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256)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255화(256/1201)
***
어느새 시간은 흘러서 금요일이 되었다.
생도들은 아직 독기에 완벽히 적응한 것은 아니었지만, 익숙해졌다는 표현은 할 수 있을 정도로 첫날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성수아의 지도하에 마법을 조리 있게 사용하고, 실전에서의 대응 방식을 효율적으로 익히고 있었다.
단 한 명만 빼고.
‘저래서는 견학하러 온 의미가 없겠는데.’
서지은은 다른 생도들과 성수아의 전투를 차분히 지켜볼 뿐이었다.
진짜 말 그대로 견학을 하는 중이었다.
사실 서지은은 크게 걱정할 부분이 없었다.
애초에 견학을 와서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나와 예리엘이었다.
“저희는 할 게 없네요.”
“하하… 그만큼 생도들의 실력이 좋은 거니까. 나쁜 현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노는 게 좋다는 말씀인가요?”
“…아닙니다.”
“사탕 좀요.”
“네….”
예리엘은 이제 대놓고 사탕을 달라고 하고 있었다.
그래도 저기 짐을 짊어지고 있는 경비원들보다 사탕 셔틀이 훨씬 낫다는 게 내 개인적인 평가였다.
‘짐꾼보다 디저트 웨이터가 훨씬 낫지….’
대신 짐꾼들이 나를 노려보는 건 덤이었다.
교장이 부디 경비원들에게 복지를 잘 베풀기를….
‘알아서 잘해주겠다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생각하면 안 되겠다. 나중에 한 번 더 제대로 얘기해야지….’
일단 교장이라는 사람은 겉보기에 괜찮아 보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상일 뿐이었다.
귀찮은 일이라고 대충 넘기면 나만 독박 쓰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까.
[경비원들의 사기를 생각하면 아마 잘 처리할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다른 부분이 걱정입니다.]‘어떤거?’
[…슬슬 성수아는 가능하지 않겠습니까?]지금까지 성수아와 가까이 있던 건 VR 안에서의 일이었다.
수업 시간이나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그녀와 이렇게 현실에서 단 둘이 붙어 있던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번 견학으로 예기치 않게 차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런 시간이 올 때마다 나는 성수아에게 침몽을 걸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윤지아에게 침몽을 걸었을 때처럼 조작하지는 않았다.
침몽 조작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녀를 걱정하거나, 마나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초강현이랑 생각보다 추억이 너무 없어서 걱정이야.’
두 사람이 가진 추억들을 최대한 알아내기 위해서 조심히 관찰해봤지만, 도통 큰 추억거리를 찾아낼 수 없었다.
성수아가 영사관 3학년일 때는 초강현도 바빠서 잘 못 만난 것 같았다.
그건 성수아의 꿈속에서도 초강현이 보여주는 미안함이 보였다.
그런데 그녀가 졸업하고 나서 만났을 때는 진짜 애정이라고는 단 1그램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식어 있었다.
다만 그게 애정이 식은 건지, 뭔가 문제가 생겼는지는 나도 알아내지 못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성수아가 외로움을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사실이었다.
[꿈의 내용을 정확히 본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성수아는 수호 님께 마음을 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아직은 아냐.’
[….]‘내가 무슨 완벽주의자처럼 철두철미하게 다가간다는 건 아냐.’
분명 나도 느낌상 성수아와 잘만 하면 관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성수아의 성격이라면 더 큰 틈이 벌어지지 않는 한 쉽게 몸을 내어줄 거 같지는 않았다.
윤지아도 나름 정조를 잘 지키는 여자였지만, 고충신의 뻘짓 덕분에 금방 몸과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성수아라는 인물의 위치와 성격을 고려하면 아직 불안한 부분이 많았다.
거기다 초강현은 무슨 생각을 가진 녀석인지 감도 오지 않는 상태였다.
‘종속이 중요하잖아. 본인이 다가오게 좀 더 지켜보자.’
[알겠습니다.]‘이제 정보는 찾기 애매하니까. 조작해보자. 일단 지금까지와는 좀 다르게….’
그렇게 성수아에게 걸 침몽에 대한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중에 옆에 있던 예리엘이 툭툭 치며 말을 걸어왔다.
“사탕요.”
“…네.”
..
..
나는 던전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예리엘에게 고개를 숙였다.
“고생하셨습니다. 예리엘 님.”
“비아냥인가요?”
“제가 그럴 처지가 아닙니다….”
예리엘의 말투에 적의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고작 사탕으로 매수한 건 아닌 거 같고… 계속 옆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계심이 풀어진 듯싶었다.
