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203)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202화(20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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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블루 님께서 강탈자 님에게 친구 등록을 요청하셨습니다.>
‘응? 뭐야? 웬 친구 초대?’
솔직히 의아했다.
아까 친하게 대화를 나누기는 했지만, 남자친구의 온몸에 바람구멍을 뚫은 인간에게 친구 요청을 해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뭐… 별거 있겠어?
나는 속으로 대충 흘리듯 수락 버튼을 누르고, 다시 초서현과 대화를 이어갔다.
“캬아! 어떻게 그렇게 잘해요?”
“하하… 감사합니다.”
“진짜 빈말이 아니라, 재능 있는 거 같은데요?”
초서현은 아까부터 내가 했던 플레이에 대한 칭찬으로 가득 채웠다.
그냥 초보자들과의 실력 차이를 보여줬을 때는 어느 정도 실력이 있구나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까 버그킬러라는 녀석을 농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나 대신에 흥분을 도맡아주고 있었다.
나는 웃음꽃이 핀 초서현을 보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초서현 교관님은 이 게임 정말 좋아하시나 보네요.”
“아… 뭐… 솔직히 좋아하지 않아요.”
“…?”
대충 억지로 한다는 느낌이 오긴 했지만, 설마하니 저렇게 직설적으로 이야기할 줄은 몰랐다.
초서현은 내 눈치를 살짝 살피더니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평생 실전에만 매달릴 수 없잖아요. 이런 걸로 훈련이 되는 건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하는 거예요.”
“….”
“정신력 훈련? 그런 거예요.”
초서현은 쓰게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나도 사실 활을 쓰고 싶은데, 현실보다 여기가 더 만만치 않더라고요.”
“활이요?”
“네. 나 이래 봬도 궁사가 꿈이었어요.”
초서현은 내가 활을 잘 쏘는 것에 부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결국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다.
초서현의 트라우마는 그냥 동료 사이라는 식으로도 꺼낼 이야기로는 무거운 주제였다.
거기다 그런 사실을 서슴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정말 가까운 사이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그런 초서현을 보면서 한가지 떠오르는 게 있었다.
“여기는 튜토리얼 말고 캐릭터 연습용 공간은 따로 없나요?”
“있기는 해요. 그냥 스킬 연습용으로 사용하는 훈련장 같은 게 있을 거예요.”
다만 있기는 하지만 초서현도 직접 들어가 본 적이 없고, 대부분 사람이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줬다.
대부분 사람은 훈련장보다는 AI전으로 직접 실전으로 체득하는 편이라고 한다.
“초서현 교관님.”
“네?”
나를 올려다보며 다음 말을 기다리는 초서현에게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대답해줬다.
“활… 연습해 보실래요?”
..
..
나는 초서현과 함께 훈련장으로 들어오면서 허탈한 목소리로 주위를 둘러봤다.
“거참… 아무리 잘 쓰지 않는 장소라고 해도 너무 허접스럽게 해놨네.”
“다들 왜 AI전으로 연습하는지 알 거 같네요.”
훈련장은 정말 훈련에 필요한 것들만 단출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허수아비, 그리고 움직이는 허수아비, 그리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허수아비….
죄다 그냥 허수아비다.
거기다 훈련장은 아까 있던 대기실처럼 환경 테마를 바꿀 수 있는 구조도 아니었다.
그냥 홀로그램 방에 덩그러니 허수아비들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나마 장점이라면… 굉장히 넓다는 거?
방이라고 표현했지만, 크기만 따지면 아까 싸우던 유적지와 맞먹는 크기였다.
여기저기 게슴츠레한 눈으로 둘러보고 있는 초서현에게 말했다.
“궁술 쓰는 캐릭터 중에 원하시는 거 고르시겠어요?”
“음… 그럼….”
나와 초서현이 이곳에 데리고 온 이유는 궁술을 가르쳐주겠다는 명분으로 데리고 온 것이었다.
다행히 내가 부담되지 않는 사이라고 느껴서인지 흔쾌히 승낙했다.
초서현은 캐릭터 창으로 보면서 고민에 빠졌고, 갑자기 피식 웃더니 캐릭터 창을 손가락으로 터치했다.
그 순간….
“응? 혹시… 제가 한 캐릭터 고르신 거예요?”
“어때요?”
초서현의 외형은 그대로인 상태로 내가 입고 있는 옷이 여성형으로 바뀐 채 입혀져 있었다.
한쪽 쇄골이 도드라지게 드러난 동양풍의 복장은 내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
“…왜요? 별로예요?”
초서현은 내 반응에 살짝 의기소침해졌는지 몸을 쭈뼛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진심으로 말했다.
“초서현 교관님은 뭐랄까… 뭘 입으셔도 다 잘 어울리시네요.”
“응앵?”
“솔직히 너무 잘 어울려서 괜히 이상한 소리 하면 기분 나쁘시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잘 어울리세요.”
“크읗, 히읗.”
초서현은 몇 차례 이상한 웃음을 내다가 몸을 배배 꼬더니 앙칼진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 그런 칭찬… 일단 활 연습하러 왔으니, 집중하죠!”
