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ake away the protagonist's woman RAW novel - Chapter (311)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310화(311/1201)
EP.310 310화 위그드라실 (3-19)
나는 한봄이 먼저 일어나서 나를 깨울 때까지 꿈나라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아저씨, 슬슬 일어나야 할 거 같아요.”
“아….”
그렇게 일어난 뒤 바깥으로 나가보니 한여름은 멀리 있는 구석에 누워 있었다.
‘그래도 눈치는 생겼네. 그냥 무시하고 여기서 자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금도 자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어? 진짜네.’
한여름은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도 꿈틀거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잠결에 꿈틀거리는 줄 알았는데, 그저 주위에 사람이 이동하는 소리에 반응한 것이었다.
비록 눈가리개를 하고 있었지만, 소리를 감지했는지 내가 있는 곳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 후, 양지현도 텐트에서 나와서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양지현은 대충 어제 있었던 일을 눈치챘는지 내 얼굴을 잠시 보더니, 얼굴을 붉히며 횡설수설했다.
“이, 일단 식사부터 하고 진행하죠.”
“네.”
양지현 정도 되는 여자가 잠자는 중에 그 정도 되는 소리를 못 듣고 쿨쿨 잘 리가 없으니까.
나는 양지현에게 대답한 뒤 한여름의 눈을 감싸고 있던 안대를 풀어줬다.
역시나….
“흐으읍….”
“눈빛 마음에 안 드네… 밥 먹기 싫어?”
밥 먹여주려고 하는 사람한테 저렇게 적의를 들어내면 있던 동정심도 싹 사라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내 기분대로만 할 수는 없었다.
이 얼간이가 너무 피폐해지면 내 이미지도 문제가 되니까.
아무리 여기 있는 여자들이 전부 종속이 걸려있다고 해도 내가 너무 과하게 행동하면,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한여름에게 연민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한여름은 내가 손과 발을 마저 풀어주자마자 어기적어기적 일어서더니 직접 입에 물려있는 재갈을 풀었다.
솔직히 기대됐다.
무슨 말을 할까나….
하지만 내 기대와 다른 반응이었다.
“….”
한여름은 동공에 초점이 잘 맞춰지지 않는 상태로 나를 노려보더니, 혼자 구석에 가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에이, 재미없어.’
[그래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 만큼 무슨 일을 할지 알 수 없습니다.]아르모니아의 말대로 재미없다고 해서 경계를 느슨하게 해서도 안 된다.
괜히 내가 생각하는 계획에서 멀어지면 귀찮아지니까….
그렇게 한여름을 아쉽게 바라보는 사이에 한봄이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아저씨, 밥 먹어요.”
“네.”
“….”
밥 먹자고 권유할 때는 히히 웃던 한봄이 내 대답을 듣더니, 뚱한 표정을 지으며 침묵하기 시작했다.
나는 뭔가 싶어서 물었다.
“왜 그래요? 제가 뭐 잘못했어요?”
“…아뇨. 그냥 굳이 계속 존댓말을 쓸 필요는 없어 보여서요.”
이제 이해할 수 있었다.
한봄은 어제 일을 기점으로 다시 몸 상태가 정상이 되었고, 덕분에 회귀 전의 일이 떠오른 듯싶었다.
그때는 완전 허물없는 사이처럼 편하게 말했으니까.
참 아이러니하다.
섹스는 안 했지만, 유두 애무와 더불어서 상의를 벗은 채 같이 잔 사이는 어떤 사이라고 해야 하나?
회귀 내내 나나 한봄이나 거의 한 달 같이 지낸 사이지만, 서로 눈치를 보며 며칠 보지 않는 사이처럼 굴어야 했다.
나는 이런 부분에서 별로 답답함을 느끼는 편이 아니었지만, 한봄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한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며 말했다.
“일단 좀 더 여유로워지면 그때 가서 더 친해져요.”
“….”
“너무 급하게 친해지려고 하면 오히려 탈 날 수도 있잖아요.”
“…네.”
한봄은 일단 내 말에 대답했지만,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불편하면 어쩌겠는가… 한봄도 막상 조금 있으며 민하연을 또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는지 다시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렇게 식사를 마무리하고 다시 던전 탐색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한봄은 걱정은 해소가 안 됐지만, 통증은 해소가 됐는지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따라왔다.