그렇게 예리엘과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성수아가 생도들을 차에 태우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이거 괜히 내가 나서서 너한테 불편하게 눈치만 주는 건가 싶네.”
“설마요.”
성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예리엘은 그런 성수아를 보며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혹시라도 두 사람에게는 미리 말해야겠어.”
“어떤 걸 말씀이신가요?”
“내일 좀 색다른 던전으로 갈 예정이야.”
나는 예리엘의 말에 살짝 불안감이 싹 띄었지만, 그녀의 설명을 듣고 바로 싹을 자를 수 있었다.
이번에 가게 될 던전에는 괴수가 거의 출몰하지 않는 던전이라고 설명해줬다.
교단에서 했던 것과 다르게 이번에 갈 던전은 혹시 몰라서 영사관에 직접 문의했다고 한다.
영사관에서는 흔쾌히 오케이 사인을 내줬다고 한다.
“어떤 던전인지….”
“그건 비밀. 혹시라도 걱정하지 마. 말했다시피 괴수가 나오는 곳이 아니라서 큰 위험은 없어.”
예리엘이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거기다 예리엘은 오늘처럼 똑같이 내일도 동행하겠다고 설명해줬다.
“그럼 그렇게 알고. 집으로 가자.”
“네.”
예리엘은 어제처럼 생도들이 타고 있는 차로 폴짝폴짝 뛰어갔고, 나와 성수아는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따로 차에 탑승했다.
성수아는 차에 타자마자 내게 힘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요새 죄송해요. 저 때문에….”
“어떤 거 말씀인가요?”
“요새 차에 들어오면 바로 잠이 들어서….”
성수아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연신 사과를 했고, 나는 그녀의 옆에 앉으면서 웃었다.
“이거 반대가 됐네요.”
“…반대요?”
“동물의 마을에서 제가 매번 잠들면 성수아 교관님이 잘 돌봐주셨잖아요. 저는 다음날 미안해서 사과하고….”
“그거랑은 좀 다르죠.”
“그렇지 않아요. 그러니까, 성수아 교관님도 너무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아니면 저랑 있는게 불편하신 건…?”
“서, 설마요!”
성수아는 당황하며 항변했고, 나는 그녀에게 웃으면서 안심시켜줬다.
“그러니까, 너무 괘념치 말아주세요. 저는 오히려 성수아 교관님이랑 거리낌 없이 친해질 수 있어서 좋은걸요.”
“…네.”
성수아는 내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어깨에 힘을 풀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성수호 교관님.”
“네?”
“혹시….”
성수아는 옆에 진열되어 있던 와인을 양손으로 들어 올려서 내게 보여주며 미소를 지었다.
“혹시 가볍게 한잔하실래요?”
***
성수아는 동물의 마을에 접속한 상태로 풀숲에 앉아서 밤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계속 바라보던 성수아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무슨 일 있으신가? 안 오시네.”
어느 순간 밤에는 성수호와 같이 게임을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일상이 된 상태였었다.
그런데 매일 접속하던 그가 도통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한참.
“어!? 왔다!”
친구창에 그가 접속했다고 알람 메시지와 함께 성수호의 이름이 회색에서 초록색으로 변한 상태가 됐다.
성수아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몸을 살랑살랑 움직이며 그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지금쯤이면 들어왔어야 할 시간이 지났음에도 게임 안으로 접속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 뭔가 문제가 있으신가?”
성수아는 다시 한번 친구창을 바라보며 귓속말을 걸려는 순간이었다.
그녀의 안구에 성수호가 하는 게임의 이름이 여과 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어… 워치 오브 레전드? 저, 저걸 왜….”
혹시나 해서 성수아는 좀 더 기다렸지만, 성수호는 돌아오지 않고 본격적으로 플레이를 시작하고 있었다.
“귓속말 해봐야겠다.”
성수아는 불안한 마음에 성수호에게 귓속말을 건넸고, 성수호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꽤 오랜 시간 후에 귓속말에 대답을 해왔다.
(어… 성수아 교관님.)
“성수호 교관님, 혹시… 안 들어오시나요?”
(아! 잠시만요!)
“….”
그렇게 성수호는 한동안 조용하더니,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다시 귓속말을 해왔다.
(지금 제가 게임을 하고 있어서….)
“아… 혹시 언제 들어오시나요? 저 기다리고 있는데….”
성수아는 혹시라도 성수호가 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에 기다리고 있다는 식으로 그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하지만 그녀에게 들려오는 대화는 실망감을 안기는 말이었다.
(아… 저 오늘은 좀 힘들 거 같아요.)
“그… 그래요. 그럴 수 있죠.”
성수아는 아쉬움에 한숨을 쉬면서 입술을 쭉 내밀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일은 오실 테니까.’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하지만 다음 똑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성수아를 만나주지 않았다.