“네.”
그렇게 사담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활 연습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초서현은 활을 쥐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렇게 자세를 잡은 초서현은 나를 흘깃 보면서 물어봤다.
“어때요? 자세 괜찮아요?”
사실 나는 초서현의 자세를 보면서 어디가 잘못됐고, 어디가 잘 되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건 송아라를 가르칠 때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내가 여기에 초서현을 데리고 온건 정말 그녀의 궁술을 봐주기 위함이 아니니까 괜찮았다.
나는 활시위를 잡고 있는 초서현의 뒤에서 그녀의 팔을 매만졌다.
“여기는 좀 더 올리시고….”
“읏! 자, 잠깐만요….”
기습에 가까운 내 스킨쉽에 초서현은 당황한 채 목소리를 떨기 시작했다.
“구,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이왕이면 제대로 하면 좋잖아요. 그리고 아무도 안 보고….”
“그… 그렇네요. 아무도 안 보지….”
초서현은 내 말에 이해하면서 몸의 긴장을 다시 풀기 시작했다.
초서현의 팔뚝과 어깨, 옆구리를 손으로 자연스럽게 만지며 스킨쉽을 이어갔다.
그렇게 몇 차례 스킨쉽을 하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자세가 나올 수 있었다.
사실 초서현의 교정 자세는 내가 맞춰준 게 아니었다.
‘…교정 잘 된 거 맞겠지?’
[일단 레나 씨의 의견에 따르면 괜찮은 자세인 것 같습니다.]레나는 전쟁 전에 나름대로 전투 훈련을 눈으로 봐온 게 있어서 내가 초서현의 활 잡는 자세를 보면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줬다.
솔직히 나는 재능충이라 잘 모르겠지만….
“일단… 이런 식으로 자세를 잡으시면 될 거 같네요.”
“그, 그럼 쏠게요.”
파앙!
초서현이 활시위를 놓자 시원한 파공음과 함께 화살이 공기를 가르며 허수아비의 명치에 맞았다.
시작이 좋았다.
초서현은 자신이 쏜 화살이 맞은 사실에 나름 흐뭇해하고 있었고,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칭찬했다.
“궁수 하고 싶다고 하셨던 꿈…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겠는데요?”
“한 발 잘 맞춘 거 가지고 무슨….”
초서현은 손을 휙휙 저으면서도 입가의 꼬리를 들썩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렇게 초서현과 몇 차례 스킨쉽과 함께 진행된 궁술 교습은 새벽이 되어서야 마무리될 수 있었다.
..
..
나는 아침 기상과 동시에 기지개를 켜며 식당으로 향했다.
‘졸려….’
[다음부터는 제가 취침 시간을 알려드리겠습니다.]‘부탁할게…. 하암….’
성수아와 동물의 마을을 플레이할 때는 대부분 새벽 12시에서 1시 사이에 자는 편이었다.
하지만 워치 오브 레전드는 기본적으로 언제나 낮과 같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어서 취침 시간을 모르는 채 계속 플레이하게 되는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그 결과 시간도 모르고 초서현의 궁술을 봐주다 보니 어느새인가 시간이 새벽 3시가 되어 있었다.
‘초서현이 왜 매번 책상에 누워서 자고 있는지 좀 알 거 같네….’
[하지만 수업을 나갈 때의 모습을 보면 그만큼 체력도 남다른 것 같습니다.]‘체력… 그래도 오늘 수업은 VR 훈련이라 다행이다….’
가뜩이나 졸려 죽겠는데, 생도들 안전 신경 쓴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면 골병들어서 쓰러질 거 같았다.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면서 식당에 도착했다.
그리고 식당에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성수아가 나를 맞이해줬다.
하지만 성수아는 정작 식사하는 도중에 동물의 마을에 관한 이야기를 일절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표정을 보면서 걱정해주고 있었다.
“성수호 교관님… 어디 아프세요?”
“…아뇨. 좀 피곤해서요.”
“아… 잠을 잘 못 주무셨구나… 저도 그래요….”
내 말을 이상하게 오해한 거 같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성수아는 동물의 마을에 관해 이야기는 하지 않으면서도 잠자리가 불편하다는 식으로 게임을 못 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지속해서 보여줬다.
그렇게 식사를 마무리하고 나서 나는 성수아와 헤어진 뒤 기과 교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교무실에는 오늘도 가림막을 친 초서현이 책상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
‘…좋겠다. 내가 저렇게 자고 있으면 바로 한 소리 듣겠지?’
[…확실합니다.]대박… 아르모니아가 ‘가능성이 큽니다’가 아닌, 대놓고 ‘확실합니다’라고 말했다.
최소한 자더라도 의자에 앉아서 적당히 졸고 있는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였다.
사실 그것도 엄청난 눈초리를 받겠지만….
하지만 그 졸고 있는 모습은 지금 내게 절실히 필요했다.
나는 통신으로 힘없이 중얼거렸다.
‘…침몽 하자.’