양지현은 나와 한봄의 눈치를 보며 얼굴을 붉혔고, 나는 그냥 별 신경 쓰지 않으며 묵묵히 후방 확인하며 따라갔다.
하지만 이 중에서 제일 많이 변한 것 같은 건 한여름이었다.
“….”
던전을 들어온 뒤로 가뜩이나 초췌해 보이던 녀석이 오늘은 아예 살아 있는 송장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흐느적거리며 걸었다.
무엇보다 포박의 상태도 달라져 있었다.
‘어제 너무 묶어서 오늘은 적당히 손목만 묶었는데도 저 모양이네.’
밤새 밖에서 재운 탓에 혹시라도 망가질까 봐 오늘은 적당히 손목만 묶은 뒤에 이동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한여름의 표정은 노예선에서 몇 년 구른 노예의 몰골을 하고 있었다.
한여름의 망가진 모습을 보다 보니 통쾌함도 가득했지만, 한편으로 걱정도 한가득하였다.
이번에는 한봄에게 어떻게 약을 먹일까 하는 걱정.
어차피 회귀하면 그만이라는 마인드로 또 쓰레기 같은 짓을 저지르리라 생각하니 혐오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걷다가 민하연 일행과 다시 합류할 수 있었다.
“….”
민하연은 잠시 한봄을 보면서 걱정하더니, 내 시선을 의식하고는 바로 고개를 획 돌려서 동굴 안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다들 모이고 나서 다시 회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회의의 결론은 심플했다.
“일단 밥 먹고 나서 바로 출발해보죠.”
양지현은 이미 이 앞으로 나가면 마을이나 외딴 지역으로 전송되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몇몇 사람들은 걱정을 표하기 시작했다.
“괜찮을까요? 괜히 무리하게 진행하다가 안전지대가 나오지 않으면 어쩌죠?”
“일단 상황상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4명이 진행한다면 좀 피곤하더라도 안전지대 없이 경계를 설 수 있을 거예요.”
다들 불침번을 서는 상황을 내켜 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제 점심 먹는 타이밍에 여기서 주구장창 시간을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들 그렇게 합의를 본 뒤에 밥을 먹기 시작했다.
“…저는 밥 생각이 없어서 잠깐 저기서 쉬고 있을게요. 다 드시면 말씀해주세요.”
하지만 그 와중에 민하연은 밥 생각이 없다면서 동굴 구석으로 가서 잠시 쉬고 있겠다고 말했다.
한봄은 그런 민하연의 모습에 또 깊은 한숨을 쉬면서 밥맛이 뚝 떨어진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런 한봄을 보면서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한여름을 찾았다.
‘일단 밥은 먹여야겠지?‘
하지만….
‘응? 뭐야? 어디 갔어?’
[죄송합니다. 제 쪽에서도 따로 시야에 잡히지는 않았습니다.]아르모니아가 캐치를 못 한 것을 보면 내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었다.
‘뭐야? 볼일 보러 갔나?’
아무리 생각해도 손이 묶인 채로 볼일을 볼 수 없을 거 같은데….
그런 생각과 더불어서 갑자기 사라진 게 못내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걱정하는 순간이었다.
동굴 어딘가에서 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__!!”
“—_——!!”
동굴을 사방팔방 튕겨 오는 소리라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사람의 대화 소리로 추정할 수 있었다.
“민하연 씨가 간 곳 아니에요?”
“뭐지?”
다들 무슨 대화인지 귀를 기울이는 순간이었다.
“그만하라고 씨발 새끼야!!!”
“!”
다들 동굴에 울려 퍼지는 민하연의 고함에 놀라서 밥숟가락을 던지며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나와 한봄뿐만 아니라, 나머지 다른 멤버도 달려서 민하연의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하, 하연아! 그, 그러니까! 내 말은!”
“그걸 왜 나한테 얘기하는 건데!”
민하연이 일방적으로 한여름에게 고함을 치며 씩씩대고 있었다.
***
“하아… 하아… 성수호… 씨발, 이번에는 꼭 죽여주겠어….”
