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191)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190화(1191/1201)
눈앞에 뒤덮였던 무지갯빛이 사라지자, 어두운 지하 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서가의 지하 시설.
나는 그 지하 시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어휴, 늦었네.”
원래는 강한나에게 간다고 말한 뒤, 바로 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간다고 말하고 나서 두 시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내가 늦게 도착한 이유는 단순했다.
“경호원 아니었으면 더 늦을 뻔했네….”
서지은이 나를 껴안은 채 놔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두 시간 동안 말이다.
다행히 걱정한 경호원이 노크했고, 그 덕분에 서지은을 떼어놓을 수 있었다.
그렇게 서지은을 간신히 떼어낸 나는 즉시 요양 병원을 나온 뒤, 워프를 이용해서 지하 시설로 쏜살같이 날아왔다.
늦었다고 생각한 나는 헐레벌떡 지하 시설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들어가자마자 제일 먼저 마주한 건….
“어!? 수호 씨!”
루나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루나?”
루나를 보자마자 루나라는 것을 3초 정도 후에 깨달을 수 있었다.
이유는….
“그 복장은 뭐야?”
루나는 정복이 아닌 강한나가 평소에 입던 새하얀 연구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대식 복장인 연구복을 입은 루나.
루나는 어색한 몸짓과 웃음을 흘리며 내게 다가왔다.
“한나 씨께서 이곳에서는 정복보다는 이 복장이 낫겠다고 말씀하셔서 입고 지내는 중이에요.”
루나의 말에 나도 모르게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정복이 눈에 띄긴 하겠네.”
슈트라의 정복은 교복과 군복이 잘 어우러진 복장이었다.
이쪽 세계에서도 어울리는 복장이긴 하지만, 화려한 탓에 눈에 띌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눈에 띄는 복장이라 원치 않게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에 비해 루나가 입은 연구복은….
‘…저것도 딱히 다를 건 없겠는데?’
[….]여전히 시선을 받을 법한 복장이었다.
옷걸이가 루나인 시점에서 무슨 옷을 걸치더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루나와 대화를 나누며 지하 시설 내부로 들어갔다.
중간에 레나도 만날 수 있었다.
정작 제일 먼저 만나려고 했던 강한나는….
“어머? 빨리 오셨네요. 한 일주일 뒤쯤에 오시는 줄 알았는데.”
도끼눈과 함께 입가를 씰룩이며 마지막에 등장했다.
“하하… 병원 경비가 삼엄해서 나오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흥!”
다행히 강한나의 기분을 풀어주는 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기감정도 중요하지만, 눈앞의 현실을 더 중시하는 덕분에 금방 원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
“이쪽으로 와주세요.”
나는 강한나와 나란히 걸으며 그녀가 해주는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괴생물체… 아니, 이제는 마인이구나. 마인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아직 변하지 않은 사람을 치료하고 싶으신 거죠?”
“네, 맞아요. [마기 잠식]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고 싶어요.”
“아르모니아 씨에게 대충 듣긴 했는데, 다시 한번 설명해 주세요.”
“네.”
나는 강한나에게 [마기 잠식]에 대해서 설명해 줬다.
[마기 감염]은 상태 이상 해제로 소거할 수 있지만, [마기 감염]에 걸린 마인이 무조건 죽어 버린다. [마기 잠식]의 경우에는 [마기 감염]과 다르게 상태 이상 해제를 써도 잠식자가 죽지 않지만….“설명에 따르면 마기에 잠식된 부분의 영혼도 사라져 버려서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될 수도 있다고 되어 있어요.”
“…마치 암 같네요.”
적절한 비유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장기에 뿌리내린 뒤, 점점 넓게 퍼지는 암.
초기에 제거하면 장기의 형태를 보존하고, 기능을 정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늦으면 장기 전체에 퍼져서 장기로서의 형태와 기능을 상실시키는 존재.
마기는 강한나의 말대로 영혼의 암 같은 존재였다.
그렇게 계속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강한나의 연구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강한나의 연구실에 들어가려는 순간….
“…아직 살아 있어요?”
기철호가 고문받고 있던 방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눈치를 보며 묻자, 강한나는 평소에 보여주지 않던 싱그러운 미소를 보여주며….
“물론이죠.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사람은 함부로 죽이지 않아요.”
“….”
내 심장을 움찔 거리게 만들었다.
강한나의 싱그러운 미소를 피해 기철호가 갇혀 있는 방으로 시선을 향하며 그에게 명복을 빌어줬다.
‘언젠가 죽을 테니까 미리 빌어놔야지.’
나는 기철호에게 작은 동정심을 느끼며 강한나와 같이 연구실로 들어갔다.
..
..
이 지하 시설은 기철호가 만들어 놓은 시설이었고, 이곳에는 잠든 마인과 마기 액체가 잔뜩 있었다.
강한나는 그런 마기 액체를 이용해서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했고, 그녀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몇몇 특징은 알아냈지만, 본질까지는 알아낼 수 없었어요.”
그리고 강한나가 알아낸 몇몇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영혼과의 관계였다.
