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1200)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199화(1200/1201)
“성수아 생도, 여기서 뭐 해?”
내 목소리를 들은 성수아는 눈썹을 달싹이며 내 쪽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내 모습을 보자마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학교가 이렇게 조용한 건 처음이라 신기해서 돌아다니는 중이었어요.”
옅은 미소와 함께 내뱉은 거짓말.
하지만 나는 딱히 성수아의 거짓말을 지적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향해 미소를 지은 성수아의 모습에 신기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꿈 끝날 때까지 무표정일 줄 알았는데….’
한 시간 전만 하더라도 무표정을 유지하던 생도 성수아.
그랬던 그녀는 한 시간 만에….
“교관님께서는 여기 무슨 일이세요? 아… 혹시 밖에 나가시려는 건가요?”
친구들에게 보여주듯 내게도 여러 감정을 그려서 자랑하는 중이었다.
한 시간 만에 성격이 변한 성수아.
하지만 그건 내 입장일 뿐이었다.
‘나한테는 한 시간이지만, 성수아한테는 4개월이니까.’
꿈의 주인인 성수아는 나와 같이 지낸 시간을 4개월로 인지하는 중이다.
내가 최선을 다해서 1~2분간 수업을 진행하면, 성수아는 최선을 다하는 내 모습을 3~4시간으로 인식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착각된 시간이 쌓인 결과가 바로….
“교관님…?”
내게 미소를 지어주는 생도 성수아였다.
물론, 현실에 있는 성수아와 다르게 미소에는 어색함이 살짝 담겨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성수아의 미소에 딱히 불만이나 아쉬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뭐, 친구들한테도 비슷하게 대하니까.’
생도 성수아는 친구들에게도 어색한 미소를 띠곤 했으니까 말이다.
내가 그렇게 성수아의 미소를 보며 골똘히 생각하자….
“저기… 교관님…?”
“응?”
성수아가 내 눈치를 보며 쭈뼛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성수아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뒤, 성수아의 표정을 관찰했다.
조금 전까지 성수아의 얼굴에 그려져 있던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저 걱정과 불안만이 채워져 있었다.
“혹시 제가 무슨 실수 했나요?”
“아….”
나는 그제야 성수아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갑자기 뭘 까먹은 거 같아서 떠올리는 중이었다.”
“까먹은 거요…?”
성수아는 내 말을 듣고는 한동안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푸웃….”
“…?”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비웃음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해맑게 웃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그런 성수아의 모습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성수아는 내 표정을 보고는 황급히 표정 관리를 하며 대답했다.
“웃어서 죄송해요. 다만… 교관님께서 뭘 까먹는다는 게 좀 신기해서요.”
“그게 왜 신기하지…?”
성수아는 지금까지 보여줬던 어색한 미소가 아닌….
“뭐랄까… 교관님께서는 뭐든 다 잘하시는 거 같았거든요.”
현실에 있는 성수아에 거의 근접한 정도로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런 성수아의 모습을 보니, 문뜩 성수아의 과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원래 교관은 누구지?’
그 교관은 성수아를 어떻게 가르쳤을까?
성수아는 그 교관에게도 비슷한 미소를 지어줬을까?
여러 가지 의문이 순식간에 탑을 이루듯 쌓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무한히 올라갈 것 같던 의문의 탑은….
“…교관님?”
한 사람의 목소리에 의해 뭉쳐 있던 구름처럼 산산이 흩어졌다.
“아, 미안.”
나는 부랴부랴 사과한 뒤, 구름처럼 뭉게뭉게 퍼져나가는 의문을 뒤로했다.
‘어차피 지금 당장 꿈 조작도 안 되잖아. 나중에 차근차근 알아보자.’
어차피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성수아의 과거가 아니다.
초강현이 초서현에게 한 짓처럼 성수아에게도 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성수아와의 대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까, 아까 여쭤본 거 대답을 못 들었어요.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
“아니, 어디 갈 생각은 없다.”
“그러면 여기는 왜….”
성수아는 아무도 없는 정문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굳이 나갈 것이 아니라면 정문 근처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거겠지.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지나가는 길에 네가 보이길래 한번 말 걸어봤다.”
“흐음….”
성수아는 내 대답을 듣자마자 흥미가 돋는다는 듯한 오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 이후에도 질문은 계속되었다.
방학인데, 본가에 안 가시느냐.
방학인데, 어디 놀러 안 가시느냐.
방학인데, 만날 사람 없으시냐.
등등….
그렇게 쏟아지는 질문을 듣다 보니 한가지 공통점을 알 수 있었다.
“교관님, 방학인데….”
모든 질문에 방학이라는 단어가 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질문들 속의 의도도 한가지로 귀결되었다.
“다들 학교 밖으로 나갔는데….”
영사관 밖으로 나가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계속 듣고 나서야 성수아의 의도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교관님께서는 학교 밖에… 안 나가시나요?”