한여름은 다른 멤버들이 회의를 하는 동안 조용히 동굴 한켠으로 가서 인벤토리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인벤토리에는 저번처럼 환각제와 저주받은 단도가 잘 보관되어 있었다.
“씨발… 일단 미리 섞어 놓자. 후우… 이번에는 손목만 묶여서 다행이야.”
지금까지 손가락 전부가 묶여 있던 처지였지만, 마지막 날은 운이 좋게 손목만 묶일 수 있었다.
“멍청한 녀석… 이럴 때는 도움이 되네. 그럼 빨리 섞어서… 잠깐!”
한여름은 인벤토리에 있던 생수와 환각제를 전부 섞고 나서 실수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런 씨! 우유랑 섞었어야 했는데!”
한봄은 물보다는 우유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팔이 묶인 상태로 정신이 없던 한여름은 실수로 물과 섞어 버린 것이었다.
“씨발… 이거 어떡하지? 이대로 다시 우유랑 섞으면… 아냐… 그러면 오히려 효과가….”
그렇게 묶인 팔로 낑낑거리며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어디선가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지며 자기에게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처벅, 처벅, 처벅.
“흐억!”
콰당!
한여름은 놀라서 들고 있던 생수를 실수로 떨어트려 버렸다.
다행히 플라스틱의 재질로 된 생수병은 깨지지 않았고, 그저 어디론가 데굴데굴 굴러갈 뿐이었다.
“어! 어어!”
한여름은 혹시라도 생수병이 하수구 밑으로 빠지기라도 할까 봐 기겁하며 묶인 팔로 허둥지둥 생수병을 쫓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행히 생수병은 어딘가에 걸려서 멈췄고, 한여름은 생수병을 멈춘 정체를 보면서 고개를 살며시 들어 올렸다.
“어… 하, 하연아….”
“뭐야? 너 왜 여기 있어?”
“아… 그, 그냥 바, 바람 좀 쐬려고! 하하!”
“…여기서?”
지하 수로에서 바람을 쐬겠다는 말에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으며 한여름을 바라봤다.
민하연은 자기 신발 덕분에 멈춘 생수병을 들고서는 말했다.
“빨리 가서 밥 먹어. 괜히 늦장 부리다가 또 의심받을 짓 하지 말고.”
“의, 의심받을 짓이라니! 너도 알잖아! 그런 년을 내가 뭐가 좋다고 강간을….”
“하아… 어쨌든 빨리 가서 밥이나 먹어. 나는 잠시 혼자 생각할 게 있으니까.”
민하연이 그렇게 말하며 생수병을 물끄러미 바라보려는 순간이었다.
‘아, 안돼! 만약 정보라도 보면!’
소환사들은 특별한 아이템이 아닌 한 아이템의 기본 정보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무슨 성분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회복약인지 상태 이상을 부여하는 약인지 정보창을 보면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여름은 놀란 나머지 민하연에게 허겁지겁 달라붙으며 말했다.
“이, 일단 이것 좀 풀어줘! 어차피 밥 먹잖아!”
“하아… 알았으니까 좀 떨어져 줄래?”
“크으… 빠, 빨리 풀어줘.”
민하연은 다행히 생수에 관심을 지운 뒤 한여름의 손에 묶여 있는 케이블 타이들을 제거해주기 시작했다.
탁, 탁.
손목을 압박하던 케이블 타이가 풀리자 한여름은 속으로 자유로움과 동시에 쾌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아… 씨발, 다음 회차에는 그년이랑은 말도 섞지 말아야지…. 어…?”
그렇게 다 풀리고 양손을 비비며 자유를 만끽하는 순간이었다.
“하, 하, 하… 하연…아?”
꿀꺽, 꿀꺽, 꿀꺽.
민하연은 한여름의 포박을 풀어준 뒤 전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생수를 마시기 시작했다.
한여름은 몸을 받아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속에서 외침이 울려왔지만, 그의 몸은 뱀을 앞둔 쥐새끼처럼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민하연은 생수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마신 뒤에 빈 생수통을 하수구 물가에 버렸다.
“푸하…. 자, 그럼 빨리 가봐..”
“하, 하… 하연아… 그, 물….”
한여름의 시선을 빼앗던 생수통은 비었다는 것을 그에게 확인시켜주며 하수구 물살을 타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