비서이다.
거기다 그동안 견제의 대상이었던 기철호까지 아웃되면서 서가의 일인자 자리를 거머쥔 상황.
평범한 보조 교관의 뒷조사 정도는 손가락 튕기는 것만큼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내가 평범한 보조 교관이 아니라는 것….
‘설마 내가 한 짓도 전부…?’
최악의 사태를 떠올리며 내가 심각한 표정을 짓자, 이소현은 살짝 당황하며 손을 저었다.
“오해하지 마세요. 사람 붙이거나 하지 않았으니까. 호텔에 묵기 전에는 뭘 하셨는지 저도 몰라요.”
“아….”
이소현의 표정을 보니,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따 잘 때 침몽으로 확인하자.’
이소현을 믿지만, 그래도 확실한 게 좋으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표정을 풀었다.
“그거 때문에 화난 거였군요?”
이소현이 하루 종일 나를 노려보던 이유.
그건 바로 내가 여자와 호텔에서 묵은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이소현은 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 말에 쉽사리 부정하지 못했다.
나는 그렇게 삐친 표정을 지은 이소현에게 다가가서는 그녀를 껴안으며 귓속말을 건넸다.
“사정이 있었어요.”
사정이 있긴 있었지, 초서현과 잠자리를 가져야 하는 사정이….
내가 간드러진 목소리로 변명하자, 이소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와… 설마 그 말을 믿으라는 건가요?”
이소현은 믿지 않는다는 말투였지만….
“믿어주세요. 진짜니까.”
“…하아.”
그녀의 표정은 이미 믿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못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이소현의 한숨을 즐기며 그녀의 정장을 벗기려는 순간….
“잠시만요. 하나 더 드릴 말씀이 있어요.”
“뭔데요?”
이소현은 내 품에 안긴 채 한숨을 몇 차례 쉬더니, 갑자기 질문을 건넸다.
“그쪽이 호텔에 방문한 걸 어떻게 알았을 거 같아요?”
“소현 씨가 뒷조사한 거 아니에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그게 무슨 소리지?
설마 앞조사를 했다는 말장난을 하려는 건가?
그렇게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을 때, 이소현의 대답은 내 얼굴에 담긴 의아함을 경악으로 뒤집어 버렸다.
“…제가 아니라, 아가씨께서 저 몰래 당신의 뒷조사 지시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