자신을 놓고 학교 밖으로 떠나지 말아 달라는 듯한 느낌이었다.
현실에 있는 성수아와 괴리감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아니, 이게 본심일 수도 있겠지.’
어쩌면 현실의 성수아도 내 눈앞에 있는 성수아처럼 내가 학교 밖으로 떠나지 않길 원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는 그렇게 현실에 있는 성수아에게 느끼는 죄책감을 눈앞에 있는 성수아에게 동일하게 느끼며 대답했다.
“돌아갈 본가도, 가고 싶은 곳도, 만날 사람도 없어서 학교 밖에 나갈 일은 없을 거 같다.”
“아….”
성수아는 순간 기쁜 표정을 짓다가 문뜩 내 대답의 뜻을 파악하고는 울상을 지었다.
“죄, 죄송해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다는 게….”
“물어볼 수도 있지. 사과할 필요 없다.”
“….”
한번 침체된 분위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고, 이대로 가다가는 계속 어색함을 느끼리라 판단한 나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
나는 말꼬리를 흐리며 성수아의 궁금증을 유도했고, 성수아는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며 내 입을 응시했다.
나는 그런 성수아의 모습에 웃으며 대답했다.
“훈련이나 하자.”
“…네?”
“자, 가자.”
“자, 잠시만요, 교관님! 오, 오늘 방학했는데요?”
나는 당황하는 성수아의 손을 잡고 이끌고 가며 웃었다.
“괜찮아. 영사관 시설은 방학이더라도 계속 운영하니까.”
“그, 그건 저도 알고 있는데….”
“그러면 됐네. 가자!”
“아… 아아… 네….”
울상을 지은 채 내게 끌려오는 성수아.
하지만 성수아의 울상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으으… 그냥 기숙사 방으로 돌아갈 걸….”
울상이지만, 그 울상 안에 미소를 그리는 중이었다.
마치 외로운 것보다는 이쪽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그런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런 성수아의 생각은 훈련을 통해 증명할 수 있었다.
성수아는 투덜거리면서도 웃음을 띄운 채 내 훈련 지도를 잘 받았다.
거기다 첫날을 제외하면 나머지 날은 성수아가 직접 찾아왔었다.
내가 본 성수아에게 훈련이란, 지루함의 산물이 아닌 외로움을 달래는 수단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나에게는 30분짜리, 성수아에게는 2달짜리 방학을 같이 보내며 지냈다.
방학이 끝났을 때의 성수아는 방학 훈련을 시작할 때보다 훨씬 더 밝아져 있었다.
어느 정도로 밝아졌냐 하면….
“교관님, 혹시 오늘 수업 끝나고 보충 부탁드려도 될까요?”
현실에 있는 성수아의 표정과 흡사할 정도로 미소가 자연스러워졌다.
“그래, 저녁 먹고 봐주마.”
“감사합니다!”
성수아는 생기가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당연하다는 듯이 식당으로 향하는 나를 따라왔다.
그러고는 당연하다는 듯이 내 옆자리에 앉았다.
나는 인형처럼 앉아 있는 성수아의 친구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밥 먹을 때는 불편하게 나랑 있을 필요 없어. 저기 친구들이랑 먹어도….”
“어? 저는 여기가 편한데요?”
“아… 그래.”
살갑게 대하는 성수아.
나는 그런 성수아를 보며 문뜩 한 사람을 떠올릴 수 있었다.
‘서지은이랑 비슷하네.’
처음 만날 때는 차갑고 퉁명스러웠지만, 어느 순간 애정 결핍에 걸린 것처럼 달라붙어 온 서지은.
현재 성수아의 모습은 그야말로 서지은 판박이였다.
오히려 성인이 된 성수아보다 현재 생도인 서지은과 더 겹쳐 보일 정도였다.
‘오히려 잘됐네.’
나는 서지은을 가르치던 것처럼 성심성의껏 성수아도 가르쳐줬다.
그렇게 교관 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새 겨울 방학이 되었다.
겨울 방학이 되자, 성수아는 현실에 있는 성수아와 100% 가까운 싱크로율을 보여줬다.
“교관님, 오늘도 훈련 봐주세요!”
내 팔을 끌어안고 팔짱을 낀다거나 백허그를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과감한 스킨쉽을 해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성적인 스킨쉽까지 넘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방학 끝나면 하려고 달려들지도 모르지.’
나는 그렇게 성수아와 단둘이 겨울 방학을 보내며 시간을 보냈다.
겨울 방학은 훈련만 주구장창 하던 여름방학과 다르게 데이트 비슷한 느낌의 만남도 자주 가졌다.
참고로 데이트를 유도한 건 내가 아니었다.
온전히 성수아였다.
나는 그런 성수아의 모습을 보며 문뜩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었어도 저렇게 변했으려나?’