강한나는 손에 들린 마기 액체 병을 흔들며 이야기를 진행했다.
“마기는 보기에 그냥 액체처럼 보이죠. 살아 있는 느낌이 전혀 안 들고…. 하지만….”
마기 액체는 사람이 근처에 있어도 전혀 반응하지 않는 물질이다.
하지만 그 근처에 영혼이 다가가는 순간….
“시호가 근처에 오니까, 갑자기 반응하기 시작했어요.”
마기 액체가 시호의 영혼에 반응하며 출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시호 이름이 나오자마자,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졌다.
시호에게 그런 위험한 실험을 시켰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었다.
강한나는 내 표정을 통해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손을 휘저으며 대답했다.
“잠깐 얼굴 보러 온 김에 우연히 일어난 일이었어요. 제가 시호한테 그런 위험한 일을 시킬 리가 없잖아요.”
“아….”
강한나는 나만큼… 아니, 나보다 시호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여자다.
그런 강한나가 시호를 이용해서 그런 실험을 시도했을 리가 없지.
“하지만 신체에 투입되는 순간 생명체에게도 영향을 줬어요.”
강한나는 각종 동물과 식물을 이용해서 마기 액체를 연구했고, 그 덕분에 또 다른 특징을 알 수 있었다.
“다행히 피부에 묻는 것 정도로는 [마기 잠식]에 걸리지 않아요. 상처도 깊은 상처가 아니면 스며들지도 못하고. 하지만 투입하는 순간….”
강한나는 마기 액체가 담긴 병을 흔들며 말을 이어 나갔다.
“갑자기 살아 있는 기생충이 된 것처럼 온몸을 돌아다니기 시작하더라고요. 마치… 바이러스 같다고 할까나?”
암에 이어서 바이러스까지….
뭐 하나 좋은 표현이 나오지 않았다.
‘하긴… 그런 존재한테 좋은 표현이 붙을 리가 없지.’
사람을 코마 상태로 만들고, 영혼을 갉아먹고, 죽인다.
심지어 초서현의 꿈속에서 초강현은 마기로 초서현의 기억을 조작하기까지 했으니까 말이다.
일단 설명을 전부 들었다.
이제 중요한 건….
“그래서… 해결책이 있을까요?”
신아현이 걸린 [마기 잠식]을 치료법이 있느냐는 것이다.
내가 기대하며 강한나를 바라보자, 강한나는 얕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미리 말할게요. 이 해결책이 잘 된다는 보장은 없어요.”
강한나는 대놓고 꺼리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처음에는 확실하지 않은 방법이기에 자신이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강한나가 꺼리는 이유는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제시하는 것뿐이에요. 제가 그런 말 했다고 이상한 여자 취급하지 말아요.”
“아….”
강한나는 혹시라도 자기가 한 말 때문에 내가 혐오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중이었다.
“하하하, 물론이죠. 제가 왜 한나 씨를 그렇게 취급하겠어요. 애초에 내가 이상한 놈인데.”
“…알았어요. 말할게요.”
강한나는 크게 한숨을 쉬더니, 남의 사연을 이야기하듯 먼 산을 보며 대답했다.
“영혼을 소환해서 그 영혼에게 마기를 유도하고, 상태 이상 해제를 거는 거예요.”
“아하….”
강한나가 대답하길 꺼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 영혼 소환술로 생판 모르는 영혼을 불러서 그 영혼에 마기를 옮긴 뒤, 상태 이상 해제를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강한나는 인권… 아니, 더 정확히는 영권(靈權)을 무시하는 발언을 한 셈이었다.
나는 내 눈치를 보는 강한나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거참… 옆방에 고문하는 기철호를 두고….’
정작 옆방에 있는 기철호의 인권은 철저히 무시하면서 생판 모르는 영혼의 영권을 신경 쓰다니….
내가 그렇게 속으로 웃자, 아르모니아는 타박하듯 내게 설명했다.
[그자는 수호 님에게 저지른 짓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나 씨는 그런 인간에게 연민을 느낄 이유가 없을 뿐입니다.]‘아… 그렇네.’
아르모니아에게 타박을 들은 나는 강한나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며 대답했다.
“일단 알려줘서 고마워요. 다른 방법도 있어요?”
“그것 말고는 따로 없어요.”
“그건 그냥 통신으로 말해도 되는 거 아니에요?”
딱히 이곳에 온 게 귀찮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강한나는 분명 말했다. 와서 직접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말이다.
강한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방법이 확실하다는 게 아니잖아요. 여기서 실험해 보고 가야 하지 않겠어요?”
“아하….”
생각해 보면 강한나가 제시한 해결책은 어디까지나 특징을 토대로 만든 가정이었다.
그리고 그 가정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마기 액체라면 여기에 잔뜩 있잖아요. 실험하면서 그 해결책이 가능한지도 파악하고, 다른 해결책이 있나 찾아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물리적인 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이 강한나의 의견이었다.
이제서야 강한나가 나를 부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좋아요. 하죠.”
나는 그렇게 강한나와 같이 실험을 시작했다.