(아… 죄송합니다.)
“괘, 괜찮아요.”
그리고 다음 날, 그리고 또 다음 날….
“성수호 교관님, 오늘은….”
(그, 성수아 교관님.)
“네!”
성수아는 미소를 띠며 귀를 기울였고, 성수호의 말은 오히려 그녀를 실망시키고 있었다.
(저, 이제 그 게임 못 들어갈 거 같아요.)
“그… 그게 무슨….”
성수아는 놀란 표정으로 성수호의 귓속말을 연이어 들었다.
(이런 식으로 게임에서나 가까워지고, 현실에서는 다른 남자분 만나실 거 아니에요.)
“그, 그건 아니에요!”
(성수아 교관님 약혼하신 분 있는 모르는 사람도 있나요.)
“그, 그건….”
(그래서 저도 이왕이면 가까워질 수 있는 사람이랑 더 게임을 즐기려고 해요.)
“…지금 누구랑 있나요?”
(…그건 말씀 못 드리겠네요. 그럼 저는 이만….)
그 후로 성수아는 계속 성수호에게 귓속말을 시도했고, 성수호는 귓속말에 어떠한 대답도 해오지 않았다.
차단이었다.
하지만 성수아는 그런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런 게 아닌데… 나는…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성수아는 홀로 쓸쓸히 성수호와 만들어가던 동물의 마을에 남겨진 상태로 울었다.
..
..
“하… 아….”
성수아는 눈물을 닦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흔들림 하나 느껴지지 않는 차량 내부, 그리고 간이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빈 와인병과 와인잔, 그리고… 옆에 누워서 자고 있는 성수호.
“꿈이구나….”
성수아는 안심하면서도 자고 있는 성수호의 얼굴을 양팔로 감싸며 중얼거렸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술과 잠에 취한 성수아는 성수호의 머리를 감싸 안고 그 상태로 다 잠이 들었다.
상아탑 꼭대기에 마련된 회의실에 노인들이 동그란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시끌벅적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최소 60대에서, 많게는 80대의 나이처럼 보이는 노인까지 다양했다.
회의실의 벽면은 대부분 유리로 되어 있었고, 바깥쪽을 살짝 보는 것만으로도 고공 낙하를 하는 것처럼 아찔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아찔한 장소에 있는 노인들은 바깥세상 따위는 별 관심 없다는 듯이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아이고, 이 나이에 이게 무슨 고생인지….”
“나이 타령 좀 그만해. 누가 보면 한 백 살 먹은 줄 알겠네.”
“아니, 시부럴…. 백 살 먹은 거 아니면 앓는 소리도 못하나?”
그 말에 회의실 안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나는 오히려 손주 같아서 좋더만…. 이 나이에 그런 애들이랑 어디서 대화를 나눠보겠어.”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난 갸들이랑 한 오 분만 대화를 나눠도 진이 빠지더구만….”
“또 한편으로 내일이면 끝이니 시원섭섭하네.”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는 중에 회의실 문이 열이면서 한 아이가 들어오며 인사를 건넸다.
“다들 계셨군요. 늦어서 죄송해요.”
“늦긴요…. 오히려 우리가 너무 빨리 온 거죠.”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괜히 시간 맞춰오려고 하면 정시에 못 오니 이렇게 미리 와야죠.”
다들 웃으며 예리엘은 반겼고, 예리엘은 의자에 폴짝 앉으며 그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저한테 하는 충고라고 생각하고, 다음부터 더 빨리 오겠습니다.”
“하이고….”
예리엘은 모습과 다르게 이 회의실에서 최연장자였고, 그런 식으로 그들과 말장난하면서 분위기를 풀어줬다.
하지만 그런 시간도 잠시, 금세 본론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번 견학… 다들 잘 수행해줘서 고마워요.”
“저희야 뭐 하는 게 있나요.”
“교관 녀석들이 우리 눈치 보느라 깨나 고생하는 거 같습니다.”
마과 교관들의 대부분은 탑의 소속이다.
그리고 그런 탑의 소속 교관들의 입장에서 현성들은 회사로 치자면 이사급 임원이었다.
사원과 임원.
탑이라는 곳이 기업처럼 완벽한 수직 체계는 아니지만, 그들이 현성들을 보면서 마냥 가볍게 행동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경험도 필요하죠. 일단 여러분들을 부른 이유를 설명해 드릴게요.”
지금까지 모든 마과 반을 여러 던전으로 분배해서 서로 만날 일이 없는 상태였었다.
하지만 내일은 달랐다.
“내일 가게 될 장소는… 미로 던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