[….]그렇게 잠깐이라도 자고 싶은 간절한 희망을 품고 초서현의 꿈속으로 들어갔다.
“흐으…. 하으….”
흐트러진 생도복을 입고 있는 초서현은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왼팔은 요란하게 떨리고 있었고, 오른팔은 왼팔의 붙잡고 진정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오른팔조차도 진정을 못 하고 있었다.
“제발….”
초서현이 영사관에 입학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 그녀는 극심한 수전증으로 수업에서 민폐 덩어리로 낙인찍혔다.
다만 초서현에게 민폐 덩어리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언급하는 건 단 한 사람이었다.
홍미선….
하지만 초서현은 그 상황에서도 그녀를 의심하지 않았다.
‘이유가 있는 거야…. 분명 이것도 내가 뭔가 실수를 하고 있는 걸 거야….’
초서현은 3개월간 구타를 수없이 당했음에도 홍미선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곳은 영웅 사관 학교.
그녀는….
‘영웅이야….’
초서현은 자신이 품고 있는 의심을 홍미선에 대한 존경으로 감싸 안고 있었다.
그게 파멸로 몰아가는지도 모른 채….
..
..
초서현은 수업이 끝나고 또 홍미선에게 불려갔다.
하루도 빠짐없이 불려가고 있었다.
홍미선은 너무나도 당연한 듯이 초서현에게 구타를 일삼고 있었다.
촤아악! 촤아아악!
“끄읍… 흐읍!”
“좋아… 입을 다물고 참는 건 배웠네. 아예 빡대가리는 아니라서 다행이야.”
촤아악! 촤아악!
“흐읍… 하읏….”
“칭찬하자마자 기뻐서 헛웃음이 나오니? 웃음이 나와!!”
홍미선은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손놀림으로 강하게 채찍을 휘둘렀다.
촤아아악!
“아아악!”
“그래! 니가 그렇지!”
홍미선은 그 이후로 엄청난 채찍 세례를 퍼부었다.
초서현은 홍미선이 휘두르는 채찍의 궤도를 눈에 담는 것조차 불가능했고, 채찍의 강도는 초서현이 가지고 있는 호신강기를 한방에 뚫을 정도로 강했다.
지금 홍미선이 하는 행위는 길거리에 있는 일반인에게 채찍질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초서현은 홍미선의 채찍을 맞을 때마다 속으로 합리화를 했다.
‘이유가 있어! 이유가 있는 걸 거야!’
만약 자신의 속에 합리화가 없었다면 초서현은 진작에 무너졌을 것이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은 것이 오히려 그녀를 더욱더 깊은 절망의 늪에 빠지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채찍질을 하던 홍미선은 썩은 내가 풀풀 풍기는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나갔다.
“여기 정리 다 해놓고 가. 알았지?”
“흐읏… 네… 오늘도… 감사합니다….”
“…흥.”
그렇게 콧방귀를 뀐 홍미선은 대련실을 나갔고, 대련실에는 피투성이가 된 초서현이 미세한 반응도 없이 쓰러져 있었다.
초서현은 잠깐이나마 생각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입술을 바들바들 떨던 초서현은 피투성이가 된 몸을 끈질기게 들어 올려서 상체를 세웠다.
“저…정리… 해야지….”
3개월이 지난 지금 초서현에게는 아무도 없었다.
친구도 없고, 친한 교관도 없고 그저 홍미선뿐이었다.
오히려 두려웠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마저 없게 되면 자신은 정말 아무것도 배운 게 없는 3개월을 보낸 것이라는 두려움이 감싸기 시작했다.
이 중요한 시기를 허투루 보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정리… 해야 해….”
초서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신체를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모든 신체가 마비된 듯 떨릴 뿐, 신체는 그녀의 명령을 전혀 듣지 않고 있었다.
“아… 하하….”
초서현은 순간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지금까지 눈물을 흘리지 않았지만, 말을 듣지 않는 그녀의 눈물샘은 마비에 서서히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눈물이 나오려는 순간이었다.
솨아악.
하지만 흘러내린 건 그녀의 눈물이 아니었다.
초서현의 얼굴에 흘러내리는 건 붉은 빛이 감도는 쓰라린 포션이었다.
자신을 향해서 포션을 부어주는 남자에게 눈이 갔다.
성수호였다. 그런데 그가 누군지 헷갈렸다.
‘보조 교관? …보조 …교관? 지금? 아니… 나중?’
꿈속에서 성수호를 보며 혼동인 온 초서현은 자신의 얼굴에 난 상처가 점점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외상뿐만 아니라, 이미 내상도 진탕 당한 상태라 입 밖으로 어떠한 말도 내뱉지 못했다.
초서현은 멍한 눈동자로 성수호를 바라봤고, 성수호는 생도인 초서현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성수호를 보면서 마음속에 다이아몬드처럼 얼어있던 괴로움이 점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녹아내린 괴로움이 초서현의 눈물로 흘러내리려고 했다.
‘안 돼… 안 돼… 안 되는데….’
초서현은 성수호를 올려다보며 울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