지금 성수아의 모습은 현실에 있는 성수아의 호감을 반영했는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무의식적으로 현실의 호감도가 반영되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의문은 지금 당장 해결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네가 성수아 맞지?”
“아… 네, 맞아요.”
그동안 아무리 찾으려고 애써도 못 찾았던 녀석이 갑자기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성수아 앞에 대뜸….
나는 거리를 둔 채 잔뜩 경계하며 자세를 잡았다.
당연히 초서현 때처럼 내게 덤벼드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초강현은….
“내 이름은 초강현이야. 3학년 생도 대표지.”
“…?”
전과 다르게 나에 대한 어떠한 낌새도 눈치채지 못하는 듯 보였다.
‘아냐, 일단 계속 숨어 있자.’
그렇게 숨어서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봤다.
하지만 대화를 보다 보니 의문이 또다시 샘솟기 시작했다.
“네, 선배님. 그런데 저한테 무슨 볼일인가요?”
초강현을 대하는 성수아의 모습은 나를 처음 봤을 때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차갑고, 냉정하기 그지없었다.
“선배님, 저 지금 약속 있어서 오래 대화 나누기 힘들 거 같아요. 빨리 말해주세요.”
아니, 오히려 나보다 더 심하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뭐지…? 성수아가 초강현 좋아하는 게 아니었나?’
나는 지금까지 성수아가 먼저 초강현을 좋아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성수아의 모습은 누군가는 좋아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하아… 교관님 기다리시는데….”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던 직원들을 대하듯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성수아의 말을 들은 초강현은 갑자기 기분 나쁜 미소와 함께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왜 그러시죠?”
성수아는 초강현의 웃음을 보며 기괴한 괴물을 본 듯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런 성수아의 모습에 초강현은 오히려 미소를 더 짙게 그렸다.
“겉보기와 다르게 이미 많이 망가져 있네. 이번에는 금방 되겠어.”
“그게 무슨….”
갑자기 성수아에게 손을 뻗는 초강현.
‘저건 그냥 못 봐주겠다!’
나는 초강현이 뭔 짓을 하려는지 깨닫고는 즉시 초강현에게 화살을 쐈다.
어차피 막으리라 판단한 나는 초강현에게 화살을 쏘는 것과 동시에 그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초강현은….
콰직!
“어…?”
내 화살을 막기는커녕 인지하지도 못한 채 머리가 꿰뚫렸다.
그러고는 몸이 무너지듯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교, 교관님!”
갑자기 죽은 초강현의 모습에 기겁하는 성수아는 나를 보자마자 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달려오던 성수아는….
“…끝인가 보네.”
아쉽게도 먼지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얼마 뒤….
“저기… 입학식 때문에 강당을 가려는데… 어딘지… 혹시 아시나요?”
다시 직원에게 길을 묻는 퉁명스러운 성수아가 등장했다.
..
..
“겉보기와 다르게 이미 많이 망가져 있네. 이번에는 금방 되겠어.”
“꺼져.”
나는 이번에도 성수아에게 마수를 뻗던 초강현의 머리를 꿰뚫었다.
그리고 그런 초강현의 모습을 보며 놀란 성수아.
“누, 누구세요!?”
아까와 다른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상황에서는 내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등장하지 않은 성수아의 꿈은 암울하기 그지없었다.
교관이라는 녀석은 성수아를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았고, 심지어 직원들처럼 추근덕대기까지 했었다.
당장 뛰쳐나가서 머리를 뽑아버리고 싶었지만, 성수아의 과거를 확실히 알기 위해 참고 바라만 봤다.
다행히 교관은 영웅이라는 사회적 명성 때문인지, 선을 넘어가며 성수아를 괴롭히지는 않았다.
그렇게 암울한 학창 시절을 보낸 성수아가 만난 것이 바로….
‘초강현….’
3학년생도 대표랍시고 나타난 초강현이었다.
처음에는 내 존재가 사라지면 성수아가 초강현을 좋아하는 미래가 펼쳐질까 싶었지만….
‘아냐, 아까랑 똑같았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초강현이 성수아에게 마수를 뻗을 뿐이었다.
심지어 대사도 정확히 일치했다.
그리고 입학식 당일로 다시 돌아가는 무한 반복이 펼쳐질 뿐이었다.
‘…초서현 꿈속에 있는 놈이랑 너무 다른데?’
나는 그 의문의 해답을 초강현의 대사로 유추할 수 있었다.
‘초서현이랑 다르게… 힘을 덜 썼다는 건가?’
초강현은 말했다.
금방 되겠다고….
그 말인즉슨….
‘초서현이랑 다르게 심어 놓은 마기가 한참 적다는 거겠지.’
나는 그렇게 추측하며 강당으로 향하는 성수아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결심했다.
‘기다려라. 나중에 꼭 구해줄 테니까.’
나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생도 시절 성수아에게 약속하며 침몽을 해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