..
..
실험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영혼 소환술로 영혼을 부르고, 그 영혼을 이용해서 마기 액체의 성질을 파악했다.
아까 말하던 영권 타령하더니, 갑자기 이런 실험을 한다고 비난하는 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비난을 회피할 아주 좋은 방법을 떠올렸다.
그건 바로….
(끄하으으으윽! 시, 싫어어어엇!)
살아생전에 나와 악연이 있던 존재를 소환하는 것이었다.
내가 시전한 [인도자의 안광]에 비명을 지르는 남자.
나는 얼굴에 짜증을 그리며 경고했다.
“…남자 새끼 입에서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으니까, 입 다물어.”
(끄으으으읍!)
내가 소환한 녀석은 탑 공략을 방해했던 조직원 중 한 명이었다.
대부분 인간의 기질창이 엉망이었지만, 이 녀석은 죽은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아직 정상이었다.
나는 죽어도 싼 녀석을 소환한 뒤, 마기 액체에 접촉시켜 봤다.
결과는….
(꾸어어어억!!!)
물질인 마기 액체가 조직원의 영혼에 파고들어 가기 시작했다.
실험을 위해 한방 물 정도만 흡수시켰지만, 효과는 대단했다.
(커어어어억! 끄어어어억!)
소환된 영혼이 소멸할 것처럼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그 상태에서 상태 이상 해제를 사용하자….
파아아앗!
(커어어엇! 하악… 하악….)
녀석은 죽다 살아난 것처럼 다시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나는 그 모습에 신아현을 치료할 방법을 찾았다고 확신하며 기뻐했지만….
“…이건 안되네요.”
아쉽게도 다른 조건에서는 이 치료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그건 조건이란 바로….
“육체가 들어간 마기는 이미 영혼은 반응하지 않네요.”
신아현처럼 [마기 잠식]에 걸린 흰 쥐는 영혼이 근처에 있어도 옮겨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반응은 하네요.”
흰 쥐 몸속에 있던 마기가 반응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응만 할 뿐, 나올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하아… 이 방법은 안 되나 보네요.”
다만, 내가 원하는 반응과는 전혀 달랐기에 사실상 의미가 없는 결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르게….
“잠시만요.”
“…?”
강한나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자신의 생각을 내게 말해줬다.
“마기 액체일 때는 영혼에 100% 반응하지만, 육체에 들어간 마기 액체는 약하게 반응하잖아요.”
“그렇죠.”
“그렇다면… 육체랑 영혼을 동시에 보여주면 어떨까요?”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육체랑 영혼이라니… 애초에 육체가 있는 사람은 영혼도 있는데?
강한나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즉시 설명을 이어 나갔다.
강한나의 말을 요약하자면….
“한번 몸에 들어간 영혼은 영혼뿐만 아니라, 육체도 동시에 갈망할 지도 모르니, 순수 영혼과 그 영혼에 맞는 육체를 동시에 보여주자는 거예요?”
“네, 맞아요.”
합리적인 가정이었다.
하지만 이 가정을 확신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그러면 저밖에 없네요?”
내가 직접 실험체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육체도 가지고 있고, 그 육체에서 영혼을 빼내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마기에 잠식된 사람에게 손을 대고, 영혼으로 나와서 유도하면 마기가 나를 원하며 달려들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들은 강한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요? 그냥 분리 육체를 만들어서 쓰면 되지….”
인상을 찌푸리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강한나가 화를 내는 이유는 단순했다.
“그리고 당신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잖아요.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 화나려고 하니까….”
내가 자발적으로 실험 대상을 하겠다니 오히려 화를 내는 것이었다.
“하하… 알았어요.”
마치 엄마에게 말실수했다가 혼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강한나와 대화를 더 주고받으며 새로운 실험 일정을 잡기 시작했다.
“아시겠지만, 대충 만들면 실패할 수도 있으니 제대로 만들 거예요.”
나 또한 확실히 하는 쪽이 더 좋다고 판단했다.
“분리 육체를 만들려면 최소 석 달… 아니, 빠듯하게 잡으면 두 달은 걸릴 거예요.”
즉, 그때까지는 신아현을 치료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강한나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
“부탁할게요.”
당연히 마음이 느긋하다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확실한 치료를 위해서라도 강한나의 마음을 다급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강한나와 대화를 마친 나는….
“아, 맞다. 문주아한테 연락하려고 했는데….”
아까 요양 병원에서 봤던 기질창을 떠올렸다.
문주아의 동료였던 녀석이니 문주아라면 그 녀석이 왜 그곳에 있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스마트 워치를 보며 전화할까 고민했지만….
‘아니다. 이럴 때 찾아가서 얼굴도 보고 하는 거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직접 걸어서 문주아와 레이라가 지내는 집으로 향했다.
..
..
간만에 문주아를 만난 나는 바로 기질창에 관해서 물었다.
그리고 문주아의 대답은 내 표정을 석고상처럼 굳게 만들었다.
“이제 그 장소도 터지겠네. 그 녀석이 잠입한 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